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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던 그림은 시대의 얼굴이자 기호였습니다. 매달 다른 화가가 그린 이미지는 춤을 시각의 결로 옮겨왔고, 그 춤은 기록을 넘어 상징으로 남았습니다.표지는 장식의 자리를 벗어나 한국 무용이 남긴 몸짓을 시각 언어로 번역한 아카이브였고, 동시에 한국 현대예술의 리듬과 궤적을 드러내는 흔적이었습니다.책상 위에서 넘기던 이미지가 이제 전시장 벽에 걸려 관객의 동선을 따라 다시 살아납니다. 종이가 품었던 시간은 공간의 호흡으로 바뀌고, 페이지를 넘기던 손길은 발걸음으로 이어집니다. 한때 잡지의 표지였던 그림이 이번에는 움직임의 군무로 어우러집니다.제주돌문화공원 갤러리 누보에서 27일 개막한 기획전 ‘춤이 있는 풍경’입니다. 월간 ‘양귀비게임설명
춤’의 표지를 장식했던 회화를 본편으로 불러내는 자리입니다. 김종학·김구림·황인란, 세 작가의 40여 점이 리듬과 멈춤, 격정과 사유를 서로 다른 언어로 번역하며 한국 현대미술과 무용의 접점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에디토리얼이 큐레이팅이 될 때1976년 무용평론가 조동화가 창간한 월간 ‘춤’은 올해로 48주년을 맞습니다. ‘춤의 지성화’와 ‘춤의 사회적 일양약품주가
위상 강화’를 내걸고 출발한 이 잡지는 국내 최초로 전문 무용평론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세계 춤기행을 소개하고, 무용수 인터뷰와 공연 일정을 기록하며 춤 문화를 고급화·정보화·기록화하는 구심점이 되었습니다.조동화 선생은 2014년 92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한 호도 거르지 않고 발행을 이어갔습니다. 평생 수집한 자료를 기증해 춤 자료관 ‘연고전릴게임
낙재’ 개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무용계의 아카이브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정병호, 성기숙, 장광열 등 현역 평론가 다수도 ‘춤’을 거쳐 갔습니다.



2017년 10월 발간된 월간 '춤' 500호 기념호 표지. 노충현 작가의 작품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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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통권 500호를 맞아 국내 예술 전문지 최장수 기록을 세웠고, 이를 기념해 단행본 ‘춤이 있는 풍경’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500여 명 화가의 글과 그림, 100여 명 무용가, 50여 명 문화계 인사의 글과 사진이 담겼습니다.천경자, 서세옥, 백남준, 장욱진 같은 거장들이 남긴 표지는 이미 한국 현릴게임 코리아
대미술사의 장면으로 평가됩니다.‘춤’의 표지는 무용사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한국 현대예술의 지형을 드러내는 지도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집적이 어떻게 회화의 장면으로 다시 호흡하는지 묻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리듬, "색채·전위·사유"김종학의 화면은 색채가 선율로 변할 때까지 밀어붙입니다. 꽃과 새, 산의 파편이 원근을 흔들며 관람자의 걸음마다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1980년대부터 이어온 그의 색채 합주는 춤의 생명력을 회화로 번역하는 문법이 되었습니다.김구림은 전위적 붓질로 무대의 폭발적 에너지를 화면에 남겼습니다. 과감한 흔적은 안무의 지시어처럼 잔상을 남기고, 회화는 기록이자 사건으로 전환됩니다.



김종학 作


황인란은 정적의 화면 속에서 멈춤의 긴장을 드러냅니다. 움직임이 남긴 잔열이 사유로 가라앉을 때, 화면은 ‘조용한 안무’로 응집됩니다.■ 멈춤의 권리, 다중감각과 경계해체춤은 움직임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멈춤’이야말로 리듬을 완성하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전시는 그 지점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색의 울림은 소리로 들리고, 여백의 압력은 호흡으로 번집니다. 감각이 서로의 자리를 바꾸는 순간, 춤과 회화는 하나의 경험으로 맞물립니다.잡지 표지가 전시장 벽에 걸리는 순간, 출판과 회화, 무용과 전시의 경계는 흐려집니다. 페이지를 넘기던 손동작이 공간을 걷는 동선으로 이어질 때, 관객은 시간과 이미지를 동시에 체험합니다.



김구림 作


■ 잡지가 품은 미술사, 전시가 던지는 질문장욱진과 천경자에서 백남준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세대와 미학이 ‘춤’의 표지에서 만났습니다. 잡지가 단일한 무용사의 기록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사의 계보를 함께 이어왔음을 보여줍니다.김종근 평론가는 “이 그림들만 모아도 한국판 ‘춤 그림 박물관’이 된다”고 평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말을 현실로 옮겨 놓습니다. 관객은 책장을 넘기듯 전시장을 걸으며, 장면마다 새로운 기억을 자신의 서사로 엮어냅니다■ 전시를 말하는 목소리송정희 갤러리 누보 대표는 “녹록지 않은 출판환경 속에서도 50년을 이어온 ‘춤’과 인연을 전시로 잇게 됐다”며, “춤의 흥과 율동, 멈춤의 아름다움까지 체감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춤’ 발행인 조유현 대표는 “무용잡지의 표지를 전시로 확장할 수 있어 감사하다. 창간인 고(故) 조동화 선생의 혜안을 다시금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전시의 의도를 압축하는 문장들입니다.



■ 보는 데서, 호흡하는 쪽으로전시는 관객의 체류 시간에 따라 다른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색의 층위, 붓질의 속도, 여백의 압력은 몇 초의 머뭇거림, 몇 걸음의 앞뒤에 따라 각기 다른 리듬을 들려줍니다.‘표지’라는 월간의 시간성이 관람자의 개인적 시간성과 포개질 때, 작품의 표정은 달라집니다. 그 순간, 표지는 책을 벗어나 또 하나의 ‘당신의 안무’를 건넵니다.이번 전시는 11월 27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갤러리 누보’에서 열립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무료 전시입니다. 공원 입장료는 별도입니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전시 해설과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