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한국인들을 태운 호송 버스가 11일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을 떠나고 있다. 포크스턴=권경성 특파원


미국 조지아주에 구금된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의 석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불협화음을 겪으며 혼란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긴박하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번 사태가 대미 투자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를 전달하며 유연한 해결을 촉구했다. 암흑 속에 놓인 듯 했던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재입국 불이익 없는 자발적 출국 가능해야"
11일 본보 취재를 종씨앤케이인터 주식
합하면,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가 발생한 직후 정부는 ICE의 '부수적 체포(collateral arrest)'에 강하게 항의하고 즉각적인 석방과 비자 제도 개선을 미국 당국에 요구했다. 특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협상 채널을 통해 긴급 협의를 벌였다. 무엇보다 공관과 외교부 당국은 AMOLED관련주
구금자들로 하여금 미국이 제시한 '자진출국 서류'에 자신들의 불법체류를 인정한다는 서명을 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적법한 상용비자(B1)를 가지고 활동했는데도 수갑과 쇠사슬을 동원해 구금 당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 데다, 향후 불이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미 측에 대미투자 환경에 맞지 않는 비자 조건을 지적하며 '재입국 불이익이VIP가입
없는 자발적 출국'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오전 조현 외교부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 만나 재차 구금된 한국인 직원들이 미국에 재입국할 때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약속을 받아냈다.
구금자들이 향후 전자여행허가(ESTA)나 비자 신청을 거절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양디앤유 주식
특별 지시' 때문이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이 원하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는 루비오 장관의 말을 전했다. 한미 외교소식통은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이 일종의 비망록처럼 고위급에서 상호 입장을 확인하는 문서를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입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물밑 협의가 이뤄졌휴켐스 주식
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구금사태 소식을 접하자 "당국이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한국의 숙련된 노동자를 대체할 만한 미국의 노동자를 즉각 고용할 수 없다는 정황을 파악한 뒤에는 입장을 바꾸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이뤄지면서 곧바로 구금자들은 편한 복장으로 환복하고, 휴대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예정됐던 구금자들의 귀환 일정이 갑작스럽게 지연된 것도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 노동자가 귀국하지 않고 남아 미국의 인력을 교육·훈련시킬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됐던 한국 직원들의 잔류를 언급한 것도 불이익이 갈 수 있는 기록은 남기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한 지시"라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 추방 당하지 않고 남아 있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권유를 전해들은 조 장관은 구금된 국민들이 놀라고 지친 상태라며 귀국했다가 미국으로 다시 와 일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미측도 이를 존중해 절차가 재개됐다.

명시적 사과 없는 미국…정부, 비자제도 및 동맹현안 협상 지렛대 활용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고 있다. 포크스턴(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게 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민당국의 과잉 단속이 인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ICE의 단속은 한국인 직원들이 아닌 중남미 불법 체류자 수색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ESTA와 B1비자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들을 본 ICE는 구체적인 법적 요건을 따지지 않은 채 이들을 무작위로 구금했다.
미국에서 구금자 7명을 대리했던 찰스 컥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비자 신청서를 보면 배터리 장비의 설치 및 교정 업무를 포함하고 있다"며 "적법한 비자 소지자도 무분별하게 체포해놓고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ICE는 구금된 인원들이 애틀란타 공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할 때도 "ESTA가 정한 기간을 초과해 불법적으로 체류한 인사가 있다"며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끝까지 구금 정당성을 주장하며 '수갑 호송'을 주장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비자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동맹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십년 간 노력해도 미국의 응답 없었던 비자 협의 채널을 마련할 수 있게 됐고, 한미동맹 현안과 관해서도 새로운 의제들을 다룰 수 있게 됐다"며 "전반적으로 막대한 대미투자가 한국에도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미국과 건설적인 협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