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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금호은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6-02-18 16:39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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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복역하던 중 감옥에서 숨진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남긴 순자산은 호화 저택과 카리브해의 섬들을 포함해 약 5억6000만달러(약 8133억원)에 달했다. 부유층의 자산 관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거대한 펀드를 운용한 적도 없고 운용 실적을 공개한 적도 없는 그는 어떻게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
그는 돈을 굴리는 금융인이라기보다 ‘관계’를 굴려 정보와 돈을 얻고, 그 돈으로 권력을 매수한 사람이었다. 전 세계로 뻗은 거미줄 같은 그의 관계망 속에서 여성은 ‘엡스타인 제국’에 편입된 자에게 주어지는 전리품 같은 것이었다. 퍼즐을 맞추듯 사아다쿨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는 엡스타인 사건은 글로벌 권력의 작동방식과 엘리트의 도덕적 파산을 보여주는 렌즈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30일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중 하나에 엡스타인과 가까운 인물들의 관계도가 그려져 있다. AP연합뉴스
바다이야기예시
성착취 비밀 공유로 글로벌 엘리트와 끈끈한 유대 형성
성착취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은 엡스타인이 글로벌 엘리트와 끈끈한 유대를 쌓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엡스타인은 정계·재계·학계·문화계 가릴 것 없이 돈과 권력, 명성을 가진 자는 누구나 자신의 섬으로 릴게임예시 초대했다. 그 섬에서 미성년 여성들은 그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취급됐다.
처음에는 알음알음 알게 된 주변의 미성년 여성들을 ‘마사지’만 하면 된다고 속여 유인했지만, 당국이 피해 여성의 신고를 묵살하고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자 그의 행각은 더욱 대담해졌다. 엡스타인은 전 세계에서 소녀들을 모집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운영했다. 다니엘 손오공릴게임 시아드, 장뤼크 브뤼넬 등 여러 모델 스카우트들이 그의 손발이 됐다.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전역을 돌며 여성을 물색한 시아드는 2014년 엡스타인에게 보낸 e메일에서 “물고기(여성)를 잡으러 다니는 어부가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엡스타인에게 자신이 찾아낸 소녀들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보냈는데, 그중 한 e메일에는 “최소 5명의 잠재적 대상을 찾아 바다이야기5만 냈다. 16~17세 소녀들이고 15세도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다.
[플랫]‘트럼프’ 1000번 언급된 엡스타인 파일…피해자들 “멈추지 않을 것”
스카우트들은 이렇게 모집한 여성들을 엡스타인에게 넘겼고 엡스타인은 이들을 다시 부유한 엘리트들에게 넘겼다. 피해 여성은 최소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신이 성착취를 했다고 인정한 사람은 없다. 이들의 성범죄를 유추할 수 있는 근거는 엡스타인 파일 속에 담긴 수많은 e메일과 사진들뿐이다.
엡스타인 성착취의 핵심 증인인 버지니아 주프레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던 앤드루 전 영국 왕자는 최근 미국 법무부가 문건을 추가 공개하면서 여성 위에 엎드린 모습의 사진이 새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여성과 함께 욕조에 앉아있는 등 여러 여성과 친밀한 모습의 사진이 다수 드러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러시아 여성들과의 성관계로 인해 성병에 걸렸다는 내용의 e메일이 공개됐다.
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날짜 미상 및 수정 문서의 이미지, 영국 왕실로부터 왕자 칭호를 박탈당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 위에 몸을 기울이는 모습이 담겨있다. AP연합뉴스
엡스타인은 누군가에게 접근할 때 언제나 자신의 섬에 한번 놀러 오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그의 섬에 가면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배타적인 엘리트 세계 안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2년 엡스타인에게 “당신의 섬에서 열리는 광란의 파티는 또 언제 있느냐”는 문의 e메일을 보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CEO는 2013년 보낸 e메일에서 엡스타인을 초대하며 “당신의 하렘도 데려오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이 방대한 성착취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권력층에 접근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치스러운 선물과 막대한 기부금으로 환심을 사고, 고급 기밀 정보를 유통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미디어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페기 시걸을 통해 정치인, 귀족, 유명인이 참석하는 파티와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받은 그는 누가 누구를 만나고 싶어하는지, 누가 무엇을 갖고 싶어하는지, 어떤 기관이 돈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 원하는 것을 선물했다.
엡스타인은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에게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를, 영화감독 우디 앨런에게는 1만유로(약 1700만원)에 달하는 속옷과 셔츠를 선물했다. 하버드대에는 수백만달러, MIT에는 수십만달러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민주당·공화당 가릴 것 없이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에게도 수천달러를 기부했다.
