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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수여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6-02-13 14:48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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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엔 쉽니다 - 편집자 주
'진격의교인'이 '주일엔 쉽니다'란 이름으로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왜 믿는지, 무엇을 믿는지를 고민하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살펴봅니다. 쏟아지는 사건 사고와 각종 뉴스 속에서 '안식일' 하루만큼은 순수함과 본질을 기억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만들어 봅니다. 편집국 기자들이 매주 1~3주 일요일에 연재합니다.
월요일 점심이면 활동가들이 맑은샘감리교회에 모여 요가를 한다. 장예진 씨가 기획한 '지속 가능 체리마스터모바일 한 활동을 위한 활동가 요가' 모임이다. 사진 제공 장예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매주 월요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 맑은샘감리교회에서는 요가 모임이 열린다.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수업이다. '운동'하느라 정작 운동할 시간이 없는 활동가들을 위해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모임은 릴게임예시 2024년 3월, 요가 강사 장예진 씨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참여했고, 지난 1년 반 동안 23명 넘는 이들이 함께했다.
장예진 씨 역시 활동가였다. 2018년 학교를 졸업할 무렵, 웹하드 카르텔 문제가 공론화됐다. 장 씨는 졸업 후 곧바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피해자 체리마스터모바일 들의 불법 촬영물을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삭제를 요청하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대응 기술이 이전보다 발전했지만, 당시에는 불법 성인 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 일일이 찾아야 했다. 한 곳에서 삭제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이었다. 11개월 동안 그렇게 지원한 피해자만 2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 오션릴게임 원에서도 일했다.
디지털 성폭력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활동가는 이제 매트 위에서 요가를 안내한다. 요가 강사의 길을 선택한 것도 그가 걸어온 '여성들을 위한 지원과 회복'의 연장선에 있다. 동시에 요가를 통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몸, 휴식, 자기 돌봄 등의 화두를 굴려 나가고 있다. 점심시간을 내어 2월 2 릴게임방법 일 '활동가 요가'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폭설 등 여러 사정이 겹쳐 수업이 취소됐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2월 5일, 장예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장예진 씨는 개신교 대학을 졸업하고 디지털 성폭력 대응 활동가를 거쳐 요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불법 촬영물 삭제하다 매트 위에 서기까지
예진 씨에게도 2016년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은 큰 영향을 미쳤다. 재학 중이던 기독교 대학은 교회 이슈에는 민감했지만 사회적 이슈에는 대체로 폐쇄적이었다. 그 사건은 "삶을 흔드는 정도의 임팩트"로 다가왔다. 학교에서 성매매 피해 지원 활동가의 강의를 들은 계기로 성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다면'이라는 학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 시기 그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홍승은·홍승희 작가와 임옥희 교수의 강의를 '성매매를 성 노동으로 표현한다',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위반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폴리아모리라는 이유로 학생을 제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그동안 의심 없이 믿어 온 신앙과 집단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여성 인권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3년여 간 치열한 시간이 흘렀다. 하루 종일 불법 촬영물을 보거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퇴근한 뒤, 요가원에 가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었다. 작고 얇은 매트 위에서만큼은 세상과 분리된 느낌을 받았다. 남을 위해 살다가 비로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즈음 일에서도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퇴사 후 발리에서 강사 교육을 이수하고 돌아와 프리랜서 요가 강사 일을 시작했다.
요가 강사가 된 데에는 피해자들의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활동가로 일할 때, 국가나 기관이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들의 삶은 '피해자'로만 축소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크지만, 동시에 지원 기관에 신고하고 불법 촬영물이 삭제된다고 해서 일상이 단번에 회복되는 것도 아니었다. 전력을 다해 지원해도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진 씨는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바랐다. 일상이 회복될 때, 피해 역시 그 인식 안에서 함께 다뤄질 수 있다고 믿었다.
"회사 끝나고 요가원에 가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게 전화를 주는 피해자분들도 전화를 끊은 이후의 일상에서 회복이 이어지기를 바랐어요. 속으로 '이분들도 요가를 하실까' 그런 생각을 했죠. 저는 요가할 때 좋은데 이분들도 요가를 하면 좋겠다.
