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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강정으로 인기를 누리는 동문엔터프라이즈 근로장애인들과 박은옥 대표(가운데) 등 직원들이 강정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에서 10월 초까지 명절 선물 수요가 폭증하는 식품 제조 현장은 한 해 중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서울 장안동에 있는 ‘동문엔터프라이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서른 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강정을 생산하고 온오프라인망을 통해 판매하는 곳이다.
지난 2일 찾은 이곳은 활기가 넘쳤다. 나이에 걸맞은 사고력이 부족해 손은 느렸지만 ‘근로장애인’들은유엔젤 주식
바쁘게 손길을 놀렸다. 발달장애인 보호가 첫째 목적이지만 직업재활도 함께 겸한다는 뜻에서 ‘보호작업장’으로 분류되는 곳 중 하나다.
이 시설의 박은옥 대표는 “설과 추석을 앞둔 시기가 한 해 동안 가장 바쁜 때”라며 “오전 오후 각 2시간30분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근로장애인들이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한 달여 기간 동안 치밀하게 알라딘게임
작업 계획을 세워 생산에서 제품 포장과 택배 포장 등 전 과정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생산한 강정은 독자적인 제품 브랜드명 ‘오곡강정’을 사용할 정도로 상당한 인기다. 주요 온라인쇼핑몰에 모두 입점했다. 제품을 소개하는 상세페이지 어디에도 이 회사에 대한 소개가 없기에 소비자들은 오로지 맛으로 이 회사 제품을 경험하고 무료야마토
입소문을 내거나 재구매해 품질 경쟁력만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결은 하나다. 품질 최우선 원칙이다. 이가 약한 노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을 확보했다. 특히 저가의 조청 대비 2~3배 비싼 최고급 경북 의성 조청만을 사용하고 건조 시간을 줄여주는 설탕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곡물도 화학감미료 같은 인공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바다이야기 사이트
것만을 고집하고 있다.
박은옥 대표는 “근로장애인들도 기술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것은 물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즐겁고 편안한 작업장 분위기 조성에 노력한 결과 심한 자폐 탓에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던 직원이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하고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생기는 것과 같은 ‘기적’증권거래
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장애인 김아무개씨는 이곳에 다니는 것이 즐겁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네, 즐거워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설 설립 때부터 함께해온 유아무개씨는 이곳이 왜 즐거운지를 묻는 말에 “기술이 있다고 칭찬받을 때 즐겁죠”라고 말했다. 강정 곡물을 섞는 솥을 다루는 이아무개씨는 강정 만드는 일이 바쁘지 않을 때 쇼핑백 접는 업무도 하는데 “쇼핑백 접기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라고 성취감을 드러냈다.
눈물의 10만원 월급, 굴레를 끊다
2012년 설립해 2016년 강정 생산을 시작한 동문엔터프라이즈가 지금처럼 발전하기까지 여정은 녹록지 않았다. 2014년 박은옥 대표가 2대 시설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시설 임대조차 안정적이지 못한 가운데 장애인 보호 위주로 운영됐다. 근로장애인들의 업무도 볼펜 조립, 부직포 행주 포장 등 부가가치가 낮은 작업이 주를 이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월 소득은 10만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는 부모들이 내던 자녀들의 한 달 점심값 10만원과 상쇄돼 교통비도 건질 수 없었다.
박 대표는 “단순 보호에만 그치지 않고 노동의 결과로 의미 있는 급여를 갖고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그는 개인적으로 후원자들을 모아 무료 급식을 시작했고 사회복지사 직원들까지도 후원금을 내며 운영을 이어갔다. 구청의 관심과 협조, 동사무소 쌀 후원 등을 통해 무료 급식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근로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서는 부가가치 높은 일을 통해 ‘기업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박 대표에게 있었다.
