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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미술여행 - 52] 코펜하겐 컨템포러리
아직 코펜하겐에는 남은 하나의 미술관이 더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코펜하겐의 힙플레이스 레프살렌으로 가보겠습니다.
사실 CC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미술관은 소개할까 말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동시대 미술의 난해한 작품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이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미식의 성지이자, 힙플레이스인 이 지역을 짧게나마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레프살렌이라 적힌 거대한 조선소 용접실에 들어선 코펜하겐 게임릴사이트 컨템포러리. ©김슬기
도시의 미개척지가 음식과 미술의 성지로
코펜하겐 북동쪽 해안가에 있는 레프살렌(Refshaleøen)은 옛 조선소 부지를 재개발해 새로운 문화, 미식, 창조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지역으로 힙스터들의 성지로 각광받 오리지널바다이야기 고 있는 곳입니다. ‘노르딕 퀴진’은 이제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로 유명한데요. 음식이 맛이 없기로 유명한 런던과 달리 코펜하겐은 유럽 최고의 미식 도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바로 레프살렌의 셰프들 덕분입니다.
도심에서 출발해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한 운하를 마주하며 잠시 달렸습니다. 폐조선소와 공장, 그리고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수변의 보트들이 보이더니 ‘노마 팝업스토어’라는 간판을 스쳐 지나갑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유명 레스토랑 ‘노마’는 이렇게 작은 숍만 남기고 폐업을 한 뒤였습니다. 온갖 야생 식물과 심지어 개미 등 살아있는 곤충까지 사용하는 식재료에 대한 집착으로 유명한 르네 레드제피는 노르딕 퀴진이라는 유산만을 남긴 채 사라진 뒤더군요.
노마의 셰프 야마토게임다운로드 들은 곳곳으로 옮겨갔고 그 철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의 양대산맥은 코펜하겐 축구 스타디움에 위치한 독특한 레스토랑 제라늄과 2025년 유럽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른 알케미스트입니다. 제라늄은 가보고 싶어서 노력을 해봤으나 역시나 무계획 인간인 저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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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코펜하겐의 홈구장인 파르켄 스타디움에는 놀랍게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있다. 8층의 식당에서는 펠레드파르켄 공원이 잘 보인다. [위키피디아]
(예 맞습니다. 2022년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던 요즘 제가 빠져있는 <흑백 요리사2>의 ‘요리 괴물’이 거쳐간 그곳입니다.) 옛 조선소 건물의 웅장한 실내와 화려한 퍼포먼스, 시각적 경험을 앞세운 알케미스트는 애초에 예약도 불가능했고, 1인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도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군요.
뜬금없는 식당 이야기를 한 건 알케미스트와 나란히 위치한 한 미술관을 소개하기 위한 밑밥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버려진 산업 시설은 이처럼 노르딕 퀴진 레스토랑, 유기농 정원, 아트 스튜디오 등으로 변모하며 핫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였습니다. 레프살렌은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조선소 지역 중 하나였고, 도시의 미개척지였습니다. 실험적인 셰프와 미술 작가들이 이 지역을 탈바꿈시킨거죠.
미술관 근처의 베이커리 릴, 부두가 있는 카페 라 반치나도 유명합니다. 코펜하겐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이 곳에서 빵과 커피를 즐기는 게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경험일겁니다. 대단한 규모의 스트리트 푸드 마켓인 레펜(Reffen)도 미술관의 맞은 편에 있으니 간단한 음식과 함께 수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추천해봅니다.
레프살렌이 속한 지역인 홀먼의 끝자락에는 심지어 고층 빌딩의 옥상에 경사 슬로프를 만든 인공 스키장도 있습니다. 온 도시가 건축실험실인 코펜하겐에서도 명소로 꼽히는 곳이죠. 이처럼 홀먼과 레프살렌은 친환경과 재활용을 중시하는 코펜하겐의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 거대한 공장 같은 외관을 한 오늘의 미술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CC’라는 붉은 색 두 알파벳 간판이 반겨주는 코펜하겐 컨템포러리입니다.
CC는 신진 작가들의 설치 미술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거대한 내부 공간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각 전시실 하나하나가 집채만 해서, 이 미술관에서만 비엔날레가 열려도 부족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웅장한 옛 조선소의 용접실은 건축가 도르테 만드럽이 리모델링한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변신해 2018년 여름 처음 공개됐습니다. 개관한 해에는 덴마크의 유명한 3인조 그룹 수퍼플렉스, 더그 앳킨 등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관광 명소인 스트리트 푸드 마켓 레펜. 미술관에는 힙스터가, 이 곳에는 가족들이 많았다. ©김슬기
제임스 터렐부터 김아영까지 한자리에
제임스 터렐 [Aftershock], 2021 ©Copenhagen Contemporary
21세기 예술을 위한 공간을 표방하는 CC에서 낯설고 신선하고 재미있는 설치 작업을 많이 만났습니다. <소프트 로봇, 디지털 호흡의 예술(Soft Robots, The Art of Digital Breathing)>을 주제로 한 전시를 통해서였죠. 산업혁명 초입에 쓰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나이팅게일>(1843)에서 영감을 얻은 전시입니다.
