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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산에서 하룻밤을 보낸 야영지. 진달래꽃이 만발하면 사진작가들의 성지가 된다. 뒤편으로 덕룡산 능선이 보인다.
망연자실한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동자를 한껏 굴려 올렸다. 이마에 짙은 주름이 느껴졌다. 뒤통수가 배낭에 닿을 정도로 목을 뒤로 젖히고 나서야 시선이 멈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10m 남짓의 직벽 아래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내가 왜 지금 여기에 혼자 서 있는 거지? 몇 개의 암봉을 넘어왔는지 모르겠다. 5봉 이후로는 무사히 오르고 내려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 괴물 같은 산에 발을 들인 지 5시간이 훌쩍 넘 무료릴게임 은 시간이었다. 그저 포실포실한 눈이 쌓인 멋진 설산 위에 누워 별구경 할 낭만을 찾아왔을 뿐이었다. 나는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
오소재에서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르는 길은 로프 구간 없이 워킹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릴게임사이트추천 다시 찾은 주작산
15년 전 주작-덕룡산을 종주했었다. 갓 등산에 입문했던 시절이라 직벽에 걸린 로프에 겁을 먹고 중도 포기했었다. 4년 전 봄에 다시 백패킹으로 도전했지만, 진달래 밭에 홀려 덕룡산만 완주하고 또다시 중간에 멈췄었다. 휴일 눈 소식에 주작산을 완주하겠다는 다짐으로 막차를 탔다. 해남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오소재로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이동했다. 자정이 훌쩍 넘었다. 어둠 속에서 눈발이 날렸다. 숙소를 잡을까 생각했지만, 눈이 쌓이면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이동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홀로 방랑자처럼 자유롭고 싶었다. 재빨리 텐트를 치고 침낭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해가 뜨고 나서야 눈을 떴다. 시간을 아끼려고 차가운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오리지널골드몽 사이트를 정리했다. 장비를 최소화했지만, 장거리 산행에 행동식을 두둑하게 챙겼다. 드론과 보조배터리만으로도 배낭 무게는 제법 나갔다. 올해 들어 눈을 제대로 밟는 건 처음이었다. 발아래에서 뽀득뽀득 소리가 났다. 이게 바로 겨울 산행의 낭만이었다.
수많은 첨봉으로 이뤄진 주 바다이야기고래 작산에는 바위 못지않게 조릿대 군락지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낭만은 10분 만에 사라졌다. 햇빛에 녹아내리는 촉촉한 눈이 아이젠을 신은 등산화에 엉겨 붙어 나막신처럼 높아진 것이다. 스틱으로 눈덩이를 떼어내느라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아이젠을 벗겨내고야 걸음이 빨라졌다. 흰 눈 위로 고라니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바위 구간은 우회한 듯 발자국이 사라졌다가 바위가 끝나는 구간에서 다시 나타났다. 평지에서는 내달린 듯 보폭이 컸다. 보물찾기처럼 고라니 발자국을 찾으며 걸으니, 지루함이 사라졌다.
끝없는 수직 봉우리를 넘어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섰다. 멀리 뒤편으로 두륜산이 보였다. 주작산을 완주하고 나면 두륜산에 다녀올 예정인데, 그때까지 눈이 녹지 않길 바랐다. 앞에는 넘어야 할 암봉들이 즐비했다. 총 몇 개나 될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암봉을 마주할 때마다 머릿속에 개수를 입력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암봉에 늘어진 로프가 길어졌다. 기형적인 바위에는 안전을 위해 짧은 로프가 두세 줄씩 설치돼 있었다.
8시간이 넘는 첨봉 산행으로 지친 체력을 아끼고자 로프로 배낭을 내리고 있다.
