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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은 1953년 밀양에서 태어난 후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성장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스스로 생계비를 벌며 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 제도권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의문으로 학업 중단을 시도하였으나, 당시 미술 교사의 집요한 설득 끝에 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졸업 이후에도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배워야 할 필요에 의문을 품고 미대에 진학하지 않았다. 그는 제도권 미술교육을 거부하고,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그림을 그리겠노라 결심하며 날 것의 사회 속에서 독학으로 자신만의 조형 양식을 구축했다.
안창홍이 어린 시절부터 두올산업 맞닥뜨린 사회는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는 냉철한 시선으로 이를 포착하여 줄곧 작업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1970년대 후반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룬 '가족사진' 연작,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고발하는 '위험한 놀이' 연작을 제작했다. 그리고 '봄날은 간다', '사이보그', '얼굴' 연작과 '49인의 명상'을 거친다. 이후 자동차 싸게사는법 평면에서 입체로 매체를 확장하여 '마스크' 연작 등을 통해 줄곧 사회 구조 속에서 억압되고 억눌린 인간의 본성, 근대화된 도시 이면에 도사리는 폭력성 등 삶의 어두운 면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현재도 다양한 작업으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마스크 2019'는 2019년 열린 경남도립미술관 개인전 ＜안창홍: 이름도 현대캐피탈대환 없는＞ 이듬해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이다. 미술관 전시 이후,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 중 1점을 선택하여 경남도립미술관에 기증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가면 형상을 띈 대형 부조(relief) 작품이며, 주재료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작가가 제작한 가면 형상의 원형 주형틀에 FRP를 넣고 형상을 떠낸 뒤 붉은색의 아크릴 물 이삿짐센터 감으로 칠한 작품이다.
작품을 보면 페르소나(Persona)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 연극배우들이 썼던 가면·탈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페르소나는 오늘날 성격, 사람, 인격이라는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 개념을 체계화한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브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페르소나를 개인의 행동양식을 사회적 기준에 맞춰 조정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심리적 기제의 한 종류로 간주한다. 페르소나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자아가 외부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외적 인격이다.
그렇기에 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역할마다 다양한 페르소나가 혼재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자신의 본성인 내적 자아, 에고(ego)와 외적 자아인 페르소나를 지나치게 동일시하게 될 경우, 상호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내·외적 자아 간 부조화로 인해 우울 등 다양한 심리적 불편감 및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마치 군중 속에서 각자의 개성이 거세된 사회적 가면을 쓰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상기시킨다.
'마스크 2019'는 원초적 감정, 정동(affect)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작품의 형태는 사람의 얼굴이지만 온전하지 않은 눈·코·입은 어딘가 기괴한 느낌을 준다. 코는 콧대와 콧볼 등의 형태감을 비교적 온전히 담고 있으나, 그 외 눈과 입은 형태가 뭉개져 표현되어 있다. 눈은 세상의 어두운 그늘과 부조리, 가려지고 은폐된 것을 감각 할 수 있는 신체 기관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눈을 통해 지각된 사회의 병폐와 모순에 저항하는 신체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이다. 그러한 눈과 입이 왜곡되고 뭉개진 마스크는 마치 억압되고 조종당하는 무기력한 사람을 떠올리게도 한다.
빨간 마스크 형상은 마치 어떤 이의 분노한 얼굴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는 사회 구조 속 개인이 사회적 가면을 쓴 채 살아가며 억눌린 어떠한 분노의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되면, 분노의 감정을 넘어선 무기력한 무표정의 얼굴도 떠오른다.
'마스크 2019'는 이처럼 분명하게 지각할 수 있는 표정이라기보다 바라보는 자의 심리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게 지각되도록 설계되었다. 감정은 표정을 통해 드러나지만, 이 작품 속 가면의 눈코입을 뭉개고 뭉뚱그려 대담한 왜곡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아마도 표면적으로 고도 성장한 편리한 현대 사회지만, 더 이상 진실을 보는 눈과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입이 상실된 무기력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병든 사회를 예술을 통해 고발하였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작가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빨간색의 마스크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현대인의 소외, 외로움, 슬픔 등 여러 사회 문화적으로 복합적인 특성의 감정과 정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안창홍은 거대한 시스템 사회 속에서 개성이 상실된 채 무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강렬한 조형으로 표현했다. 작품을 통해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조금 더 '자기다운 삶'과 '자기실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용기를 낼 것을 주문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개인에게 이상적 모습과 관계를 기대하면서 상호 긴장된 관계와 모습들을 보인다. 사회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이 존중되기보다 특이하거나, 튀는 자유로운 모습을 다소 불편해하며 그러한 특성은 그저 불필요하고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인식한다. 이 작품은 자신에게 맞지 않은 불편한 가면(사회적 자아)을 뒤집어쓰고 힘겹게 살아가는 동안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본인이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과 방식은 어떤 것인지, 자신을 진정으로 되돌아보고 자기 성찰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의복의 역사(복식사)에서 인류의 옷에 관한 기원적 의미와 기능에 대한 부분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의복은 사람의 연약한 신체를 물리적으로 보호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의복은 물리적 신체의 보호를 넘어 사회적 무리, 집단의 구성원임을 표식하기도 하였으며, 나아가 개인의 정신적 안정과 만족의 기능도 충족시켰을 것이다.
이처럼 가면 역시 의복의 확장된 아이템 중 하나로 본다면 그 기능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이 작품에 빗대어 볼 수 있다. 마치 의복이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듯 심리적인 '사회적 가면'이 우리에게 필요하여 이왕 써야 한다면, 어딘가 다 비슷하고, 재미없고, 불편한 가면이 아닌, 자기에게 맞는 각기 다양한 가면을 쓰더라도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다양한 표정과 생김새를 가진 다채로운 가면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사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다 비슷하고 똑같아 보이는 가면을 쓰지 않더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예술은 그 시대의 사회·정치·문화상을 담고 있기에 작품이 만들어진 당대에는 현 사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하며, 후대에는 역사적 고증 자료로서 기능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편안히 드러내어도 안전한 사회, 다름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 다채로움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안창홍의 '마스크 2019'는 지금 시대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며, 먼 미래에도 역시 이전 시대를 되돌아보며 또 달리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사료로서 다채로운 메시지로 새롭게 재해석 될 것이다. 이 작품을 감상하게 될 몇십 년 뒤, 미래 관객들은 지금 시대의 우리와는 또 다르게 이 시대를 감각하고 비판하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김주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참고문헌1) 윤종호 ＜융의 분석심리학에 나타난 페르소나를 통한 작품 연구 : 연구자의 작품을 중심으로＞(2018),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학위 논문2) ＜kbs 부산＞ 작가 인터뷰 '문화산책- 이름도 없는 展 화가 안창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