‘엡스타인과 친분’ 촘스키 부부 “중대한 실수” 사과문
엡스타인 범죄에 눈 감은 엘리트, 더 큰 돈과 정보로 보답
엘리트와 권력층은 향락과 돈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엡스타인에게 더 큰 돈과 기밀 정보로 보답했다. 이는 엡스타인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바라크는 앤드루 전 왕자와 함께 주프레가 성착취 가해자로 지목했던 사람 중 하나다.
주프레는 2014~2015년 작성한 진술서에서 ‘유명한 총리’와 성관계를 갖도록 엡스타인에게 강요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사후 출간된 회고록에서도 ‘유명한 총리’에게 정신을 잃을 만큼 구타당하면서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는 총리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지만, 그는 2020년 한 소송 문건에서 바라크 전 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바라크는 주프레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자산, 2019년 6월 30일 당시의 엡스타인의 자산을 요약한 문서다. AP 연합뉴스
엡스타인은 바라크에게 뉴욕의 아파트를 제공하고 유대인 단체에 후원했다. 바라크는 그 대가로 엡스타인에게 여러 투자처를 소개했다. 포브스가 법무부 문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엡스타인이 2015년 스타트업 ‘리포티’에 100만달러(약 14억4000만원)를 투자한 것은 바라크 전 총리의 소개 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정예 첩보요원 출신들이 개발한 실시간 영상·데이터전송 기술 업체인 이 회사는 10년 만에 자산 가치가 138배 급성장했다. 엡스타인 역시 바라크에게 피터 틸이 공동 설립한 팔란티어의 이사회 합류를 조언했다. 엡스타인은 틸과 2000통 넘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수년 동안 깊은 교류를 나눈 사이였다.
이런 식으로 뻗어 나간 실리콘밸리 기업가들과의 인맥은 엡스타인에게 또 다른 보호막이 됐다. 엡스타인이 2008년 성착취 혐의로 수감되자 투자은행 JP모건은 엡스타인에게 제공해 온 거액의 현금 인출 특혜를 중단하려 했다. 이때 JP모건의 고위 임원인 제스 스탈리가 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고 뉴요커가 전했다. 엡스타인이 그에게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게이츠 등 여러 억만장자를 고객으로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피터 맨덜슨 전 주미 영국대사도 내각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엡스타인에게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이던 민감한 금융정책 정보를 비밀리에 넘겨줬다. 엡스타인을 “나의 절친”이라 불렀던 맨덜슨은 엡스타인의 섬에 놀러 간 것은 물론 그에게서 7만5000달러(약 1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심지어 엘리트를 혐오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대표주자인 스티브 배넌조차도 자신의 이념을 다른 나라로 확산하기 위해 엡스타인의 글로벌 인맥을 이용하려 했다고 CNN이 엡스타인 문건을 바탕으로 전했다. 배넌은 엡스타인에게 유럽 정치인 소개를 부탁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해 그와 토론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역시 엡스타인에게 혐오감을 느껴 연락을 끊었다던 설명과 달리 비상장 기업에 공동 투자하는 등 2018년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괴물’ 엡스타인, 돈과 권력이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우리 시대 산물
현재까지 엡스타인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엡스타인과 공범 길레인 맥스웰이 유일하다. 수사당국은 미성년자를 유인해 엡스타인에게 제공한 시아드조차 증거불충분이란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캐피톨 힐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증언하는 가운데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이 손을 들고 있다. APF 연합뉴스
그러나 엡스타인 사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은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이다. 엡스타인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젊고 가난하며 기회가 절박한 사람들이었다. 반면 엡스타인 네트워크에 연루돼 이득을 본 엘리트가 너무 많다 보니, 이 사건은 엡스타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엘리트 이익집단 전체의 문제가 돼버렸다.
[플랫]“트럼프, 피해자와 수시간 보냈다”…엡스타인 ‘e메일’ 공개 파장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끝까지 막으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최소한 엡스타인의 성착취 범행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최근 공개된 법무부 문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6년 엡스타인 수사에 나선 플로리다주 팜비치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엡스타인이 그런 짓(미성년 성착취)을 하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당신이 그를 막아줬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엡스타인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법무부가 이제까지 공개한 350만건의 엡스타인 파일은 전체 600만건의 60%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까지 공개한 파일들 역시 법무부가 많은 정보를 임의로 삭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주도해 온 토머스 매시(공화·켄터키), 로 카나(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법무부가 지운 권력자들의 이름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엘리트와 그들이 이끌어온 세계의 도덕적 위선을 이해하는 데는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엡스타인이란 ‘괴물’은 돈이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권력이 제한 없는 특권과 면책을 약속하며, 양심의 가책은 가난하고 취약한 자들만의 몫인 우리 시대의 산물이다.