두 다리를 벽에 대고 중심을 잡은 채 두 손을 교차하며 기어올랐다. 긴 로프를 올라서면 전완근이 뻐근해져 손가락에 힘이 빠졌다. 짧은 로프는 절벽 중간에서 숨을 고를 수 있지만, 로프를 바꿔 쥐려면 엇갈린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옮겨가야 했다. 쌓인 눈이 녹아 절벽 위로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 떨어질 수도 있었다. 방향을 틀 때마다 배낭에 몸이 휘청거리지 않도록 무게 중심도 잘 잡아야 했다.
잔설에 묻혀 있던 로프를 손에 쥐면 금세 녹아내려 미끌거렸다. 온몸이 초긴장 상태였다. 마침내 꼭대기에 올라서서 한시름 놓았다 싶으면 반대편에 똑같은 절벽과 로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력과 미끄러운 눈 때문에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로프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는 구간도 많았다. 두 다리와 두 개의 폴에 더해 엉덩이까지 가세했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내려가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주작산 종주에 마침표를 찍어 준 야영지에서 마지막 인증샷을 남겼다.
탈출할 것인가 직진할 것인가
첫 번째 탈출로가 나타났다. 오소재에서 2.5km 지점인데, 세 시간이나 걸렸다. 다음 탈출로까지 0.5km. 사람 키만 한 푸른 조릿대 터널이 나왔다. 바닥에 눈도 있어 모처럼 휴식 같은 공간에 힐링이 된다 싶었는데,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로프가 늘어진 절벽이 나타났다. "으악!" 나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다른 산에는 흔한 우회로도 이곳엔 없다. 꾸역꾸역 절벽을 올라섰다. 순간순간 바람이 불어 닥쳤다. 아차! 하는 순간에 떨어질 것 같아 재빨리 중심을 잡았다. 제법 높은 봉우리인 듯 넘어온 첨봉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눈이 더 녹기 전에 겨울의 주작산을 담고 싶었다. 장소는 협소하지만 손바닥 위로 드론을 날렸다. 하늘로 날아오른 드론은 이따금씩 불어 닥치는 돌풍에 휘청거렸다. 드론이 추락하면 찾아올 자신이 없어 재빨리 불러들였다. 절벽에서 날린 터라 착륙지는 없고, 손바닥에 착륙시키기엔 바람이 심해서 기체가 중심을 잃거나 프로펠러에 손을 다칠 수도 있었다. 조종기를 든 채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절벽 위를 이동했다. 가까스로 기체가 안착할 만한 공간에 드론을 착륙시켰다.
야영지에서 주작산의 능선이 멀리 두륜산까지 닿아 있다.
드디어 제2 비상탈출로가 나타났다.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이대로 탈출할 것인지 직진할 것인지 고민했다. 1km당 넉넉하게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남은 2km는 늦어도 4시간 안에는 도착할 것이다. '이번만큼은 주작산을 완주하자.'
아침에는 눈이 녹지 않길 바랐는데, 지금은 빨리 녹기를 바랐다. 만에 하나 저녁에 기온이 떨어져 녹다 만 눈이 다시 얼어붙으면 얼음덩어리가 될 게 뻔했다. 너덜바위 지대가 나타났다. 더디지만 눈은 녹고 있었다. 얼어붙었던 바위가 녹으면 이격이 생겨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발로 한 번 눌러보고 디뎠다.
직벽이 또 나타났다. 턱이 하늘을 향하도록 고개를 젖혔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오르내린 암벽은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맨들맨들한 표면에는 녹은 눈이 흘러내려 워터 슬라이드 같았다. 발을 고정할 틈도 없어서 로프와 두 다리로 삼지점을 만들어 버텨야 했다. 발이 하나라도 미끄러지면 중심을 잃고 대롱대롱 매달릴 것이다. 맨몸이라면 상관없지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배낭이 문제였다. 손과 발을 옮길 때마다 부처님과 하나님을 찾다가도 욕이 튀어나왔다. 마침내 로프에서 벗어나자 보상이라도 하듯 평지가 나왔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남쪽을 바라보았다. 와중에 바다는 아름답기만 했다.
