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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험담을50년 전 산꾼들은 뭘 먹었을까? 한번 예상해 보자. 먼저 떠오르는 건 학교에서 먹었다는 도시락 이야기다. 맨밥을 꾹꾹 눌러 담고 반찬으로 약간의 장아찌나 김치만 먹었다는 둥, 옆 친구가 소시지 반찬이라도 가져오면 부러워했다는 둥, 아무래도 먹을 게 많이 없던 시절이라 생겼을 일화들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산에서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옛 월간<山> 기사들을 찾아봤다. 김밥 정도 먹고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을 남긴 민족이다. 먹는 것에 제대로 진심이었다. 1969년부터 1980년대까지 월간< 골드몽릴게임 山>에 실린 등산 요리 연재 기사들을 모아 프랑스 요리 전문 김문석 셰프와 함께 소개한다.
과거 월간에 실렸던 산요리들 사진 모음. 오른쪽 위 떡국과 오징어돌판구이, 닭볶음탕, 감자돌판구이, 고등어조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야마토연타
샌드위치는 5층으로, 소간&마요네즈 고칼로리 폭탄
1969~1970년 김제옥의 산요리 강좌
월간<山> 창간 직후인 1969년부터 약 1년간 김제옥 원장의 산 요리 강좌가 실렸다. 김 바다이야기모바일 원장은 본인의 이름을 딴 가정 요리 학원을 운영하며 <가정 요리 백과>, <가정 요리 전서> 등의 책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요리에 앞서 요리 학원의 주소지가 흥미롭다. 기사에 함께 실린 광고에 따르면 주소가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17-8이다. 해당 번지에 지어진 건물은 놀랍게도 현재까지 남아 있는 이른바 '윤보선 감시 건물'이다. 바다이야기예시 1967년 당시 군사 정권이 윤보선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었기 때문에 건물 형태가 망루와 같다고 한다. 가장 꼭대기인 5층에는 저격수가 배치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 정도로 흉흉한 건물이었는데, 바로 그 시기에 그 밑에는 요리 학원이 차려져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학원 역사만큼 요리도 흥미롭다. 겨울철에는 샌드위치, 프렌치토 릴게임모바일 스트, 버터 및 잼 토스트, 핫케이크와 스프를 제안했다. 되도록 조리가 간편하고 영양가가 높아야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흔히 먹는 음식들인데 레시피가 조금씩 특이하다. 샌드위치의 경우 식빵을 얇게 썬 뒤 마요네즈를 바르고 1층에 삶은 돼지고기나 햄, 베이컨, 2층에 달걀, 3층에 감자와 당근, 4층에 오이까지 5단으로 겹겹이 쌓은 뒤 썰어 먹으라고 한다. 핫케이크도 지금은 시중에 전용 가루가 나와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이때는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로 만들어야 했다.
같은 겨울인데 다른 호에서는 체온 유지를 위한 고칼로리에 조리법이 복잡한 요리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야채 볶음, 돼지고기 볶음, 야채 고로케, 장똑똑이 등이다. 여기에 간볶이밥, 간유화도 있다. 이름이 생소한데 레시피에 따르면 글자 그대로 소의 간을 밥과 함께 볶고, 기름에 익힌 요리들이다. 간볶이밥은 토마토케첩 소스로, 간유화는 마요네즈로 맛을 내라고 제안하는데 맛이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가을 요리는 돼지가라강정, 고구마와 사과조림, 도미충장조림, 북어찜, 누름적을 추천했다. 도미충장조림은 도미를 튀겨낸 후 충장과 생강, 마늘을 볶은 데다 옮겨 물을 넣고 40분간 졸인 음식이라고 한다. 충장의 정체가 묘연한데 아마도 춘장이지 않을까 싶다.
