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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채점 받는 초등학생의 마음으로 곡을 만들었습니다."
작곡가 정재일은 몹시 긴장한 듯 연신 침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오는 24∼25일 서울 롯데콘 내힘으로학자금대출 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작곡한 오케스트라 음악(관현악곡) '인페르노'(Inferno·지옥)를 공개한다.
서울시향 음악 감독인 얍 판 츠베덴의 의뢰를 받고 작곡한 '인페르노'는 이탈로 칼비노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대구한복대여 한올명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음악감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정재일이지만, 낯선 관현악곡 작업은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한다.
작품 공개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 열린 신작 발표 간담회에 참석한 정재일은 "(기존 음악 작업과) 가장 달랐던 것은 음악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 음악으로 끝내야 하는 것이었다"며 검정고시 성적 "그래서 (곡을 만드는 동안) 지옥 같은 절망의 날들을 보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인사말하는 정재일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작곡가 정재일이 23일 서울 종로구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서울시향 신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생충 개인돈 월변 ',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은 서울시향에게 위촉받아 만든 곡 '인페르노'를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서울시향 미국 순회공연에서 선보인다. 2025.9.23 scape@yna.co.kr


1년여의 작업 끝에 지난 4월 완성된 '인페르노'는 5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지난 22일 서 시중은행이자 울시향 리허설에서 처음 연주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재일은 시험 성적표를 받는 기분으로 연주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으로 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을 만들어야 해 작곡하는 내내 채점 받는 초등학생의 기분이었다"며 "특히 어제 리허설에선 100명의 선생님 앞에서 채점을 받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떠올렸다.
정재일은 리허설 연주인데도 완벽하게 곡을 소화해내는 츠베덴 음악감독과 서울시향 단원들에게서 경외감마저 느꼈다고 치켜세웠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해 온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모습에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보여줘서 엄청난 경험과 학습의 시간이었습니다."
혼신을 다해 만든 첫 관현악곡이지만, 관객에게는 특정한 감상 포인트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도 밝혔다.
정재일은 "18분 길이의 '인페르노'는 총 4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되는데 천천히 음들이 퇴적되다가 화산처럼 폭발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며 "결국은 관객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공연장을 나설 때 곡이 관객의 마음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얍 판 츠베덴과 정재일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23일 서울 종로구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서울시향 신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작곡가 정재일. 서울시향은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작곡가 정재일에게 위촉해 만든 신작 '인페르노'를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미국 순회공연에서 선보인다. 2025.9.23 scape@yna.co.kr


그는 작곡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자신에게 작곡을 의뢰한 츠베덴 감독에 대한 믿음 하나로 곡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완성된 곡에 대해 서울시향이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여전히 '내가 제대로 작품을 만들었을까'라고 고민하게 됐다"며 "하지만 세계적인 거장이 함부로 말씀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츠베덴 감독 역시 자신이 믿었던 정재일의 신곡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정재일의 신곡은 아주 강렬하면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에 위안을 줄 음악"이라며 "어둡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 탈출구도 존재한다. 공포가 있지만 분출도 있고 결국에는 평화로 귀결되는 곡"이라고 평했다.
츠베덴 감독은 자기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하는 정재일의 작업 태도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저도 '과연 내가 잘하고 있나'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자기 음악을 성실하게 해내는 정재일의 곡은 많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향, 신작 발표 기자간담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23일 서울 종로구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서울시향 신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작곡가 정재일. 서울시향은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작곡가 정재일에게 위촉해 만든 신작 '인페르노'를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미국 순회공연에서 선보인다. 2025.9.23 scape@yna.co.kr


정재일의 '인페르노'는 한국 초연에 이어 다음 달 세계적인 공연장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계 무대에 데뷔할 예정이다.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은 다음 달 27일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미국투어 연주회에서 멘델스존, 라흐마니노프 등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작품과 함께 '인페르노'를 연주한다.
츠베덴 감독은 "'인페르노'는 충분히 멘델스존이나 라흐마니노프의 곡과 함께 연주될만한 곡"이라며 "정재일만의 이야기와 개성이 담긴 독특한 작품에 미국 관객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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