텐트에서 바라본 야영지의 풍경. 위협적이던 암봉들이 아침 햇살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평화롭다.
6시간째 이 첨예한 암릉 무더기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가 된 느낌이었다. 눈앞에는 5개의 첨봉들이 펼쳐져 있었다. '설마 우회로도 없이 다 넘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해가 지기 전에 야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언감생심, 두륜산까지 오르려고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드디어 제3 비상탈출로에 도착했다. 2평 남짓한 공간이 있었다.
'여기서 자고 내일 탈출할까? 아무것도 없지만, 머리 위의 별은 구경할 수 있겠지.'
나약함이 탈출을 종용하고 있었다. 애써 뿌리치며 다시 걸었다. 구조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절벽에 놓인 나무 계단은 나를 구원하는 천국의 계단 같았다. 도대체 몇 개를 더 넘어야 하는지 지도를 열어보니 여섯 개가 남았다. 최소 3시간이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부터 야영지를 찾았다.
빨간 겨울 열매에 잠시 한눈을 팔았다.
'더 갈 수 있을까? 그냥 누울 만큼의 자리만 있으면 멈추는 게 낫지 않을까?'
대자연의 위엄 속에서 나는 한없이 나약해지고 있었다.
고생 끝에 자리 잡은 안식처
봉우리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니 석양에 빛나는 암릉 능선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 이제 일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둠도 문제지만 빨갛게 부어오른 손바닥이 떨리고 있었다. 비박이라도 할까 싶어 공간을 찾아봤지만, 안전한 곳은 없었다. 저녁노을이 지면서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무조건 바닥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악으로 깡으로 올라섰지만, 내려갈 때는 힘을 아껴야 했다. 로프를 끌어올린 뒤 배낭을 묶어 천천히 내렸다. 생각 같아서는 바닥에 던지고 싶지만, 드론이 망가질까 봐 걱정스러웠다. 로프를 올렸다 내리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맨몸으로 오르내리니 한결 수월했다.
밤새 돌풍에 텐트가 쉴 새 없이 요동쳤지만 아침 풍경 속의 세상은 진공상태에 빠진 듯 고요하기만 하다.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고 나니 야영지가 보였다. 목적지가 보이니 없던 힘이 솟아났다. 봉우리는 점점 완만해졌다. 배낭을 실어 나르지 않아도 됐다.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들렸다. 신바람이 났다. 풀숲을 가로질러 걷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걷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겨울 언덕 위의 야영지는 황량했다. 하지만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에서만 낭만이 있는 게 아니다. 진달래꽃도 없고, 기대했던 하얀 눈도 없지만, 9시간을 넘게 고생한 끝에 자리 잡은 안식처였다. 한때는 2년 동안 매일같이 오늘과 같은 산행을 하고, 좁고 불편해도 텐트 안에 누우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었던 주작산은 매너리즘에 빠진 나에게 다시금 용기와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강한 돌풍에 텐트가 요동쳤지만, 한 번도 깨지 않고 꿀잠을 잤다.
다음날 택시 기사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주작산은 24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회로도 있었고, 작천소령에서 탈출했으니, 24개는 아니더라도 18개 정도는 오르지 않았을까? 기사님의 얘기를 들으며 스스로 대견스러워 소심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산행 정보
산행 코스
오소재~암릉 능선~작천소령(수양리재)
산행 거리 및 시간
약 4.5km, 6~8시간 소요
주의사항
·산행 난이도는 최상이다. 개인적으로 설악산 공룡능선보다 더 힘들다.
·백패킹으로 주작산을 간다면 위험천만한 겨울은 절대 피할 것!
·봄철에도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니, 난이도를 잘 파악해 도전할 것!
