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도쿄의 중의원(하원) 의원회관에서 만난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 한때 '리틀 아베'로 불렸던 하기우다는 경제산업상 등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로, 지난 10월 자민당 총재선거 때 다카이치를 지지해, 그를 총리로 만든 1등 공신이다. 아베파 몰락 이후에 무보직으로 밀렸다가 다시 부활했다./도쿄=성호철 특파원


“미국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은 일본도 결코 찬성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비롯해 일본과 한국이 협력할 부분은 많다.”
6일 일본 도쿄의 중의원(하원) 의원회관에서 만난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62)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북한과) 가장 근접한 한국이 한반도의 상황을 미국에 제대로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한국과 일본이 같은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7선 국회의원인 하기우다는 아베 신조 전 정권에서 총리 보좌관, 문부과학상 등을 지낸 아베의 최측근이다. ‘리틀 아베’로도 불렸다. 기시다 정권 때 경제산업상, 자민당 정조회장까지 지냈지만 작년 총선 때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의 이른바 ‘아베파 학살’로 공천을 받지 못했고,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복당한 그는 아베의 후계자인 다카이치 사나에를 총리로 만드는 데 기여해 부활했다.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 을 보좌하는 간사장 대행은 실질적인 당내 정책 조율을 맡는 실세다.
그는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 보유’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핵을 보유한, 민주적 대화가 되지 않는 집단이 존재하는 현재의 안보 환경에서 한국이 그런 방향을 고려하는 건 당연한 판단”이라고 했다. ‘일본의 안보에 득이냐’는 질문에도 “장기적 으로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는 전제를 걸고 동의했다.
한국의 원잠은 일본에도 원잠 보유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기우다는 “일본은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잠수함 보유’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위를 생각하면 (원잠 보유가) 당연한 판단이지만, 유일한 피폭 국가인 일본은 (원자력의 무기 사용을 반대하 는) 국민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당 내부, 그리고 연립 정권인 일본유신회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민당 내 강경 보수의 대표 격으로, 한때 한국에 비판적이었던 하기우다는 이날 “젊었을 땐 그랬지만, 지금은 한국과 다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발전·성장해 리더십을 발휘할 위치에 선 일본과 한국은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에서도 늘 함께 호흡을 맞추는 나라여야 한다”며 안보와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아베 정권 때) 반도체 분야에서 대립했지만, 이젠 경제의 쌀인 반도체에서 서로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는 역할”이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일본과 한국 간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발언 탓에 일본인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인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경계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경주에서 두 정상 간 첫 만남은 매우 좋은 환경이었다”며 “두 리더의 지휘 아래, 일한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양국 정부가 제대로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반한(反韓) 정치인이란 이미지와는 달리, 한국 드라마 팬이라는 하기우다는 “작년에 ‘이태원 클라쓰’의 로케 장소를 성지 순례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박보검과 아이유를 좋아하게 됐고, 제주도 소주 한라산도 마셨는데 참 좋았다”고 했다. 그는 “남은 정치 인생에서 친구로서 한국과 깊은 교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