또 활동가로 일할 때는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분야에 국한된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데, 사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성차별과 분리된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더 다양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그게 요가원이 될 수 있겠다, 아니 요가를 하는 곳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니어 요가에는 주로 60대 여성들이 참여한다. 이제서야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이들이다. 처음에는 요가를 낯설어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막상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사진 제공 장예진
예진 씨는 인요가와 빈야사 요가를 기본으로 시니어 요가, 장애인 요가, 활동가 요가 등을 진행해 왔다. 요가 수업을 하면서 이혼 과정에서 상처를 겪은 사람, 평생 가사 노동만 해온 사람들을 만났다. 요가를 마치고 같이 차를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의 이야기가 오간다. "오늘 컨디션이 어떠세요?", "오늘 좀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요?"라고 묻자, 사람들에게서 내면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시니어 요가 수업에서 60대 이상 어머니들을 만나면 '처음으로 집 밖에 나와서 이렇게 활동해 본다'는 분들이 많아요. 평생 남편 뒷바라지하고 자식 키우다가 이제서야 자기 시간을 갖게 된 분들이죠. 직장에서 당한 성차별이라든지, 아버지의 학대 경험, 꼭 그런 피해가 아니더라도 스트레스가 되는 일들을 나누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피해자 지원 활동을 했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지금 나의 도구가 요가라서 좋다는 생각도 들어요."
자기 돌봄에 가장 서툰 이들, 활동가
활동가 요가를 기획하게 된 건 활동가였던 정체성 때문과 맞닿아 있다.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활동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은 없는 것이 활동가의 현실이었다.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 교류해 봐도 대부분 비슷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일정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 쉽게 소진되고, 현장을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어떻게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시민단체의 활동이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가질까 고민이 이어졌다.
"일단, 활동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고 활동 분야에도 돈이 없어요. 어떤 활동을 했을 때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보상도 없죠.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이 지쳐서 떨어지거나 아니면 자기 돌봄이 되지 않아서 이상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게 활동 분야 전반에도 좋지 않고 당연히 그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이 분야는 사람이 남는 건데, 그 사람들이 진심이었던 첫 마음을 오래 가지고 활동하려면 사람이 지속 가능해야 하잖아요. 제가 가진 도구가 요가니까, 수업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활동가 요가는 후원하고 있던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 세 명에게 먼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장소는 서대문 맑은샘감리교회(홍보연 목사)가 내줬고,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 참가비는 1만 원으로 정했다. 서대문 인근 교계 단체 활동가들로 시작한 모임은 점차 여성·성평등·환경 분야 활동가들로 넓어졌다. 소속이 없거나, 안식월 중인 활동가들도 참여한다. 꼭 '활동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도 신청할 수 있다.
남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은 보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예진 씨는 활동가 요가를 시작했다. 이때만큼은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시간이다. 사진 제공 장예진
활동가들이 모인 수업에서는 시선을 바깥이 아닌 안으로 돌리도록 안내한다. "지금 내가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과 감각이 드는지"를 계속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활동가들도 어색해했지만 반응은 좋다. 자기를 위한 시간을 쓰는 경험이 낯설수록 '좋다'는 반응이 빨리 왔다. '잠들었던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어깨랑 허리에 통증이 있었는데 괜찮아졌다'는 몸에 대한 피드백부터, '바쁜 일상 중에 몸과 마음이 멈출 수 있었고, 균형을 잡고 다시 시작하는 에너지를 얻었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돌아왔다. 활동가들은 수업에 와서 에너지를 회복하고, 소식을 나누며 느슨한 네트워킹을 하기도 한다.
