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카지너 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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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금호은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12-15 02:13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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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lotnara.info
[여운규 기자]
점심때 볼일이 있어 서울 서촌으로 나왔다. 지난밤, 짧고 강하게 내린 눈 때문에 길은 미끄러웠지만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경복궁 서쪽 동네라고 해서 서촌으로 불리는 이곳. 행정구역상으로 보면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서 시작해 동쪽 끝으로는 통의동까지를 아우르는 지역이다.
나는 서촌을 좋 온라인야마토게임 아한다. 아마도 서울 시내 모든 지역을 통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금천교 시장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먹자골목의 흥성거림이 좋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분위기에 지쳐간다 싶을 때 아무 골목이나 쑥 들어서면 오랜 한옥들이 옹기종기 늘어선 조용한 주택가가 마법처럼 펼쳐진다.
소문난 맛집도 많고, 예쁜 찻집도 있어 릴게임방법 서 골목골목 찾아다니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듯한 골목을 조심스레 탐험하노라면 이곳이야말로 진짜 서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사대문 안'만이 갖고 있는 포스 같은 게 사정 없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드디어 가보게 된 '라면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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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촌 골목을 20년 넘게 지켜온 '라면점빵'
ⓒ 여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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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용무를 마친 후 밥집을 찾아 나섰다. 저녁에는 또 송년회 일정이 있을 것이므로 점심은 가볍게 먹고 싶었다.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없을까'로 시작된 상상은 점점 가지를 치더니 '맛있고 든든하면서도 저렴한 데다 살도 안 찌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음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식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라는 망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런 음식이 있을 리가 있나.
그렇게 미끄러운 골목을 헤매던 내 눈에 '라면점빵'의 빨간 간판이 들어왔다. 그래, 라면점빵. 이 골목의 터줏대감! 20년 넘게 이 골목을 지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가게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작 와 볼 기회가 없던 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 있어 이 금천교 시장 골목, 아니지 요즘에는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곳은 주로 퇴근 후에 한잔하러 오는 곳이니까. 왁자지껄한 인파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2차 3차까지 달린 저녁, 그래도 헛헛한 속을 마지막으로 채울 게 필요했을 때, 이미 문을 닫아버린 라면점빵 앞에서 아쉬운 입맛을 다신 기억이 새로웠다. 하아, 이럴 때 얼큰한 라면 한 그릇으로 마무리하면 딱 좋은데. 그러나 오후 세 시면 문을 닫는 이 아담한 가게는 그런 의미에서 참 야속한 식당이기도 했던 거다. 그러던 오늘, 드디어 인연이 닿았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가게인가
이미 만석이었다.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손님이 계셔서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는 있었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가게였다. 불 위에 올려진 뚝배기마다 라면이 끓고 있었고, 사장님은 주문에 따라 각종 토핑과 부재료를 맞춰 넣으시느라 여념이 없었다.
메뉴판을 보니 라면이라는 음식이 이렇게 다양한 거였나 싶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순두부 라면, 만두 라면, 부대 라면… 그런데 알라면? 이건 계란 넣은 건가? 이미 라면? 이건 또 뭐지? 도대체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라면도 있었다.
▲ 버섯 들깨 라면. 매콤하면서 구수하다.
ⓒ 여운규
잘 모를 땐 대표 메뉴다. 메뉴판 제일 위쪽에 자리한 버섯 들깨 라면을 주문했다. 작은 공깃밥이 서비스로 따라 나오는 것 같았다. 김밥 메뉴도 다양했고, '통통'이라는 귀여운 이름이 붙은 주먹밥도 무척 궁금했지만 그건 다음에 맛보기로 했다. 주문을 받은 사장님이 물었다.
