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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수여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6-03-09 22:01조회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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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표지.
'2025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교보문고 발표)'로 선정된 김애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 속 인물들은 대개 안녕할 수 없는 자리에 서 있지만, '안녕 바다이야기부활 '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완전한 소통과 이해가 아니라, 불완전한 공감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끝내 닿지 못해도 서로 하루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른 사람의 하루를 잠시 헤아려 보는 마음이 '안녕'이라는 말 속에 담겨 있다. 또한, '안녕'은 만남과 이별의 경계에 놓인 말이면서 '부디 평안하라고' 누군가의 평안을 바라는 안부 릴게임꽁머니 인사로 남기는 말이다. 안부는 관계의 씨앗이다. 작은 안부가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 삶을 지탱하는 울타리가 된다.
소설 <빗방울처럼>은 전세 사기를 당하고 전세 보증금 때문에 새벽에 대리운전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랑하던 남편인 수호마저 하늘나라로 보낸 지수가 죽으려고 한다. 지수는 누수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처음에는 그냥 릴게임한국 무시했는데 어느새 물방울 소리에 설득당한 기분이 든다.
툭- 해 / 투두둑 툭- 할 수 있어 / 툭툭- 그럼 끝나(280쪽)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수호를 만날 방법이 있다는 데 작은 기쁨마저 일었던 지수는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누수 문제를 해결하고, 얼룩진 벽에 도배사를 불러 실크 벽지를 바르게 한다. 지수 야마토게임 의 안색을 살피던 외국인 도배사가 건넨 말 한마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를 듣고 그제야 지수는 자신이 그동안 누군가로부터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어했는지 깨닫는다.
툭- 안 돼 / 투두둑- 하지 마 / 투둑 투둑- 안 돼 / 툭- 살아(293쪽)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가장 사랑하던 수호마저 떠나보낸 자리에서 지수의 마음은 텅 빈 겨울 들판이었다. 하루를 버티려고 잡았던 핸들은 생을 이어가기 위한 손잡이였을 텐데, 그 손이 이제는 너무 지쳐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되어 생을 달리하게 된 수호는 이승에서 하지 못한 마음 표현을 물방울이 되어 지수에게 안녕을 기원한다. 살아도 괜찮은 삶이 아니라, 살아야만 하는 소중한 삶이라고. 당신은 이미 충분히 견뎌왔고, 그 시간은 전혀 헛되지 않았다고. 오늘은 그저 숨만 쉬어도 괜찮다고. 내일의 빛은 아직 오지 않았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수호가 바랐던 것은 아마 지수의 숨이 멎는 고요가 아니라, 다시 햇살을 마주하는 작은 용기였을 것이다. 지수의 겨울 들판에도 목련과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따스한 봄날이 올 거라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토닥토닥 지수에게 안부를 전하는 수호의 마음을 소설은 상상해보게 한다. <빗방울처럼>은 툭툭 안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수호의 목소리 같아서, 타인이 건네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는 짧은 안부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지수의 삶을 붙들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읽으면서 아프게 스며들게 하던 소설이었다.
김애란의 문장은 시대의 그늘을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서늘한 체온이 스며 있다. 작가는 삶의 얼룩까지 고스란히 드러내지만, 동시에 빛의 방향도 함께 보여 주며 일상의 균열을 비춘다. 균열은 크지 않지만, 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인물들의 삶을 오래 흔든다. 작가도 언급했듯이 '돈과 이웃'은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공통의 서사와 주제다. 돈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잰다. 자본과 주거가 관계를 시험하는 시대에서 소설 속 인물들은 그들의 경제력에 따라 다양한 갈등 양상을 재현한다. 직업에 따른 소득 격차, 부동산에 따른 자산 격차, 부부간 경제력 차이, 부모와 자식 간의 경제 문제, 세대 간의 경제적 계급성 등을 재현하며 누군가는 전세금과 전세 사기에 내몰려 불안정한 노동과 불안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누군가는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 사이에서 조용히 자존심을 접는다. 그러나 작가는 돈을 악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삶을 지탱하는 밧줄이면서 동시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칼날이 되기도 하는, 양가적인 존재로 그려낸다. 이웃 또한 마찬가지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타인은 가장 가까운 타자이자, 끝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인물들은 서로 사정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알지 못하면서도 함부로 짐작한다. 그 어긋남 속에서 오해와 연민이 동시에 자란다. 작가는 그 미묘한 거리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좋은 이웃으로 보이고 싶은가, 진짜 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가?