"활동가 요가 구성원들은 이거 외에는 다른 움직임을 안 한다는 특징이 있어요.(웃음) 요즘 사람들 정말 운동 많이 하거든요.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 자기 관리에 진심이에요. 그런데 활동가들은 자기를 돌보는 일에 덜 익숙하고, 자기를 위한 시간을 쓰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는 것 같아요. 타인을 돌보는 것이 자기들의 일이니까요. 그래서 그 태도를 좀 익숙하게 하고 싶었어요. 운동도 시키고 싶었고요.(웃음) 활동가들은 추운 현장에 나가 있는 경우도 많고 앉아서 계속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딱 한 시간만큼이라도 자기를 위한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었어요."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의 의미
예진 씨의 수업은 대체로 '몸'에 초점을 둔다. 월경하는 여성을 위한 요가나 한의학과 접목한 인요가, 움직임 명상 등을 진행한다. 인요가는 다른 요가 스타일보다 더 내부의 감각에 집중하는 요가다. 같은 자세라도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자세가 달라진다. "겉으로 볼 때는 나랑 달라서 틀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의도한 감각을 느낀다면 다 괜찮은 요가"다.
그간의 활동을 관통해 온 키워드가 몸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성매매 여성,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모두 몸의 주도권을 빼앗기거나 침해당한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요가 수업의 목적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왜곡되고 변형되는 몸을, 제3자가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관계 맺는 것이다. 예진 씨는 그럴 때 "작은 소리가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임에 다수가 있으면 목소리 큰 사람만 말을 계속하잖아요. 나머지 사람들이 할 말이 없어서 말하지 않는 게 아닌데, 말을 너무 크게 하는 사람 때문에 말을 못 하고 있는 거죠. 목소리가 작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 몸에서도 보면, 몸의 어떤 반응이나 감정이 작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걸 들으려면 일단 큰 소리를 소거해야 해요. 그런 태도가 사회에서 살아갈 때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작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 계속 귀를 여는 연습, 그 작업을 도와주는 게 제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여성의 몸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요가를 통해 몸을 들여다 보면 내 몸을 주체적으로 새롭게 감각하게 된다. 사진 제공 장예진
예진 씨에게 요가는 "몸을 가진 존재로서 나를 이해하고 알아 가는 도구"다. 교회에도 몸과 영혼, 육신과 정신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몸을 덜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예수님도 몸으로 오셨다. 자고 먹고 아프고 늙고 죽는, 몸을 입고 사는 고달픈 삶을 신이 굳이 선택한 데는 의미가 있다고 예진 씨는 생각한다.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몸을 돌보고 이해하는 일은 신앙과 분리되지 않는다.
"저에게 기독교 신앙이 와닿는 이유는 성육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욕구나 필요, 관계성을 신이 성육신했기 때문에 안다는 것이 큰 감동이거든요. 우리가 죽어서의 천국이 아니라 이 땅에서의 천국을 바라고 산다면, 몸을 입고 사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해가 올라갈수록 성육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테고요. 몸을 입고 사는 존재로서의 나를 이해하게 되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몸은 우리에게 한계로 작동하지만, 그래서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요가는 성육신 경험하는 통로"
201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요가 금지 결의처럼, 한국교회에는 요가나 명상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요가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힌두교에 뿌리를 둔 종교 수행·의식이기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소속 교회에서 자란 예진 씨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 있었다. 교회 설교나 학교에서도 '요가하지 마라'는 이야기가 번번이 흘러나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에게 요가를 해서 좋은 점을 어필했다. 예진 씨에게 요가는 신앙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믿는 신이 주신 축복', 성육신을 체험할 수 있는 통로였다.
"제가 처음 요가를 시작한 중학생 때도 그랬는데 여전히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게 놀라워요. 요가는 힌두교에 뿌리를 둔 게 아니라, 훨씬 더 오래된 문화예요. 힌두교가 요가 수행의 일부를 가지고 와서 활용했다고 해요. '요가는 종교 수행 의식'이라는 주장을 요목조목 반박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종교의 수행법이더라도 도움이 된다면 도구로 가져와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현대의 요가는 신체 훈련이나 신경계를 안정화하는 기능, 정서적 혜택 등이 있기 때문에 종교성을 빼놓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점이 많고요."
