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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우듯 이 글을 세상에 던진다. 누가 주울지, 언제 닿을지 모르지만. 

이상한 역설이 있다. 세계가 열광하는 K팝을 만들어낸 나라에 정작 대중예술을 중심에 놓고 순수예술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여전히 클래식과 전통 예술 중심이고, 대중예술은 실용음악과나 방송연예과 정도로 주변부에 머문다. 완전히 판을 뒤집어 보면 어떨까. 대중예술 방법론으로 순수예술 농협 공무원대출 을 가르치는 학교. BTS(방탄소년단)의 칼군무 훈련법으로 발레를 가르치고, YG의 프로듀싱 시스템으로 클래식 작곡을 지도하며, 네이버 웹툰 연재 방식으로 순수미술을 창작하는 학교 말이다.

예술과 AI를 같이 가르치는 학교예술 분야에서 순수와 대중의 경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문제는 교육이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는 점이다. 여전히 19세기 방식으로 21세기 예술가를 키우려 한다. 대중예술은 처음부터 '관객'을 전제로 한다. 소통을 염두에 둔다. 시장을 고려한다. 이것은 타협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동시에 창작 동력이다. 아이돌 연습생들이 새벽부터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누군가 봐주기 바라서다. 무대에서 환호받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반면 순수 균등분할방식 예술은 언제부턴가 '순수'라는 이름으로 고립을 자초했다. 

새로운 학교를 상상해보자. 다빈치스쿨의 예술학교 버전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모든 것을 배운다. 예술과 인문학, 인공지능(AI) 기술을 배운다. 라틴어와 한문을 익히고 철학책을 읽는 아이돌 연습생을 상상하면 된다. 화가 지망생은 매일 아침 '일일 창작'을 한다. 6개월 변동금리 웹툰 작가들이 마감에 쫓기며 그림을 그리듯이, 이들도 매일 작품을 만들어 온라인에 공개한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조회수를 확인하며, 팔로어를 늘려간다.
클래식 작곡 전공자들은 K팝 프로듀싱 시스템을 배운다. 무용수들은 아이돌 트레이닝센터의 훈련법을 따른다. 단, 그들이 만드는 것은 현대음악, 현대무용이다. 방법은 대중예술에서 빌려오 예금금리계산 되 내용은 순수예술을 추구한다.
문학도는 네이버 웹소설의 연재 시스템을 경험한다. 매주 정해진 분량을 쓰고, 독자 댓글에 반응하며, 조회수 그래프를 분석한다. 그들이 쓰는 것은 순수문학이다. 다만 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문학, 시장에서 검증받는 문학일 뿐이다. 
한 달에 한 번 '크로스오버 마스터클래스'가 열린다. 판소리 명창이 와서 발성법을 가르치고, 바로 다음 시간엔 유명 래퍼가 라임과 플로를 설명한다. 학생들은 두 세계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 호흡의 중요성, 관객과 교감. 
한국화를 전공하는 학생이 웹툰 작가와 협업한다. 전통 기법으로 현대적 서사를 그린다.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K팝 프로듀서와 만나 새로운 편곡을 시도한다. 쇼팽의 녹턴이 트랩 비트와 만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점차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이것은 순수예술의 변질이 아니다. 확장이다. 학생들은 여전히 바흐를 연주하고, 렘브란트를 연구하며, 셰익스피어를 읽는다. 다만 동시에 BTS의 스토리텔링을 분석하고, 봉준호의 영상 문법을 배우며, 이날치의 음악적 실험을 연구한다.

창의와 효율, 집단과 개인의 조화




JYP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최대 음반사 소니뮤직과 손잡고 보이그룹 탄생을 목표로 진행한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 포스터.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순수예술가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실제로는 반대다. 이미 많은 순수예술가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음악원 학생이 한국의 음악 프로듀싱을 배우러 오고, 영국 로열발레스쿨 졸업생이 K팝 퍼포먼스를 연구하러 온다. 파리 보자르 출신 화가가 블랙핑크 리사의 전속 비주얼 디렉터가 되고, 줄리아드 출신 첼리스트가 BTS 슈가와 협업한다. 베를린필하모닉 단원이 유튜브 채널을 열고, 부커상 후보 작가가 넷플릭스 시리즈를 쓴다.

대중예술이 중심이 되는 순수예술학교. 이것은 순수예술의 포기가 아니라 구원이라고 생각한다. K팝이 세계를 정복했듯이 K아트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단, 방법을 바꿔야 한다. 외국 예술가들이 SM, YG, JYP, 하이브의 트레이닝센터를 견학하면서 배우고 싶은 것은 K팝 자체가 아니다. K팝을 만들어낸 시스템, 그 안에 숨은 창의성과 효율성, 집단 창작과 개인 재능의 조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유연성이다. 이것을 자신들의 예술에 접목하고 싶어 한다.
이 학교는 그 균형점을 찾는 실험실이다. 순수예술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든다. 동시에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아직은 상상 속 학교, 머릿속 커리큘럼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핵심은 대중예술을 하위 장르로 보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 한국 대중예술은 21세기 예술의 최전선이다. 가장 실험적이고, 가장 혁신적이며, 가장 소통적이다. 이 에너지를 순수예술에 주입한다면?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대중문화계 리더 혹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직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정말로 이런 학교를 만든다면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다.  
이제 유리병에 마지막 편지를 넣고 바다에 던진다. 파도가 그것을 어디로 데려갈지, 누구의 손에 닿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언젠가, 누군가 이 병을 줍고 편지를 읽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때 한국 예술교육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상상한다.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