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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2025 올해의 책’으로 꼽힌 책들은 다양했다. 주제도 분야도 특정 키워드로 묶기 어려울 만큼 쏠림이 없었다. 이력이 다른 필자들이 저마다 파고들어온 주제, 특유의 스타일로 출판인들의 찬사를 얻었다.
국내서 부문에서 표를 가장 많이 받은 책은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동아시아)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였다. 주제는 인공지능(AI)이다. 저자는 ‘알파고 충격’ 이후 바둑 프로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바둑계의 충격과 혼란, 적응을 접했다. AI가 바둑계를 넘어 인간 세상 전반에 가져올 변화를 썼다.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내 저자의 ‘진지한’ 저술이 귀해지고 있고,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더욱 드물어졌다. 시 야마토게임연타 의성 있는 주제, 성실한 취재, 논리적 완결성을 갖춘 책이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반갑다”라는 평이 나왔다. “장강명 작가만 쓸 수 있는 속도감과 저널리즘, 인간과 문학에 대한 경의가 엿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런 논픽션 르포르타주가 쓰일 수 있구나 싶었던 책”이란 찬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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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소장의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김영사)도 화제였다. 평소 산책과 등산을 하며 느낀 바, 김장하 선생과의 추억, 재판과 재소자에 대한 기억 등 여러 일화를 엮었다. 사형제나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견해나 ‘법원과 사회에 바라는 점’ 역시 정치 야마토통기계 적 상황과 필자의 이력을 감안하면 눈귀를 집중시킨다. 대체로 짧고, 어느 정도 당연할 수 있는 문구가 추천 이유로 올라왔다. “올해 그의 이름을 뇌리에 새긴 모든 이를 위한 헌사” “계엄 사태를 아는, 즉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관심을 가졌을 책” “탄핵 선고를 내린 저자의 솔직한 소회를 만날 수 있다” 등이다. “시대를 가르는 판결을 내린 재판관이, ‘나’ 황금성슬롯 말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고민한다. ‘나’에 집중하지 않은 드문 책”이라는 평도 눈길을 끌었다.
성해나 작가의 단편소설집 〈혼모노〉(창비) 역시 인기였다. 2025년 3월에 나온 이 책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씨가 추천해 더욱 이름이 알려졌다. 수개월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석권했다. 이번 설문에서 성해나 작가는 ‘올해의 저자’로도 선정되었다. “판단하기보다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서늘하게 묘사하는 표현력” “재미있고 재치 있는 글솜씨”를 호평하는 출판인이 많았다. “존재는 알아도 굳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동시대인들의 초상화”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작가만 쓸 수 있는 책”에 모인 경탄
홍한별 작가의 에세이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위고)를 올해의 국내서로 꼽은 이도 많았다. 홍 작가는 이번 설문에서 ‘올해의 번역가’로도 선정된, 널리 알려진 번역가다. 이 책 역시 번역이라는 일을 하며 느낀 고민과 주관이 소재다. “번역과 번역가가 모욕당하는 AI 시대에 번역에 관한 가장 지적이고 신비로운 책.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에서 헤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지적 모험을 선사한다”라는 추천사가 나왔다.
번역서 부문에서는 더욱 다양한 추천 도서가 경합했다. 〈경험의 멸종〉(어크로스)도 그 가운데 한 책이었다. 기술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연구해온 크리스틴 로젠 버지니아 대학 고등문화연구소 연구원이 썼다.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며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험에 대해 썼다. 손글씨, 친구와의 교류, 종이책 등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다룬다. 특히 베이비 모니터, 아기 인스타그램 페이지, 어린이 영상물 등 아이가 둘러싸인 세계를 서술하는 대목은, 당연하게 여기던 기술 의존적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AI가 대중화되면서 문득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AI에 대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조언해주는 책이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라는 부제에 공감했다”라는 평도 있었다.