동화 속에서 황제에게 기쁨을 주던 진짜 나이팅게일은 완벽한 노래 실력으로 궁정 사람 모두의 찬사를 받는 로봇, 즉 황금새로 대체됩니다. 기계새가 고장 난 후에야 진짜 나이팅게일이 돌아와 영혼을 담은 노래로 황제의 목숨을 구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기계의 노래에는 영혼이 없었거든요.
전시에는 15팀이 초대됐습니다. 다리아 마틴, 홀리 헌던&맷 드라이허스트, 요안 힘스케르크, 요나스 셸고르 쇠렌센 등 낯선 이름이 많았습니다. 감시 자본주의부터 기술적 유토피아까지 예술이 그려내는 미래에는 희망과 두려움이 넘실거렸습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많아서, 기술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보여주는 묵시록 같기도 했고요.
방 하나를 작가 한 명이 채우는 전시가 이어졌는데, 방과 방을 잇는 문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나 있었습니다. 마치 미로를 통과하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다음 방에서는 어떤 생물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숲을 거니는 것 같기도 했고요. 난해한 작품이 이어졌지만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만난다는 뚜렷한 지각도 함께 선물해줬습니다.
무라카미 A.A. [지평선 너머], 2024 ©Copenhagen Contemporary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 ©김슬기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삼은 젊은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A.A.무라카미는 <소프트 로봇>에서 어두운 전시실에 부유하는 비누방울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기술로 구현한 비자연적 현상은 자연과 연결되고 이를 숭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시각화하는 시도였습니다.
김윤철의 <머큐리얼>도 정교한 기계장치의 움직임을 통해 액체 근대를 시각적으로 펼쳐보였죠. 인공지능 소재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작가 중 하나인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도 만났습니다. 작가에게 2025년은 정말 특별하면서도 바쁜 한해였을 겁니다. 유럽에서만 벌써 세번째 조우였죠. (저는 지난주 뉴욕 MoMA PS1에서도 만나고 왔습니다.)
개관 초기부터 미술관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작가로는 제임스 터렐이 있습니다. 이날도 복도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어두운 밀실에서는 빛의 예술이 펼쳐집니다. 붉고, 푸르고, 샛노란 광원이 방을 가득 메워 마치 경계가 없이 펼쳐지는 ‘무한의 공간’에 서 있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해주는 작업입니다.
홀리 헌던&맷 드라이허스트의 AI 회화와 영상[Xhairymutantx] ©Copenhagen Contemporary
몬스터 쳇윈드가 왜 이렇게 핫하냐면요
몬스터 쳇윈드의 전시.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현재 진행형’ 전시다. ©김슬기
CC에서 가장 야심만만한 전시를 선보인 작가는 몬스터 쳇윈드(Monster Chetwynd)입니다. 2층의 과거 덴마크 왕립 극장의 무대 배경 제작소였던 4번 홀을 통째로 사용한 전시 <당신의 모자에 깃털을!>은 웬만한 미술관의 전관에 못지않은 규모였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이와 교육을 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현재진행형’ 전시였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몬스터 쳇윈드라니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이전에 알라리아 쳇윈드(Alalia Chetwynd)라는 본명 외에도 스파르타쿠스(Spartacus), 마빈 게이(Marvin Gaye) 등 여러 이름으로 활동명을 변경해 온 1973년생 영국 작가입니다. 2018년부터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이유로 자신의 별명에서 유래한 몬스터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죠. 이름을 30번이나 바꾼 일본의 예술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2012년 터너상 후보에 오른 퍼포먼스 아티스트입니다. 후보작은 스파르타쿠스 쳇윈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낙오자(Odd Man Out)>로 무려 5시간짜리 퍼포먼스 였습니다. 셰익스피어, 스타워즈, 마르크스 등 다양한 텍스트를 참조한 활기차고 유머러스하며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문화사를 재해석했죠.
2018년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된 두 마리의 거대한 민달팽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는 점차 대중친화적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설치 작품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있습니다. 몬스터 쳇윈드는 제가 유럽에 있었던 1년 동안 의심없이 가장 각광받는 컨템포러리 작가였습니다.