예진 씨는 교회가 요가를 경계하고 거부하는 이유를 '두려움'으로 본다. 외부로부터 신앙의 가치가 손상될까 봐 두려워하는 태도다. 교회는 계속 담을 쌓고 성벽을 올려서 외부의 것이 침략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개신교는 계속해서 좁아지지 않을까, 그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예진 씨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견고하다면, 문을 닫기보다 열고 나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예진 씨는 기독교인들도 요가를 통해 신체적·정서적 유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명상 공부를 하며 교회 문화를 돌아보기도 했다. 동국대 평생교육원 명상 과정을 들으며 스님과 108배를 한 적이 있었다. 절을 하며 듣는 참회문에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세상의 생명을 다치게 한 것을 참회합니다'와 같은 108가지 내용이 나왔다. 교회에서 이렇게까지 마음을 돌아보고 회개해 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금지법과 싸우게 해 달라', '반기독교적 악법을 제정하는 정부를 용서해 달라'는 기도 제목을 외치는 한국교회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교회에는 몸을 사용하는 예배나 문화가 거의 없다. 반대로 봉사나 성별화된 노동, 부교역자 과로 등으로 몸을 소진하게 만든다. 예진 씨는 교회 내에 몸에 관한 이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몸을 통해 하는 노동이나 봉사가 교회에서 충분히 가치 있게 여겨지는지, 특정 성별이나 직급에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지, 적절한 보상과 쉼이 주어지는지를 질문해 봐야 해요. 예배하는 몸이 귀하면 노동하는 몸도 귀해요. 인간의 몸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앙이 좋다고 해서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태아 자세'를 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
요가 수업의 마지막에는 '사바아사나'라는 동작이 있다. 송장 자세라는 뜻이다. 모든 동작을 마친 뒤 매트에 누워 죽은 사람처럼 온몸의 힘을 푼다. 그리고 옆으로 돌아눕는데, 이는 태아 자세라고 한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예진 씨는 그때 사람들의 얼굴이 시작할 때와 조금은 달라진다고 했다.
"얼굴이 말개지면서 눈도 투명해지고, 공간의 기운도 조금 달라져요. 그 순간을 되게 좋아하고, 그걸 볼 수 있는 게 저에게는 굉장한 축복인 것 같아요. 행복한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사바아사나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제공 장예진
예진 씨는 좋은 예배를 드리고 나면 요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말씀에 비추어서 나를 보는 것이 좋은 예배라면, 요가나 명상 수련도 나를 투명하게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교회에서 요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요가를 통해 같이 예배를 드리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예수님이 몸을 입고 태어나셨다는 것이 더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요가는 쉼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모두가 쉼을 갈망하지만 제대로 쉰다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운 시대다. 쉬어 본 적이 없으니 막상 여백의 시간이 주어져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동 강도가 높고, 외부의 각종 압박으로 긴장도가 높아진 상태로 지내다 보면 호흡이 얕아지고,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때도 많다.
예진 씨는 요가 수업의 시작을 언제나 눈을 감고 코끝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인지하는 것으로 연다. 사람들은 요가에서 가장 힘든 것이 고난도 동작이 아니라 의외로 숨 쉬는 것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쉼을 안내하는 그에게,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휴식의 '식(息)'이라는 한자가 코와 심장을 합쳐 놓은 것처럼,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휴식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카페에서는 책을 읽는 게, 누군가한테는 샤워하는 게 휴식이 될 수도 있어요. 언제 내가 숨이 잘 쉬어지는지 알면, 그게 그 사람에게 맞는 휴식이에요. 요즘에는 웰니스 산업이 발전하다 보니 자기 돌봄을 돈을 내고 타인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혼자서 못할 자기 돌봄은 없거든요. 숨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숨 쉬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물론 독립하고 자립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방법을 탐색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쓸 수도 있어요. 휴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예진 씨는 자신의 숨을 자각하는 것이 '잘' 쉴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장예진
그에게는 기억에 남는 수업 참가자들이 있다. 세상을 나아지게 하려고 애쓰다가 최근 세상을 떠난 또래 여성들이다. 힘든 시기에 수업에 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예진 씨는 앞으로 그들의 몫까지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휴식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다독였다.
"내 몸과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감각이 있다면, 요가를 권하고 싶어요.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내 몸과 관계 맺는 방법의 하나로 요가를 선택해 보면 좋겠어요."