김문석 셰프는 고구마와 사과조림 요리법을 눈여겨봤다. "프랑스식 디저트 타르트 타땅 tarte tatin 과 비슷한 방식이라 흥미롭다. 재료를 켜켜이 쌓고 설탕을 녹인(캐러멜라이즈) 건데 이렇게 하면 재료에서 수분이 나오고, 같이 캐러멜라이즈되면서 식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난다. 지금 한다면 여기에 바닐라빈이나 에센스를 넣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북어찜 레시피도 흥미롭다. 보통 불린 북어에 양념을 바른 뒤 쪄내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선 소고기가 등장한다. 소고기를 곱게 다져서 갖은 양념으로 주물러 놓은 뒤, 손질한 북어를 밀가루에 묻힌 다음 양념한 소고기를 도톰하게 바른다. 그다음 기사 내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다른 한쪽에 맞붙여서 북어와 북어 사이에 박는다'고 한다. 10여 년 전 방송된 한 TV 프로그램에서 참돔찜 요리법을 소개할 때 생선에 칼집을 내고 거기다 밀가루를 바르고 양념한 소고기를 채우라고 한 것과 같은 궤로 보인다.
다른 호에선 마파두부 조리법도 소개했다. 이름은 '마포도우'고 홍콩 요리라는 설명이 붙은 것이 재밌다. 마파두부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만들어졌는데 얼얼한 화자오 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만 홍콩으로 넘어온 마파두부는 화자오 맛이 약하거나 없고 굴소스 등으로 감칠맛을 더하고 두반장을 살짝 넣는 식이라고 한다.
월간<山>의 '마포도우'에는 뭐가 들어갔을까. 두반장도 굴소스도 화자오도 없다. 고추와 생마늘, 파를 넣고 볶다가 데친 두부를 넣고 물에 푼 녹말로 걸쭉하게 만든 뒤 후추와 화학조미료를 첨가하고 참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한다.
잡탕면 아닌 잡탕면 감자탕 아닌 감자탕
1983년 허숙자, 홍순명의 산요리 강좌
잡탕면과 감자탕.
1983년 상반기에는 허숙자씨가, 하반기는 홍순명씨가 각각 '산요리 강좌'를 연재했다. 이때부터 컬러 음식 사진이 화려하게 들어가고, 기사 구성도 사뭇 달라졌다. 기존에는 지면의 10% 정도만 왜 이 달에 이 요리를 추천하는 지 날씨 특징과 전체적인 콘셉트를 설명하고 나머지는 상세하게 요리 과정과 조리법을 계량까지 해서 알려준 반면 이때부턴 주객이 전도된다. 90% 정도 산에 대한 예찬과 산행 에피소드를 줄글로 나열한 뒤 조리법은 짧고 투박하게 던져놓는 식이다. 당시 편집자들은 요리 잡지가 아니라 산 잡지니까 요리에 얽힌 읽을거리로서 해당 연재를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개되는 요리들은 꽤 흥미롭다. 잡탕면은 흔히 중식당에서 먹는 해산물과 야채를 볶아 간장과 굴소스를 넣고 걸쭉하게 만든 요리가 아니다. 진짜 사전적 의미의 '잡탕'을 끓인다. 들어가는 재료는 어묵, 떡, 면(라면), 달래, 냉이, 야채, 김치, 라면 스프, 김, 달걀, 미트볼이다. 조리법은 한 줄이면 충분하다. 코펠에 물을 3분의 2 정도 붓고, 익는 데 시간이 걸리는 순서대로 다 때려 넣고 끓이란다. 요리를 맛본 이들은 "아니, 이런 요리도 있나?"라며 생각과 달리 맛이 좋다는 평을 내놨다고 한다.
감자탕의 모습도 우리가 아는 감자탕이 아니다. 맑은 감자탕이다. 재료는 감자, 소고기, 마늘, 실파, 소금, 조미료가 끝이다. 코펠에 물을 넣고 소고기를 충분히 끓인 뒤, 소고기에서 생기는 거품을 제거하고 감자 하나를 4토막을 내어 적당히 넣고 끓인 뒤 간을 맞추면 끝이다. 재료나 음식 사진만 봐선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이게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한다.
