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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드디어 나타났는데
약 일주일 전인 지난 달 31일 오후 3시. 홈플러스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마감됐습니다. 그동안 '무응찰' 우려가 나돌던 터라 관련업계에서는 접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죠.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6월 법원 허가를 받아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에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스토킹 호스란 회생기업이 유력 원매자를 찾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방식의 매 각은 무산됐죠.



지난 7일 고별전이 진행 중인 홈플러스 가양점 모습.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결국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 매각 방식을 공개입찰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홈플러스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입찰할 수 있는 방식인데요. 업계에서는 이 공개입찰에도 응할 기업이 없을 거란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우려와 달리 2개의 기업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나섰습니다. 인수 희망자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는 일단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아무도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았다면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인수 의향자들이 공개되면서 홈플러스 매각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연 매출 7조원,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두 기업 모두 재무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비현실적인 꿈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라는 기업입니다. 
하렉스인포텍은 2000년 설립된 AI 핀테크 기업입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유비페이'를 운영하고 있죠. 하레스인포텍 측은은 홈플러스의 유통 플랫폼에 AI 에이전트 기반 직거래 경제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요.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미국 투자자문사를 통해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하렉스인포텍의 자금 조달 계획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NICE 평가정보에 따르면 하렉스인포텍의 지난해 연매출은 3억원에 불과합니다. 영업손실도 33억원에 달하죠.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18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기업이 외국에서 3조원에 가까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죠.



스노마드는 하렉스인포텍 보다는 낫지만 역시 재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스노마드는 2007년 명선개발에서 분할돼 설립된 부동산 임대·개발업체인데요. 지난해 매출액은 116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에 그칩니다. 자산총계는 1597억원이지만 이 중 부채가 1375억원에 달합니다. 모기업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명선개발은 2018년부터 매출액이 0인 상황이고요.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11억원에 불과합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2조5000억원 가량의 지분을 포기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홈플러스 인수에는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두 기업 모두 이런 상태에서는 자체적으로 홈플러스 인수 대금을 조달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외부 자금 조달에 성공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자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이 두 기업이 홈플러스 인수의향서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수조원 규모의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실사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회사 홍보 효과를 노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하렉스인포텍은 인수의향서 제출 사실을 언론에 직접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회생이냐 청산이냐
이들 인수 후보자들은 오는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후 26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매각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홈플러스 매각 주간사는 예비입찰일이 지났지만 최종입찰일 이전까지는 추가 매수희망자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하렉스인포텍, 스노마드 말고 또 다른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M&A 인수자 공개 모집 기간을 연장하라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일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홈플러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두 회사는 정상화 의지 없이 먹튀를 노리고 뛰어든 기업"이라며 "법원은 M&A를 졸속으로 인가하지 말고 인수자 공개모집 기간을 연장하라"고 촉구했죠.
다만 이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홈플러스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은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이 나서주길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농협은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난 상황입니다. 농협의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이 모두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홈플러스까지 떠안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 고별전이 진행 중인 홈픞러스 가양점 지하 1층.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기업 입장에서도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단숨에 대형마트 2위에 오를 수 있고 부동산 자산도 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부채를 떠안아야 하고 추후 구조조정까지 도맡아야 합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저물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죠.
그렇다고 적합한 원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시간을 끌 수도 없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9월 비상 생존 경영 체제에 들어갔고 무급휴직, 폐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용 자금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부 점포는 전기세마저 제때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종 입찰일인 11월 26일까지 남은 시간은 약 3주입니다. 이 사이 실질적인 인수 능력을 갖춘 기업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을지, 아니면 현재의 두 원매자가 자금 조달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에 홈플러스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홈플러스가 극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지, 결국 청산의 길로 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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