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사그라들자 아기 고양이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람지가 이곳에 온 지도 3개월이 지났다. 그러는 동안 5년간 별일 없이 살던 아쿠와 아톰의 생활은 완전히 망가졌다. 원래 둘은 오전에 창고를 개방해 밖에서 맘껏 뛰어놀다가 오후가 되면 귀가해 다시 창고 생활을 하는 패턴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천둥벌거숭이 람지와 강제 동거를 시작하면서 녀석의 적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창고 문을 닫았는데,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창고 개방이 늦어졌다. 폭염도 꺾이고 람지 또한 창고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으니 이제 아쿠와 아톰에게도 일상을 되돌려줄 때가 되었다.




아기 고양이 람지는 마당으로 나온 오빠바다이야기 5만
고양이를 보고 잔뜩 겁에 질려 꼬리를 부풀렸다. ⓒ이용한 제공



창고를 개방하자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창고 안팎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던 람지에겐 자유를 찾은 아쿠와 아톰의 존재가 낯설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반가사유상처럼 움직이지 않던 오빠들이 바로 앞에서 야생 호랑이처럼 뛰엘디티 주식
어다니는 게 아닌가. 람지는 마당에 나온 아쿠와 아톰에게 잔뜩 꼬리털을 부풀리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지만, 이미 동공이 풀려 있었다. 그야말로 ‘멘붕’ 그 자체였다. 아톰과 아쿠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자 녀석은 누굴 따라가야 할지도 몰랐다. 녀석은 우선 아톰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집 앞 논까지는 그런대로 따라다녔고, 건너편 깨 밭까지도 겨우겨우 아톰제테크
을 뒤따랐다. 그렇게 람지와 아톰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평소 루틴대로 아톰은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곳으로 갔던 아쿠도 돌아왔다. 그런데 람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아톰을 놓친 모양이었다. 우선 나는 아톰과 아쿠를 창고 안으로 들이고 람지를 찾아다녔다. 람지릴게임 다운로드
이름을 부르며 한 시간 넘게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혹시 아톰이 녀석을 어디론가 데려간 뒤 버리고 온 건가? 저녁 무렵에야 람지는 뒤란 쪽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 녀석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후다닥 도망을 쳤다. 잠시 후 앞마당 반대쪽에 나타난 람지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호다다닥 달려와 한참이나 ‘발라당’을 했다. 집 뒤에선 못 알아보고 집 앞마당에서만 아모텍 주식
알아보는 헛똑똑이. 정말 요란하고 황당한 창고 개방 첫날이었다.




람지는 아쿠와 아톰을 제법 잘 따라다니며 동네 이곳저곳을 뛰어놀았다. ⓒ이용한 제공



창고 개방 둘째 날부터는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 싸움 장난을 즐기는 람지는 창고 안의 정중동 보살들만 보다가 바깥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오빠들을 따라 하느라 덩달아 기운이 폭발했다. 아쿠와 아톰의 주요 산책 코스인 논두렁에서도 녀석은 곧잘 오빠들을 따라다녔다. 벼는 누렇게 익어서 추수할 때가 다 되었는데, 찬찬히 논두렁을 거닐며 벼를 살피는 고양이들.


창고 개방 첫날의 악몽 이후 람지는 방구석 여포의 모습에서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한 번은 아톰이 나무타기를 가르친답시고 대추나무에 오르는 시범을 보였는데, 몸이 무거워서인지 중간에서 그만 내려오고 말았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람지는 자유자재로 나무를 타며 ‘이렇게 하는 거 맞지?’ 하면서 아톰을 내려다보았다. 청출어람(가르치는 스승보다 ‘람지’가 낫다)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렷다.


10월로 접어들면서 마당가엔 구절초가 만개했다. 아직 호기심이 충만한 람지는 요즘 툭하면 구절초 밭에서 논다. 고양이가 낭만을 아는구나,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녀석의 목적은 꽃구경이 아닌 벌과 나비에 있었다. 딴에는 묘생 처음 사냥을 해보려는 모양인데, 번번이 허탕을 쳤다. 하룻고양이 벌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그래도 옆에서 지켜보는 집사의 입장에선 그런 풍경이 마냥 흐뭇했다.




만개한 구절초 앞에 선 아기 고양이 람지. ⓒ이용한 제공



 

이용한 (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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