〈경험의 멸종〉이 절감하던 바를 재확인하게 하는 책이라면,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갈라파고스)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문화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 리쓰메이칸 대학 교수가 썼다. 모조품 등 비공식 경제를 연구하기 위해 방문한, 홍콩 ‘청킹맨션’이 배경이다. 청킹맨션은 홍콩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밀려난 이민자들이 모여 ‘슬럼화’된 곳이다. 탄자니아인들의 낯선 ‘공유경제’와 ‘비즈니스’, 신기하면서 긍정적 면모를 갖춘 공동체를 드러낸다. “홍콩에 사는 탄자니아인들이 교환경제라는 자본주의 논리를 넘어서는 현장을 소개한다. 낯설지만 어쩌면 우리 이전 세대의 모습과 닮아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인류학자가 소설처럼 펼쳐 보이는 비공식 경제 종사자들의 생존 방식이 독특하다. 서로 믿지 못해도 ‘겸사겸사’ 도움을 주고받으며 연결되는 데서 새로운 모델을 상상하게 한다”라는 이도 있었다.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다다서재)도 추천을 많이 받았다. 일본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가 썼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주는 것’을 ‘증여’라 정의한 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공동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루는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 셜록 홈스의 ‘변칙 현상’, 토머스 쿤의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 등 다양한 예시를 엮어 설명한다. 가족 간 사랑과 같이 당연하게 여기던 원리를 복잡하지만 그 본질에 가깝게 풀이한다.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게 왔을 수많은 증여의 손길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라는 평이 나왔다.
한 권의 책으로 좁혀지지는 않았지만 짚어볼 만한 뚜렷한 흐름도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책들을 올해의 번역서로 꼽는 이가 적지 않았다.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헬레나 코번 지음, 동녘 펴냄)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보편타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언론 환경에서 팔레스타인의 현 집권세력 하마스를 있는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책”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일란 파페 지음, 교유서가 펴냄)를 추천하는 이는 “명백한 진실 앞 기계적 중립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진실”이라고 평했다. 〈팔레스타인 시선집〉(리파트 알아리르 외, 접촉면 펴냄)을 꼽은 이는 “전쟁의 일상화가 사람들을 점점 무력하게 만드는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주목해야 하는 번역서”라고 했다.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오카 마리 지음, 마르코폴로 펴냄)을 추천한 이도 있었다.
AI와 출판, 어떻게 관계 맺을까
설문에서는 올해 출판계의 이슈에 대해서도 물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이 항목 답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개별 ‘사건’들로 수렴되었다. 이번에는 돌출적 사례가 아니라 업계 전반의 ‘경향’을 서술하는 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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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챗GPT가 직접 쓰고 편집과 교열까지 본 책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 ⓒ연합뉴스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의견이 다수 나왔다. 다른 대부분의 분야처럼 출판 업무에도 AI가 침투하는 흐름을 두고 출판인들의 심경은 복잡했다. 올해의 책으로 〈먼저 온 미래〉를 꼽은 것 역시 현장에서 느낀 감상과 직결된 듯했다. 한 출판인은 “AI가 보조 도구를 넘어 기획·조사·초안 작성·교정 등 일부 제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저자와 편집자, 디자이너 등의 역할 재정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라고 적었다. “책 출간에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 사용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라고 썼다. 동아시아 오시경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다.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를 쓸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AI의 퍼포먼스가 확연히 좋아졌다. 여전히 전문성이 높은 번역가에게 맡기는 편이 결과물은 낫지만, 편집자의 윤문을 거친다는 전제하에,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AI도 괜찮은 선택이 되고 있다.” 오 편집자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작정 외면하기가 어렵다”라면서도 “기준이 높아야 할 출판업이 AI 회색지대로 남아 있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흥행 도서의 마케팅 양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는 이가 많았다. SNS나 유명 스타가 언급한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출판사는 유튜브 홍보와 ‘굿즈’ 생산에 총력을 기울인다. 출판인들의 견해는 다소 갈린다. “아이돌 멤버나 배우처럼 ‘눈 밝은 연예인’이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책과 대중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화제가 되는 책과 출판사만 화제가 된다. 주변적 요소로 승부가 결정되는 ‘출판의 패션화’가 두드러진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긍정적·부정적 입장을 종합한 평도 눈에 띄었다. “새로운 세대 독자를 만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공들이는 게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그 너머 책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갈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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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올해의 책’으로 꼽힌 책들은 다양했다. 주제도 분야도 특정 키워드로 묶기 어려울 만큼 쏠림이 없었다. 이력이 다른 필자들이 저마다 파고들어온 주제, 특유의 스타일로 출판인들의 찬사를 얻었다.