몬스트 쳇윈드 [미친 박쥐 여인(Crazy Bat Lady)] ©Tate
2018년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된 몬스터 쳇윈드의 작품. ©Tate
개인적으로 기획 전시의 규모와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유럽내 컨템포러리 미술관의 ‘빅3’는 테이트 모던, 취리히 미술관, 코펜하겐 컨템포러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 이 세 곳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연 작가가 몬스터 쳇윈드였죠. 여름 내내 여행을 가는 곳마다 그녀의 작품이 있어서 깜짝 놀랐을 정도입니다.
자신의 초상에 이름을 붙인데서 보듯이, 박쥐는 그녀의 예술에 자주 등장합니다. 전시공간은 온통 박쥐 인형과 곤충과 동물을 닮은 괴물로 가득했습니다. 박쥐와 민달팽이뿐만 아니라 거대한 애벌레,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서 영감을 받은 고양이 버스, 거대한 거북이가 있었습니다.
신화, 초현실주의, 고전을 물론이고 대중 문화와 심지어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반영한 다양한 변주를 하면서도 대중에게 허물없이 친근히 다가갑니다. 취리히와 코펜하겐에서 아이들은 귀여운 괴물로 가득한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즐기고 있더군요.
이번 전시는 3년간 이어집니다. 이 공간을 놀이, 학습, 공동 창작을 위한 열린 스튜디오로 탈바꿈시키는 시간이 될 겁니다. 특히 신작 ‘커다란 빨간 모자 가게’에 비치된 모자를 집어쓰고 관람객은 작가의 상상 속 세계로 초대받게 됩니다. 모자를 쓰고 분장을 하기도 하면서 할로윈 파티에 참여하는 것처럼 변신에 나설 때, 우리는 말그대로 예술가가 됩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고, 두 번째에는 조금 친숙해졌던 이 작가는 마침내 세 번째 만남에서야 자신의 예술을 이해시켜주더군요.
개관부터 2022년까지 CC를 이끌었던 마리 니퍼 관장은 테이트 리버풀 예술 감독을 거쳐 이곳에 왔고, 지금은 다음 주에 제가 소개할 아르켄 아르켄 현대미술관을 이끌고 있습니다. 반갑게도 2027년 출범 예정인 코펜하겐 아트 트리엔날레(Copenhagen Art Triennial)의 공동 예술 감독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유럽의 떠오르는 미술 도시 코펜하겐이 만들어낼 새로운 바람이 기대됩니다. 2013년 출범한 디자인 페스티벌 ‘코펜하겐 3데이즈’는 이미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거든요. 코펜하겐은 여러모로 정말로 놀라운 도시입니다.
제가 1년 동안 쉬지 않고 배달해온 ‘슬기로운 미술여행’이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종이책으로 지난 이야기들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꼭 만나보시길! 유럽 최고 미술관들의 이모저모를 속속들이 담았으니, 아마도 유럽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코펜하겐에는 남은 하나의 미술관이 더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코펜하겐의 힙플레이스 레프살렌으로 가보겠습니다.
사실 CC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미술관은 소개할까 말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동시대 미술의 난해한 작품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이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미식의 성지이자, 힙플레이스인 이 지역을 짧게나마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레프살렌이라 적힌 거대한 조선소 용접실에 들어선 코펜하겐 게임릴사이트 컨템포러리. ©김슬기
도시의 미개척지가 음식과 미술의 성지로
코펜하겐 북동쪽 해안가에 있는 레프살렌(Refshaleøen)은 옛 조선소 부지를 재개발해 새로운 문화, 미식, 창조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지역으로 힙스터들의 성지로 각광받 오리지널바다이야기 고 있는 곳입니다. ‘노르딕 퀴진’은 이제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로 유명한데요. 음식이 맛이 없기로 유명한 런던과 달리 코펜하겐은 유럽 최고의 미식 도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바로 레프살렌의 셰프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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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의 셰프 야마토게임다운로드 들은 곳곳으로 옮겨갔고 그 철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의 양대산맥은 코펜하겐 축구 스타디움에 위치한 독특한 레스토랑 제라늄과 2025년 유럽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른 알케미스트입니다. 제라늄은 가보고 싶어서 노력을 해봤으나 역시나 무계획 인간인 저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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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코펜하겐의 홈구장인 파르켄 스타디움에는 놀랍게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있다. 8층의 식당에서는 펠레드파르켄 공원이 잘 보인다. [위키피디아]
(예 맞습니다. 2022년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던 요즘 제가 빠져있는 <흑백 요리사2>의 ‘요리 괴물’이 거쳐간 그곳입니다.) 옛 조선소 건물의 웅장한 실내와 화려한 퍼포먼스, 시각적 경험을 앞세운 알케미스트는 애초에 예약도 불가능했고, 1인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도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군요.
