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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우리 어색한 혜빈이 것 표정엔 연상시켰다.프랑스 메독 지방 포이약 마을의 ‘샤토 그랑 퓌 라코스트’ 포도원. 멀리 샤토 건물이 보인다. 천호성 기자


프랑스 남서부의 와인 산지 ‘메독’(Médoc)은 지롱드강이 유럽 대륙의 깊숙이서부터 자갈과 점토를 실어와 만든 땅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레드와인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메독에서 처음 재배됐고, 오늘날에도 마고·포이약·생테스테프 같은 마을을 중심으로 6000여개 포도원이 와인을 빚고 있다. 이중 품질이 우수한 60곳은 ‘최상급 산지’라는 의미의 그랑 크뤼(Grand Cru) 등급으로 분류된다. 흔히 보르도의 ‘5대 샤토(Château)’라 부르는 기라성 같은 와이너리 중 4곳이 메독에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 첫 재 국민은행 채용 배한 프랑스 와인 산지 ‘메독’
필자가 마지막으로 메독을 찾은 건 2019년 여름 포이약 마을의 그랑 크뤼 등급인 ‘샤토 그랑 퓌 라코스트’(Château Grand-Puy-Lacoste)를 방문하면서였다. 프랑스어 단어 ‘샤토’는 성을 뜻하지만 메독을 비롯한 보르도 지역에서는 와이너리를 일컫기도 한다. 포도원이 귀족의 저택이나 성에 딸려 올크레딧 7등급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랑 퓌 라코스트 역시 18세기 포이약의 서쪽 언덕에 저택이 세워진 뒤 300여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샤토 그랑 퓌 라코스트의 응접실. 평론가나 방문객의 와인 시음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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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된 고성에서 맛본 와인의 맛은
필자는 샤토를 운영하는 에믈린 보리씨의 안내로 양조장을 둘러보고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맛본 와인은 샤토 그랑 퓌 라코스트 2015년. 와인에서는 메독 지역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적인 향인 블랙커런트(카시스)와 검푸른 자두 내음이 그득했다. 부싯돌을 부딪친 부산대학생대출 듯한 짭쪼름한 철분내도 뚜렷하게 뒤따랐다. 가죽이나 오크보다는 삼나무와 비온 뒤의 숲 같은 향기가 지배적이어서, 와인은 중후하기보다 신선하다는 인상이었다.
입안에선 당미가 절제되어 드라이한 가운데 예의 검푸른 과실 쥬스 맛이 차올랐다. 그러면서도 술은 마치 우유를 머금은 것처럼 밀도 있는 질감을 뽐냈다. 마시는 내내 이 샤토의 육중한 석재 할인이벤트 외벽이 떠오른 건 와인이 지닌 탄탄한 구조감 때문이었으리라. 술을 넘긴 뒤에는 매콤한 담뱃잎과 향신료내가 오래도록 후두를 맴돌았다.
옆에서 함께 맛을 본 보리씨는 “처음에는 밋밋한듯 하지만 2, 3초 뒤면 풍부한 맛을 터뜨리는 와인”이라고 자평했다. 필자는 와인이 첫 인상에서부터 “직관적으로 맛있다”고 느꼈던 터라 보리씨의 ‘겸손’에 웃어보였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이날의 그랑 퓌 라코스트는 과실·미네랄·스파이스를 조화롭게 버무린, 가장 우아한 술 중의 하나로 기억된다.
샤토 문을 나서며 필자를 배웅하던 보리씨는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포이약 와인의 진짜 비밀은 땅에 있습니다. 포도원 구석구석 둘러보고 가세요.”



포이약의 자갈. 천호성 기자


척박한 자갈밭 골라 카베르네 소비뇽 심은 이유
포도밭을 거닐며 맨 처음 눈에 띈 건 발바닥에 자글자글 밟히던 자갈들이었다. 동전부터 야구공에 이르는 크기의 둥근 돌멩이들이 온 땅을 덮고 있던 것이다. 포이약은 메독에서도 지롱드 강 물줄기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이다. 강이 범람할 때마다 무거운 입자인 자갈이 이곳에 퇴적되고, 모래나 점토는 먼 내륙까지 흘러가 쌓였을 것이다.
샤토들은 비옥한 점토 대신 척박한 자갈밭을 골라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어왔다. 포도나무가 물과 양분을 찾아 지하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무는 5m 깊이 이상 다양한 지층의 양분을 빨아들여 복합적인 풍미의 포도를 만들어낸다. 그랑 퓌 라코스트의 경우 1헥타르에 1만그루를 심어 포도나무를 ‘경쟁’시킨다고 했다. 나무 뿌리가 양 옆으로 퍼지지 못하고 더 깊은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자갈을 한움큼 집어 코 가까이 대니 매캐한 부싯돌내가 났다. 동전 같은 철분 냄새도 비강을 때렸다. 모두 방금 전 와인에서 피던 향들이었다.



포이약의 광활한 포도원. 천호성 기자


포이약 마을 바람에서는 ‘바다 맛’이 난다
땅에서 눈을 들면 사방엔 포도나무만 보였다 . 다른 식물을 심지 않아 그늘 한점 없는 포도밭에서 나무들은 7월의 햇발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이때 문득 산들바람이 땅을 쓸었다. 지롱드강 하류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에 수백만의 잎사귀가 일순간 물결처럼 일렁였다. 주변은 과수원이라기보다는 초록색 바다 같았다.
동시에 입가에선 쌉싸래한 소금기가 감돌았다. 바람에서 정말로 ‘바다 맛’이 나는 것이었다. 지도를 보니 그곳에서 대서양까지는 불과 30km 거리였다. 가스코뉴만의 조수가 강해 밀물 땐 근처 지롱드강까지 바닷물이 들어찼다. 거기서 날아온 짭짤한 철분 내음이 포이약의 온 대지를 뒤덮는 것이었다. 이 역시 필자가 그토록 좋아하던 메독 와인의 향과 맛이었다.



포이약 기차역 근처 이정표. 메독 대표적인 와인 산지들의 이름이 보인다. 천호성 기자


“‘테루아’(terroir)란 이런 것이구나”, 필자는 무릎을 쳤다. 프랑스어 ‘테르’(terre·땅)에서 유래한 단어인 테루아는 토질·기후 등 와인을 만들어내는 자연 환경(풍토)을 통칭하는 말이다. 와인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땐 이것이 자연친화적인 양조 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추상적인 개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대서양의 바닷바람이 포도나무 사이사이를 누비며 체취를 입히는 광경을 보니, 이런 생각은 싹 바뀌었다. 포도에는 토지와 대기의 특질이 깃든다. 그리고 그런 자연의 정수를 한 병에 담아낸 결과물이 바로 와인이다.
지금도 메독 와인을 마주하면 포이약의 짙푸른 대지와 지롱드강의 바람소리를 떠올린다. 그 속에서 영글어갈 포도알을 그리는 와인 팬의 마음이 벅차다.

천호성의 천병까기는

먹고 마시기를 사랑하는 이라면 한번 쯤 눈독 들였을 ‘와인’의 세계. 7년 간 1000병 넘는 와인을 연 천호성 기자가 와인의 매력을 풀어낸다. 품종·산지 같은 기초 지식부터 와인을 더욱 맛있게 즐길 비기까지, 매번 한 병의 시음기를 곁들여 소개한다. 독자를 와인 세계에 푹 빠트리는 게 연재의 최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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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