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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이 다른 생명체의 이야기라면. 그것도 동물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생을 이어가는 ‘나무’의 이야기라면. 약간은 눈이 뜨이고, 귀가 번쩍이는 이야기가 아닐는지.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서 고아한 자태를 뽐내는 ‘정이품송’의 얘기다.
속리산 정이품송.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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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와 정이품송
정이품송은 조선의 벼슬 정2품(오늘날 장관급)을 받은 식물로 전해진다.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세조 때였다. 세조는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멀쩡한 조카를 내쫓고 제 욕심으로 왕위를 찬탈했으니 무 사이다릴게임 리도 아니었다. 민심은 흉흉했고, 권력은 불안했다. 반전의 카드가 필요한 세조가 꺼내든 건 ‘불교’였다.
“불심으로 대동단결....” 영화 ‘관상’ 속 수양대군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 [사진출처=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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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를 기반으로 세워진 조선은 숭유억불(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함)을 국가 정책으로 삼았다. 건국의 본뜻과는 달리 세조는 전국 곳곳 절을 다니며 시주하고, 공양했다. 왕의 이름으로 직접 절을 짓기도 했다. 오늘날 탑골공원 자리에 있었던 원각사가 대표적이다(아직도 그 자리에는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있다). 부처님의 자 오리지널골드몽 비로 자신의 과오를 씻고자 했던 것이었다. 정이품송의 일화도 이 같은 세조의 과오 씻기의 맥락에서 등장한다.
‘정이품송’의 이야기는 전설에 가깝다. 요는 이렇다. 세조가 충북 보은에 이름난 절 법주사를 방문할 때였다. 화려한 어가(御駕·임금이 탄 가마)를 탄 세조가 가지가 무성한 소나무를 지나고 있었다. 세조가 말했다. 오션릴게임 “어가가 나무에 걸리겠다.” 그때 소나무가 가지를 들어 올렸다. 마치 임금이 편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듯이. 이를 갸륵하게 여긴 세조가 이 나무에 정2품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이 소나무는 ‘정이품송’으로 불렸다.
파고다 공원의 ‘원각사지 10층석탑’. 불심으로 민심을 수습하려 세조가 세웠다.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릴 수 없는 건 자연의 이치여서, 후대 사람들은 민심 이반을 우려한 세조가 ‘설화’를 만들어 퍼뜨린 것이란 설이 나온다(프로파간다 說). 자연도 세조를 우러러볼 만큼 그가 정당성이 있는 존재라는 거였다. 이 얘기가 전설에 가까운 이유는 조선왕조실록에 정이품송에 관한 얘기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정의 중심에 선 정이품송
세조가 만든 이야기든, 아니든, 정이품송은 우두커니 제 자리를 지켰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술국치, 일제강점기, 6·25 전쟁까지. 끝없는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정이품송은 한결같았다. 역사에 무게에 짓눌려 고단한 우리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이에 장사 없다는 말은 인간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수령(나무의 나이) 600년의 무거운 더께 때문인지, 정이품송도 소싯적 생기를 잃어갔다. 태풍과 폭설에 가지가 폭삭 주저앉았기도 했다. 늙고 병들어 지친 ‘정이품송’이 사람들은 가여웠다. 고아한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한 까닭에, 그의 후손 격인 후계목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서방님과 합방을....” 보은 서원리 정부인송. [사진출처=Trainholic]
마침, 알맞은 짝이 있었다. 정이품송으로부터 20리(8㎞)가 안 되는 곳, 보은 서원리에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높고 꼿꼿이 뻗은 정이품송과 달리 낮고 넓게 퍼진 모양이 마치 ‘어머니의 너른 품’ 같아서,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정부인송’이라고 불렀다. ‘정이품송의 아내인 소나무’라는 뜻이었다. 정이품송과 정부인송의 합방이 결정됐다. 두 나무를 교배해 새로운 아름다운 소나무를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후계목은 나오지 않았다. 두 나무의 수령이 너무 많아서였다.
마침내 새끼를 보다
산림청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에 널린 게 여자”라는 마음으로 새색시(?)를 찾은 것이었다. 2001년 강원도 삼척에 있는 미인송(용모가 빼어난 소나무)이 신붓감으로 낙점됐다.
결혼식까지 치르고, 실제로 교배가 단행됐다. 미인송이 젊은 나무였기 때문이었는지, 후계목은 무럭무럭 자랐다. 충북 보은 사람들은 “정실부인을 두고, 어찌 첩과 결혼시킬 수 있냐”며 볼멘소리했지만, 이미 새 생명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났다.
서울 동대문구 홍릉숲에 그 치정극의 결과물인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조선 왕조 500년을 지켜보고, 현대엔 ‘사랑과 전쟁’의 주인공이 된 소나무 정이품송. 영생하며, 번영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얘깃거리를 만들어 주기를.
송필용 작가의 ‘미인송’. 기사와 관계없음.
<세줄요약>
ㅇ정이품송은 장관급에 해당하는 정2품을 받은 소나무를 일컫는데, 세조와의 관계가 전설로 전해진다.
ㅇ수령이 600년이 지나면서 후계목 양성을 위해 인근 지역 정부인송과 교배를 진행했으나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
ㅇ결국 수령 어린 강원도 ‘미인송’과 교배를 통해 ‘사생목’을 낳은 치정의 주인공이 됐다.
생명(生)의 색(色)을 다루는 콘텐츠 생색(生色)입니다. 동물, 식물을 비롯한 생명의 성을 주제로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지식을 전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마다 재미있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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