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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소방소속의 10년차 소방119구조견이었던 2013년생 마리노이즈 승리의 모습. 소방 구조견 조끼를 입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깊은 산 속 낭떠러지 아래.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절벽 밑을 향해 승리가 끊임없이 짖어댔 야마토연타 어요. 수색대원들도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내려가 보니 수색하던 시신이 있었다고 해요. 사람이었다면 절대 찾지 못할 외진 장소였죠. 10년차 구조견이었던 승리를 입양한 지 3년이 됐습니다. 이제 승리는 집 안에서 공놀이를 하며 뛰노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승리 보호자 바다이야기오락실 이현주씨
불용견 무상 분양 공고. 현주씨는 공고문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고 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강아지’가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했죠. 이때 현주씨는 처음으로 ‘사역견’의 뜻을 알게 됐습니다. 사역견이란 특정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개로, 경찰견·군견·구조견·썰매견 등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해당 공고문은 국가를 위해 바다이야기하는법 일해왔던 강아지들이 이제 쓰임을 다했기 때문에 녀석들의 여생을 책임져줄 일반 가정집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던 거죠.
보호자 현주씨가 세상을 떠난 세빈, 대담, 캐리를 추억하며 만든 액자를 소개하고 있다. 전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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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현주씨의 사역견 입양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2026년까지, 총 5마리의 은퇴견을 입양해 보살핀 현주씨. 개st하우스팀은 현주씨와 은퇴견의 일상을 살피기 위해 지난 12월 23일 현주씨 집을 방문했습니다.
국가의 영웅, 헌신적인 사역견들
바다이야기꽁머니
보호자 현주씨가 캐리의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둔 모습. 전병준 기자
현주씨가 처음 은퇴견을 맞이한 건 2014년이었습니다. 공군 군견으로 8년 활동 후 최초 민간 분양 은퇴견이 된 ‘캐리’가 그 주인공이었죠. 은퇴견은 일상에서 보는 반려견보다 크기도 크고, 10살 이상의 노견이 대부분입니다. 현장 활동을 하니 아픈 곳도 많아 쉽게 입양을 결정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주씨가 입양을 결심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밥차봉사·연탄봉사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계기가 됐죠. 현주씨는 “사회에 이바지하는 이들의 모습이 좋아 보여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불용견 입양 공고’를 봤다”며 “국가에서 사용하다 쓰임을 다하게 된 소중한 생명을 돌보는 것 역시 작은 봉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4년 입양한 캐리는 한달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캐리는 휠체어를 이용해 걸어다녔다. 이현주씨 제공
현주씨는 캐리와 5년을 함께 했습니다. 캐리는 퇴역 한 달 만에 사고를 겪어 하반신 마비가 된 상태였지만, 현주씨의 보살핌 속에 따뜻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현주씨는 캐리와 똑 닮은 대담이(경기소방)와 세빈이(중앙119구조본부)·소백이(영남119특수구조대)·승리(경북소방)까지, 총 다섯 마리의 목적견을 입양했습니다. 모든 추억이 소중하지만, 특히 세빈이와 소백이의 사연은 현주씨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마당에서 공놀이를 즐기는 세빈이의 모습. 이현주씨 제공
7살이었던 세빈이는 출동 도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수색대원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된 세빈이는 독사에 물려 신장이 망가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세빈이는 결국 만성신부전으로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2020년 조기 은퇴했습니다. 이후 입양처를 찾지 못해 1년 넘게 방치됐던 세빈이는 현주씨를 만나게 됐습니다. 현주씨는 헌신적인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2ℓ 피하수액을 4시간 간격으로 놔줬습니다. 경제적·육체적 부담이 컸지만 세빈이가 조금이나마 더 오랜 시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곁을 지킨 현주씨 노력 덕에 세빈이는 기적적으로 4년을 더 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구조견으로 9년 활동하며 인명 구조에 힘쓴 소백이의 모습. 이현주씨 제공
소백이는 대중에게 알려진 베테랑 구조견이었습니다. 2022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6명 중 4명의 위치를 찾아냈죠. 9년 구조견으로 활동한 소백이는 2023년 현주씨에게 입양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차에 오른 소백이는 이상하게도 기침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현주씨는 덜컥 걱정됐습니다. 사실 입양 전 소백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소방 구조견은 공을 보면 강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소백이는 움직이지 않고 이상하리만치 얌전했습니다. 하지만 소백이 담당 훈련사가 특별히 건강 이상은 없다고 해 괜찮겠거니 했었죠. 그런데 소백이의 심상찮은 기침에 병원에 데려간 결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소백이는 이미 전신에 암이 퍼져 폐까지 전이가 된 암 5기 상태였습니다. 소백이가 지내던 기관의 관계자들 모두 소백이의 건강 이상을 몰랐던 거죠. 소백이는 결국 입양 12일 만에 현주씨와 이별했습니다.
