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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수여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6-02-15 23:44조회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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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그라나다의 한 가게.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추로스보다는 약간 한국의 대창(?)처럼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바삭하고 훌륭한 맛이다.
8년 만에 다시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평소 여행을 즐기지만 같은 나라를 두 번 방문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꼭 스페인을 다시 다녀오고 싶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또 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답이 궁색했다. 행복하게 여행한 나라들은 많은데 왜 하필 그 중 스페인이 또 가고 싶을까. 썩 멋들어진 대답을 하진 못했지만, 일단 가보면 이유를 기억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 10원야마토게임 다.
혹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때문이었나, 싶은 생각에 첫날은 가우디 건축물들을 돌았다.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오랜 믿음이 지상에 남기는 조각들에는 늘 깊이 감명받아왔다. 사랑 대신 신앙과 건축물에 일생을 바친 가우디의 이야기는 언제 되새겨도 인상 깊었지만, 그렇다고 이 성당이 내가 스페인을 다시 찾은 핵심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릴게임다운로드 .
그렇다면 음식이 좋아서였을까. 기본적으로 난 빠에야(스페인식 해산물 볶음밥)와 꿀대구를 사랑한다. 한국 사람 입맛에는 간이 센 편이라고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훨씬 달콤하다는 오렌지 환타를 곁들이면 충분하다. 이번에 다시 즐겨보니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에 느끼는 애정의 근간이 음식에 있다고 응답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야마토무료게임 .
스페인 그라나다의 한 추로스 가게. 초콜릿은 매우 달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묽은 맛이며, 그래서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다.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 건, 구경도 많이 하고 허기도 충분히 달랬으니 디저트를 먹어 야마토게임하기 야겠다 싶어 찾은 추로스 가게에서부터였다. 얼른 사가려고 했는데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약간 충격을 받았다. 저녁 8시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선 인파. 이 늦은 시간에, 술집도 식당도 아닌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거참 희한하네, 중얼거리면서 다른 가게로 발걸음을 돌리다 불현듯 깨달았다. 8년 전 스페인 여행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가 손오공게임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 스페인에 왔을 때 나는 오래 만나던 남자친구와 막 헤어진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장 일도 영 풀리지 않던 때였다.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으니 끊임없는 자기검열이 따라붙던 시기. 꼬리를 무는 고민에 빠져있다 보면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건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불안감에 점철된 상태로 떠나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잡념을 덜기 위해 일단 발걸음부터 떼고 본 여행이었다.
이런 나 자신을 무작정 풀어놓으면 숙소에만 있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찾은 게 일일 가우디 투어. 반나절 무념무상으로 가이드를 따라다니기만 해도 뭘 하긴 했다는 만족감이 들 것 같았다. 그렇게 무리의 일원이 되어 바르셀로나의 거리를 쫓아다니던 중, 지나가듯 말한 가이드의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스페인 사람들은 숙취 해소용으로 추로스를 먹어요. 그걸로 해장을 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가시죠?”
한국에서 추로스를 먹을 일은 사실 놀이공원에 갔을 때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간혹 디저트 가게에서 취급하긴 하지만 메인 메뉴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스페인에서는 한국과 달리 걸쭉한 초콜릿을 찍어 먹는 방식이 기본. 그토록 달콤한 음식을 해장용으로 먹는다는 생각을 그때까지 해본 적이 없었다. 아주 사소하지만 흥미롭고, 너무나 확연한 문화의 차이. 지금 생각하면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진정한 여행의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됐던 것 같다.
관광지를 주로 훑고 다니던 이전까지의 여행과 달리, 그때부터 나는 다른 장면들을 보기 시작했다. 거리와 사람들의 표정, 익숙하지 않은 표지판과 산책하는 강아지들의 움직임까지. 성당들의 이름을 줄줄이 적은 책자를 받아도 내가 이 나라에 대해 잘 알게 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추로스를 언제 먹는지 안 순간부터 조금씩 스페인이 친근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는 내가 살던 곳과 판이한 규칙으로 살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존재했다. 야근을 안 해도 밤 10시에 저녁을 먹는 게 보통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무단횡단을 해도 차들이 빵빵거리지 않고 기다리는, 가끔은 집시가 꽃을 건네고 눈이 돌아간 틈에 소매치기를 당하는 게 일상인, 강아지들이 마트도 가고 지하철도 탈 수 있는,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건축물 완공을 신중하게 하기 위해 계속 미루더라도 비판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그런 세상 말이다.
바르셀로나의 유명 츄레리아 중 한 곳. 설탕을 뿌려달라고 하면 뿌려준다. 그나마도 줄이 덜 긴 곳을 꾸역꾸역 찾아서 사 먹었다.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모양새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데 개선할 방법을 모르겠을 때, 여행은 괜찮은 도피처가 된다. 나의 현재를 얽매고 있는 규칙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상당한 위안이다. 이 구역의 규칙 하에서 내가 훌륭한 경기를 못하고 있다고 해서, 결코 내가 근본적으로 엉망진창인 선수는 아니라는 안도감이 든다고 할까. 8년 전 스페인은 상처받은 시절의 내가 무한 자기검열의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 근사한 방공호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어땠냐고 물으면, 그리웠던 그 장소가 충분히 기대에 부응해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무언가를 보러 다녀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고, 대신 나에겐 새롭지만 그들에겐 일상일 경험들을 많이 했다. 추로스도 물론 원 없이 먹었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우린 추로스를 디저트로 주문하는 일은 없어. 아침 식사로 먹거나 파티를 마치고 먹지.” 여행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의 말에 아차 싶었지만, 그래도 내 글에서는 변함없이 추로스를 디저트로 다루겠다. 내게 달콤한 것들은 언제나 디저트의 범위 안에 있으니까.
처음보다 두 번째 여행에 떠나오는 길이 더 아쉬웠다. 하지만 절박해지지 않기로 한다. 언제가 됐든 마음이 끌리는 스페인에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올 테니까. 매혹되는 이유조차 모르고도 두 번째 비행기에 올랐다면, 세 번째 여행지로 이곳을 선택하는 일은 더욱 쉬울 것이라고 믿으며.
▶오늘 잉크는 초콜릿은?
술을 못 해서 디저트로 2차를 가는 것을 선호하는 김지은 기자가 늘어놓는 가벼운 수다 같은 에세이입니다. 팍팍한 일상에 지치셨나요? 김 기자가 풀어내는 달콤한 이야기를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https://www.hani.co.kr/arti/SERIES/3318?h=s)에서 만나보세요!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8년 만에 다시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평소 여행을 즐기지만 같은 나라를 두 번 방문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꼭 스페인을 다시 다녀오고 싶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또 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답이 궁색했다. 행복하게 여행한 나라들은 많은데 왜 하필 그 중 스페인이 또 가고 싶을까. 썩 멋들어진 대답을 하진 못했지만, 일단 가보면 이유를 기억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 10원야마토게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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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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