지금은 할 수 없는, 혹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요리도 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눈을 퍼서 코펠에 녹인 뒤 라면 스프를 넣고 떡, 달걀, 파를 넣어 떡국을 끓여 먹으라는 제안이다. 현재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장소 외 취사가 금지돼 있고, 또 쌓인 눈을 녹여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눈은 고지대 식물들의 수원이기 때문이다. 이어 산에서 함부로 하는 사람은 산사람의 예의가 아니라며 음식을 던지는 풍습, '고수레'를 꼭 해야 한다고 적었는데 이 또한 지양해야 할 행위다.
돌멩이로 찢고, 돌판 위에서 굽고
1987년 김정명의 와일드쿠킹
김정명의 와일드쿠킹 연재는 호쾌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계곡에 나가서 돌을 깔고 불을 피워서 요리한 후 기사를 실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호쾌하기 짝이 없는 야성적인 조리법이 반년에 걸쳐 연재됐다. 조리법을 보면 왜 1991년에 전국의 산에서 취사를 금지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당시 야영 문화의 단면을 잘 보여 주는 연재다.
일단 요리들은 지금 해 먹어도 맛있을 것들 천지다. 심마니들이 알려줬다는 돼지구이, 돌판 닭구이, 감자 돌판구이, 더덕 돌판구이, 오징어 돌판구이, 옥수수속대 통닭 훈제구이 등이다.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조리법이 일관된다. 돌판을 깔고, 밑에 장작불을 활활 지핀 뒤 굽는다. 돌판을 팬으로, 장작불을 버너로 바꾸면 지금 해 먹어도 무방한 요리들이다.
재료 손질도 터프하기 짝이 없다. 닭고기는 연하게 만들기 위해 돌멩이로 찧으란다. 더덕 껍질은 바위에 비벼서 벗긴다. 김 셰프는 "보통 감자칼이나 수저로 살살 긁는 게 정석인데 바위에 비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며 "더덕 틈새 이물질도 지푸라기로 제거하라던데 어란 실핏줄 손질할 때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심마니표 돼지구이는 취사 도구, 복잡한 양념은 쓰지 않는 원시적인 요리다. 삼겹살에 파와 통마늘, 소금을 넣고 쿠킹호일로 감싼 뒤 모닥불 잿더미 속에 쑤셔 박아 익힌다. 잿더미 속에서 15~25분 정도 익혀 꺼낸 다음 불로 달군 돌로 5~10분간 눌러 기름을 빼고 먹으면 된다. 평소 돼지고기를 기피하던 이도 놀랄 정도로 많이 먹게 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김 셰프는 "그렇다"고 한다.
"이탈리아 요리 '포르케타Porchetta'와 매우 흡사하네요. 돼지고기에 마늘, 로즈마리 등 향신료를 채워 넣고 돌돌 말아서 오븐에 익히는 요리입니다. 우리는 삼겹살 구이나, 수육으로 삶은 맛이 친숙하죠. 심마니표 돼지구이는 이처럼 조리하면 오랫동안 큰 덩어리 원물로 익혀 수분과 육즙 손실이 적기에 매우 촉촉하고, 파와 마늘이 같이 익으면서 잡내도 잡아줘 돼지고기를 기피하던 이도 찾게 되는 겁니다. 파와 마늘에 더해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도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한편 지금의 관점에서는 자연을 상당히 파괴하는 방식의 요리법, 이를 소개한 이는 자연을 별로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오히려 정반대다. 필자는 우리 자연을 평생을 바쳐 사랑한 이다. 지난 2025년 여름 작고한 자연생태사 진가 '우리꽃 지킴이' 김정명 선생이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의 산과 들, 특히 독도와 백두산에서 자연과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았으며, 1996년 동강에서만 피는 '동강할미꽃'을 처음으로 발견하기도 했다. 김정명 선생은 이 연재를 끝내고 2년 뒤, 본지에 '한국의 자연을 찾아서'란 연재 기사를 기고하며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는 데 힘썼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산에서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옛 월간<山> 기사들을 찾아봤다. 김밥 정도 먹고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을 남긴 민족이다. 먹는 것에 제대로 진심이었다. 1969년부터 1980년대까지 월간< 골드몽릴게임 山>에 실린 등산 요리 연재 기사들을 모아 프랑스 요리 전문 김문석 셰프와 함께 소개한다.
