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 광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5년 만에 광주 금남로에 다시 무지갯빛이 오른다. 제4회 광주퀴어문화축제를 이끄는 석영(34) 광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축제라는 이름을 붙인 투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건 결국 하나다. 인간답게, 존엄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이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분명히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석영 위원장의 본업은 클래식 작곡가다. 2016년 데뷔 연주회를 열었고,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 사이다쿨 성 작곡가들을 조명하는 강연도 병행했다. "음악을 하다 보면 '누가 기록되고 누가 사라지는가'를 계속 마주하게 된다"는 그는 자연스레 인권 문제로 문제의식을 확장해 왔다. 석영 위원장은 "성소수자든 장애인이든, 이주민이든 결국 모두가 원하는 건 존엄하게 살 권리"라며 "존엄을 둘러싼 싸움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도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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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제4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준비를 위해 조직위원회가 재창립총회를 열었다. 석영 광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제공


광주퀴어문화축제는 2018~2020년 세 차례 열린 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중 손오공게임 단됐고, 오는 29일 5년 만에 금남로에서 다시 열린다. 이전 축제는 여성단체 등 비당사자 단체가 주축이었다면, 올해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직접 조직위를 꾸려 축제를 준비했다. 석영 위원장은 "광주에는 당사자 인권활동가 자체가 많지 않아 그동안 비당사자 단체들이 축제를 유지해 주셨다"며 "올해는 우리가 직접 기획하는 첫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고 황금성슬롯 말했다.
지난 4월 열린 조직위 재창립총회에는 지역 시민단체 20여곳이 참여했다. 축하 발언 시간이 모자랄 만큼 지지가 이어졌고, 텀블벅 후원은 목표 대비 약 800%를 달성했다. 석영 위원장은 "SNS 댓글에는 혐오가 많지만, 현장에서 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완전히 다르다"며 "연대가 차별보다 훨씬 크다는 걸 확인했고, 광주에서도 충분히 릴게임 축제를 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올해 슬로건은 '무등 : 무지갯빛 절대평등'이다. 석영 위원장은 "무등은 등급이 없다는 뜻이다. 우열을 매길 수 없고, 누구나 평등하다는 의미"라며 "민주화·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이 단어를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등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존엄에 다다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 앞에 무지개 깃발과 광주퀴어문화축제 깃발이 흔들리는 모습. 석영 광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제공


'존엄'이라는 단어는 '광주'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석영 위원장은 올해 축제를 준비하며 성소수자의 투쟁과 5·18과의 연결성을 더욱 깊게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투쟁도 결국 사람답게 살기 위한 싸움이었다"며 "당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섰던 것처럼, 지금 성소수자 당사자들도 사람이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같은 공간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석영 위원장은 "누군가는 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당사자로서 연대를 요청받으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성소수자 차별은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며 "화장실 접근권이나 비혼·동성 커플의 주거·복지 제도 배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인생 목표를 묻자 그는 "죽지 않고 사는 것"이라며 웃었다. 석영 위원장은 "동네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다섯 마리 중 두 마리가 다른 어미 고양이에게 받아들여져 살아남는 모습을 본 적 있다"며 "어떤 생명도 혼자 살 수 없다. 서로 연결돼 있어야 살아간다. 그래서 나누고 연대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