26회 한러 친선 문화큰잔치… 고려인에 민족적 뿌리 일깨워주는 행사서 모스크바 한러 문화 최대 행사로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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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13 23:34조회1,9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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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에 민족적 뿌리 일깨워주는 행사서 모스크바 한러 문화 최대 행사로 발돋움한 <한러 친선 문화큰잔치>
모스크바에서 해마다 열리는 행사 가운데 가장 큰 민관 공동 주최 한러 문화 교류의 장은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다>다. 이 행사는 17년까지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이 주최해오다 2018년부터는 주러 한국문화원이 공동주최하고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장막으로 아직껏 우리에게 먼 러시아에서 해마다 8천여 명 이상이 참석하는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는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적 연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는 모스크바 원광학교가 모스크바에서 거주하는 고려인들에 한민족의 문화를 되살리고 그들에 잃어버렸던 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1993년 첫 행사를 열면서 시작됐다.
러시아고려인연합회, 모스크바 한인회 및 모스크바 주재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으며, 주러한국문화원은 2018년부터 공동주최 기관이 되었다. 그밖에도 한국여행상품 홍보, 한국유학설명회, 한국방송콘텐츠 소개 등이 함께 진행되어 한국문화를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모스크바 원광세종학당에 따르면 스탈린 집권 이후 한민족의 고유문화가 말살돼 45만 명에 이르는 동포 가운데 90%를 넘는 60살 이하의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민족적 비극 상황이 초래됐다. 페레스트로이카가 몰고 온 새로운 상황 속에서 한민족의 문화, 특히 민족어를 되살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서 당시 고려인들과 현지인들을 위해 처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사회주의 개혁 이데올로기를 겪으며 신심이 지쳐있던 고려인들은 모스크바 원광학교에서 한국어와 고유의 전통문화를 익히며 위안을 얻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경기가 전 세계에 생중계됐을 때 러시아인들은 변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경제 신화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1990년 9월 30일 한·소(현 러시아)수교가 체결되면서 한러(당시 소련) 문화예술교류에 물꼬가 트였고 러시아의 고려인을 중심으로 한 현지인들에 한국어를 비롯한 문화 전파 및 교류가 한층 수월해졌다. 현재는 한국문화원이나 세종학당 같은 정부 산하 기관에서 다양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의 문화를 모스크바 현지에서 알리는 거의 유일한 민간단체는 모스크바 세종학당 (원광)뿐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 참가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주최 측에 따르면 26회의 경우 9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의 일 년 행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가 ‘한민족 문화큰잔치’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다 보니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홍보 및 이벤트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삼성을 비롯해 현대 기아, 엘지, 롯데, 대한항공, 하이트진로 등 대기업과 현지 주재 중소기업과 한국 레스토랑, 식품업체들이 협찬하고 있다.
올해 26회째를 맞이한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는 모스크바 세종학당 교원들과 학생, 주러 한국문화원 학생 및 직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주도적으로 행사 준비서부터 진행 마무리를 도맡는다. 행사 자원 봉사자 가운데 200여 명을 선발하고 각각의 포지션이 정해지면 무대 설치부터 행사 진행, 안내, 홍보, 촬영 등을 소화해낸다. 자원봉사자들이 ‘행사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가는 없다.
5년 째 봉사를 자청해왔다는 나타샤(27세, 여)는 “2011년 모스크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줄 곳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직장을 다니면서 한국어 공부는 그만뒀지만 그때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을 이곳에서 만나는 즐거움으로 현재까지도 일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7년 전 세종학당에서 공부했던 베라 알렉산드로브나 씨(여, 25세)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18살 때 대학 들어갔을 때 세종학당에 다녔다”면서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은 “26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이 행사는 한국인과 러시아 현지인들과 고려인들이 함께하는 나눔의 시간이다. 최다 8천여 명 수용 가능한 ‘쩨에스카야’ 육군 중앙실내경기장내에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대까지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무대 중앙 상단에는 한국과 러시아의 화합을 상징하는 태극기와 삼색기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무대에는 색색의 휘장이 나부꼈고 자원봉사자들은 놀이 명이 각각 쓰인 팻말을 들고 무대로 입장한다. 흥겨운 잔치를 서막을 알리는 전통소리 ‘맥’의 공연으로 시작된다. 흥을 돋는 꽹과리 연주를 필두로 사물(四物)소리가 쩡쩡 울리고 9천 여 명의 함성과 더불어 흥겨운 잔치눈 펼쳐진다.
한상돈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와 그가 사사한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전통소리 ‘맥’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전통결혼식 시연과, 한국전통춤 공연, 러시아 전통 공연과 태권도, K-POP 그룹 '임팩트' 케이팝 플레시몹등 다양한 문화 공연에 이어 23가지 민속놀이 및 문화체험 마당이 펼쳐졌다. 사물놀이 공연과 임팩트의 공연은 압권이었다. 러시아 현지인으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팀의 절도 있는 동작과 화려한 발차기 기술, 송판 격파 등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굴렁쇠 굴리기를 비롯해, 공기놀이, 활쏘기, 포대 달리기, 줄넘기, 투호, 외다리씨름, 널뛰기, 제기차기, 젓가락, 윷놀이, 비석 치기, 줄 씨름, 가랏끼, 세발자전거 킥보드, 지게 짐 나르기, 칠교놀이 등을 체험했다. 한지 꽃 만들기, 서예, 페이스 페인팅 등, K-pop 댄스, 태권도, 노래 등 다양한 문화 공연들로 잠시도 사람들의 눈길을 뗄 수 없을 만큼 즐거운 볼거리들이 이어졌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26회를 맞는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가 내년이면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러관계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왔음을 상기시키고, 그동안 러시아에서 한국문화 전파에 앞장서온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학교)에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또한 한러 국민간 우정을 키워가는데 문화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번 문화잔치를 통해 함께 즐기며 서로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한국문화가 더욱 확산되는 축제의 장, 소통의 장이 바란다고 언급하였다.
참가자들은 각 공연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큰 환호로 대답하며 큰잔치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잊혀가고 있는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긴줄넘기에 참가한 유리 호멘코 씨(남, 21세)는 “러시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이제 거의 없다”면서 “행사장에서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한국 사람의 협동심을 배운다”고 말했다.
주 행사가 진행되는 경기장 외 홀에서는 한국 제품 홍보가 한창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방문객들에게 김밥을 비롯해 비빔밥, 한국의 제품 등을 판매하는 홍보부스가 여럿 보였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푹 빠져산다는 예카테리나 모고메도바 씨는 “한국 여행을 다녀 온 이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이날(6월 12일)은 늘 행사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글 = 최승현 한인회 사무국장
사진 = 주러 한국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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