위쪽 하늘색 외투를 입은 강아지부터 시계방향으로 소백, 승리, 대담, 세빈. 현주씨 집 앞마당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현주씨 제공
4마리의 은퇴견의 끝을 지킨 현주씨는 모든 강아지가 자신의 반쪽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은퇴견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현주씨는 자신의 신체가 도려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입양을 포기하지 않은 건 국가의 영웅인 사역견들에게 편안한 여생을 주는 것이 자신이 줄 수 있는 보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주씨는 “은퇴견은 이미 아프거나 곧 아플 강아지들”이라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은퇴견을 평생 책임질 각오를 가진 사람이 입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10년 활동 후 은퇴, 소방견의 삶
지난 12월 23일 현주씨 자택에서 만난 승리. 처음 만난 취재진에게 먼저 몸을 부딪히며 애교를 부렸다. 전병준 기자
2022년 12월, 현주씨는 경북소방본부 소속 10년차 구조견인 승리를 입양했습니다. 2013년생 마리노이즈, 몸무게 28㎏의 체격을 가진 승리는 집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취재진에게도 몸을 부대끼며 애교를 부리는 친화력 좋은 모습도 보여줬죠. 사실 이건 소방구조견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소방구조견은 군견과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군견은 군대 내의 모견을 임신시킨 뒤 자견을 자체적으로 선발해 내부에서 철저한 훈련과정을 거칩니다. 소방구조견은 1~2살 퍼피를 전문 브리더 입찰로 선발하죠. 이후 15~20년차의 베테랑 훈련사들이 인명구조견 수준으로 교육합니다. 특히 다른 점은 선발 기준입니다. 소방구조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대인성’이거든요. 생명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야 합니다. 승리가 유독 친화력이 뛰어났던 이유입니다.
소방 구조견 승리가 영월에서 구조견 옷을 입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인명 구조에 견생을 바치는 구조견의 현실은 혹독합니다. 만약 구조견 3마리 중 1마리가 아프면 나머지 2마리는 연이어 출동을 나가야 하죠. 그러다 보니 과로하는 구조견들도 많습니다. 무리한 출동으로 병이 생겨도 후임 구조견이 없어 수색 작업을 멈추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이 커지면 은퇴 후 입양 확률도 현저하게 떨어지죠. 악순환이 발생하는 겁니다.
기관으로서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구조견 관리 예산이 한정된 와중에 입양률도 낮습니다. 2024년 기준, 국가를 위해 활동한 은퇴 봉사 동물 중 민간 입양된 동물은 단 22%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돌보거나 보호시설에서 여생을 보냅니다. 기관에서 입양을 못 보내면 공간이 없어 한 견사에 2마리가 비좁게 지내기도 합니다. 은퇴견은 담당 핸들러도 없기 때문에 집중적인 케어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은퇴 자체가 미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방 구조견 홍보를 담당하기도 했던 현주씨는 “구조견 자리가 공석이면 안 되는 게 원칙”이라며 “만약 후배 구조견이 자격시험에서 탈락하면 선배 구조견은 합격자가 생길 때까지 은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공놀이에 열중하는 승리의 모습. 전병준 기자
다행히 승리는 이런 현실을 잘 견디고 현주씨의 집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곤히 자고, 오후에는 공놀이와 산책을 즐기고, 주말이면 캠핑을 다니죠. 현주씨는 은퇴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정기 건강검진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승리도 정기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피가 고여있는 혈종이 있어서 응급수술을 했는데, 조금 늦게 발견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현주씨는 “은퇴견에게는 무엇보다 알맞은 사료를 먹이고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현주씨 사연을 알게 된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가 2023년 6월부터 맞춤형 제품을 꾸준히 후원하는 덕에 승리의 연령과 건강상태를 고려한 사료를 무리 없이 급여하고 있습니다.
