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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6일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미국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 의회 소속 재러드 미드(34) 민주당 의원과 네이트 네링(31) 공화당 의원은 텔레비전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 함께 의정 활동을 시작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두 의원은 정치적 주성투
분열에 충격을 받고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첫 협업은 지역 신문 에버렛헤럴드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제목의 공동 사설(2021년 1월17일)을 집필하는 일이었다. 두 의원은 “오늘날 중요한 문제를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우리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기가 너무 쉬워진다”고 썼다.아이폰4지원
공동 사설 발표 이후 지역 단체·학교 등 강연 요청이 이어졌고, 두 의원은 2년간 1만명 이상을 만났다.
2024년 비영리 시민단체 ‘다리 놓기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정치·이념적 분열을 줄이고 시민 간 대화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교육, 커뮤니티 포럼, 청소년 리더십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대표 바다이야기게임다운
사업인 ‘미래 리더 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미국 정치 양극화의 역사와 시민적 담론의 기술을 배우며, 지역 사회 프로젝트와 정책 토론에 직접 참여한다.



미국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의 재러드 미드(오른쪽) 민주당 의원과 네이트 네링 공화당 의원(왼쪽)이 대화를챠트신공
나누고 있다. ‘다리 놓기 프로젝트’ 제공


한겨레는 미국 지방의회에서 초당적 협력을 모색하는 두 의원을 지난 9월11일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 에버렛에서 만났다. 미드는 “양당의 강경파들은 우리가 협력하는 모습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시민들은 ‘이런 노력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목세력연구
소리를 높이는 극소수와 달리, 조용하지만 다수의 시민들은 협력과 공존을 더 원한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네링 역시 “우리가 국가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시민들은 보육, 환경, 주택, 공공안전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함께 내놓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스노호미시 카운티에서 성장한 30대 초반의 젊은 정치인으로, 6살 이하 자녀를 셋 이상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아내가 교사이며, 교육·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고 스포츠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서 보육시설의 비싼 비용과 낮은 접근성 문제를 직접 체감한 두 의원이 함께 보육 정책을 펼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두 사람은 사립과 공립 등 25곳이 넘는 보육시설을 둘러본 끝에, 주거지역 내 보육시설 설치 규제를 완화하는 조례를 공동 추진했다.
이 밖에도 전기차 보급 확대, 저렴한 주택 확보, 약물중독 대책, 노숙인 지원 등 다양한 사회 현안을 놓고 조정과 합의를 반복하며 “지역사회 전체를 위한 협력은 멈추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다리 놓기 프로젝트의 ‘미래 리더 아카데미’에 참여한 미국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 고등학생들이 워싱턴주 의사당을 견학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다리 놓기 프로젝트’ 제공


이들은 초당적 협력이 ‘모든 신념을 버리고 쿰바야(형식적 화합의 상징)를 부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드는 “초당파주의란 기본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네링은 “모든 사람이 공통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결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특정 정책들에 대해 몇시간씩 토론하지만, 서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이해한다”(네링). 실제로 두 의원은 낙태, 총기 규제, 세금 정책 등 민감한 이슈에서는 다른 입장을 보인다.
미드는 대법원의 낙태 관련 판결 후 경험을 말했다. “예전 같으면 ‘공화당원들은 모두 나쁘고 악의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트(네링)에게 전화해서 2시간 동안 이야기했고 끝날 때까지 내 의견도, 그의 의견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좋은 사람이고 선한 마음을 가졌으며 가족과 지역사회를 돌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불쾌할 필요가 없다.” 이들이 대중 강연 때 자주 전하는 메시지다. 서로 다른 생각은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정책 이슈에서 의견이 갈리고, 때때로 정치적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정치가 ‘적대’가 아닌 ‘경쟁’의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두 의원은 말한다.

갈등과 분열, 불신과 혐오로 흔들리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시 시민의 신뢰 속에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겨레는 오는 10월23일 열리는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인 ‘민주주의의 미래’를 탐구하려, 미국·유럽·대만 등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 혁신 현장을 찾았다. 순위투표제와 초당적 협력, 반극우·반차별 시민운동, 디지털 공론장, 시민의회 등 다양한 시도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확장하려는 전선이다. 각국의 실험을 살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와 과제를 짚어본다.

에버렛/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