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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gamemong.info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 자크 마르키스 더 클라이번 회장은 “임윤찬은 30~4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로 별처럼 빛나는 재능을 지녔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쇼팽 국제 음악 콩쿠르의 에릭 루(피아노), 롱티보 콩쿠르의 김세현(피아노),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이유빈(첼로), 중국 쇤펠트 현악 콩쿠르의 이재리(첼로)….
전 세계에서 주요 콩쿠르만 해도 130개. 작금의 클래식 음악 사이다쿨 계를 이끄는 거장을 배출했고, 올해엔 에릭 루를 비롯해 숱한 화제의 우승자를 낳았다. 2025년 12월 현재 콩쿠르 우승자의 15%가 아시아인, 그중에서도 25%가 한국 출신(국제콩쿠르세계연맹 집계)이다.
“문제는 콩쿠르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연주자들의 기량은 콩쿠르에 특화된 데다 상향 평준화돼 굉장히 수준이 높아졌어요. 그렇다면 우린 황금성오락실 어떻게 차별화된 연주자를 선택해야 할까요.”
국제콩쿠르세계연맹(WFIMC)의 포럼차 한국을 찾은 플로리안 리임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 종로 수송동 써머셋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제콩쿠르세계연맹은 1957년 설립, 쇼팽·퀸 엘리자베스·부소니·반 클라이번 등 전 세계 130여개의 국제 음악콩쿠르가 소속된 세계 최대 규모의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음악 경연 네트워크다.
“쇼팽 콩쿠르, 완벽한 연주이나 흥미롭지 않다”
‘콩쿠르 홍수’ 속 올해의 빅 이벤트는 단연 쇼팽 콩쿠르였다. 2015년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을 당시 4위에 오른 에릭 루가 다시 나와 우승 타이틀을 안게 되면서다. 한국인 피아니스트 이혁·이효 형제도 바다이야기룰 준결승까지 오르고, 말레이시아 최초로 빈센트 옹이 5위를 하며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 몰이’에도 성공했다.
리임 사무총장은 “올해 쇼팽 콩쿠르에선 이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600명의 참가자 중에 뽑힌 11명의 파이널리스트 가운데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특출난 연주자를 고를 것인지가 우리의 문제였다”고 했다.
온 릴게임손오공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하루에 6시간 이상 연습이나 하던 무명의 학생들에게 콩쿠르는 실낱같은 희망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 자리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모든 ‘커리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의 경우 1, 2, 3등 수상자에게 3년간 최대 300회(1등 기준)의 연주 기회를 제공하는 에이전시의 역할까지 한다. 우승 한 번으로 무려 300회 동안 음악 여행을 하는 것이다.
플로리안 리임 리임 총장은 2013년부터 7년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통영국제음악제를 이끌었다. 그가 한국의 음악계를 이끄는 이 기간 동안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임윤찬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그러니 2~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콩쿠르를 위해 연주자들은 최소 수년을 준비한다. 설사 우승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콩쿠르에 도전한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을 비롯해 무려 8개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챙겼다. 한국인 최다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고 벌이는 경합이다 보니 연주자들에게선 ‘독기’가 느껴진다. 각자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정해 오차 없이 완벽한 음악을 들려준다.
리임 사무총장은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 우리(연맹) 모두 연주자들이 너무나 완벽하다는 데에 동의했다”며 “그런데 인간적인 면모는 빠져있었다”고 꼬집었다. 연주는 완벽했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은 늘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니 그 안엔 리스크도 있을 수 있고, 실수를 해도 된다”며 “하지만 쇼팽콩쿠르의 수상자들은 어쩌면 가장 완벽한 연주를 들려줬으나 가장 흥미로운 연주를 들려줬다고 할 순 없다”고 일갈했다.
콩쿠르마다 제각각의 DNA를 안고 태어난다. 쇼팽, 퀸 엘리자베스, 부소니, 반 클라이번 등 각각의 콩쿠르는 지향점이 다르기에 차세대 연주자들은 각자의 지원 동기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피터 폴 카인라드 WFIMC 회장(현대음악 단체 클랑포룸 빈 CEO(최고경영자),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예술감독)은 그러나 “요즘 연주자들이 각각의 콩쿠르의 DNA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각 콩쿠르는 저마다의 색깔에 따라 심사위원 구성도 달라진다”며 “다만 요즘엔 심사위원이 직업이 돼 콩쿠르마다 겹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콩쿠르 참가자들은 본인의 연주를 들을 심사위원을 파악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피터 폴 카인라드 회장은 콩쿠르는 물론 콩쿠르 이후 커리어를 쌓는 연주자들은 “기존의 것의 복제하는 것이 아니아 개성과 진정성, 독창성을 가지며 나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콩쿠르는 올림픽처럼 순위를 매기긴 해도 심사위원의 구성과 각 콩쿠르의 규정, 특징이 우승자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자기 개성보다 심사위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연주 실력과 완성도는 기본이다. 콩쿠르에서의 수상을 목표로 삼는다면 답은 의외로 쉬운 데 있을 수도 있다.
