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사생대회 수상 작품] 대학부 - 박민기(모스크바 국립대학교 국제정치학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03 19:43조회1,255회 댓글0건
관련링크
본문
우리의 독립은 끝나지 않았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국제정치학부 3학년
박민기
새벽에 쓰는 글은 사뭇 다르다. 창밖과 안으로 퍼지는 이 고요함과 평안함이 ‘내가 자유롭다’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자유, 자유의 가치는 무엇일까.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자유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어떤 소리도 평화롭게 들리는 타국의 불빛 아래 독립선언문을 읽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오늘로부터 10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지금의 나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자유라는 가치를 위해 민족적 사명감을 짊어지고 투쟁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셀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그때의 시대적 상황을 머나먼 이야기로 접한 나는 사실 그분들의 모든 것을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선언문을 읽을 때 한 문장마다 느껴지는 깊은 무게감은 나를 그들의 품으로 이끌게 하는 것 같았다.
“조선이 독립된 나라인 것과 조선 사람이 자주 하는 국민인 것을 선언하노라.”
독립선언문의 첫 구절이다. 당시 모든 것은 그랬다. 일제의 탄압 속에 민족의 얼과 혼은 빼앗기고 이것에 점점 무뎌져 우리는 그들의 군홧발 아래 조금씩 침식되어갔다. 그 빼앗긴 가치를 위해 피어올랐던 작은 불꽃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못한 채 쉽게 꺼져버렸다. 이 한 구절이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만해 한용운 선생과 33인의 민족대표, 더 나아가 독립을 열망하는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내뱉은 그 첫 마디에 비로소 우리 민족은 하나의 뜻으로 일제에 대항해 자유를 갈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일제에 대한 증오심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며, 총과 칼로 대항하겠다는 분노에서 온 것이 아닌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펜의 힘으로부터 시작된 가장 강력했던 우리의 의지였다고 생각한다.
독립선언문을 쭉 읽어보면 자주독립에 관련된 내용 외에도 민족정신을 비롯한 여러 내용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조명하고 싶은 부분은 일제에 대항하는 방법이 원한과 증오의 감정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우리는 우리민족의 힘을 길러 독립을 쟁취하자는 내용이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다만 나를 바로 잡는데 있을 뿐, 결코 남을 헐뜯는데 있지 아니하도다.”
“용감하게 옛 잘못을 고쳐 잡고, 참된 이해와 동정에 바탕한 우호적인 새 시대를 마련하는 것이, 서로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불러들이는 가까운 길인 것을 밝히 알아야 할 것이 아니냐!”
충분히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면 단순히 눈앞에 놓인 민족적 비극을 뛰어넘어 민족의 번영까지 도모한 조상들의 안목이 담겨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실제로 다른 국가들의 독립선언서들을 살펴보면 민족정신을 바탕으로 독립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마독립선언문에는 인도적, 도덕적 정신을 바탕으로 독립의지 뿐만 아니라 인류애 정신 또한 계승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가 독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19년 현재에도 조상들의 정신을 본받고 이 의지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자 사명이다. 우리 또한 후대에 안전하고 주권을 보장받으며, 보다 강력한 국가를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조상들이 우리에게 깨우쳐준 바와 같이 우리 스스로도 주위를 둘러보고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가치를 이어나가야 하는지 성찰하며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것이 정말로 조상들이 이 독립선언문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100년이 지난 현재, 조상들이 꿈꿔왔던 민족정신은 그때와는 다르게 많이 변질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순한 혐오로 일본을 배척하고 더 나아가 우리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나라들을 비판하고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우리가 정말 강대국을 꿈꾼다면 과거 나치나 일제가 사용했던 폭력과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선언문에 나와 있듯이 스스로 성장하되 모두가 존경받게 만들 힘을 갖추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민족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아닐까. 광복이후 모두가 말하는 표면적인 독립은 이뤄냈지만,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 민족적과제와 강대국들 사이에서의 힘겨루기 외교, 무엇보다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받아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919년에 쓰여진 독립선언서는 지금까지도 끝을 맺지 못했다.
우리의 독립은 끝나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고 강단 있는 자세로 앞으로 나아가 떳떳하게 우리의 민족정신을 세계의 알리는 것이 조상들이 진정으로 꿈꿔왔던 독립의 날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 기회를 빌려 지금의 자유를 위해 희생하신 숭고한 조상들의 얼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