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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유엔 총회와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차지훈 주유엔 대사와 인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요즘 외교부 직원 A씨가 짬 날 때마다 하는 일은 퇴근 후 개인폰에 설치된 '채용플랫폼'에 들어가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외교정책을 책임지는 정부부처의 전문공무원(외교관)으로서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입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그는 "기회가 있다면 빨리 나가야죠"라는 말을 황소주식투자아카데미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이런 말을 하는 외교관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외교부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A급 외교관의 '2단계' 강등

"외교부 출입기자 20년 동안 듣도 보도 못 한 인사"

최근 외교부를 오랫동안 담당해왔던 한upd
타사 기자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난 22일 외교부가 차관 바로 아래 보직으로 꼽히는 기획조정실장을 돌연 국장급 인사가 배치되는 유엔 차석대사 자리에 임명했기 때문입니다. 외무공무원으로 따지면 13등급(고위공무원단 가급) 인사가 갑자기 11등급(고위공무원단 나급)으로 2단계 강등된 셈입니다. 더구나 이 인사는 이미 5년 전 유엔 차석대사를 지낸 데다 정년꽁머니
을 3년 남겨두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 보직이 될 예정입니다.



미국 뉴욕시 유엔 본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능력이 뒤처지냐고요. 오히려 그 반대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배종인 외교부 기조실장은 외교부에서도 인사고과용의 눈 게임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신망도 두터워 외교부공무원노동조합이 선정한 '우수 외교인' 1위에 늘 선정됐습니다. 기조실장에 발탁되기 전에도 인사기획관과 국제법률국장, 주유엔차석대사를 지내는 등 국제법 및 기획·인사 분야에서 특화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주미대사관 근무 경험도 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그동안 △북미국 △기획조정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등 3개 부처가오션파라다이스시즌7
'핵심 승진코스'로 꼽혀왔습니다.
이례적 강등 인사의 배경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유엔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다자외교의 꽃'이라 불리는 유엔 무대에서 활동할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에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차지훈 변호사를 임명했습니다. 유엔과 아무런 인연도 없지만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임명됐다는 시선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유엔 문외한'인 차 대사를 보좌하기 위해 직업 외교관에게 차석대사를 맡겼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2022년 10월 유엔 테러방지사무국과 대한민국 유엔대표부가 공동주최한 '테러방지 맥락에서의 사이버 및 신기술에 관한 패널 토론'.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배종인 외교부 기조실장. 유엔 홈페이지


주유엔한국대사는 국제 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유엔이 약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국제사회의 '최소한의 규범'이 지켜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외교예절과 언어, 문화,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차 대사가 변호사로서 기업들을 상대로 상표권 등과 관련한 국제중재 업무를 해왔다고 해도 비즈니스 차원의 국제중재와 유엔의 업무는 엄연히 다릅니다. 반면 배 실장은 국제법에 대한 실무뿐 아니라 학술적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후배 외교관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배 실장의 인사 공지를 접한 한 외교부 공무원은 "특임공관장 임명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공무원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의 이례적 '깜깜이 공관장 인사'
최근 외교부 공무원들을 의아하게 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외교부는 최근 실·국장급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재외공관장 자리 지원 신청 공지를 띄웠습니다. 공관 근무를 하고 싶은 실·국장들은 신청을 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 공지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어떤 공관장직이 공석인지 따로 안내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동안 외교부는 재외공관장 인사를 진행할 때 '어떤 자리들이 공석이니, 지망하는 공관의 순위를 제출해달라'는 방식으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원자가 겹치면 지원자들의 경력과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견지를 최종 결정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공관 파견을 희망하는지만 알려달라'고 공지를 한 것입니다.



현재 공석인 재외공관장 자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외교부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재외공관장 공석 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40개 재외공관장 보직이 공석입니다. 이 중 33개 자리가 윤석열 정부 때 특임공관장 자리였습니다. 결국 '깜깜이 공지'는 새 정부의 특임공관장 인선을 우선하기 위해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임공관장이라 불리는 대사·총영사직은 정권이 애용하는 대표적 '보은 인사' 자리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어떤 정권이든 '특임공관장제'를 활용해 권력자들의 측근에게 보상을 해왔습니다. 약사 출신이지만 대통령과 같은 고교 출신 인사가 대사에 임명된 경우도 있었고 권력자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미국 한인교회 목사가 총영사에 임명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외교부 중도 퇴직 공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 발로 외교부를 떠난 공무원 수는2020년 34명에서 2021년 53명, 2022년 63명, 2023년 7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더구나 5급·외교관 공무원 후보자 공개 채용 경쟁률은 2021년 43.3대 1에서 2024년 35.1대 1로 점점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직업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점점 매력을 잃고 있습니다.
직업 외교관들이 특임공관장제 자체를 없애자는 건 아닙니다. 대통령의 권한이고, 직업 외교관들 중에도 문제가 되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공무원 특성이 갖는 한계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A급 외교관을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위해 강등시키는 비대칭적 인사'는 이들로 하여금 자괴감을 느끼게 합니다.
질문해봅니다.
이것이 국익을 위한 인사입니까?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