과거 월간에 실렸던 산요리들 사진 모음. 오른쪽 위 떡국과 오징어돌판구이, 닭볶음탕, 감자돌판구이, 고등어조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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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는 5층으로, 소간&마요네즈 고칼로리 폭탄
1969~1970년 김제옥의 산요리 강좌
월간<山> 창간 직후인 1969년부터 약 1년간 김제옥 원장의 산 요리 강좌가 실렸다. 김 바다이야기모바일 원장은 본인의 이름을 딴 가정 요리 학원을 운영하며 <가정 요리 백과>, <가정 요리 전서> 등의 책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요리에 앞서 요리 학원의 주소지가 흥미롭다. 기사에 함께 실린 광고에 따르면 주소가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17-8이다. 해당 번지에 지어진 건물은 놀랍게도 현재까지 남아 있는 이른바 '윤보선 감시 건물'이다. 바다이야기예시 1967년 당시 군사 정권이 윤보선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었기 때문에 건물 형태가 망루와 같다고 한다. 가장 꼭대기인 5층에는 저격수가 배치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 정도로 흉흉한 건물이었는데, 바로 그 시기에 그 밑에는 요리 학원이 차려져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학원 역사만큼 요리도 흥미롭다. 겨울철에는 샌드위치, 프렌치토 릴게임모바일 스트, 버터 및 잼 토스트, 핫케이크와 스프를 제안했다. 되도록 조리가 간편하고 영양가가 높아야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흔히 먹는 음식들인데 레시피가 조금씩 특이하다. 샌드위치의 경우 식빵을 얇게 썬 뒤 마요네즈를 바르고 1층에 삶은 돼지고기나 햄, 베이컨, 2층에 달걀, 3층에 감자와 당근, 4층에 오이까지 5단으로 겹겹이 쌓은 뒤 썰어 먹으라고 한다. 핫케이크도 지금은 시중에 전용 가루가 나와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이때는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로 만들어야 했다.
같은 겨울인데 다른 호에서는 체온 유지를 위한 고칼로리에 조리법이 복잡한 요리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야채 볶음, 돼지고기 볶음, 야채 고로케, 장똑똑이 등이다. 여기에 간볶이밥, 간유화도 있다. 이름이 생소한데 레시피에 따르면 글자 그대로 소의 간을 밥과 함께 볶고, 기름에 익힌 요리들이다. 간볶이밥은 토마토케첩 소스로, 간유화는 마요네즈로 맛을 내라고 제안하는데 맛이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가을 요리는 돼지가라강정, 고구마와 사과조림, 도미충장조림, 북어찜, 누름적을 추천했다. 도미충장조림은 도미를 튀겨낸 후 충장과 생강, 마늘을 볶은 데다 옮겨 물을 넣고 40분간 졸인 음식이라고 한다. 충장의 정체가 묘연한데 아마도 춘장이지 않을까 싶다.