지리산 장인 기술을 전수받은 ‘명품 강정’
부가가치 높은 사업 탐색은 쉽지 않았다. 돌파구는 박 대표의 부임 3년차이던 2016년 8월에 열렸다. 중학교 동창의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지리산에 터 잡고 생활하는 장인급 강정 기술자인 친구 남편이 만든 건강하고 끈적이지 않는 강정 맛을 본 것이다. 박 대표는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기술 전수를 간청했고 경남 하동에 내려가 먹고 자며 기술을 배웠다.
초기에는 장비 살 돈이 없어 집에서 쓰는 식품건조기와 휴대용 버너로 시작해야 했다. 조청 배합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복잡한 일을 어려워하는 발달장애인 여건을 고려해 다양한 품목 대신 오곡을 한 번에 섞은 단일 품목인 오곡강정으로 단순화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700만원으로 시작된 연 매출은 올해 10월 현재 2억원을 훌쩍 넘겼으며 월 수백만원에 불과한 임가공 수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게 됐다.
자립을 위한 굳건한 사회적 관심과 협력
동문엔터프라이즈의 성공적인 사례는 한 기업의 열정이 동원 가능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모두 끌어온 덕분이다. 정부의 제도적 기틀 위에 위탁운영법인인 삼육재단의 지원, 서울시의 운영보조금 지원, 구청과 주민센터 등 지역사회와 소비자의 연대라는 여러 도움이 박 대표의 요청에 응답했다. 정부는 현재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제도를 마련해 전국 792군데(2022년 기준), 서울시 138군데(2024년 기준)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의 경우 138군데에 소속돼 근무 중인 장애인은 4131명 정도로 파악됐다.



동문엔터프라이즈 근로장애인들과 사회복지사 등 직원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보호가 필요하지만 우리도 의젓한 직장인”
강정 인기에도 월급은 수십만원 불과“독일처럼 ‘보충급여’ 도입 검토 필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비교적 장애 정도가 경증인 장애인을 위한 ‘근로사업장’, 지적 수준이 낮거나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발달장애인을 위한 동문엔터프라이즈 같은 ‘보호작업장’, 근로사업장이나 보호사업장에 들어가기 전인 장애인을 위한 ‘적응훈련시설’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직업재활시설 대부분이 임대 건물에서 운영되지만 국가가 임대료를 지원해주지 못하는 현실이다보니 삼육재단은 건물 임대 도움과 함께 월 700만원에 이르는 임대관리비도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동대문구청은 조례를 제정해 동대문구에 주소를 둔 근로장애인들에게 훈련수당 월 7만원을 지원함으로써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주민센터는 김치나 쌀 후원을, 동대문 시니어클럽은 점심 조리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축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동참이다. 박 대표는 구청 등에서 연결해주는 기관이나 기업 등 고객을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면 “발달장애인도 사회구성원답게 살고자 하는 이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며 ‘상생 구매' ‘선한 구매' ‘아름다운 구매'를 요청한다. 최근 윤리적 소비자로 불리는 ‘페어슈머’(fairsumer)의 역할을 강조하며 제품 경쟁력과 가치를 모두 만족시키는 구매가 이뤄지도록 애쓰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
동문엔터프라이즈의 사례는 안전한 보호 환경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적절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 모델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강정 생산을 통해 얻는 수익이 높아졌음에도 근로장애인들이 받는 급여는 여전히 수십만원에 그쳐 최저임금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다.
박은옥 대표는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부족분을 국가가 채워주는 ‘보충급여’ 제도의 도입을 역설했다. 독일의 ‘준근로자 제도’와 같이 성실히 일한 장애인에 대해 기관이 인정한 작업 수행만큼 국가가 매칭펀드 형식으로 급여를 보충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동대문구청의 훈련수당 지원은 바로 이런 보충급여의 필요성에 공감해 시작된 제도의 작은 출발점이다.
추석 대목을 맞아 강정을 생산하고 포장하는 ‘느린 손 장인’들이 정성껏 만들어내는 고품질의 오곡강정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다.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적 독립 의지와 이들이 떳떳한 경제 주체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우리 사회의 연대 의지가 뭉쳐 만들어낸 희망의 상징이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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