카인라드 회장은 “쇼팽 파이널에선 3명 정도가 모두 1등이 돼도 무색하지 않을 기량을 보여줬다. 결국 최고의 아티스트는 누가 가장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줬느냐에 있다”며 “어떤 타입의 아티스트가 어떤 심사위원을 설득했느냐에 따라 순위가 갈린 것”이라고 했다.
콩쿠르는 ‘커리어의 시작’…“조성진·임윤찬 같은 천재는 롤모델 아냐”
콩쿠르는 ‘기회의 장’이나, 이 자리는 시작일뿐이다. 카인라드 회장은 “많은 콩쿠르가 연주자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고 있지만, 언제나 기대를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형화된 해석과 심사위원의 성향에 꿰맞춘 연주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수년에 걸쳐 음악계는 확인했다. 특히 낭중지추 같은 ‘특출난 재능’을 만나며 콩쿠르를 지켜보는 음악 애호가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리임 총장은 “연주자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며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나 높아졌다”며 “조성진·임윤찬이라는 두 슈퍼스타가 등장한 뒤로 사람들은 늘 그 정도 수준을 기대하는데, 이런 천재들은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리임 총장은 2013년부터 7년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통영국제음악제를 이끌었다.
지난해 프라하의봄 음악축제때 초청받은 조성진, 혼신의 연주[프라하의봄 음악축제 준비위원회 제공]
연주자들은 콩쿠르 참가에 예선, 본선, 결선을 지날 때도 콩쿠르 자체보다 콩쿠르 너머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우승만이 본질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를 운영하는 더 클라이번의 자크 마르키스 회장은 “우승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매라운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는 ‘완벽한 연주’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만의 연주’를 해야 지속가능한 연주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베토벤이든 라흐마니노프든 쇼팽이든, “악보에 입각한 최고의 해석은 이미 15~20년 전 충분히 들어봤기에 누군가를 롤모델 감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카인라드 회장은 “연주하는 것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음악 자체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기존의 것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과 진정성, 독창성을 가지며 나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2022년)을 수년간 지켜본 자크 마르키스 더 클라이번 회장은 “콩쿠르 참가자들이 그를 본보기로 삼기도 하나, 임윤찬은 최고의 사례가 아니다”며 “그는 30~4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라고 했다. 그렇기에 임윤찬과 다른 연주자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마르키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임윤찬은 콩쿠르에서든 콘서트에서든 임윤찬 자신으로 존재한다. 그는 별처럼 빛나는 재능(Stella talent)으로 신(神)처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음악가”라고 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2022년)을 수년간 지켜본 자크 마르키스 더 클라이번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임윤찬을 기대하나 콩쿠르 참가자가 그를 본보기로 삼기도 하나, 임윤찬은 최고의 사례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승 이후 임윤찬은 엄청난 속도로 놀라운 커리어를 쌓고 있다. 마르키스 대표는 “우승과 동시에 뉴욕필, 보스턴 심포니와 같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카네기홀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 연주자는 극소수”라며 “임윤찬은 피아니스트 키신과 같은 특별한 사례”라고 했다. 그외의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는 연주자로, 무대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청중을 참여시켜야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돈을 내고 공연을 찾아온 사람들을 사로잡는 탁월한 무언가”라고 말했다.
콩쿠르의 역할은 저마다 예술적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연주자들의 징검다리이자, 새로운 문을 열게 해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주자들도 콩쿠르에 대한 대대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콩쿠르는 ‘일확천금’을 얻는 로또가 아니다. 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콩쿠르는 연주자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질문하는 자리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카인라드 회장은 “현재 우리는 아주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 콩쿠르는 더 많은 시대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행인 것은 지금은 굉장히 컬러풀하다고 할 정도로 다양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쇼팽 콩쿠르에서도 입상하지 못한 연주자들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줬다”고 봤다.
그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도 몇몇의 ‘뛰어난 재능’에 의존하는 음악계가 아닌 그들 사이의 빈틈을 잇는 다채로운 음악가들이 등장해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인라드 회장은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연주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조성진·임윤찬과 같은 뛰어난 재능의 연주자 외엔 점처럼 흩어진 모습”이라며 “더 많은 연주자가 자신의 개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곡을) 해석하고, 연주 행위 자체를 독특하고 소중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보다 풍성하며 지속가능한 음악계로 가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쇼팽 국제 음악 콩쿠르의 에릭 루(피아노), 롱티보 콩쿠르의 김세현(피아노),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이유빈(첼로), 중국 쇤펠트 현악 콩쿠르의 이재리(첼로)….