김문석 셰프는 고구마와 사과조림 요리법을 눈여겨봤다. "프랑스식 디저트 타르트 타땅 tarte tatin 과 비슷한 방식이라 흥미롭다. 재료를 켜켜이 쌓고 설탕을 녹인(캐러멜라이즈) 건데 이렇게 하면 재료에서 수분이 나오고, 같이 캐러멜라이즈되면서 식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난다. 지금 한다면 여기에 바닐라빈이나 에센스를 넣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북어찜 레시피도 흥미롭다. 보통 불린 북어에 양념을 바른 뒤 쪄내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선 소고기가 등장한다. 소고기를 곱게 다져서 갖은 양념으로 주물러 놓은 뒤, 손질한 북어를 밀가루에 묻힌 다음 양념한 소고기를 도톰하게 바른다. 그다음 기사 내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다른 한쪽에 맞붙여서 북어와 북어 사이에 박는다'고 한다. 10여 년 전 방송된 한 TV 프로그램에서 참돔찜 요리법을 소개할 때 생선에 칼집을 내고 거기다 밀가루를 바르고 양념한 소고기를 채우라고 한 것과 같은 궤로 보인다.
다른 호에선 마파두부 조리법도 소개했다. 이름은 '마포도우'고 홍콩 요리라는 설명이 붙은 것이 재밌다. 마파두부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만들어졌는데 얼얼한 화자오 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만 홍콩으로 넘어온 마파두부는 화자오 맛이 약하거나 없고 굴소스 등으로 감칠맛을 더하고 두반장을 살짝 넣는 식이라고 한다.
월간<山>의 '마포도우'에는 뭐가 들어갔을까. 두반장도 굴소스도 화자오도 없다. 고추와 생마늘, 파를 넣고 볶다가 데친 두부를 넣고 물에 푼 녹말로 걸쭉하게 만든 뒤 후추와 화학조미료를 첨가하고 참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한다.
잡탕면 아닌 잡탕면 감자탕 아닌 감자탕
1983년 허숙자, 홍순명의 산요리 강좌
잡탕면과 감자탕.
1983년 상반기에는 허숙자씨가, 하반기는 홍순명씨가 각각 '산요리 강좌'를 연재했다. 이때부터 컬러 음식 사진이 화려하게 들어가고, 기사 구성도 사뭇 달라졌다. 기존에는 지면의 10% 정도만 왜 이 달에 이 요리를 추천하는 지 날씨 특징과 전체적인 콘셉트를 설명하고 나머지는 상세하게 요리 과정과 조리법을 계량까지 해서 알려준 반면 이때부턴 주객이 전도된다. 90% 정도 산에 대한 예찬과 산행 에피소드를 줄글로 나열한 뒤 조리법은 짧고 투박하게 던져놓는 식이다. 당시 편집자들은 요리 잡지가 아니라 산 잡지니까 요리에 얽힌 읽을거리로서 해당 연재를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개되는 요리들은 꽤 흥미롭다. 잡탕면은 흔히 중식당에서 먹는 해산물과 야채를 볶아 간장과 굴소스를 넣고 걸쭉하게 만든 요리가 아니다. 진짜 사전적 의미의 '잡탕'을 끓인다. 들어가는 재료는 어묵, 떡, 면(라면), 달래, 냉이, 야채, 김치, 라면 스프, 김, 달걀, 미트볼이다. 조리법은 한 줄이면 충분하다. 코펠에 물을 3분의 2 정도 붓고, 익는 데 시간이 걸리는 순서대로 다 때려 넣고 끓이란다. 요리를 맛본 이들은 "아니, 이런 요리도 있나?"라며 생각과 달리 맛이 좋다는 평을 내놨다고 한다.
감자탕의 모습도 우리가 아는 감자탕이 아니다. 맑은 감자탕이다. 재료는 감자, 소고기, 마늘, 실파, 소금, 조미료가 끝이다. 코펠에 물을 넣고 소고기를 충분히 끓인 뒤, 소고기에서 생기는 거품을 제거하고 감자 하나를 4토막을 내어 적당히 넣고 끓인 뒤 간을 맞추면 끝이다. 재료나 음식 사진만 봐선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이게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한다.
