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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곳곳 경찰 기동대 투입…세계 정상회의 속 시민 불편 여전




▲ 30일 오후 경주 황리단길 거리 관광객이 조금 늘었지만 차분한 분위기다. 서의수 기자


30일 오전 10시,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 초입. 전날까지 외신 취재진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한결 조용했다. 상점 주인들은 문을 열고 진열대를 닦았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는 뜸했다. 카페 안에는 몇몇 외국인 관광객이 커피를 마시며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APEC이 열린다길래 소상공인자영업자 조금은 기대했죠. 근데 오늘은 그냥 평일이에요."
액세서리점에서 근무하는 박하영(27) 씨는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황리단길은 잔잔한 활기만 남아 있었다. 점심 무렵, 외국인 관광객 무리가 골목을 따라 걸었다. 호주인 관광객 사린(24) 은 "한국 전통거리가 예뻐요. 회의장 근처보다 여기가 훨씬 편안해요."라며 카메라를 들었다. 기념 한국거래소 품점 앞에는 일본인 모녀가 옷삔을 고르고 있었고, 카페 안에서는 영어와 중국어가 섞인 대화가 오갔다.



▲ 30일 오전 경주 황리단길 거리 일부는 관광객이 드물어 평소보다 차분한 분위기다.서의수 기자


"외국인 손님이 사금융대환이자 조금 늘긴 했어요. 그래도 주말보다 조용해요. 한국 손님은 거의 없고, 길거리음식 줄도 없어졌어요." 십원빵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42) 씨는 "주말엔 손님이 줄 섰는데, 오늘은 아예 한가해요."라며 반죽을 천천히 뒤집었다.
금리단길엔 고요와 일상만 같은 시각,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금리단길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골목 초입에 놓인 간판 할부금융 만이 움직임을 대신했다. 창문을 연 상점은 드물었고, 점심시간이 지나자 거리는 다시 비었다. 도시 한쪽은 '세계의 회의'를 치르고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평일의 리듬을 유지하고 있었다.
"길이 막힌다니까 다들 차를 안 가져와요. 택시도 잘 안 와요. 이 근처는 행사 영향이 거의 없어요."
금리단길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입시기관 씨는 텅 빈 가게 바라보며 "그냥 평일이에요. APEC이 열리는지도 모르겠다"라고 했다.



▲ 경주 시내 주요 도로에 경찰 기동대 버스가 줄지어 서 있으며, 통제 구간이 유지되고 있다. 서의수 기자


△ 도심 '갑호비상'… 기동대 차량으로 도로 점령.
경찰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경주를 비롯한 경북 전역에는 '갑호비상'이 발령됐다.갑호비상은 경찰 비상 근무 체계 중 최고 단계로, 모든 경찰관의 휴가가 중단되고 상황 발생 시 전 인력을 즉시 투입할 수 있다. APEC 기간 하루 최대 1만9000명의 경찰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 곳곳에는 기동대 차량이 차선을 점거하거나 공영주차장을 대신 사용하는 등 치안 강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29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보문관광단지 일대가 약 두 시간 동안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경주시청 인근에서도 보문 방면 진입이 막히며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도로 한쪽에는 여전히 순찰 오토바이와 경찰차가 줄지어 서 있고, 택시기사들은 "회담 기간이 끝나야 길이 뚫린다"고 입을 모았다.



▲ 경주시 금리단길 일대가 한산한 모습으로, 평일 오후 상권이 조용하다. 서의수 기자


△ '특수' 대신 '평소'로 돌아온 거리.
오후 3시를 넘기자, 황리단길은 잠시 붐볐다. 첨성대를 향하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골목 안으로 들어와 기념품을 사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었다. 그러나 그조차 오래가지 않았다. 버스가 출발하자 거리는 다시 비었고, 상인들은 느릿하게 의자를 정리했다. "외국인은 오지만 오래 머무르진 않아요.
사진만 찍고 금방 가요. 우리 입장에선 특수라고 하기도 애매해요." 황리단길 한 카페 주인은 "이게 국제행사라지만, 실제론 평일 매출이에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금리단길은 오후 내내 조용했다. 카페 유리창에 비친 햇살만이 움직였고, 가끔 지나가는 자전거 소리만 들렸다. "그냥 평일이죠. 경주는 여전히 경주예요." 주민의 짧은 말처럼, 도시는 거대한 행사 한가운데서도 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