'진격의교인'이 '주일엔 쉽니다'란 이름으로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왜 믿는지, 무엇을 믿는지를 고민하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살펴봅니다. 쏟아지는 사건 사고와 각종 뉴스 속에서 '안식일' 하루만큼은 순수함과 본질을 기억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만들어 봅니다. 편집국 기자들이 매주 1~3주 일요일에 연재합니다.
월요일 점심이면 활동가들이 맑은샘감리교회에 모여 요가를 한다. 장예진 씨가 기획한 '지속 가능 체리마스터모바일 한 활동을 위한 활동가 요가' 모임이다. 사진 제공 장예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매주 월요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 맑은샘감리교회에서는 요가 모임이 열린다.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수업이다. '운동'하느라 정작 운동할 시간이 없는 활동가들을 위해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모임은 릴게임예시 2024년 3월, 요가 강사 장예진 씨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참여했고, 지난 1년 반 동안 23명 넘는 이들이 함께했다.
장예진 씨 역시 활동가였다. 2018년 학교를 졸업할 무렵, 웹하드 카르텔 문제가 공론화됐다. 장 씨는 졸업 후 곧바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피해자 체리마스터모바일 들의 불법 촬영물을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삭제를 요청하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대응 기술이 이전보다 발전했지만, 당시에는 불법 성인 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 일일이 찾아야 했다. 한 곳에서 삭제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이었다. 11개월 동안 그렇게 지원한 피해자만 2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 오션릴게임 원에서도 일했다.
디지털 성폭력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활동가는 이제 매트 위에서 요가를 안내한다. 요가 강사의 길을 선택한 것도 그가 걸어온 '여성들을 위한 지원과 회복'의 연장선에 있다. 동시에 요가를 통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몸, 휴식, 자기 돌봄 등의 화두를 굴려 나가고 있다. 점심시간을 내어 2월 2 릴게임방법 일 '활동가 요가'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폭설 등 여러 사정이 겹쳐 수업이 취소됐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2월 5일, 장예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장예진 씨는 개신교 대학을 졸업하고 디지털 성폭력 대응 활동가를 거쳐 요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불법 촬영물 삭제하다 매트 위에 서기까지
예진 씨에게도 2016년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은 큰 영향을 미쳤다. 재학 중이던 기독교 대학은 교회 이슈에는 민감했지만 사회적 이슈에는 대체로 폐쇄적이었다. 그 사건은 "삶을 흔드는 정도의 임팩트"로 다가왔다. 학교에서 성매매 피해 지원 활동가의 강의를 들은 계기로 성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다면'이라는 학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 시기 그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홍승은·홍승희 작가와 임옥희 교수의 강의를 '성매매를 성 노동으로 표현한다',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위반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폴리아모리라는 이유로 학생을 제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그동안 의심 없이 믿어 온 신앙과 집단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여성 인권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3년여 간 치열한 시간이 흘렀다. 하루 종일 불법 촬영물을 보거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퇴근한 뒤, 요가원에 가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었다. 작고 얇은 매트 위에서만큼은 세상과 분리된 느낌을 받았다. 남을 위해 살다가 비로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즈음 일에서도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퇴사 후 발리에서 강사 교육을 이수하고 돌아와 프리랜서 요가 강사 일을 시작했다.
요가 강사가 된 데에는 피해자들의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활동가로 일할 때, 국가나 기관이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들의 삶은 '피해자'로만 축소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크지만, 동시에 지원 기관에 신고하고 불법 촬영물이 삭제된다고 해서 일상이 단번에 회복되는 것도 아니었다. 전력을 다해 지원해도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진 씨는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바랐다. 일상이 회복될 때, 피해 역시 그 인식 안에서 함께 다뤄질 수 있다고 믿었다.
"회사 끝나고 요가원에 가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게 전화를 주는 피해자분들도 전화를 끊은 이후의 일상에서 회복이 이어지기를 바랐어요. 속으로 '이분들도 요가를 하실까' 그런 생각을 했죠. 저는 요가할 때 좋은데 이분들도 요가를 하면 좋겠다.