·종주 산행은 자신 없고 백패킹으로 하룻밤 즐기고 싶다면, 작천소령에서 삼거리를 기점으로 주작산 정상까지만 다녀와도 주작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봄철 진달래 산행: 가장 붐비는 시기로, 양방향 등산객이 많아 대기 시간이 많다.
·겨울철 산행: 등산객이 드물지만 산세가 험해서 눈이 올 경우 산행 시간이 더디다.
필수 준비물
·미끄럽지 않은 장갑. 그립감이 짱짱한 좋은 장갑이 없다면, 바닥에 실리콘 처리된 목장갑이나 목 짧은 고무장갑도 좋다.
·직벽이 많으므로 접지력 좋은 고무로 된 등산화가 좋다.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행동식과 식수를 충분히 준비한다.
택시 기사님 Pick 해남 먹거리
매일시장 <중앙닭집> 겉바속촉의 정석!
갓 튀겨 낸 치킨을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하게 씹히는 닭껍질과 육즙 빵빵 살코기에 홀딱 반할 수밖에 없다. 해남은 고구마가 유명한 만큼 달달하고 맛있는 해남고구마와 생닭을 함께 튀겨 신선하고 맛있다. 프랜차이즈 치킨과 달리 닭발과 닭똥집도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닭똥집 튀김이 쫄깃하고 맛있었다. 파란 리본의 치킨 한 박스 들고 가게를 나서면 걸으면서 하나둘 빼먹을 수밖에 없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망연자실한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동자를 한껏 굴려 올렸다. 이마에 짙은 주름이 느껴졌다. 뒤통수가 배낭에 닿을 정도로 목을 뒤로 젖히고 나서야 시선이 멈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10m 남짓의 직벽 아래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내가 왜 지금 여기에 혼자 서 있는 거지? 몇 개의 암봉을 넘어왔는지 모르겠다. 5봉 이후로는 무사히 오르고 내려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 괴물 같은 산에 발을 들인 지 5시간이 훌쩍 넘 무료릴게임 은 시간이었다. 그저 포실포실한 눈이 쌓인 멋진 설산 위에 누워 별구경 할 낭만을 찾아왔을 뿐이었다. 나는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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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수직 봉우리를 넘어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섰다. 멀리 뒤편으로 두륜산이 보였다. 주작산을 완주하고 나면 두륜산에 다녀올 예정인데, 그때까지 눈이 녹지 않길 바랐다. 앞에는 넘어야 할 암봉들이 즐비했다. 총 몇 개나 될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암봉을 마주할 때마다 머릿속에 개수를 입력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암봉에 늘어진 로프가 길어졌다. 기형적인 바위에는 안전을 위해 짧은 로프가 두세 줄씩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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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벽에 대고 중심을 잡은 채 두 손을 교차하며 기어올랐다. 긴 로프를 올라서면 전완근이 뻐근해져 손가락에 힘이 빠졌다. 짧은 로프는 절벽 중간에서 숨을 고를 수 있지만, 로프를 바꿔 쥐려면 엇갈린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옮겨가야 했다. 쌓인 눈이 녹아 절벽 위로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 떨어질 수도 있었다. 방향을 틀 때마다 배낭에 몸이 휘청거리지 않도록 무게 중심도 잘 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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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더 녹기 전에 겨울의 주작산을 담고 싶었다. 장소는 협소하지만 손바닥 위로 드론을 날렸다. 하늘로 날아오른 드론은 이따금씩 불어 닥치는 돌풍에 휘청거렸다. 드론이 추락하면 찾아올 자신이 없어 재빨리 불러들였다. 절벽에서 날린 터라 착륙지는 없고, 손바닥에 착륙시키기엔 바람이 심해서 기체가 중심을 잃거나 프로펠러에 손을 다칠 수도 있었다. 조종기를 든 채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절벽 위를 이동했다. 가까스로 기체가 안착할 만한 공간에 드론을 착륙시켰다.