국내서 부문에서 표를 가장 많이 받은 책은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동아시아)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였다. 주제는 인공지능(AI)이다. 저자는 ‘알파고 충격’ 이후 바둑 프로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바둑계의 충격과 혼란, 적응을 접했다. AI가 바둑계를 넘어 인간 세상 전반에 가져올 변화를 썼다.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내 저자의 ‘진지한’ 저술이 귀해지고 있고,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더욱 드물어졌다. 시 야마토게임연타 의성 있는 주제, 성실한 취재, 논리적 완결성을 갖춘 책이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반갑다”라는 평이 나왔다. “장강명 작가만 쓸 수 있는 속도감과 저널리즘, 인간과 문학에 대한 경의가 엿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런 논픽션 르포르타주가 쓰일 수 있구나 싶었던 책”이란 찬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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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소장의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김영사)도 화제였다. 평소 산책과 등산을 하며 느낀 바, 김장하 선생과의 추억, 재판과 재소자에 대한 기억 등 여러 일화를 엮었다. 사형제나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견해나 ‘법원과 사회에 바라는 점’ 역시 정치 야마토통기계 적 상황과 필자의 이력을 감안하면 눈귀를 집중시킨다. 대체로 짧고, 어느 정도 당연할 수 있는 문구가 추천 이유로 올라왔다. “올해 그의 이름을 뇌리에 새긴 모든 이를 위한 헌사” “계엄 사태를 아는, 즉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관심을 가졌을 책” “탄핵 선고를 내린 저자의 솔직한 소회를 만날 수 있다” 등이다. “시대를 가르는 판결을 내린 재판관이, ‘나’ 황금성슬롯 말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고민한다. ‘나’에 집중하지 않은 드문 책”이라는 평도 눈길을 끌었다.
성해나 작가의 단편소설집 〈혼모노〉(창비) 역시 인기였다. 2025년 3월에 나온 이 책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씨가 추천해 더욱 이름이 알려졌다. 수개월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석권했다. 이번 설문에서 성해나 작가는 ‘올해의 저자’로도 선정되었다. “판단하기보다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서늘하게 묘사하는 표현력” “재미있고 재치 있는 글솜씨”를 호평하는 출판인이 많았다. “존재는 알아도 굳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동시대인들의 초상화”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작가만 쓸 수 있는 책”에 모인 경탄
홍한별 작가의 에세이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위고)를 올해의 국내서로 꼽은 이도 많았다. 홍 작가는 이번 설문에서 ‘올해의 번역가’로도 선정된, 널리 알려진 번역가다. 이 책 역시 번역이라는 일을 하며 느낀 고민과 주관이 소재다. “번역과 번역가가 모욕당하는 AI 시대에 번역에 관한 가장 지적이고 신비로운 책.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에서 헤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지적 모험을 선사한다”라는 추천사가 나왔다.
번역서 부문에서는 더욱 다양한 추천 도서가 경합했다. 〈경험의 멸종〉(어크로스)도 그 가운데 한 책이었다. 기술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연구해온 크리스틴 로젠 버지니아 대학 고등문화연구소 연구원이 썼다.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며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험에 대해 썼다. 손글씨, 친구와의 교류, 종이책 등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다룬다. 특히 베이비 모니터, 아기 인스타그램 페이지, 어린이 영상물 등 아이가 둘러싸인 세계를 서술하는 대목은, 당연하게 여기던 기술 의존적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AI가 대중화되면서 문득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AI에 대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조언해주는 책이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라는 부제에 공감했다”라는 평도 있었다.
