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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연은 1930년대초 이애리수와 함께 일본 음반회사의 스카우트 1순위로 꼽힌 스타였다. 음반이 나오기 무섭게 매진됐기 때문이다. 신문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했다.
‘조선사람 측보다도 물건너 일본사람 측에 더욱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그들은 이미 소개한 리애리수 여사와 강석연양이다. 증명발급신청 그 한가지의 예를 들게되면 일본 어떤 신문에는 신문 꼭대기에다가 4단제목으로 ‘동양의 린드뻑’이라고까지 리애리수와 강석연양을 떠들어놓게 된 것이다.’ (우리 극단의 化形 강석연양, 조선일보 1933년5월3일)



1932년 빅터레코드 본사 초청으로 일본에 갔을 당시 이애리수( 전세자금대출 대환 오른쪽)와 함께 촬영한 사진. /이동순 교수 제공


몇 달전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듯 연달아 스캔들을 일으켰다. 강석연이 약을 마시고 자살 소동을 벌인 지 며칠만에 이애리수는 모(某) 전문학교생과 면도칼로 손목을 긋고 정사(情死)를 시도했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무사했으나 사회의 질타가 쏟아졌다. 단기여유자금 강석연은 1933년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빅터사로 소속을 옮기면서 음반 취입차 동경으로 건너갔다. 스타 가수의 음반 취입은 당시 뉴스거리였던지, 기자가 강석연의 집을 찾아갔다.



강석연을 소개한 조선일보 1933년5월3일자 기사. 빅터레코드로 이적해 음반을 취입한다는 뉴스를 계 신한캐피탈 기로 인터뷰했다. 열아홉살 강석연의 모습이 앳되다.


◇‘연극보다는 노래부르는 데 천재’
‘강석연 양은 금년이 19세인 바 얼굴은 둥글고 통통하며 눈은 걱실걱실한감한(시원한 느낌?) 동자, 키는 알맞은 쾌활한 성격’ 으로 ‘자기의 고향인 서울의 아스팔트를 깨어저라 하고 가슴을 딱 벌 중고차담보 리고 다니는 것이다.’
강석연(1914~2001)의 본명은 복형(福亨)으로 제주에서 태어나 4살 때 온 가족이 서울로 이주했다. 11살 때 부친이 돌아가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조선여자청년회에서 운영하던 조선여자학원 보습과를 다녔다. 1929년 여름 배구자 무용연구소에서 무용을 배우다 그해 말 토월회로 옮겨 배우로 활약했다. 언니 강석제와 오빠 강석우도 토월회에서 활동하는 배우였으니 ‘연예인 집안’이 된 셈이다. 기자는 ‘극(劇)보다는 노래 부르는데 천재이어서 지금까지 취입한 레코드는 근 50종’이라고 소개했다.



1932년10월 동경 히비야 공원 야외무대에 선 강석연./이동순 교수 제공


◇토월회 ‘막간가수’로 인기
강석연은 ‘막간가수’로 인기를 누렸다. 연극 중간, 또는 연극과 다른 공연 사이에 무대에 나와 노래하는 역할이다. 토월회 신인배우로 강석연을 소개한 1930년 기사 제목은 ‘노래부르는 소녀, 경쾌화려한 역이 적역’ (조선일보 1930년1월7일). 강석연은 ‘여배우라기보다도 오히려 여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것이 더 좋을듯한 귀염성있는 소녀’ 였다. ‘귀염성이 있고 고운 목소리로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힘을 가진’( 귀염성이 듣는 강석연양, 동아일보 1931년7월2일) 배우라는 일치된 평가였다.



1930년대 일본에서 촬영한 조선의 '아이돌 스타'. 왼쪽부터 강석연 이애리수 김복희 김선초./이동순 교수


◇데뷔음반 ’방랑가’로 인기
1931년 2월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방랑가’ ‘오동나무’ 두곡이 든 음반으로 데뷔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피 식은 젊은이 눈물에 젖어/낙망과 설움에 병든 몸으로/북국한설 오로라로 끝없이 가는/애달픈 이 내 가슴 누가 알거나’로 시작하는 ‘방랑가’는 식민지 청년의 가슴을 뒤흔드는 노래로 인기를 모았다.
열일곱살에 데뷔해 스물다섯살인 1939년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마지막 음반(비극 ‘유랑남매’ 삽입곡)을 내기까지 9년간 약 162종의 작품을 냈다. 유행가, 민요,신민요, 영화노래, 연극, 스케치 등 공연 장르를 총망라하는 전천후예술가였다.
◇라디오 출연횟수 여가수 1위
강석연은 경성방송국 조선어방송(제2방송)이 생긴 1933년 4월부터 라디오에 가장 많이 출연한 여가수였다. 1937년2월 마지막 방송까지 25번 출연했으니, 3년 10개월간 두달에 한번꼴로 나선 셈이다. 가수 데뷔전에도 라디오방송극 배우로 자주 출연했다.



타계 13년 후인 2014년 옛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에서 출시한 CD ‘강석연 대표곡집’ .‘방랑가’ ‘오동나무’ 등 데뷔곡을 포함한 그의 노래 37곡을 담았다.


◇대한농구협회장 지낸 방열이 둘째아들
강석연은 1936년 경성 혼마치(지금의 명동)에서 다방 ‘모나리자’를 운영했다. 다방은 당시 모던 보이, 모던 걸과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강석연은 잡지 ‘삼천리’ 좌담회에서 모나리자를 ‘시인 묵객들의 집회장소’로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해 관료 겸 언론인 출신 방태영(1885-?)과 결혼하면서 연예활동을 서서히 정리한 듯하다. 1939년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비극 ‘유랑남매’ 삽입곡을 발표한 게 마지막이다.
남편은 6.25때 납북당했고, 홀로 자녀들을 키우고 가족을 부양하면서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미용원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꾸렸고 가족에게는 가수 경력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1930년대 최고의 스타였으나 2001년 여든 일곱살로 타계했을 때는 신문에 부고 한줄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2014년 옛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에서 ‘방랑가’ ‘오동나무’ 등 데뷔곡을 포함한 그의 노래 37곡을 담은 CD ‘강석연 대표곡집’ 출시했다. 농구 국가대표 선수·감독과 대한농구협회장을 지낸 방열(84)이 둘째 아들이다.
◇참고자료
이동순, 1930년대 대중예술인 강석연의 생애와 발표음반 연구, 한국어문학연구 제63집, 2014,8
이동순, 한국 근대 가수 열전, 소명, 2022
박찬호 지음, 안동림 옮김, 한국가요사 1895~1945, 현암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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