지금은 할 수 없는, 혹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요리도 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눈을 퍼서 코펠에 녹인 뒤 라면 스프를 넣고 떡, 달걀, 파를 넣어 떡국을 끓여 먹으라는 제안이다. 현재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장소 외 취사가 금지돼 있고, 또 쌓인 눈을 녹여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눈은 고지대 식물들의 수원이기 때문이다. 이어 산에서 함부로 하는 사람은 산사람의 예의가 아니라며 음식을 던지는 풍습, '고수레'를 꼭 해야 한다고 적었는데 이 또한 지양해야 할 행위다.
돌멩이로 찢고, 돌판 위에서 굽고
1987년 김정명의 와일드쿠킹
김정명의 와일드쿠킹 연재는 호쾌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계곡에 나가서 돌을 깔고 불을 피워서 요리한 후 기사를 실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호쾌하기 짝이 없는 야성적인 조리법이 반년에 걸쳐 연재됐다. 조리법을 보면 왜 1991년에 전국의 산에서 취사를 금지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당시 야영 문화의 단면을 잘 보여 주는 연재다.
일단 요리들은 지금 해 먹어도 맛있을 것들 천지다. 심마니들이 알려줬다는 돼지구이, 돌판 닭구이, 감자 돌판구이, 더덕 돌판구이, 오징어 돌판구이, 옥수수속대 통닭 훈제구이 등이다.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조리법이 일관된다. 돌판을 깔고, 밑에 장작불을 활활 지핀 뒤 굽는다. 돌판을 팬으로, 장작불을 버너로 바꾸면 지금 해 먹어도 무방한 요리들이다.
재료 손질도 터프하기 짝이 없다. 닭고기는 연하게 만들기 위해 돌멩이로 찧으란다. 더덕 껍질은 바위에 비벼서 벗긴다. 김 셰프는 "보통 감자칼이나 수저로 살살 긁는 게 정석인데 바위에 비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며 "더덕 틈새 이물질도 지푸라기로 제거하라던데 어란 실핏줄 손질할 때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심마니표 돼지구이는 취사 도구, 복잡한 양념은 쓰지 않는 원시적인 요리다. 삼겹살에 파와 통마늘, 소금을 넣고 쿠킹호일로 감싼 뒤 모닥불 잿더미 속에 쑤셔 박아 익힌다. 잿더미 속에서 15~25분 정도 익혀 꺼낸 다음 불로 달군 돌로 5~10분간 눌러 기름을 빼고 먹으면 된다. 평소 돼지고기를 기피하던 이도 놀랄 정도로 많이 먹게 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김 셰프는 "그렇다"고 한다.
"이탈리아 요리 '포르케타Porchetta'와 매우 흡사하네요. 돼지고기에 마늘, 로즈마리 등 향신료를 채워 넣고 돌돌 말아서 오븐에 익히는 요리입니다. 우리는 삼겹살 구이나, 수육으로 삶은 맛이 친숙하죠. 심마니표 돼지구이는 이처럼 조리하면 오랫동안 큰 덩어리 원물로 익혀 수분과 육즙 손실이 적기에 매우 촉촉하고, 파와 마늘이 같이 익으면서 잡내도 잡아줘 돼지고기를 기피하던 이도 찾게 되는 겁니다. 파와 마늘에 더해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도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한편 지금의 관점에서는 자연을 상당히 파괴하는 방식의 요리법, 이를 소개한 이는 자연을 별로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오히려 정반대다. 필자는 우리 자연을 평생을 바쳐 사랑한 이다. 지난 2025년 여름 작고한 자연생태사 진가 '우리꽃 지킴이' 김정명 선생이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의 산과 들, 특히 독도와 백두산에서 자연과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았으며, 1996년 동강에서만 피는 '동강할미꽃'을 처음으로 발견하기도 했다. 김정명 선생은 이 연재를 끝내고 2년 뒤, 본지에 '한국의 자연을 찾아서'란 연재 기사를 기고하며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는 데 힘썼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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