소설 <좋은 이웃>은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문구와 달리, 인테리어 공사 소음, 방문객의 잦은 출입, 독서교실 운영 등으로 이어지는 피로와 불안이 쌓이는 현실을 묘사한다. 여기에는 정성스레 가꾸고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새 집주인을 위해 이사 준비를 해야 하는 전세살이 독서지도사인 '나'가 등장한다. 내가 연민하던 대상 - '내 집'을 마련해 넓은 평수로 이사를 하는 시우네 가족 - 이 혼자 반짝이는 세계로 진입하는 것과 전세 계약할 때 집주인이 조금 더 대출받아 이 집을 사라고 했을 때 사지 않았던 후회 -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 가 엄습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우리가 잘살게 되면 남을 돕고 살자." 그런데 여보, 우리가 더 잘 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도 이웃이 생각날까?(141쪽) 나를 사로잡은 깊은 상실감의 원인은 우리가 집을 잃어서도, 이웃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142쪽)
'나'는 아마도 진짜 좋은 이웃이 되고 싶었던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삶이 기울고, 집 한 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수록 마음은 자꾸만 이해타산을 따지게 된다. 남을 돕겠다는 마음은 통장 잔고 뒤로 미뤄지고, 불안은 '먼저 지켜야 할 것들'의 목록을 길게 늘어놓는다. 그렇게 '나'는 자신을 합리화한다. '나'는 충분히 따뜻한 사람이라고, 아직 마음만은 잃지 않았다고.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은 조용히 속삭인다. 저만큼은 가져야 이웃을 생각할 자격이 생긴다고. 그 속삭임을 붙들고 사는 동안, '나'는 어느새 '좋은 이웃처럼 보이는 나'에 안도하며 '진짜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었던 나'를 잊어간다. 그러한 상실감은 자본과 주거의 관계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나'가 아니라, 타인의 불빛을 함께 바라보던 눈빛을 스스로 거두어들였다는 자각에서 온다. 진짜 좋은 이웃은 보여지는 자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계산 없이 건네는 안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등을 돌리지 않는 태도, 타인의 불안을 함께 짊어지려는 용기. 좋은 이웃이란 결국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사람을 먼저 붙드는 선택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집을 잃기 전에 이미 마음의 자리를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날의 좋은 이웃이란, 재산을 지키는 손보다 관계를 놓지 않는 손을 끝내 거두지 않는 사람, 그렇게 서로 삶에 작은 등불이 되어 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하나하나 톺아보며 소설 속 인물에 감정 이입이 되어 주인공을 응원하기도 하고, 소설 속 사건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불편하지만, 동시에 직면해야 할 우리 시대의 자화상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삶을 붙잡는 순간이 있듯이, 한 권의 소설집으로 펼쳐내는 이야기와 서사는 삶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묘미가 있었다. 안녕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안녕을 바랄 수 있는 마음, 상처를 봉합하지 못해도 덧나지 않게 하려는 마음, 더 도와주지 못하고 더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운 마음들이 모여 한 권의 소설집을 일궈 낸 <안녕이라 그랬어>를 또다시 펼쳐든다. 이 시대의 가장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처 입은 인물들의 숨을 끝까지 따라가 주며 그 곁에 작은 온기를 놓아두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는 안부를 전하고픈 3월이다.
<추천하고 싶은 영상>
영화 <어른 김장하> (2023년 11월 개봉, 김현지 감독, 김장하 주연)
다큐멘터리 PD수첩 <전세의 배신> (2023년 6월 20일 MBC 방송)
<추천하고 싶은 책>
조남주 <서영동 이야기> (2022년 1월 출간, 한겨레출판사)
홍인혜 <루나의 전세역전> (2023년 9월 출간, 세미클론)
/서헌 창녕 영산고 교사
☞ 필자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약한 존재이지만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장 강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인식하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이해하는 '문학',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역사'를 꾸준한 책읽기를 통해 심어주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안녕이라 그랬어> 표지.
