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발사체연구센터장 상무가 2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에서 기립해 있는 나로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7일 오전 0시 20분 경, 누리호 4차 발사를 불과 10여 분 앞둔 시점에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엔 차가운 침묵이 감돌았다. 누리호의 '탯줄'이라 불리는 엄빌리컬 타워의 연결부 4개 중 1개의 회수 장치 압력 센서에서 비정상 신호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4차 발사부터 발사체 제작·조립을 주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총괄 책임자인 오 백경게임랜드 승호 우주사업부 발사체연구센터장(상무)은 이날 오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그 순간을 떠올리며 "숨이 멎는 듯했다. 마른 침이 절로 꿀꺽 넘어갔다"고 말했다. 만약 단순한 센서 오작동이라면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발사는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압력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발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는 "'30명 넘는 직원들이 바다이야기 1년 넘게 피땀 흘리며 고생해서 이제는 정말 다 왔는데, 발사를 코앞에 두고 연기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회상했다. 그때 발사 운용 경험이 많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발사대 확인 결과 이상의 원인이 센서에 있고, 압력 자체는 문제없다는 게 확인됐다. 이상 발견 30분 만에 지연 발사가 결정됐다. 그는 "지난 3번의 발사 오리지널골드몽 경험이 없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대응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믿고 한화도 지체 없이 연기가 아닌 지연 발사에 동의했다"고 당시 숨 가빴던 상황을 전했다.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 전환 정책에 따라 한화는 내년 5차 발사부터 제작과 조립은 물론 운용까지 역할이 확대된다. 이날 MDC에 처음 들어가본 오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센터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새벽 1시 13분, 나로호가 지면을 박차고 상공으로 솟구칠 때도 그는 단 분리와 궤도 진입 등 다음 목표들부터 떠올랐다고 했다. 심장은 쿵쾅댔고,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웅성거리던 MDC에서 작은 박수 소리가 시작된 건 누리호가 지상 600㎞ 상공의 목표 궤도에 진입했을 때였다. 이후 주탑재위성인 차 릴게임꽁머니 세대중형위성 3호가 무사히 분리되는 순간, 큰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당시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며 "순간적으로 꿈이 아닌지 의심도 들었다"고 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이 확인된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4호기 제작 과정에서 그는 맘고생이 많았다. 3차 발사 이후 짧지 않은 공백기를 거친 탓에 구성품의 품질 결함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는 "용접 문제일 수도, 노하우가 제대로 적용 안된 결과일 수도, 장비 세팅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며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항우연, 협력업체들과 품질 기준도 새로 수립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생하며 만든 누리호가 무탈하게 임무를 완수해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쉴 틈은 없다. 이미 내년 중순 발사가 목표인 누리호 5호기가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 진행률은 약 30%. 그는 "하루하루 빡빡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내일 당장 5호기 제작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5, 6차 발사로 누리호의 신뢰성을 높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정부가 안정적으로 수요를 공급해준다면, 기업은 경량화, 페어링 대형화, 구조 개선 등으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흥에서 2시간 남짓 자고 대전 사무실로 향하던 그는 딸이 가장 보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이 계속 여행 가자고 보챘는데, 누리호를 우주에 여행 보내는 게 먼저였어요. 내일 딸을 만나면 이제는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얘기 나눌 수 있을 것 같네요."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