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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히토 일왕은 이 방송에서 "미국·영국·중국·소련 4개국에 대해 그 공동선언(포츠담 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케 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는 연합국 공동선언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습니다.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이 나가기 약 4시간 전, '광복을 알린 최초의 한국어 방송'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지난해 KBS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미국 전시정보국은 미국의소리(VOA) 단파 라디오를 통해 일본의 항복 소식을 직장인 영어회화 전 세계에 먼저 알렸습니다. 영어와 중국어 등 각 나라 언어로 번갈아 가며 전했는데, 여기엔 한국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특히, 일왕이 방송에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항복'이라는 단어도 사용해 의미를 명확히 했고, 광복을 미리 축하하기라도 하듯 애국가를 2절까지 틀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동포 여러분, 일 제갈량 본은 항복했습니다”…4시간 빨리 ‘광복’ 전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61565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였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말씀하기를, 연합국 각 군대로 하여금 여러 공격 작전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였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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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8월 15 미국의소리(VOA) 라디오 방송 -


■VOA 월간 보고서에 'J.M.LEE' 언급…주인공은 고 '이진묵' 선생

당초 이 방송을 전한 목소리 주인공은 고 황성수 전 국회부의장으로 알려졌습니다. 황 전 부 전세보증금 압류 의장은 미국 유학 시절이던 1942년 재학생 신분으로 미 전시정보국에서 대일 심리전을 맡았습니다.
이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은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당시 미국의소리 월간 보고서를 발굴해 냈는데, 여기에 목소리 주인공에 대한 단서가 담겨 있었습니다.



생활비대출 지급기간 1945년 미국의소리 월간 보고서에는 "일본 항복 소식을 7차례 특별방송을 통해 보도했다. 이는 근무시간을 넘기며 일해준 ' J.M.LEE'와 챔니스에게 공로를 돌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미국의소리가 당시 작성한 '한국어 방송을 위한 인력풀 보고서'를 추가로 입수해 확인해 보니 'J.M.LEE'의 정체는 고 이진묵 선생이었습니다. 보고서엔 이 선생이 한국어 방송 담당이라고 명확하게 표시돼 있었고, 당초 방송 주인공으로 알려졌던 황 전 부의장은 일본어 방송 담당으로 확인됐습니다.



■ 정부, 5년 전 '건국포장' 서훈…여전히 '미전수'
KBS 취재 결과, 이진묵 선생은 미주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 유공자로 확인됐습니다.
이 선생은 1937년 3월 미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독립선언 기념식에 참석했고, 1943년부터는 미국의소리에서 한국어 방송과 대일 선전 방송에 참여했습니다.
독립운동 자금을 여러 차례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는데, 정부는 지난 2020년 이같은 공훈을 인정해 독립 유공자 '건국포장'을 추서했습니다.



고 이진묵 선생 (사진 제공 : 이진묵 선생 아들 존 리)


그런데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이 서훈은 후손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당초 포상을 신청했던 후손과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KBS와 배현진 의원실은 이진묵 선생이 은퇴 후 캐나다에 거주하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직접 후손을 찾아 나섰습니다.



캐나다의 한 공원 묘역에 위치한 고 이진묵 선생의 묘소


배현진 의원실 박재흥 선임비서관은 '묘비 찾기 웹사이트’ 등을 활용해 미주 지역에 위치한 묘지를 두 달간 전수조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 8월 캐나다의 한 공원 묘역에서 이 선생의 묘비를 찾아냈습니다.
이후 캐나다 행정 당국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이 선생의 아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이 선생의 아들 존 리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늦게라도 아버지의 영광을 되찾아준 대한민국 국회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유산이 한국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에 아버지도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존 리 씨와 소통하며, 건국포장 전수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독립 유공자 서훈 41%가 미전수…"더 노력해야"
전체 독립 유공자는 지난 2020년 16,389명에서 올해는 지난 8월 기준 18,569명까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후손의 자체 신청도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의 발굴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영향입니다.
문제는 독립 유공자 서훈을 후손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이진묵 선생의 사례처럼, 서훈을 받고도 후손에게 전달하지 못한 '미전수자' 비율은 2020년 38%에서 지난 8월 41%로 증가 추세입니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전수 독립 유공자 가운데 68%는 본적이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북한에 본적을 둔 경우입니다. 객관적인 자료 부족으로 후손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진묵 선생의 아들처럼 자신이 독립운동가 후손이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후손 찾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인력은 1명뿐입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비슷한 지적이 제기되자 국가보훈부는 관계 부처에 인력 증원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도 인력이 증원되진 못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후손 찾기 사업 역시 개인 정보 접근 권한이 제한적이라, 한계가 존재합니다.
후손에게 전달되지 못한 독립 유공자 서훈은 여전히 서고에 보관 중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서훈이 제자리를 찾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독립 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잊히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입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한 분의 공훈도 놓치지 않는, 보훈이 끝까지 완성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연관 기사] 광복 알린 최초 ‘한국어 방송’…‘독립 유공’ 서훈은 여전히 서고에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87001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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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