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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비만 팬데믹’과 싸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하며 그 심각성을 경고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인구 중 8명 중 1명, 성인 8억9000만명이 비만에 해당한다. 5~19세 아동 청소년 중에는 3억9000만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며 5세 미만 어린이의 과체중 인구도 35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5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유럽주가
성인 비만율은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38.4%로 성인 3명 중 1명 이상이 비만이다. 이처럼 비만은 이제 단순한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공동체적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잘못된 식습관과 불평등한 식품 환경
WHO는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고지방·고당분 식품의 과다 섭온라인신천지
취와 운동 부족”을 꼽으며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낸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공식품의 대량 생산과 글로벌 유통 확대로 값싼 고열량 식품은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반면, 신선한 농산물은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식품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28억명이 ‘건강한 식단’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식비 부담이 크다삼원테크 주식
. WHO 유럽지역의 보고서에서도 식단 관련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1990년 대비 4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비만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G20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3.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건강한 개미주식
식이요법을 위한 식품세. WHO


◆식품세, ‘전체 영양 품질’ 기준으로 과세해야
이에 따라 여러 나라가 설탕이나 트랜스지방 등 특정 성분에 세금을 부과하는 ‘식품세(Food Taxes)’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WHO는 최근 보고서 ‘건강한 식이요법을 위한 식품세(Food 릴게임다빈치
Taxes for a Healthy Diet)’에서 영양성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영양프로파일모델(Nutrient Profile Model, NPM) 기반의 ‘총체적 식품세’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단순히 특정 성분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대신 건강한 식품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영양 불균형 식품에는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효과적인 접근으로 제시했다. WHO는 또한 “세금은 식품의 가공 단계가 아닌 식품의 실제 영양 품질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초가공식품’ 여부만으로 과세 기준을 정하는 것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2023년 미국 48개 주 성인 비만 유병률 지도. CDC


◆미국: MAHA로 ‘비만과의 전쟁’ 선포
미국은 성인 인구의 40% 이상이 비만으로 집계되며 청년층의 70%가 군 입대 기준에 미달하는 등 비만이 국가 안보와 사회적 생산성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미국을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MAHA)’ 정책을 통해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해당 정책은 ▲대통령 체력 테스트 부활 ▲저소득층 식품 지원제(푸드 스탬프) 내 고열량 식품 구매 제한 ▲비만 치료제 보험 적용 확대 등을 추진한다. 



영국의 HFSS 규제


◆영국: HFSS 규제·설탕세로 식품 환경 개선
영국은 성인 10명 중 6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며 10~11세 아동의 비만·심각비만 비율은 23%에 달한다. 특히 저소득 지역일수록 비만율이 높아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직결된다.
이에 정부는 ▲고지방·고당·고염(HFSS) 식품의 판매 위치 제한 ▲1+1, 2+1 등 다구매 할인 금지 ▲설탕세(Soft Drinks Industry Levy)를 통한 음료 당 함량 감소 ▲외식·테이크아웃 업계 칼로리 표시 의무화 ▲어린이·청소년 신체활동 지원 예산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는 연 1회 허리둘레를 측정하고 비만에 해당할 경우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지도를 받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연 1회 허리둘레 측정으로 비만 관리
2008년 제정된 일본의 ‘메타보법(メタボ法)’은 40~74세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복부둘레, 혈압, 혈당, 중성지방 등을 측정해 내장지방형 비만 여부를 진단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는 연 1회 허리둘레를 측정해야 하며 남성 85㎝ 이상, 여성 90㎝ 이상일 경우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지도를 받는다. 
소속 회사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준치 이상 비율을 낮추지 못하면 벌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후 기업들이 사내 운동 프로그램, 영양 교육 등을 강화하면서 일본은 OECD 회원국 중 비교적 낮은 비만율을 유지하고 있다.



비만극복과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 10가지. 대한비만학회


◆한국: 법적 관리 체계는 있지만 실질적 지원은 부족
우리나라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비만을 건강증진 관점에서 관리하고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을 통해 예방 활동을 추진한다. 그러나 학교 내 고열량 탄산음료 판매 금지 외에 실질적인 비만 예방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1995년 법 제정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 1·2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비만율 억제 목표 설정 ▲2018년 제1차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 마련 ▲2021년 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내 비만 관리 강화 방안 포함 등이 추진됐지만 장기적 대책 부재로 비만율 상승과 취약계층 비만 심화 문제는 여전하다.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정책위원회 간사는 국제 비만 심포지엄 ‘ICOMES 2025’에서 “비만 정책 인력과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비만이 생기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만의 중독적 속성을 반영한 정책 설계와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비만, 개인의 책임 넘어 사회적 시스템으로
WHO는 비만 대응을 위한 식품세 정책이 단순히 세수 확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는 지속가능한 시스템 전환의 핵심 도구”라고 강조한다. 비건강식품의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과일, 채소 등 건강식품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해야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만은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식품 산업, 세제 정책, 지역사회 운동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비만과의 전쟁’에 승리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나서야 할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