뜬금없는 식당 이야기를 한 건 알케미스트와 나란히 위치한 한 미술관을 소개하기 위한 밑밥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버려진 산업 시설은 이처럼 노르딕 퀴진 레스토랑, 유기농 정원, 아트 스튜디오 등으로 변모하며 핫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였습니다. 레프살렌은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조선소 지역 중 하나였고, 도시의 미개척지였습니다. 실험적인 셰프와 미술 작가들이 이 지역을 탈바꿈시킨거죠.
미술관 근처의 베이커리 릴, 부두가 있는 카페 라 반치나도 유명합니다. 코펜하겐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이 곳에서 빵과 커피를 즐기는 게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경험일겁니다. 대단한 규모의 스트리트 푸드 마켓인 레펜(Reffen)도 미술관의 맞은 편에 있으니 간단한 음식과 함께 수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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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는 신진 작가들의 설치 미술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거대한 내부 공간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각 전시실 하나하나가 집채만 해서, 이 미술관에서만 비엔날레가 열려도 부족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웅장한 옛 조선소의 용접실은 건축가 도르테 만드럽이 리모델링한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변신해 2018년 여름 처음 공개됐습니다. 개관한 해에는 덴마크의 유명한 3인조 그룹 수퍼플렉스, 더그 앳킨 등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관광 명소인 스트리트 푸드 마켓 레펜. 미술관에는 힙스터가, 이 곳에는 가족들이 많았다. ©김슬기
제임스 터렐부터 김아영까지 한자리에
제임스 터렐 [Aftershock], 2021 ©Copenhagen Contemporary
21세기 예술을 위한 공간을 표방하는 CC에서 낯설고 신선하고 재미있는 설치 작업을 많이 만났습니다. <소프트 로봇, 디지털 호흡의 예술(Soft Robots, The Art of Digital Breathing)>을 주제로 한 전시를 통해서였죠. 산업혁명 초입에 쓰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나이팅게일>(1843)에서 영감을 얻은 전시입니다.
동화 속에서 황제에게 기쁨을 주던 진짜 나이팅게일은 완벽한 노래 실력으로 궁정 사람 모두의 찬사를 받는 로봇, 즉 황금새로 대체됩니다. 기계새가 고장 난 후에야 진짜 나이팅게일이 돌아와 영혼을 담은 노래로 황제의 목숨을 구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기계의 노래에는 영혼이 없었거든요.
전시에는 15팀이 초대됐습니다. 다리아 마틴, 홀리 헌던&맷 드라이허스트, 요안 힘스케르크, 요나스 셸고르 쇠렌센 등 낯선 이름이 많았습니다. 감시 자본주의부터 기술적 유토피아까지 예술이 그려내는 미래에는 희망과 두려움이 넘실거렸습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많아서, 기술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보여주는 묵시록 같기도 했고요.
방 하나를 작가 한 명이 채우는 전시가 이어졌는데, 방과 방을 잇는 문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나 있었습니다. 마치 미로를 통과하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다음 방에서는 어떤 생물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숲을 거니는 것 같기도 했고요. 난해한 작품이 이어졌지만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만난다는 뚜렷한 지각도 함께 선물해줬습니다.
무라카미 A.A. [지평선 너머], 2024 ©Copenhagen Contemporary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 ©김슬기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삼은 젊은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A.A.무라카미는 <소프트 로봇>에서 어두운 전시실에 부유하는 비누방울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기술로 구현한 비자연적 현상은 자연과 연결되고 이를 숭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시각화하는 시도였습니다.
김윤철의 <머큐리얼>도 정교한 기계장치의 움직임을 통해 액체 근대를 시각적으로 펼쳐보였죠. 인공지능 소재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작가 중 하나인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도 만났습니다. 작가에게 2025년은 정말 특별하면서도 바쁜 한해였을 겁니다. 유럽에서만 벌써 세번째 조우였죠. (저는 지난주 뉴욕 MoMA PS1에서도 만나고 왔습니다.)
개관 초기부터 미술관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작가로는 제임스 터렐이 있습니다. 이날도 복도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어두운 밀실에서는 빛의 예술이 펼쳐집니다. 붉고, 푸르고, 샛노란 광원이 방을 가득 메워 마치 경계가 없이 펼쳐지는 ‘무한의 공간’에 서 있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해주는 작업입니다.