아픔과 이별을 함께하는 은퇴견 입양
생일을 맞이한 승리가 생일 선글라스를 끼고 보호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다만 은퇴견 5마리를 보살펴 온 현주씨는 입양은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입양 후에도 파양하거나, 돌봄 없이 별장지기 개로 쓰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에 입양 과정의 판단은 더욱 냉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역견은 활동 기간 대소변 훈련이나 개인기 훈련을 받지 않습니다. ‘앉아’ ‘손’ ‘돌아’ 같은 재롱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역견에게 불필요한 일이죠. 입양 후 개인기 연습을 한다 해도, 10살 이상의 성견이기 때문에 훈련 속도가 퍼피보다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입양을 간다면 무엇보다 보호자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주씨는 “은퇴견 입양률이 낮기 때문에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비난할 수도 있다”면서도 “은퇴견과 내가 하나가 되어 평생 함께 즐겁고, 괴롭고, 슬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입양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입양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이죠. 현주씨는 이런 부담을 모두 견뎌내면서 은퇴견을 보살폈습니다.
소방 구조견 출신 승리가 태안에서 구조견 옷을 입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현주씨 역시 처음부터 모든 고충을 알았더라면 입양을 망설였을지 모릅니다. 은퇴견 돌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주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함을 매일 느낀다고 했습니다.
은퇴견들과 함께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주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바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매 순간순간이에요. 어느 한순간을 꼬집을 수 없어요. 이 친구들을 처음 맞이하는 순간, 그다음 날, 또 다음날. 어제, 오늘, 내일 모든 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입양 이후 승리가 공원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현주씨처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아이들의 은퇴 여생을 함께하고 싶으신 분은 기관별 은퇴견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은퇴견이 아니어도 가족을 기다리는 위기의 동물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카드를 참고해주세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유기동물 입양자에게는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에서 유기동물의 종류, 나이, 성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사료와 간식 등으로 구성된 ‘맞춤형 입양키트’를 후원합니다.
■유기동물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주소로 접속해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linktr.ee/DogToHome
■개st하우스 출연견공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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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소방소속의 10년차 소방119구조견이었던 2013년생 마리노이즈 승리의 모습. 소방 구조견 조끼를 입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깊은 산 속 낭떠러지 아래.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절벽 밑을 향해 승리가 끊임없이 짖어댔 야마토연타 어요. 수색대원들도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내려가 보니 수색하던 시신이 있었다고 해요. 사람이었다면 절대 찾지 못할 외진 장소였죠. 10년차 구조견이었던 승리를 입양한 지 3년이 됐습니다. 이제 승리는 집 안에서 공놀이를 하며 뛰노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승리 보호자 바다이야기오락실 이현주씨
불용견 무상 분양 공고. 현주씨는 공고문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고 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강아지’가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했죠. 이때 현주씨는 처음으로 ‘사역견’의 뜻을 알게 됐습니다. 사역견이란 특정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개로, 경찰견·군견·구조견·썰매견 등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해당 공고문은 국가를 위해 바다이야기하는법 일해왔던 강아지들이 이제 쓰임을 다했기 때문에 녀석들의 여생을 책임져줄 일반 가정집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던 거죠.
보호자 현주씨가 세상을 떠난 세빈, 대담, 캐리를 추억하며 만든 액자를 소개하고 있다. 전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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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현주씨의 사역견 입양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2026년까지, 총 5마리의 은퇴견을 입양해 보살핀 현주씨. 개st하우스팀은 현주씨와 은퇴견의 일상을 살피기 위해 지난 12월 23일 현주씨 집을 방문했습니다.