전 세계에서 주요 콩쿠르만 해도 130개. 작금의 클래식 음악 사이다쿨 계를 이끄는 거장을 배출했고, 올해엔 에릭 루를 비롯해 숱한 화제의 우승자를 낳았다. 2025년 12월 현재 콩쿠르 우승자의 15%가 아시아인, 그중에서도 25%가 한국 출신(국제콩쿠르세계연맹 집계)이다.
“문제는 콩쿠르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연주자들의 기량은 콩쿠르에 특화된 데다 상향 평준화돼 굉장히 수준이 높아졌어요. 그렇다면 우린 황금성오락실 어떻게 차별화된 연주자를 선택해야 할까요.”
국제콩쿠르세계연맹(WFIMC)의 포럼차 한국을 찾은 플로리안 리임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 종로 수송동 써머셋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제콩쿠르세계연맹은 1957년 설립, 쇼팽·퀸 엘리자베스·부소니·반 클라이번 등 전 세계 130여개의 국제 음악콩쿠르가 소속된 세계 최대 규모의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음악 경연 네트워크다.
“쇼팽 콩쿠르, 완벽한 연주이나 흥미롭지 않다”
‘콩쿠르 홍수’ 속 올해의 빅 이벤트는 단연 쇼팽 콩쿠르였다. 2015년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을 당시 4위에 오른 에릭 루가 다시 나와 우승 타이틀을 안게 되면서다. 한국인 피아니스트 이혁·이효 형제도 바다이야기룰 준결승까지 오르고, 말레이시아 최초로 빈센트 옹이 5위를 하며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 몰이’에도 성공했다.
리임 사무총장은 “올해 쇼팽 콩쿠르에선 이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600명의 참가자 중에 뽑힌 11명의 파이널리스트 가운데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특출난 연주자를 고를 것인지가 우리의 문제였다”고 했다.
온 릴게임손오공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하루에 6시간 이상 연습이나 하던 무명의 학생들에게 콩쿠르는 실낱같은 희망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 자리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모든 ‘커리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의 경우 1, 2, 3등 수상자에게 3년간 최대 300회(1등 기준)의 연주 기회를 제공하는 에이전시의 역할까지 한다. 우승 한 번으로 무려 300회 동안 음악 여행을 하는 것이다.
플로리안 리임 리임 총장은 2013년부터 7년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통영국제음악제를 이끌었다. 그가 한국의 음악계를 이끄는 이 기간 동안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임윤찬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그러니 2~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콩쿠르를 위해 연주자들은 최소 수년을 준비한다. 설사 우승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콩쿠르에 도전한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을 비롯해 무려 8개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챙겼다. 한국인 최다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고 벌이는 경합이다 보니 연주자들에게선 ‘독기’가 느껴진다. 각자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정해 오차 없이 완벽한 음악을 들려준다.
리임 사무총장은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 우리(연맹) 모두 연주자들이 너무나 완벽하다는 데에 동의했다”며 “그런데 인간적인 면모는 빠져있었다”고 꼬집었다. 연주는 완벽했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은 늘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니 그 안엔 리스크도 있을 수 있고, 실수를 해도 된다”며 “하지만 쇼팽콩쿠르의 수상자들은 어쩌면 가장 완벽한 연주를 들려줬으나 가장 흥미로운 연주를 들려줬다고 할 순 없다”고 일갈했다.
콩쿠르마다 제각각의 DNA를 안고 태어난다. 쇼팽, 퀸 엘리자베스, 부소니, 반 클라이번 등 각각의 콩쿠르는 지향점이 다르기에 차세대 연주자들은 각자의 지원 동기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피터 폴 카인라드 WFIMC 회장(현대음악 단체 클랑포룸 빈 CEO(최고경영자),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예술감독)은 그러나 “요즘 연주자들이 각각의 콩쿠르의 DNA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각 콩쿠르는 저마다의 색깔에 따라 심사위원 구성도 달라진다”며 “다만 요즘엔 심사위원이 직업이 돼 콩쿠르마다 겹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콩쿠르 참가자들은 본인의 연주를 들을 심사위원을 파악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피터 폴 카인라드 회장은 콩쿠르는 물론 콩쿠르 이후 커리어를 쌓는 연주자들은 “기존의 것의 복제하는 것이 아니아 개성과 진정성, 독창성을 가지며 나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콩쿠르는 올림픽처럼 순위를 매기긴 해도 심사위원의 구성과 각 콩쿠르의 규정, 특징이 우승자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자기 개성보다 심사위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연주 실력과 완성도는 기본이다. 콩쿠르에서의 수상을 목표로 삼는다면 답은 의외로 쉬운 데 있을 수도 있다.