〈경험의 멸종〉이 절감하던 바를 재확인하게 하는 책이라면,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갈라파고스)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문화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 리쓰메이칸 대학 교수가 썼다. 모조품 등 비공식 경제를 연구하기 위해 방문한, 홍콩 ‘청킹맨션’이 배경이다. 청킹맨션은 홍콩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밀려난 이민자들이 모여 ‘슬럼화’된 곳이다. 탄자니아인들의 낯선 ‘공유경제’와 ‘비즈니스’, 신기하면서 긍정적 면모를 갖춘 공동체를 드러낸다. “홍콩에 사는 탄자니아인들이 교환경제라는 자본주의 논리를 넘어서는 현장을 소개한다. 낯설지만 어쩌면 우리 이전 세대의 모습과 닮아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인류학자가 소설처럼 펼쳐 보이는 비공식 경제 종사자들의 생존 방식이 독특하다. 서로 믿지 못해도 ‘겸사겸사’ 도움을 주고받으며 연결되는 데서 새로운 모델을 상상하게 한다”라는 이도 있었다.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다다서재)도 추천을 많이 받았다. 일본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가 썼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주는 것’을 ‘증여’라 정의한 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공동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루는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 셜록 홈스의 ‘변칙 현상’, 토머스 쿤의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 등 다양한 예시를 엮어 설명한다. 가족 간 사랑과 같이 당연하게 여기던 원리를 복잡하지만 그 본질에 가깝게 풀이한다.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게 왔을 수많은 증여의 손길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라는 평이 나왔다.
한 권의 책으로 좁혀지지는 않았지만 짚어볼 만한 뚜렷한 흐름도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책들을 올해의 번역서로 꼽는 이가 적지 않았다.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헬레나 코번 지음, 동녘 펴냄)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보편타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언론 환경에서 팔레스타인의 현 집권세력 하마스를 있는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책”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일란 파페 지음, 교유서가 펴냄)를 추천하는 이는 “명백한 진실 앞 기계적 중립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진실”이라고 평했다. 〈팔레스타인 시선집〉(리파트 알아리르 외, 접촉면 펴냄)을 꼽은 이는 “전쟁의 일상화가 사람들을 점점 무력하게 만드는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주목해야 하는 번역서”라고 했다.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오카 마리 지음, 마르코폴로 펴냄)을 추천한 이도 있었다.
AI와 출판, 어떻게 관계 맺을까
설문에서는 올해 출판계의 이슈에 대해서도 물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이 항목 답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개별 ‘사건’들로 수렴되었다. 이번에는 돌출적 사례가 아니라 업계 전반의 ‘경향’을 서술하는 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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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챗GPT가 직접 쓰고 편집과 교열까지 본 책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 ⓒ연합뉴스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의견이 다수 나왔다. 다른 대부분의 분야처럼 출판 업무에도 AI가 침투하는 흐름을 두고 출판인들의 심경은 복잡했다. 올해의 책으로 〈먼저 온 미래〉를 꼽은 것 역시 현장에서 느낀 감상과 직결된 듯했다. 한 출판인은 “AI가 보조 도구를 넘어 기획·조사·초안 작성·교정 등 일부 제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저자와 편집자, 디자이너 등의 역할 재정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라고 적었다. “책 출간에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 사용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라고 썼다. 동아시아 오시경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다.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를 쓸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AI의 퍼포먼스가 확연히 좋아졌다. 여전히 전문성이 높은 번역가에게 맡기는 편이 결과물은 낫지만, 편집자의 윤문을 거친다는 전제하에,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AI도 괜찮은 선택이 되고 있다.” 오 편집자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작정 외면하기가 어렵다”라면서도 “기준이 높아야 할 출판업이 AI 회색지대로 남아 있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흥행 도서의 마케팅 양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는 이가 많았다. SNS나 유명 스타가 언급한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출판사는 유튜브 홍보와 ‘굿즈’ 생산에 총력을 기울인다. 출판인들의 견해는 다소 갈린다. “아이돌 멤버나 배우처럼 ‘눈 밝은 연예인’이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책과 대중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화제가 되는 책과 출판사만 화제가 된다. 주변적 요소로 승부가 결정되는 ‘출판의 패션화’가 두드러진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긍정적·부정적 입장을 종합한 평도 눈에 띄었다. “새로운 세대 독자를 만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공들이는 게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그 너머 책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갈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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