또 활동가로 일할 때는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분야에 국한된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데, 사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성차별과 분리된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더 다양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그게 요가원이 될 수 있겠다, 아니 요가를 하는 곳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니어 요가에는 주로 60대 여성들이 참여한다. 이제서야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이들이다. 처음에는 요가를 낯설어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막상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사진 제공 장예진
예진 씨는 인요가와 빈야사 요가를 기본으로 시니어 요가, 장애인 요가, 활동가 요가 등을 진행해 왔다. 요가 수업을 하면서 이혼 과정에서 상처를 겪은 사람, 평생 가사 노동만 해온 사람들을 만났다. 요가를 마치고 같이 차를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의 이야기가 오간다. "오늘 컨디션이 어떠세요?", "오늘 좀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요?"라고 묻자, 사람들에게서 내면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시니어 요가 수업에서 60대 이상 어머니들을 만나면 '처음으로 집 밖에 나와서 이렇게 활동해 본다'는 분들이 많아요. 평생 남편 뒷바라지하고 자식 키우다가 이제서야 자기 시간을 갖게 된 분들이죠. 직장에서 당한 성차별이라든지, 아버지의 학대 경험, 꼭 그런 피해가 아니더라도 스트레스가 되는 일들을 나누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피해자 지원 활동을 했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지금 나의 도구가 요가라서 좋다는 생각도 들어요."
자기 돌봄에 가장 서툰 이들, 활동가
활동가 요가를 기획하게 된 건 활동가였던 정체성 때문과 맞닿아 있다.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활동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은 없는 것이 활동가의 현실이었다.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 교류해 봐도 대부분 비슷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일정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 쉽게 소진되고, 현장을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어떻게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시민단체의 활동이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가질까 고민이 이어졌다.
"일단, 활동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고 활동 분야에도 돈이 없어요. 어떤 활동을 했을 때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보상도 없죠.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이 지쳐서 떨어지거나 아니면 자기 돌봄이 되지 않아서 이상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게 활동 분야 전반에도 좋지 않고 당연히 그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이 분야는 사람이 남는 건데, 그 사람들이 진심이었던 첫 마음을 오래 가지고 활동하려면 사람이 지속 가능해야 하잖아요. 제가 가진 도구가 요가니까, 수업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활동가 요가는 후원하고 있던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 세 명에게 먼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장소는 서대문 맑은샘감리교회(홍보연 목사)가 내줬고,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 참가비는 1만 원으로 정했다. 서대문 인근 교계 단체 활동가들로 시작한 모임은 점차 여성·성평등·환경 분야 활동가들로 넓어졌다. 소속이 없거나, 안식월 중인 활동가들도 참여한다. 꼭 '활동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도 신청할 수 있다.
남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은 보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예진 씨는 활동가 요가를 시작했다. 이때만큼은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시간이다. 사진 제공 장예진
활동가들이 모인 수업에서는 시선을 바깥이 아닌 안으로 돌리도록 안내한다. "지금 내가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과 감각이 드는지"를 계속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활동가들도 어색해했지만 반응은 좋다. 자기를 위한 시간을 쓰는 경험이 낯설수록 '좋다'는 반응이 빨리 왔다. '잠들었던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어깨랑 허리에 통증이 있었는데 괜찮아졌다'는 몸에 대한 피드백부터, '바쁜 일상 중에 몸과 마음이 멈출 수 있었고, 균형을 잡고 다시 시작하는 에너지를 얻었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돌아왔다. 활동가들은 수업에 와서 에너지를 회복하고, 소식을 나누며 느슨한 네트워킹을 하기도 한다.
