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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무엇이든 ‘구독’합니다. 음료와 먹거리, 게임과 영화, 정수기와 비데, 가구와 가전제품, 심지어 속옷과 반려 동식물까지. 소유하지 말고 경험하라는 속삭임은 세련된 소비의 신세계로 안내하는 초대장 같습니다. 여기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언급하면 괜히 ‘선비질’이냐는 말을 들을 들을지도 모르겠습다.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때 필요한 만큼 배달 받고, 번거로운 결제를 자동화하며, 새것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구독 경제’는 효율과 편리함을 강조하는 현대인에게 딱 안성맞춤인 것처럼 보입니다. ‘○○+구독’이라는 어색한 단어 조합도 이젠 익숙한 일상의 표현이 됐습니다.
한자어 ‘구독(購讀)’을스윙종목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무언가를) 사서(購) 읽는다(讀)’는 뜻입니다. 구독의 맨 처음 대상은 신문과 잡지 같은 인쇄매체였습니다. 독자는 신문을 펼치고 책장을 넘기며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었고, 행간을 읽고 생각을 키우며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거기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세상과 사유를 맺는 리듬이 있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에 힘온라인신천지
입어, 인류가 새로운 지식·정보를 얻는 플랫폼이 활자매체 시대와 견줘 한없이 다양해지고 콘텐츠도 풍성해졌습니다. 그런데 혹여나…, 구독경제의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읽는 능력, 사물이나 사태의 겉과 속을 분간하고 맥락을 헤아리는 능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건 아닐까요. 더욱이 인공지능(AI)에 대한 경외감과 경계심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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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과 달리, 글은 문장 하나하나가 문법적으로 완결된 형식을 갖춰야 하고 명료한 의미가 실려야 합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사유를 따라 걷는 일이며, 그 길에서 자신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쓰다 보니 결국 ‘선비질’로 끝맺는 모양새가 됐지만, 그래도 이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황금성게임다운
이번 주도 한겨레 [.txt]에 실린 서평 기사와 칼럼들을 다 읽으면서 한 뼘 더 자란 느낌이 소중합니다. 그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