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이텍스(GITEX)에서 명함만 500장 교환하고 왔는데,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진 건 단 두 곳뿐이었습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GITEX에 참석한 한국 스타트업 대표가 털어놓은 말이다. 5일간 부스를 지키며 수백 명을 만났지만, 정작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매년 10월, 두바이는 전 세계 IT(정보기술) 업계의 중심지가 된다. 오는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GITEX GLOBAL 2025 (자이텍스 글로벌 2025)가 바로 그 무대다. 170개국에서 6000개 기업, 20만 명 이상이 몰리는 중동 최대 규모 IT 전시회로, 전세계 내노라 하는 대기업부터 신생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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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기업 중 수십억원 규모 계약을 따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기업은 빈손으로 돌아온다. 지난 16화에 일반적인 전시회 공략법을 다뤘다면, 이번엔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GITEX를 위한 맞춤형 공략법을 짚어보겠다.


올해는 AI가 판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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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GITEX는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DWTC) 전 구역을 사용하며, 특히 AI와 생성형 AI에 특화된 전용 구역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 사진=GITEX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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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GITEX는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DWTC) 전 구역을 사용하며, 특히 AI와 생성형 AI에 특화된 전용 구역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는 AI가 대세가 될 것으로 봅니다. 작년 GITEX에서도 AI가 화두였지만, 올해는 ChatGPT 열풍 이후 실제 비즈니스 적용 사례가 쏟아질카카오릴게임
것 같아요.” 현지 IT 업계 관계자의 전망이다.
GITEX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170개국 이상 참가가 예상되며, 특히 AI와 사이버보안, 핀테크 분야 기업들의 참가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수 기업이 참가를 준비 중이며, 코트라도 한국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사우디텔레필드 주식
아라비아의 적극적인 참여다. 비전 2030과 네옴 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사우디 정부와 기업들이 대규모 참관단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마트시티, 로봇공학,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할 전망이다.
작년 GITEX 2024는 방문객 2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중국과 인도 기업들의 참가가 크게 늘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막판 준비 체크리스트





DWTC 컨벤션 센터 앞에 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다



호텔부터 당장 잡아야 한다. DWTC 인근 호텔들은 이미 만실이다. 대안은 비즈니스베이나 다운타운 두바이다. 가격이 비싸지만 메트로로 20분이면 도착한다. 샤르자나 아지만까지 가면 숙박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매일 1시간씩 이동하는 건 체력적으로 부담이다.

“작년에 돈 아끼려고 샤르자에 묵었다가 후회했어요. 새벽까지 이어지는 네트워킹 파티 참석도 못하고, 아침 일찍 미팅 잡기도 어려웠죠.” 한 참가 기업 대표의 경험담이다.
명함은 최소 500장을 준비해야 한다. 아랍인 바이어를 사로잡으려면 한 면은 영어, 다른 면은 아랍어로 제작하는 게 효과적이다. QR코드는 필수다. 링크드인 프로필로 바로 연결되게 만들어야 한다. 직급은 과감하게 올려라. 과장은 Manager로, 부장은 Director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동에서는 직급이 곧 신뢰도다.
팀 구성도 중요하다. 최소 3명은 있어야 한다. 부스 지킴이, 미팅 담당, 네트워킹 담당으로 역할을 나눠야 효율적이다. 아랍어 가능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통역 비용이 비싸긴 하지만 중요한 미팅에서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DWTC 정글 생존법





DWTC 전시장 내부. GITEX는 워낙 거대해서 계획 없이 돌아다니면 하루가 금방 간다.



GITEX는 워낙 거대해서 계획 없이 돌아다니면 하루가 금방 간다. 첫날은 한국관부터 들러 네트워킹을 하고, 둘째 날은 정부 관련 부스를 공략하는 식으로 일정을 짜야 한다.

현지 전시회 전문가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가 골든타임이기에 VIP와 실구매자들이 주로 이 시간에 온다”며 “오후 3시 이후는 일반 관람객이 대부분”이라고 조언했다.
금요일은 무슬림 합동 예배가 있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많은 현지인 바이어들이 자리를 비운다. 이 시간에는 무리해서 미팅을 잡지 말고 점심 식사나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작년에 금요일 1시에 중요한 미팅을 잡았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기도 시간이라 30분 후에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문화적 차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을 다르게 잡았을 텐데 말이죠.” 한 스타트업 대표의 실수담이다.
WiFi는 기대하지 마라. 수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니 속도가 거의 안 나온다. 현지 SIM 카드를 사거나 포켓 WiFi를 준비하는 게 낫다. 푸드코트는 12시부터 2시까지 자리가 없다. 11시나 오후 3시에 가는 걸 추천한다. 주차는 지옥이다. 전시 기간 중 DWTC 주차장은 아침 9시면 이미 만차다. 메트로나 택시를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


에미라티, 사우디, 인도인 다 다르다





각국 바이어들이 GITEX 전시회 부스에서 미팅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미나이



칸두라(흰색 전통 의상)를 입은 에미라티(UAE현지인)들이 보인다면 정부 관계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는 무조건 정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빨리 확인해서 누군지 파악하고, 왕족이 확실하다면 “Your Excellency”라는 호칭을 쓰는 게 좋다. 명함을 양손으로 주고받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격보다는 기술력과 비전을 먼저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다. 급하게 계약 얘기를 꺼내면 신뢰를 잃는다.