"활동가 요가 구성원들은 이거 외에는 다른 움직임을 안 한다는 특징이 있어요.(웃음) 요즘 사람들 정말 운동 많이 하거든요.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 자기 관리에 진심이에요. 그런데 활동가들은 자기를 돌보는 일에 덜 익숙하고, 자기를 위한 시간을 쓰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는 것 같아요. 타인을 돌보는 것이 자기들의 일이니까요. 그래서 그 태도를 좀 익숙하게 하고 싶었어요. 운동도 시키고 싶었고요.(웃음) 활동가들은 추운 현장에 나가 있는 경우도 많고 앉아서 계속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딱 한 시간만큼이라도 자기를 위한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었어요."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의 의미
예진 씨의 수업은 대체로 '몸'에 초점을 둔다. 월경하는 여성을 위한 요가나 한의학과 접목한 인요가, 움직임 명상 등을 진행한다. 인요가는 다른 요가 스타일보다 더 내부의 감각에 집중하는 요가다. 같은 자세라도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자세가 달라진다. "겉으로 볼 때는 나랑 달라서 틀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의도한 감각을 느낀다면 다 괜찮은 요가"다.
그간의 활동을 관통해 온 키워드가 몸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성매매 여성,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모두 몸의 주도권을 빼앗기거나 침해당한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요가 수업의 목적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왜곡되고 변형되는 몸을, 제3자가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관계 맺는 것이다. 예진 씨는 그럴 때 "작은 소리가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임에 다수가 있으면 목소리 큰 사람만 말을 계속하잖아요. 나머지 사람들이 할 말이 없어서 말하지 않는 게 아닌데, 말을 너무 크게 하는 사람 때문에 말을 못 하고 있는 거죠. 목소리가 작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 몸에서도 보면, 몸의 어떤 반응이나 감정이 작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걸 들으려면 일단 큰 소리를 소거해야 해요. 그런 태도가 사회에서 살아갈 때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작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 계속 귀를 여는 연습, 그 작업을 도와주는 게 제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여성의 몸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요가를 통해 몸을 들여다 보면 내 몸을 주체적으로 새롭게 감각하게 된다. 사진 제공 장예진
예진 씨에게 요가는 "몸을 가진 존재로서 나를 이해하고 알아 가는 도구"다. 교회에도 몸과 영혼, 육신과 정신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몸을 덜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예수님도 몸으로 오셨다. 자고 먹고 아프고 늙고 죽는, 몸을 입고 사는 고달픈 삶을 신이 굳이 선택한 데는 의미가 있다고 예진 씨는 생각한다.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몸을 돌보고 이해하는 일은 신앙과 분리되지 않는다.
"저에게 기독교 신앙이 와닿는 이유는 성육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욕구나 필요, 관계성을 신이 성육신했기 때문에 안다는 것이 큰 감동이거든요. 우리가 죽어서의 천국이 아니라 이 땅에서의 천국을 바라고 산다면, 몸을 입고 사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해가 올라갈수록 성육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테고요. 몸을 입고 사는 존재로서의 나를 이해하게 되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몸은 우리에게 한계로 작동하지만, 그래서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요가는 성육신 경험하는 통로"
201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요가 금지 결의처럼, 한국교회에는 요가나 명상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요가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힌두교에 뿌리를 둔 종교 수행·의식이기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소속 교회에서 자란 예진 씨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 있었다. 교회 설교나 학교에서도 '요가하지 마라'는 이야기가 번번이 흘러나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에게 요가를 해서 좋은 점을 어필했다. 예진 씨에게 요가는 신앙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믿는 신이 주신 축복', 성육신을 체험할 수 있는 통로였다.
"제가 처음 요가를 시작한 중학생 때도 그랬는데 여전히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게 놀라워요. 요가는 힌두교에 뿌리를 둔 게 아니라, 훨씬 더 오래된 문화예요. 힌두교가 요가 수행의 일부를 가지고 와서 활용했다고 해요. '요가는 종교 수행 의식'이라는 주장을 요목조목 반박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종교의 수행법이더라도 도움이 된다면 도구로 가져와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현대의 요가는 신체 훈련이나 신경계를 안정화하는 기능, 정서적 혜택 등이 있기 때문에 종교성을 빼놓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점이 많고요."