▼ 워싱턴
그는 돈을 굴리는 금융인이라기보다 ‘관계’를 굴려 정보와 돈을 얻고, 그 돈으로 권력을 매수한 사람이었다. 전 세계로 뻗은 거미줄 같은 그의 관계망 속에서 여성은 ‘엡스타인 제국’에 편입된 자에게 주어지는 전리품 같은 것이었다. 퍼즐을 맞추듯 사아다쿨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는 엡스타인 사건은 글로벌 권력의 작동방식과 엘리트의 도덕적 파산을 보여주는 렌즈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30일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중 하나에 엡스타인과 가까운 인물들의 관계도가 그려져 있다. AP연합뉴스
바다이야기예시
성착취 비밀 공유로 글로벌 엘리트와 끈끈한 유대 형성
성착취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은 엡스타인이 글로벌 엘리트와 끈끈한 유대를 쌓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엡스타인은 정계·재계·학계·문화계 가릴 것 없이 돈과 권력, 명성을 가진 자는 누구나 자신의 섬으로 릴게임예시 초대했다. 그 섬에서 미성년 여성들은 그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취급됐다.
처음에는 알음알음 알게 된 주변의 미성년 여성들을 ‘마사지’만 하면 된다고 속여 유인했지만, 당국이 피해 여성의 신고를 묵살하고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자 그의 행각은 더욱 대담해졌다. 엡스타인은 전 세계에서 소녀들을 모집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운영했다. 다니엘 손오공릴게임 시아드, 장뤼크 브뤼넬 등 여러 모델 스카우트들이 그의 손발이 됐다.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전역을 돌며 여성을 물색한 시아드는 2014년 엡스타인에게 보낸 e메일에서 “물고기(여성)를 잡으러 다니는 어부가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엡스타인에게 자신이 찾아낸 소녀들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보냈는데, 그중 한 e메일에는 “최소 5명의 잠재적 대상을 찾아 바다이야기5만 냈다. 16~17세 소녀들이고 15세도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다.
[플랫]‘트럼프’ 1000번 언급된 엡스타인 파일…피해자들 “멈추지 않을 것”
스카우트들은 이렇게 모집한 여성들을 엡스타인에게 넘겼고 엡스타인은 이들을 다시 부유한 엘리트들에게 넘겼다. 피해 여성은 최소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신이 성착취를 했다고 인정한 사람은 없다. 이들의 성범죄를 유추할 수 있는 근거는 엡스타인 파일 속에 담긴 수많은 e메일과 사진들뿐이다.
엡스타인 성착취의 핵심 증인인 버지니아 주프레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던 앤드루 전 영국 왕자는 최근 미국 법무부가 문건을 추가 공개하면서 여성 위에 엎드린 모습의 사진이 새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여성과 함께 욕조에 앉아있는 등 여러 여성과 친밀한 모습의 사진이 다수 드러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러시아 여성들과의 성관계로 인해 성병에 걸렸다는 내용의 e메일이 공개됐다.
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날짜 미상 및 수정 문서의 이미지, 영국 왕실로부터 왕자 칭호를 박탈당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 위에 몸을 기울이는 모습이 담겨있다. AP연합뉴스
엡스타인은 누군가에게 접근할 때 언제나 자신의 섬에 한번 놀러 오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그의 섬에 가면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배타적인 엘리트 세계 안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2년 엡스타인에게 “당신의 섬에서 열리는 광란의 파티는 또 언제 있느냐”는 문의 e메일을 보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CEO는 2013년 보낸 e메일에서 엡스타인을 초대하며 “당신의 하렘도 데려오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이 방대한 성착취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권력층에 접근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치스러운 선물과 막대한 기부금으로 환심을 사고, 고급 기밀 정보를 유통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미디어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페기 시걸을 통해 정치인, 귀족, 유명인이 참석하는 파티와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받은 그는 누가 누구를 만나고 싶어하는지, 누가 무엇을 갖고 싶어하는지, 어떤 기관이 돈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 원하는 것을 선물했다.
엡스타인은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에게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를, 영화감독 우디 앨런에게는 1만유로(약 1700만원)에 달하는 속옷과 셔츠를 선물했다. 하버드대에는 수백만달러, MIT에는 수십만달러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민주당·공화당 가릴 것 없이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에게도 수천달러를 기부했다.