야영지에서 주작산의 능선이 멀리 두륜산까지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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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눈이 녹지 않길 바랐는데, 지금은 빨리 녹기를 바랐다. 만에 하나 저녁에 기온이 떨어져 녹다 만 눈이 다시 얼어붙으면 얼음덩어리가 될 게 뻔했다. 너덜바위 지대가 나타났다. 더디지만 눈은 녹고 있었다. 얼어붙었던 바위가 녹으면 이격이 생겨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발로 한 번 눌러보고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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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에서 바라본 야영지의 풍경. 위협적이던 암봉들이 아침 햇살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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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3 비상탈출로에 도착했다. 2평 남짓한 공간이 있었다.
'여기서 자고 내일 탈출할까? 아무것도 없지만, 머리 위의 별은 구경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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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자리 잡은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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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돌풍에 텐트가 쉴 새 없이 요동쳤지만 아침 풍경 속의 세상은 진공상태에 빠진 듯 고요하기만 하다.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고 나니 야영지가 보였다. 목적지가 보이니 없던 힘이 솟아났다. 봉우리는 점점 완만해졌다. 배낭을 실어 나르지 않아도 됐다.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들렸다. 신바람이 났다. 풀숲을 가로질러 걷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걷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겨울 언덕 위의 야영지는 황량했다. 하지만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에서만 낭만이 있는 게 아니다. 진달래꽃도 없고, 기대했던 하얀 눈도 없지만, 9시간을 넘게 고생한 끝에 자리 잡은 안식처였다. 한때는 2년 동안 매일같이 오늘과 같은 산행을 하고, 좁고 불편해도 텐트 안에 누우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었던 주작산은 매너리즘에 빠진 나에게 다시금 용기와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강한 돌풍에 텐트가 요동쳤지만, 한 번도 깨지 않고 꿀잠을 잤다.
다음날 택시 기사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주작산은 24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회로도 있었고, 작천소령에서 탈출했으니, 24개는 아니더라도 18개 정도는 오르지 않았을까? 기사님의 얘기를 들으며 스스로 대견스러워 소심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산행 정보
산행 코스
오소재~암릉 능선~작천소령(수양리재)
산행 거리 및 시간
약 4.5km, 6~8시간 소요
주의사항
·산행 난이도는 최상이다. 개인적으로 설악산 공룡능선보다 더 힘들다.
·백패킹으로 주작산을 간다면 위험천만한 겨울은 절대 피할 것!
·봄철에도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니, 난이도를 잘 파악해 도전할 것!
·종주 산행은 자신 없고 백패킹으로 하룻밤 즐기고 싶다면, 작천소령에서 삼거리를 기점으로 주작산 정상까지만 다녀와도 주작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봄철 진달래 산행: 가장 붐비는 시기로, 양방향 등산객이 많아 대기 시간이 많다.
·겨울철 산행: 등산객이 드물지만 산세가 험해서 눈이 올 경우 산행 시간이 더디다.
필수 준비물
·미끄럽지 않은 장갑. 그립감이 짱짱한 좋은 장갑이 없다면, 바닥에 실리콘 처리된 목장갑이나 목 짧은 고무장갑도 좋다.
·직벽이 많으므로 접지력 좋은 고무로 된 등산화가 좋다.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행동식과 식수를 충분히 준비한다.
택시 기사님 Pick 해남 먹거리
매일시장 <중앙닭집> 겉바속촉의 정석!
갓 튀겨 낸 치킨을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하게 씹히는 닭껍질과 육즙 빵빵 살코기에 홀딱 반할 수밖에 없다. 해남은 고구마가 유명한 만큼 달달하고 맛있는 해남고구마와 생닭을 함께 튀겨 신선하고 맛있다. 프랜차이즈 치킨과 달리 닭발과 닭똥집도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닭똥집 튀김이 쫄깃하고 맛있었다. 파란 리본의 치킨 한 박스 들고 가게를 나서면 걸으면서 하나둘 빼먹을 수밖에 없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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