'2025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교보문고 발표)'로 선정된 김애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 속 인물들은 대개 안녕할 수 없는 자리에 서 있지만, '안녕 바다이야기부활 '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완전한 소통과 이해가 아니라, 불완전한 공감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끝내 닿지 못해도 서로 하루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른 사람의 하루를 잠시 헤아려 보는 마음이 '안녕'이라는 말 속에 담겨 있다. 또한, '안녕'은 만남과 이별의 경계에 놓인 말이면서 '부디 평안하라고' 누군가의 평안을 바라는 안부 릴게임꽁머니 인사로 남기는 말이다. 안부는 관계의 씨앗이다. 작은 안부가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 삶을 지탱하는 울타리가 된다.
소설 <빗방울처럼>은 전세 사기를 당하고 전세 보증금 때문에 새벽에 대리운전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랑하던 남편인 수호마저 하늘나라로 보낸 지수가 죽으려고 한다. 지수는 누수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처음에는 그냥 릴게임한국 무시했는데 어느새 물방울 소리에 설득당한 기분이 든다.
툭- 해 / 투두둑 툭- 할 수 있어 / 툭툭- 그럼 끝나(280쪽)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수호를 만날 방법이 있다는 데 작은 기쁨마저 일었던 지수는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누수 문제를 해결하고, 얼룩진 벽에 도배사를 불러 실크 벽지를 바르게 한다. 지수 야마토게임 의 안색을 살피던 외국인 도배사가 건넨 말 한마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를 듣고 그제야 지수는 자신이 그동안 누군가로부터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어했는지 깨닫는다.
툭- 안 돼 / 투두둑- 하지 마 / 투둑 투둑- 안 돼 / 툭- 살아(293쪽)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가장 사랑하던 수호마저 떠나보낸 자리에서 지수의 마음은 텅 빈 겨울 들판이었다. 하루를 버티려고 잡았던 핸들은 생을 이어가기 위한 손잡이였을 텐데, 그 손이 이제는 너무 지쳐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되어 생을 달리하게 된 수호는 이승에서 하지 못한 마음 표현을 물방울이 되어 지수에게 안녕을 기원한다. 살아도 괜찮은 삶이 아니라, 살아야만 하는 소중한 삶이라고. 당신은 이미 충분히 견뎌왔고, 그 시간은 전혀 헛되지 않았다고. 오늘은 그저 숨만 쉬어도 괜찮다고. 내일의 빛은 아직 오지 않았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수호가 바랐던 것은 아마 지수의 숨이 멎는 고요가 아니라, 다시 햇살을 마주하는 작은 용기였을 것이다. 지수의 겨울 들판에도 목련과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따스한 봄날이 올 거라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토닥토닥 지수에게 안부를 전하는 수호의 마음을 소설은 상상해보게 한다. <빗방울처럼>은 툭툭 안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수호의 목소리 같아서, 타인이 건네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는 짧은 안부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지수의 삶을 붙들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읽으면서 아프게 스며들게 하던 소설이었다.
김애란의 문장은 시대의 그늘을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서늘한 체온이 스며 있다. 작가는 삶의 얼룩까지 고스란히 드러내지만, 동시에 빛의 방향도 함께 보여 주며 일상의 균열을 비춘다. 균열은 크지 않지만, 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인물들의 삶을 오래 흔든다. 작가도 언급했듯이 '돈과 이웃'은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공통의 서사와 주제다. 돈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잰다. 자본과 주거가 관계를 시험하는 시대에서 소설 속 인물들은 그들의 경제력에 따라 다양한 갈등 양상을 재현한다. 직업에 따른 소득 격차, 부동산에 따른 자산 격차, 부부간 경제력 차이, 부모와 자식 간의 경제 문제, 세대 간의 경제적 계급성 등을 재현하며 누군가는 전세금과 전세 사기에 내몰려 불안정한 노동과 불안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누군가는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 사이에서 조용히 자존심을 접는다. 그러나 작가는 돈을 악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삶을 지탱하는 밧줄이면서 동시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칼날이 되기도 하는, 양가적인 존재로 그려낸다. 이웃 또한 마찬가지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타인은 가장 가까운 타자이자, 끝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인물들은 서로 사정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알지 못하면서도 함부로 짐작한다. 그 어긋남 속에서 오해와 연민이 동시에 자란다. 작가는 그 미묘한 거리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좋은 이웃으로 보이고 싶은가, 진짜 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가?