‘엡스타인과 친분’ 촘스키 부부 “중대한 실수” 사과문
엡스타인 범죄에 눈 감은 엘리트, 더 큰 돈과 정보로 보답
엘리트와 권력층은 향락과 돈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엡스타인에게 더 큰 돈과 기밀 정보로 보답했다. 이는 엡스타인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바라크는 앤드루 전 왕자와 함께 주프레가 성착취 가해자로 지목했던 사람 중 하나다.
주프레는 2014~2015년 작성한 진술서에서 ‘유명한 총리’와 성관계를 갖도록 엡스타인에게 강요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사후 출간된 회고록에서도 ‘유명한 총리’에게 정신을 잃을 만큼 구타당하면서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는 총리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지만, 그는 2020년 한 소송 문건에서 바라크 전 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바라크는 주프레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자산, 2019년 6월 30일 당시의 엡스타인의 자산을 요약한 문서다. AP 연합뉴스
엡스타인은 바라크에게 뉴욕의 아파트를 제공하고 유대인 단체에 후원했다. 바라크는 그 대가로 엡스타인에게 여러 투자처를 소개했다. 포브스가 법무부 문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엡스타인이 2015년 스타트업 ‘리포티’에 100만달러(약 14억4000만원)를 투자한 것은 바라크 전 총리의 소개 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정예 첩보요원 출신들이 개발한 실시간 영상·데이터전송 기술 업체인 이 회사는 10년 만에 자산 가치가 138배 급성장했다. 엡스타인 역시 바라크에게 피터 틸이 공동 설립한 팔란티어의 이사회 합류를 조언했다. 엡스타인은 틸과 2000통 넘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수년 동안 깊은 교류를 나눈 사이였다.
이런 식으로 뻗어 나간 실리콘밸리 기업가들과의 인맥은 엡스타인에게 또 다른 보호막이 됐다. 엡스타인이 2008년 성착취 혐의로 수감되자 투자은행 JP모건은 엡스타인에게 제공해 온 거액의 현금 인출 특혜를 중단하려 했다. 이때 JP모건의 고위 임원인 제스 스탈리가 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고 뉴요커가 전했다. 엡스타인이 그에게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게이츠 등 여러 억만장자를 고객으로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피터 맨덜슨 전 주미 영국대사도 내각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엡스타인에게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이던 민감한 금융정책 정보를 비밀리에 넘겨줬다. 엡스타인을 “나의 절친”이라 불렀던 맨덜슨은 엡스타인의 섬에 놀러 간 것은 물론 그에게서 7만5000달러(약 1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심지어 엘리트를 혐오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대표주자인 스티브 배넌조차도 자신의 이념을 다른 나라로 확산하기 위해 엡스타인의 글로벌 인맥을 이용하려 했다고 CNN이 엡스타인 문건을 바탕으로 전했다. 배넌은 엡스타인에게 유럽 정치인 소개를 부탁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해 그와 토론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역시 엡스타인에게 혐오감을 느껴 연락을 끊었다던 설명과 달리 비상장 기업에 공동 투자하는 등 2018년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괴물’ 엡스타인, 돈과 권력이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우리 시대 산물
현재까지 엡스타인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엡스타인과 공범 길레인 맥스웰이 유일하다. 수사당국은 미성년자를 유인해 엡스타인에게 제공한 시아드조차 증거불충분이란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캐피톨 힐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증언하는 가운데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이 손을 들고 있다. APF 연합뉴스
그러나 엡스타인 사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은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이다. 엡스타인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젊고 가난하며 기회가 절박한 사람들이었다. 반면 엡스타인 네트워크에 연루돼 이득을 본 엘리트가 너무 많다 보니, 이 사건은 엡스타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엘리트 이익집단 전체의 문제가 돼버렸다.
[플랫]“트럼프, 피해자와 수시간 보냈다”…엡스타인 ‘e메일’ 공개 파장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끝까지 막으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최소한 엡스타인의 성착취 범행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최근 공개된 법무부 문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6년 엡스타인 수사에 나선 플로리다주 팜비치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엡스타인이 그런 짓(미성년 성착취)을 하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당신이 그를 막아줬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엡스타인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법무부가 이제까지 공개한 350만건의 엡스타인 파일은 전체 600만건의 60%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까지 공개한 파일들 역시 법무부가 많은 정보를 임의로 삭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주도해 온 토머스 매시(공화·켄터키), 로 카나(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법무부가 지운 권력자들의 이름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엘리트와 그들이 이끌어온 세계의 도덕적 위선을 이해하는 데는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엡스타인이란 ‘괴물’은 돈이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권력이 제한 없는 특권과 면책을 약속하며, 양심의 가책은 가난하고 취약한 자들만의 몫인 우리 시대의 산물이다.
▼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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