국가의 영웅, 헌신적인 사역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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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현주씨가 캐리의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둔 모습. 전병준 기자
현주씨가 처음 은퇴견을 맞이한 건 2014년이었습니다. 공군 군견으로 8년 활동 후 최초 민간 분양 은퇴견이 된 ‘캐리’가 그 주인공이었죠. 은퇴견은 일상에서 보는 반려견보다 크기도 크고, 10살 이상의 노견이 대부분입니다. 현장 활동을 하니 아픈 곳도 많아 쉽게 입양을 결정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주씨가 입양을 결심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밥차봉사·연탄봉사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계기가 됐죠. 현주씨는 “사회에 이바지하는 이들의 모습이 좋아 보여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불용견 입양 공고’를 봤다”며 “국가에서 사용하다 쓰임을 다하게 된 소중한 생명을 돌보는 것 역시 작은 봉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4년 입양한 캐리는 한달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캐리는 휠체어를 이용해 걸어다녔다. 이현주씨 제공
현주씨는 캐리와 5년을 함께 했습니다. 캐리는 퇴역 한 달 만에 사고를 겪어 하반신 마비가 된 상태였지만, 현주씨의 보살핌 속에 따뜻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현주씨는 캐리와 똑 닮은 대담이(경기소방)와 세빈이(중앙119구조본부)·소백이(영남119특수구조대)·승리(경북소방)까지, 총 다섯 마리의 목적견을 입양했습니다. 모든 추억이 소중하지만, 특히 세빈이와 소백이의 사연은 현주씨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마당에서 공놀이를 즐기는 세빈이의 모습. 이현주씨 제공
7살이었던 세빈이는 출동 도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수색대원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된 세빈이는 독사에 물려 신장이 망가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세빈이는 결국 만성신부전으로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2020년 조기 은퇴했습니다. 이후 입양처를 찾지 못해 1년 넘게 방치됐던 세빈이는 현주씨를 만나게 됐습니다. 현주씨는 헌신적인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2ℓ 피하수액을 4시간 간격으로 놔줬습니다. 경제적·육체적 부담이 컸지만 세빈이가 조금이나마 더 오랜 시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곁을 지킨 현주씨 노력 덕에 세빈이는 기적적으로 4년을 더 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구조견으로 9년 활동하며 인명 구조에 힘쓴 소백이의 모습. 이현주씨 제공
소백이는 대중에게 알려진 베테랑 구조견이었습니다. 2022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6명 중 4명의 위치를 찾아냈죠. 9년 구조견으로 활동한 소백이는 2023년 현주씨에게 입양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차에 오른 소백이는 이상하게도 기침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현주씨는 덜컥 걱정됐습니다. 사실 입양 전 소백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소방 구조견은 공을 보면 강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소백이는 움직이지 않고 이상하리만치 얌전했습니다. 하지만 소백이 담당 훈련사가 특별히 건강 이상은 없다고 해 괜찮겠거니 했었죠. 그런데 소백이의 심상찮은 기침에 병원에 데려간 결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소백이는 이미 전신에 암이 퍼져 폐까지 전이가 된 암 5기 상태였습니다. 소백이가 지내던 기관의 관계자들 모두 소백이의 건강 이상을 몰랐던 거죠. 소백이는 결국 입양 12일 만에 현주씨와 이별했습니다.
위쪽 하늘색 외투를 입은 강아지부터 시계방향으로 소백, 승리, 대담, 세빈. 현주씨 집 앞마당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현주씨 제공
4마리의 은퇴견의 끝을 지킨 현주씨는 모든 강아지가 자신의 반쪽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은퇴견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현주씨는 자신의 신체가 도려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입양을 포기하지 않은 건 국가의 영웅인 사역견들에게 편안한 여생을 주는 것이 자신이 줄 수 있는 보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주씨는 “은퇴견은 이미 아프거나 곧 아플 강아지들”이라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은퇴견을 평생 책임질 각오를 가진 사람이 입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10년 활동 후 은퇴, 소방견의 삶
지난 12월 23일 현주씨 자택에서 만난 승리. 처음 만난 취재진에게 먼저 몸을 부딪히며 애교를 부렸다. 전병준 기자
2022년 12월, 현주씨는 경북소방본부 소속 10년차 구조견인 승리를 입양했습니다. 2013년생 마리노이즈, 몸무게 28㎏의 체격을 가진 승리는 집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취재진에게도 몸을 부대끼며 애교를 부리는 친화력 좋은 모습도 보여줬죠. 사실 이건 소방구조견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소방구조견은 군견과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군견은 군대 내의 모견을 임신시킨 뒤 자견을 자체적으로 선발해 내부에서 철저한 훈련과정을 거칩니다. 소방구조견은 1~2살 퍼피를 전문 브리더 입찰로 선발하죠. 이후 15~20년차의 베테랑 훈련사들이 인명구조견 수준으로 교육합니다. 특히 다른 점은 선발 기준입니다. 소방구조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대인성’이거든요. 생명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야 합니다. 승리가 유독 친화력이 뛰어났던 이유입니다.
