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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는 베네수엘라 2대 철강기업 중 하나인 시벤사(SIVENSA) 소유주 가문 출신의 중도보수 민주야권 지도자다.
국회의원(2011∼2014년) 출신인 그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용어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차비스모'(Chavismo)가 꼽힌다.
12일 현재(한국시간 기준) 26년째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좌파 집권사로도 치환할 수 있는 '차비스모'는 대체로 민족주의적 사회주의 포퓰리즘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통칭된 영세민전세자금대출신용등급 다.
이 단어는 베네수엘라 정계 거물이었던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1999∼2013년 재임)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992년 군사 봉기를 일으켰다 실패한 뒤 옥고를 치른 차베스는 1998년 12월 대선 승리 후 이듬해 2월 취임하고서 제헌의회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행정부 권한을 저소득자영업자대출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신헌법 제정을 주도했다.
2002년 4월 쿠데타로 잠시 실각했다가 군내 충성파의 지원을 받아 이틀 만에 권좌에 복귀하기도 한 그는 2006년과 2012년 대선에서 거푸 승리를 거뒀다. 이 기간에는 자유무역 체제 지양·빈민 구제·직접 민주주의 확대·민족주의 성향 강화 등으로 요약되는 '21세기 사회주의' 씨앗을 담당업무 뿌렸다.
차베스 정부는 '반미'(反美)를 기치로 내걸고 외국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석유 산업을 비롯해 전력·통신 등 주요 인프라를 국유화했다.
2004∼2008년쯤엔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로 급등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차베스 정부는 이 시기 '남아도는 돈'을 산업에 일부 조건만 재투자하면서도 막대한 비중을 사회복지 분배 예산에 배정하면서 빈곤율을 62.1%(2003년)에서 31.9%(2011년)까지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폭락과 함께 베네수엘라 경제도 곤두박질쳤다. 펀더멘털이 약했던 베네수엘라는 새어 나가는 재정 지출 누수를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암으로 사망한 차베스 이후 집권한 기업은행 마이너스통장 발급대상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 집권 시기 급전직하의 '폭락장'을 경험한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차베스 정치적 후광을 십분 활용하던 마두로 대통령은 강력한 생필품 가격 억제와 산업 분야 국가 통제 강화 정책을 이어갔는데, 이는 저유가 직격탄에 더해 경제위기를 부채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
2014년엔 반정부 시위도 이어졌는데, 당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40여명이 숨지고 800명 이상 다치는 유혈 사태로 번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2015년을 전후론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음식과 생활용품 등을 구하려고 쓰레기통과 무덤을 뒤지거나, 집을 버리고 인접국으로 이주하는 모습 등이 언론에서 수시로 보도될 정도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마두로는 2018년 야당의 불참 속에 치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반발한 여소야대 국회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지지 속에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세우며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를 만들었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2020년 총선 여당 대승을 계기로 권력을 더 공고히 했다.
베네수엘라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에 따르면 마차도는 2001년 차베스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풀뿌리 시민단체 설립을 주도할 당시부터 일찌감치 '요주의 인물'로 정부 견제를 받았다. 이때 반역 및 음모 등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역으로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제재를 계획하던 미국 정부에는 환대받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2005년 기사를 보면 마차도는 백악관 초청을 받고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는데,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내 민주주의 확산에 관해 관심이 크다"고 말했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은 이에 불만을 표했다고 알려져 있다.
마차도는 마두로 정권하에서 대선 출마 자격을 잃거나 친정부 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를 돕던 주변 인물들이 대거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차베스와 마두로로 이어지는 악연 속에도 마차도는 차비스모 종식과 평화로운 정권 교체 민심을 결집하는 열정적인 연설과 메시지 발신으로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생일을 맞은 마차도는 사흘 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노벨위원회의 전화를 받고 "아직 우리는 민주주의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그의 언급은, 한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차비스모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되레 국제사회에 묻는 것처럼도 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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