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객이 지난해 4월, 서울 관악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종이 빨대를 가져가고 있다. 최주연 기자


"종이 빨대는 정말 쓸모없지만, 이미 전 세계 식당과 술집에서 친환경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해나 리치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수석 연구원이 신간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에서 펼치는 주장은 도발적이다. 환경과학자이자 데이터 전문가인 저자는 흔히 말하는 "환경친화적인 행위의 이미지"가 "실제 효과 있는 행동"인지를 책에서 조목조목 따진다. 대기 오염, 삼림 파괴, 식량 문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어류 남획 등 7개 분야에서 각종 데이터를 제시하며 현실을 실증적으로 파악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할 최선의 방법을 모장로드
색한다.
저자는 종이 빨대 사용을 포함한 여러 활동과 정책이 '가짜 환경 운동'의 범주에 속한다고 지적한다. 플라스틱 빨대를 권장하는 게 아니다. 플라스틱 빨대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략 0.02%에 불과해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비닐봉지 금지, 재활용도 마찬가지다.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종이 가방, 면 가방)참스탁론
을 써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면 종이 가방은 3, 4번, 면 가방은 수백 번 이상 써야 한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특히 비용 대비 효율이 낮고, 쓰레기가 되는 것을 지연할 뿐 영영 막지 못한다.



라벨 제거 후 압축된 투명 페트병이 2021년 6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낙폭과대종목
레기 분리수거장에 모아져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짜 환경 운동'은 주로 "자연주의 오류"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연의 속성에 바탕을 둔 것은 모두 좋고, 인위적인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 여기는 오해다. 실제로 식품 포장재는 식량 탄소발자국에서 극히 일부만을 차지하는 데다, 식품 보관을 용이신성델타테크 주식
하게 함으로써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책은 개인의 실천을 냉소하진 않는다. 그러나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변화, 정치·경제적 결단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훨씬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보다 저소득 국가에 플라스틱 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다수양귀비예시
가 쓰레기 처리 시설이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유입된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추천했다.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해나 리치 지음·연아람 옮김·부키 발행·520쪽·2만4,0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