홀리 헌던&맷 드라이허스트의 AI 회화와 영상[Xhairymutantx] ©Copenhagen Contemporary
몬스터 쳇윈드가 왜 이렇게 핫하냐면요
몬스터 쳇윈드의 전시.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현재 진행형’ 전시다. ©김슬기
CC에서 가장 야심만만한 전시를 선보인 작가는 몬스터 쳇윈드(Monster Chetwynd)입니다. 2층의 과거 덴마크 왕립 극장의 무대 배경 제작소였던 4번 홀을 통째로 사용한 전시 <당신의 모자에 깃털을!>은 웬만한 미술관의 전관에 못지않은 규모였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이와 교육을 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현재진행형’ 전시였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몬스터 쳇윈드라니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이전에 알라리아 쳇윈드(Alalia Chetwynd)라는 본명 외에도 스파르타쿠스(Spartacus), 마빈 게이(Marvin Gaye) 등 여러 이름으로 활동명을 변경해 온 1973년생 영국 작가입니다. 2018년부터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이유로 자신의 별명에서 유래한 몬스터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죠. 이름을 30번이나 바꾼 일본의 예술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2012년 터너상 후보에 오른 퍼포먼스 아티스트입니다. 후보작은 스파르타쿠스 쳇윈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낙오자(Odd Man Out)>로 무려 5시간짜리 퍼포먼스 였습니다. 셰익스피어, 스타워즈, 마르크스 등 다양한 텍스트를 참조한 활기차고 유머러스하며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문화사를 재해석했죠.
2018년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된 두 마리의 거대한 민달팽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는 점차 대중친화적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설치 작품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있습니다. 몬스터 쳇윈드는 제가 유럽에 있었던 1년 동안 의심없이 가장 각광받는 컨템포러리 작가였습니다.
몬스트 쳇윈드 [미친 박쥐 여인(Crazy Bat Lady)] ©Tate
2018년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된 몬스터 쳇윈드의 작품. ©Tate
개인적으로 기획 전시의 규모와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유럽내 컨템포러리 미술관의 ‘빅3’는 테이트 모던, 취리히 미술관, 코펜하겐 컨템포러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 이 세 곳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연 작가가 몬스터 쳇윈드였죠. 여름 내내 여행을 가는 곳마다 그녀의 작품이 있어서 깜짝 놀랐을 정도입니다.
자신의 초상에 이름을 붙인데서 보듯이, 박쥐는 그녀의 예술에 자주 등장합니다. 전시공간은 온통 박쥐 인형과 곤충과 동물을 닮은 괴물로 가득했습니다. 박쥐와 민달팽이뿐만 아니라 거대한 애벌레,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서 영감을 받은 고양이 버스, 거대한 거북이가 있었습니다.
신화, 초현실주의, 고전을 물론이고 대중 문화와 심지어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반영한 다양한 변주를 하면서도 대중에게 허물없이 친근히 다가갑니다. 취리히와 코펜하겐에서 아이들은 귀여운 괴물로 가득한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즐기고 있더군요.
이번 전시는 3년간 이어집니다. 이 공간을 놀이, 학습, 공동 창작을 위한 열린 스튜디오로 탈바꿈시키는 시간이 될 겁니다. 특히 신작 ‘커다란 빨간 모자 가게’에 비치된 모자를 집어쓰고 관람객은 작가의 상상 속 세계로 초대받게 됩니다. 모자를 쓰고 분장을 하기도 하면서 할로윈 파티에 참여하는 것처럼 변신에 나설 때, 우리는 말그대로 예술가가 됩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고, 두 번째에는 조금 친숙해졌던 이 작가는 마침내 세 번째 만남에서야 자신의 예술을 이해시켜주더군요.
개관부터 2022년까지 CC를 이끌었던 마리 니퍼 관장은 테이트 리버풀 예술 감독을 거쳐 이곳에 왔고, 지금은 다음 주에 제가 소개할 아르켄 아르켄 현대미술관을 이끌고 있습니다. 반갑게도 2027년 출범 예정인 코펜하겐 아트 트리엔날레(Copenhagen Art Triennial)의 공동 예술 감독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유럽의 떠오르는 미술 도시 코펜하겐이 만들어낼 새로운 바람이 기대됩니다. 2013년 출범한 디자인 페스티벌 ‘코펜하겐 3데이즈’는 이미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거든요. 코펜하겐은 여러모로 정말로 놀라운 도시입니다.
제가 1년 동안 쉬지 않고 배달해온 ‘슬기로운 미술여행’이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종이책으로 지난 이야기들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꼭 만나보시길! 유럽 최고 미술관들의 이모저모를 속속들이 담았으니, 아마도 유럽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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