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구 140만의 강소국가 에스토니아는 유럽 기후산업 전환의 실험실이다. 수소 산업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핵심 기술을 육성하며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에너지 시장 속에서 에스토니아의 혁신 전략을 통해 한국의 탄소중립 해법을 모색한다.



안드레스 수트(Andres Sutt) 에스토니아 기후부 장관 ⓒ 뉴스1


(탈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먼저 기후부를 출범시킨 에스토니아는 한국 정부에 "정치적 결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계와 손잡고 에너지 전환을 밀어붙여야만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드레스 수트 이벤트 진행 에스토니아 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면 인터뷰에서 "정부 전체가 기후를 최우선으로 두고, 시장 기반에서 혁신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장관이 이끄는 한국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로 출범했지만, 기후 의제를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정부 전반과 산업계 등 사회 전반이 기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에스토니아는 2 채권투자 023년 7월 환경부에 경제부의 에너지 기능을 합쳐 '기후부'(Ministry of Climate)를 신설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흩어져 있던 기능을 통합한 것이다. 이후 에너지 비중을 강조하며 장관 직함을 '에너지·환경 장관'(Minister of Energy and Environment)으로 바꿨지만, 기후부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원대출 수트 장관은 산업계와의 협력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보조금에 의존하기보다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이 스스로 투자 결정을 내리게 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적용하고 전환 비용과 편익을 투명하게 공유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스스로 감축 투자에 나서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 마이너스대출 한도 하며, "정부가 녹색채권·보증제도 등을 통해 민간 자본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기후정책이 후퇴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유럽은 흔들릴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재생에너지 투자와 혁신을 더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처럼 다루는 현실에서 화석연료에 묶여 있는 한 경제와 안보 요양기관 모두 위태롭다"고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빠른 전환을 주문했다.
한국의 탈석탄·탈화석연료 움직임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이 아시아 탈석탄을 선도할 최적 국가"라며 "한국이 모범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조직 개편안 확정에 따라 10월 1일부로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공식 출범한다. 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존 ‘환경부’ 현판이 철거되고 새 현판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공급망 리스크도 언급했다. 수트 장관은 "풍력은 70%, 태양광은 85%를 중국이 지배하는 건 구조적 위험"이라며 "에스토니아는 EU·북유럽과 공동조달,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는 전력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스마트그리드 디지털화를 꼽았다.
클린테크 육성과 R&D 경쟁력 확보도 과제로 지목됐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지원하고, 대학과 민간 연구를 연계해 해외 인재 유치와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수트 장관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가려면 연구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의 기술, 인프라, 자본, 대규모 프로젝트 경험은 에스토니아가 필요로 하는 강점"이라며 "공급망, 전력망, 클린테크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며 제시한 '100GW 재생에너지·에너지 고속도로·햇빛·바람 연금' 비전과 맞물려, 에스토니아 사례는 "정치적 리더십과 산업 전략, 에너지 안보까지 함께 고려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중립은 지난해 6월 국회의 '핵에너지 도입 지지 결의안'을 거쳐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확대됐다. 수트 장관은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와 러시아발 안보 불안이 겹쳤다. 탄소중립과 안보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용화가 늦어질 경우 LNG, 재생+저장장치, 전력망 연계, 수요관리로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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