소설 <좋은 이웃>은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문구와 달리, 인테리어 공사 소음, 방문객의 잦은 출입, 독서교실 운영 등으로 이어지는 피로와 불안이 쌓이는 현실을 묘사한다. 여기에는 정성스레 가꾸고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새 집주인을 위해 이사 준비를 해야 하는 전세살이 독서지도사인 '나'가 등장한다. 내가 연민하던 대상 - '내 집'을 마련해 넓은 평수로 이사를 하는 시우네 가족 - 이 혼자 반짝이는 세계로 진입하는 것과 전세 계약할 때 집주인이 조금 더 대출받아 이 집을 사라고 했을 때 사지 않았던 후회 -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 가 엄습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우리가 잘살게 되면 남을 돕고 살자." 그런데 여보, 우리가 더 잘 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도 이웃이 생각날까?(141쪽) 나를 사로잡은 깊은 상실감의 원인은 우리가 집을 잃어서도, 이웃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142쪽)
'나'는 아마도 진짜 좋은 이웃이 되고 싶었던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삶이 기울고, 집 한 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수록 마음은 자꾸만 이해타산을 따지게 된다. 남을 돕겠다는 마음은 통장 잔고 뒤로 미뤄지고, 불안은 '먼저 지켜야 할 것들'의 목록을 길게 늘어놓는다. 그렇게 '나'는 자신을 합리화한다. '나'는 충분히 따뜻한 사람이라고, 아직 마음만은 잃지 않았다고.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은 조용히 속삭인다. 저만큼은 가져야 이웃을 생각할 자격이 생긴다고. 그 속삭임을 붙들고 사는 동안, '나'는 어느새 '좋은 이웃처럼 보이는 나'에 안도하며 '진짜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었던 나'를 잊어간다. 그러한 상실감은 자본과 주거의 관계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나'가 아니라, 타인의 불빛을 함께 바라보던 눈빛을 스스로 거두어들였다는 자각에서 온다. 진짜 좋은 이웃은 보여지는 자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계산 없이 건네는 안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등을 돌리지 않는 태도, 타인의 불안을 함께 짊어지려는 용기. 좋은 이웃이란 결국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사람을 먼저 붙드는 선택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집을 잃기 전에 이미 마음의 자리를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날의 좋은 이웃이란, 재산을 지키는 손보다 관계를 놓지 않는 손을 끝내 거두지 않는 사람, 그렇게 서로 삶에 작은 등불이 되어 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하나하나 톺아보며 소설 속 인물에 감정 이입이 되어 주인공을 응원하기도 하고, 소설 속 사건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불편하지만, 동시에 직면해야 할 우리 시대의 자화상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삶을 붙잡는 순간이 있듯이, 한 권의 소설집으로 펼쳐내는 이야기와 서사는 삶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묘미가 있었다. 안녕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안녕을 바랄 수 있는 마음, 상처를 봉합하지 못해도 덧나지 않게 하려는 마음, 더 도와주지 못하고 더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운 마음들이 모여 한 권의 소설집을 일궈 낸 <안녕이라 그랬어>를 또다시 펼쳐든다. 이 시대의 가장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처 입은 인물들의 숨을 끝까지 따라가 주며 그 곁에 작은 온기를 놓아두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는 안부를 전하고픈 3월이다.
<추천하고 싶은 영상>
영화 <어른 김장하> (2023년 11월 개봉, 김현지 감독, 김장하 주연)
다큐멘터리 PD수첩 <전세의 배신> (2023년 6월 20일 MBC 방송)
<추천하고 싶은 책>
조남주 <서영동 이야기> (2022년 1월 출간, 한겨레출판사)
홍인혜 <루나의 전세역전> (2023년 9월 출간, 세미클론)
/서헌 창녕 영산고 교사
☞ 필자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약한 존재이지만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장 강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인식하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이해하는 '문학',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역사'를 꾸준한 책읽기를 통해 심어주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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