소방 구조견 승리가 영월에서 구조견 옷을 입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인명 구조에 견생을 바치는 구조견의 현실은 혹독합니다. 만약 구조견 3마리 중 1마리가 아프면 나머지 2마리는 연이어 출동을 나가야 하죠. 그러다 보니 과로하는 구조견들도 많습니다. 무리한 출동으로 병이 생겨도 후임 구조견이 없어 수색 작업을 멈추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이 커지면 은퇴 후 입양 확률도 현저하게 떨어지죠. 악순환이 발생하는 겁니다.
기관으로서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구조견 관리 예산이 한정된 와중에 입양률도 낮습니다. 2024년 기준, 국가를 위해 활동한 은퇴 봉사 동물 중 민간 입양된 동물은 단 22%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돌보거나 보호시설에서 여생을 보냅니다. 기관에서 입양을 못 보내면 공간이 없어 한 견사에 2마리가 비좁게 지내기도 합니다. 은퇴견은 담당 핸들러도 없기 때문에 집중적인 케어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은퇴 자체가 미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방 구조견 홍보를 담당하기도 했던 현주씨는 “구조견 자리가 공석이면 안 되는 게 원칙”이라며 “만약 후배 구조견이 자격시험에서 탈락하면 선배 구조견은 합격자가 생길 때까지 은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공놀이에 열중하는 승리의 모습. 전병준 기자
다행히 승리는 이런 현실을 잘 견디고 현주씨의 집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곤히 자고, 오후에는 공놀이와 산책을 즐기고, 주말이면 캠핑을 다니죠. 현주씨는 은퇴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정기 건강검진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승리도 정기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피가 고여있는 혈종이 있어서 응급수술을 했는데, 조금 늦게 발견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현주씨는 “은퇴견에게는 무엇보다 알맞은 사료를 먹이고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현주씨 사연을 알게 된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가 2023년 6월부터 맞춤형 제품을 꾸준히 후원하는 덕에 승리의 연령과 건강상태를 고려한 사료를 무리 없이 급여하고 있습니다.
아픔과 이별을 함께하는 은퇴견 입양
생일을 맞이한 승리가 생일 선글라스를 끼고 보호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다만 은퇴견 5마리를 보살펴 온 현주씨는 입양은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입양 후에도 파양하거나, 돌봄 없이 별장지기 개로 쓰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에 입양 과정의 판단은 더욱 냉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역견은 활동 기간 대소변 훈련이나 개인기 훈련을 받지 않습니다. ‘앉아’ ‘손’ ‘돌아’ 같은 재롱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역견에게 불필요한 일이죠. 입양 후 개인기 연습을 한다 해도, 10살 이상의 성견이기 때문에 훈련 속도가 퍼피보다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입양을 간다면 무엇보다 보호자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주씨는 “은퇴견 입양률이 낮기 때문에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비난할 수도 있다”면서도 “은퇴견과 내가 하나가 되어 평생 함께 즐겁고, 괴롭고, 슬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입양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입양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이죠. 현주씨는 이런 부담을 모두 견뎌내면서 은퇴견을 보살폈습니다.
소방 구조견 출신 승리가 태안에서 구조견 옷을 입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현주씨 역시 처음부터 모든 고충을 알았더라면 입양을 망설였을지 모릅니다. 은퇴견 돌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주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함을 매일 느낀다고 했습니다.
은퇴견들과 함께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주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바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매 순간순간이에요. 어느 한순간을 꼬집을 수 없어요. 이 친구들을 처음 맞이하는 순간, 그다음 날, 또 다음날. 어제, 오늘, 내일 모든 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입양 이후 승리가 공원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이현주씨 제공
현주씨처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아이들의 은퇴 여생을 함께하고 싶으신 분은 기관별 은퇴견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은퇴견이 아니어도 가족을 기다리는 위기의 동물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카드를 참고해주세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유기동물 입양자에게는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에서 유기동물의 종류, 나이, 성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사료와 간식 등으로 구성된 ‘맞춤형 입양키트’를 후원합니다.
■유기동물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주소로 접속해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linktr.ee/DogToHome
■개st하우스 출연견공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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