카인라드 회장은 “쇼팽 파이널에선 3명 정도가 모두 1등이 돼도 무색하지 않을 기량을 보여줬다. 결국 최고의 아티스트는 누가 가장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줬느냐에 있다”며 “어떤 타입의 아티스트가 어떤 심사위원을 설득했느냐에 따라 순위가 갈린 것”이라고 했다.
콩쿠르는 ‘커리어의 시작’…“조성진·임윤찬 같은 천재는 롤모델 아냐”
콩쿠르는 ‘기회의 장’이나, 이 자리는 시작일뿐이다. 카인라드 회장은 “많은 콩쿠르가 연주자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고 있지만, 언제나 기대를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형화된 해석과 심사위원의 성향에 꿰맞춘 연주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수년에 걸쳐 음악계는 확인했다. 특히 낭중지추 같은 ‘특출난 재능’을 만나며 콩쿠르를 지켜보는 음악 애호가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리임 총장은 “연주자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며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나 높아졌다”며 “조성진·임윤찬이라는 두 슈퍼스타가 등장한 뒤로 사람들은 늘 그 정도 수준을 기대하는데, 이런 천재들은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리임 총장은 2013년부터 7년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통영국제음악제를 이끌었다.
지난해 프라하의봄 음악축제때 초청받은 조성진, 혼신의 연주[프라하의봄 음악축제 준비위원회 제공]
연주자들은 콩쿠르 참가에 예선, 본선, 결선을 지날 때도 콩쿠르 자체보다 콩쿠르 너머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우승만이 본질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를 운영하는 더 클라이번의 자크 마르키스 회장은 “우승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매라운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는 ‘완벽한 연주’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만의 연주’를 해야 지속가능한 연주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베토벤이든 라흐마니노프든 쇼팽이든, “악보에 입각한 최고의 해석은 이미 15~20년 전 충분히 들어봤기에 누군가를 롤모델 감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카인라드 회장은 “연주하는 것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음악 자체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기존의 것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과 진정성, 독창성을 가지며 나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2022년)을 수년간 지켜본 자크 마르키스 더 클라이번 회장은 “콩쿠르 참가자들이 그를 본보기로 삼기도 하나, 임윤찬은 최고의 사례가 아니다”며 “그는 30~4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라고 했다. 그렇기에 임윤찬과 다른 연주자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마르키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임윤찬은 콩쿠르에서든 콘서트에서든 임윤찬 자신으로 존재한다. 그는 별처럼 빛나는 재능(Stella talent)으로 신(神)처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음악가”라고 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2022년)을 수년간 지켜본 자크 마르키스 더 클라이번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임윤찬을 기대하나 콩쿠르 참가자가 그를 본보기로 삼기도 하나, 임윤찬은 최고의 사례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승 이후 임윤찬은 엄청난 속도로 놀라운 커리어를 쌓고 있다. 마르키스 대표는 “우승과 동시에 뉴욕필, 보스턴 심포니와 같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카네기홀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 연주자는 극소수”라며 “임윤찬은 피아니스트 키신과 같은 특별한 사례”라고 했다. 그외의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는 연주자로, 무대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청중을 참여시켜야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돈을 내고 공연을 찾아온 사람들을 사로잡는 탁월한 무언가”라고 말했다.
콩쿠르의 역할은 저마다 예술적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연주자들의 징검다리이자, 새로운 문을 열게 해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주자들도 콩쿠르에 대한 대대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콩쿠르는 ‘일확천금’을 얻는 로또가 아니다. 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콩쿠르는 연주자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질문하는 자리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카인라드 회장은 “현재 우리는 아주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 콩쿠르는 더 많은 시대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행인 것은 지금은 굉장히 컬러풀하다고 할 정도로 다양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쇼팽 콩쿠르에서도 입상하지 못한 연주자들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줬다”고 봤다.
그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도 몇몇의 ‘뛰어난 재능’에 의존하는 음악계가 아닌 그들 사이의 빈틈을 잇는 다채로운 음악가들이 등장해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인라드 회장은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연주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조성진·임윤찬과 같은 뛰어난 재능의 연주자 외엔 점처럼 흩어진 모습”이라며 “더 많은 연주자가 자신의 개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곡을) 해석하고, 연주 행위 자체를 독특하고 소중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보다 풍성하며 지속가능한 음악계로 가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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