사우디 바이어들은 비즈니스 얘기를 바로 꺼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날씨나 한국-사우디 관계 같은 스몰토크로 시작해야 한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사우디인들은 UAE와 은근한 경쟁 의식이 있다. 자신들이 중동의 큰형님인데 두바이가 너무 주목받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 두바이를 너무 칭찬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인도계 바이어들은 기술 스펙을 꼼꼼히 따진다. 동시에 가격 협상에도 적극적이다. 처음 제시한 가격에서 30% 정도는 깎으려 할 것이다. “인도 바이어들과는 기술적인 대화가 통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를 대동하거나, 본인이 기술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최종 가격’이라는 말은 믿지 마세요. 3번은 더 깎으려 할 겁니다.” 현지 무역업체 대표의 경험담이다.
유럽계 참관객들은 캐주얼한 복장을 입고 있어 쉽게 구분된다. 이들은 혁신성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제품의 기능보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다만 의사결정이 느리니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행사들





지난해 GITEX의 코트라 한국관 전경 /사진=코트라



코트라가 운영하는 한국관은 꼭 들러봐야 한다. 매년 한국 기업들의 네트워킹 행사와 비즈니스 미팅이 열리니, 코트라 홈페이지나 현장에서 일정을 확인하자. 특히 올해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가한다고 하니, 같은 한국 기업끼리도 협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공공기관들의 GITEX 기간 각종 행사도 주목할 만하다. 13일 오후에는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가 주최하는 ‘한-UAE AI 비즈니스 포럼’이 GITEX 익스팬드 노스스타에서 열린다. 같은 날 저녁에는 무역협회와 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는 ‘한-중동 오픈이노베이션 서밋’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개최된다.
14일에는 두바이 통합 경제 자유구역청(DIEZ) 산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DTEC(Dubai Technology Entrepreneur Campus)와 한국무역협회 간 MOU 체결식도 예정되어 있다. DTEC는 중동 최대 규모의 기술 창업 캠퍼스로, 한국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이라면 행사 기간 중 열리는 각종 피칭 대회와 세미나를 놓치지 말자. 중동 지역 성공 기업들의 사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캐리엠(우버에 인수)이나 수크(아마존에 인수) 같은 중동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배울 수 있다.
GITEX와 함께 열리는 부대 행사들도 확인해보자. 블록체인, 핀테크, AI 관련 컨퍼런스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관심 분야의 세션에 참가하면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작년 실패 기업들의 공통점





전시회가 끝난 직후 72시간이 승부처다. 왓츠앱과 링크드인으로 즉시 연결하라. / 사진=제미나이



전시회가 끝난 직후 72시간이 승부처다. 24시간 안에 감사 이메일, 48시간 안에 제안서를 보내야 한다. 명함 500장 중 A급 바이어 50명을 추려 맞춤 제안서를 보내고, 왓츠앱과 링크드인으로 즉시 연결하라. 중동은 이메일보다 왓츠앱이 훨씬 효과적이다.

작년 실패 사례들에서도 배울 수 있다. 대부분 왼손으로 명함을 건네거나, 금요일 기도시간에 미팅을 잡거나, 할랄이 아닌 음식 관련 실수 등 문화적 차이를 간과한 경우였다. 영어 브로슈어만 준비해서 아랍 바이어를 놓치거나, 명함과 QR코드 미비로 기회를 날리는 경우도 흔하다. “첫날에 너무 많은 부스를 돌다가 정작 중요한 미팅을 놓쳤다”는 한 대표의 반성처럼,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준비 없이 가면 ‘두바이 유랑기’로 끝나지만, 철저히 준비하면 ‘중동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명함 한 장, 인사 한 마디가 수십억원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GITEX다.
필자도 지난 10년간 GITEX를 여러 번 취재했다. 그때마다 느낀 건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었다. 다음 주 두바이에서 당신은 무엇을 얻어올 것인가. 단순한 참가 확인증일까, 아니면 미래의 비즈니스 파트너일까. 행운을 빈다. 인샬라.
※ 도움말 및 참고자료=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GITEX 운영위원회, 현지 한국 기업 7개사 인터뷰, 두바이 상공회의소, UAE 경제부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