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베이징은 가을 색이 완연합니다. 오색 단풍이 거리 곳곳을 수놓았습니다. 아침에 거실 창을 열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누릴 수 있지만, 문 열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추위 때문입니다. 베이징의 아침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오싹하게 추울 때가 잦았습니다. 하루 최저 기온이 1도까지 떨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집처럼 바닥을 뜨끈하게 하는 보일러를 틀면 좋을 텐데, 베이징은 난방 보릿고개 시기를 넘어야 합니다. 드디어 오늘(7일) 난방이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겨울철 난방 시스템은 독특합니다. 그 출발은 사회주의 국가다운 모습을 보입니다. 중국은 1949년 건국 뒤 혹한기 난방을 국가의 ‘복지’ 차원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난방이 꼭 필요한 지역에 난방을 배분하고, 그 비용은 개인이 속한 ‘단위’가 부담하는 방식이었죠. 계획경제 체제 아래 1980년대까지 중국에서 개인은 난방비를 따로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개혁·개방 물결 속에 공공요금 시장화를 추 진했고, 지금은 난방비를 개별 가구마다 내도록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베이징을 기준으로 하면, 면적이 100㎡인 집은 난방이 들어오는 4달 동안 약 2400위안(약 48만원)을 난방비로 낸다고 합니다.
중국 북부 지역 대부분은 집중난방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이를 ‘궁누안(供暖)’, 공공난방이라고 부릅니다. 지역마다 난방 공급 시기를 정해 일시에 공급하고, 차단합니다. 베이징시 정부는 원래 올해 11월15일부터 내년 3월15일까지 난방을 공급한다고 했는데,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 1주 앞당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헤이룽장, 네이멍구 등 북부 지역은 10월1일부터 난방을 시작했습니다. 개별 가스보일러 등을 이용하는 집도 있지만,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또 난방은 대부분 온수순환식의 라디에이터(방열 기)를 이용합니다. 바닥을 데우기보다는 공기를 데우기 좋은 방법이죠. 바닥 난방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은 방식입니다.



베이징시 공무원들이 난방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베이징시 정부 누리집


난방 보릿고개가 있지만, 그나마 베이징이라 다행입니다. 더 추운 곳과 비교해서가 아닙니다. 다른 따뜻한 도시보다 베이징이 낫다 여깁니다. 중국 북방 사람과 남방 사람 중 누가 추위를 더 잘 견딜까? 중국인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질문입니다. 대체로 결론은 ‘남방 사람이 추위에 더 강하다’로 난다고 합니다. 남방은 추워져도 난방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중국은 과거 중국의 남북을 나누는 기상학적 기준선인 ‘친링-화이허’선(약 북위 33도)에 따라 난방 구역을 구분했습니다. 친링산맥과 화이허강을 잇는 이 선 북쪽은 궁누안이 들어오지만, 남방에선 들어오지 않는 것이죠. 하이난성, 광둥성 등 완전히 남쪽인 지역은 낫겠지만, 친링-화이허선에 가까이 있는 남쪽 도시들은 겨울에도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개별난방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상하이 같은 도시에 추위가 닥치면 남방 추위가 북방보다 더 견딜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10월 중순부터 한국에서 가져온 온수매트를 깔았습니다. 공기는 여전히 쌀쌀하지만, 따뜻하게 데워진 이부자리에 들면 ‘아, 좋다!’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옵니다. 중국 브랜드 샤오미의 전기 라디에이터도 틀었습니다. 기후이상으로 겨울은 점점 길어지고, 강력한 한파가 닥치는 건 베이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더욱 걱정입니다. 가을 난방 보릿고개를 한 번 넘기고 나니, 내년 3월 봄 보릿고개에 벌써 으슬으슬한 기분입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