예진 씨는 교회가 요가를 경계하고 거부하는 이유를 '두려움'으로 본다. 외부로부터 신앙의 가치가 손상될까 봐 두려워하는 태도다. 교회는 계속 담을 쌓고 성벽을 올려서 외부의 것이 침략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개신교는 계속해서 좁아지지 않을까, 그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예진 씨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견고하다면, 문을 닫기보다 열고 나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예진 씨는 기독교인들도 요가를 통해 신체적·정서적 유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명상 공부를 하며 교회 문화를 돌아보기도 했다. 동국대 평생교육원 명상 과정을 들으며 스님과 108배를 한 적이 있었다. 절을 하며 듣는 참회문에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세상의 생명을 다치게 한 것을 참회합니다'와 같은 108가지 내용이 나왔다. 교회에서 이렇게까지 마음을 돌아보고 회개해 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금지법과 싸우게 해 달라', '반기독교적 악법을 제정하는 정부를 용서해 달라'는 기도 제목을 외치는 한국교회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교회에는 몸을 사용하는 예배나 문화가 거의 없다. 반대로 봉사나 성별화된 노동, 부교역자 과로 등으로 몸을 소진하게 만든다. 예진 씨는 교회 내에 몸에 관한 이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몸을 통해 하는 노동이나 봉사가 교회에서 충분히 가치 있게 여겨지는지, 특정 성별이나 직급에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지, 적절한 보상과 쉼이 주어지는지를 질문해 봐야 해요. 예배하는 몸이 귀하면 노동하는 몸도 귀해요. 인간의 몸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앙이 좋다고 해서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태아 자세'를 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
요가 수업의 마지막에는 '사바아사나'라는 동작이 있다. 송장 자세라는 뜻이다. 모든 동작을 마친 뒤 매트에 누워 죽은 사람처럼 온몸의 힘을 푼다. 그리고 옆으로 돌아눕는데, 이는 태아 자세라고 한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예진 씨는 그때 사람들의 얼굴이 시작할 때와 조금은 달라진다고 했다.
"얼굴이 말개지면서 눈도 투명해지고, 공간의 기운도 조금 달라져요. 그 순간을 되게 좋아하고, 그걸 볼 수 있는 게 저에게는 굉장한 축복인 것 같아요. 행복한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사바아사나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제공 장예진
예진 씨는 좋은 예배를 드리고 나면 요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말씀에 비추어서 나를 보는 것이 좋은 예배라면, 요가나 명상 수련도 나를 투명하게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교회에서 요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요가를 통해 같이 예배를 드리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예수님이 몸을 입고 태어나셨다는 것이 더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요가는 쉼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모두가 쉼을 갈망하지만 제대로 쉰다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운 시대다. 쉬어 본 적이 없으니 막상 여백의 시간이 주어져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동 강도가 높고, 외부의 각종 압박으로 긴장도가 높아진 상태로 지내다 보면 호흡이 얕아지고,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때도 많다.
예진 씨는 요가 수업의 시작을 언제나 눈을 감고 코끝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인지하는 것으로 연다. 사람들은 요가에서 가장 힘든 것이 고난도 동작이 아니라 의외로 숨 쉬는 것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쉼을 안내하는 그에게,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휴식의 '식(息)'이라는 한자가 코와 심장을 합쳐 놓은 것처럼,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휴식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카페에서는 책을 읽는 게, 누군가한테는 샤워하는 게 휴식이 될 수도 있어요. 언제 내가 숨이 잘 쉬어지는지 알면, 그게 그 사람에게 맞는 휴식이에요. 요즘에는 웰니스 산업이 발전하다 보니 자기 돌봄을 돈을 내고 타인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혼자서 못할 자기 돌봄은 없거든요. 숨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숨 쉬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물론 독립하고 자립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방법을 탐색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쓸 수도 있어요. 휴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예진 씨는 자신의 숨을 자각하는 것이 '잘' 쉴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장예진
그에게는 기억에 남는 수업 참가자들이 있다. 세상을 나아지게 하려고 애쓰다가 최근 세상을 떠난 또래 여성들이다. 힘든 시기에 수업에 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예진 씨는 앞으로 그들의 몫까지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휴식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다독였다.
"내 몸과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감각이 있다면, 요가를 권하고 싶어요.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내 몸과 관계 맺는 방법의 하나로 요가를 선택해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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