"맵기 정도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냥 2단계 정도로 하면 될까요?""… 예, 뭐 그렇게 해 주시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집 라면의 맵기 정도는 모두 10단계가 있고, 가장 안 매운 0단계가 신라면 정도라고 했다. 그러니 2단계면 그것만 해도 꽤 매운 거다. 어떤 손님은 호기롭게 7단계를 주문하기도 하던데 그 정도면 입에서 불이 날 것도 같다.
버섯과 들깨 가루가 듬뿍 들어간 라면 한 뚝배기를 받았다. 훅 치고 올라오는 매운맛 아래로 은근한 감칠맛이 구수하게 느껴지는 게 참 괜찮은 느낌이었다. 버섯만으로 이런 맛이 나진 않을 텐데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소고기도 조금 들어 있다. 이 정도면 고급 음식이다. 2단계의 맵기 정도가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내 기준으로는 아 맵다 매워 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단무지 곁들이니 참고 먹을 만한.
저쪽에 앉은 한 커플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 하자 사장님이 반갑게 말씀을 건넨다.
"아니 그 전엔 밥도 말아 드시더니, 왜 오늘은 밥을 안 드세요?"
이젠 그렇게 많이 못 먹는다는 남자 손님의 손사래에 "아니, 그새 연로하셨나 봐!" 하면서 웃는 사장님. 알고 보니 두 손님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 집을 같이 다니던 단골 연인이었는데 이제 결혼해서도 잊지 않고 찾아온다고 한다. 이런 연륜이라니.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가게인가.
그건 그렇고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임이 확실한 저 젊은 손님도 라면 한 그릇만으로 만족하는데 나는 이 나이 먹고 밥까지 먹어서야 될 일인가 싶어 밥 말던 숟가락을 잠시 멈췄다. 그러자 바로 들려오는 사장님 말씀.
"하긴, 남기는 것보다야 안 드시는 게 낫죠. 나는 밥 남기는 게 제일 아까워!"
결국 다 말아먹고 말았다.
정겹고 아름다운 서촌 골목
▲ 서촌 골목길 모습
ⓒ 여운규
나는 좀 특이한 체질이라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기 전에 콧물부터 난다. 계산을 마치고 얼른 나와서 참았던 코를 막 풀고 있는데 식당 바로 옆에 익숙한 인쇄업체 사옥이 보인다. 그렇지. 이 회사가 여기 있었지. 주로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각종 자료집이나 간행물 등을 만들어 주는 곳인데, 나도 신입 시절 이리로 참 많이도 외근을 다니곤 했었다.
그때 이 골목은 음식문화 거리 같은 게 전혀 아니었고, 그냥 일 때문에 방문하는 곳이었다. 외근이 끝나면 시장 초입에 천막을 치고 앉아서 조그만 철판에 볶은 기름 떡볶이를 파시던 할머니한테 떡볶이 3000원어치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가던 기억도 새롭다.
원래 개성에 살다가 사업차 방문한 서울에서 전쟁을 맞은 할머니는 그날 이후 시장에 자리를 잡고 떡볶이를 만들어 팔면서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렸다고 했던가. 결국 고향 땅을 못 밟은 채 기름 떡볶이 원조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허름한 시장 골목은 열정 가득한 젊은이들이 생맥주와 감자튀김을 팔기 시작하면서 소문난 핫플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피어나던 골목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된서리를 맞아 누군가는 울면서 떠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기도 하면서 오늘 이 순간도 자꾸만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일터가 아니라 신나는 놀이터가 되어버린 이곳을 나는 여전히 사랑하지만, 가끔은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린 가게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면서 또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기도 하는 것인데.
그러므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이 자그마한 라면 가게는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면서 부디 오래 좀 남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가던 길을 멈추고라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돌아본 서촌 골목은 여전히 정겹고 아름다웠다. 아까 그 커플, 나중에는 아이 손 잡고 다시 오기를. 그 아이가 매운 라면을 먹어낼 만큼 쑥쑥 자라서 한 5단계 정도 되는 라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하는 상상을 해보며 괜히 흐뭇한 기분이 되기도 하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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