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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29일 서울의 한 구청 무인민원발급기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29일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곳곳의 주민센터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필요서류 긴장감이 흘렀다.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혼란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직원들은 일찍 출근했고, 혹시나 모를 민원인들의 쇄도에 대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시민들도 아침 일찍부터 주민센터를 찾으며 정부24 서비스 중단으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행당2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김민지(25)씨는 “채용 절차를 마무리하려면 주말까지 서류를 제출해야 했는데 온라인 발급이 저축은행대부업 막혀 조마조마했다”며 “회사에 양해를 구해 오늘로 미루고 등본을 떼러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곳곳의 무인민원발급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혼선도 이어졌다. 성동구청 내 발급기는 아예 멈춰 있었고, 처음에는 정상이라고 안내된 행당1동 주민센터 발급기도 오전 10시쯤 멈췄다.
이날 응암2동 담보대출금리인하 주민센터를 이용한 신모(28)씨는 “민생쿠폰 신청 때문에 어르신들이 몰렸는데, 기계가 먹통이 돼 직원들이 일일이 서류를 뽑아주더라”면서 “이날 오전에 일이 있어 잠시 들렀는데 오늘처럼 30분이나 걸린 날은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원을 접수하지 못해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대흥동 주민센터에 주거급여 신청을 하려던 오모(26)씨는 “담당자가 화재 때문에 아파트전세대출 안 된다며 나중에 오라고 하더라”면서 “9월 안에 신청해야 혜택을 받는데 이번 달은 놓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물 운전면허증·여권·외국인등록증이 없으면 계좌 개설이나 카드 발급 등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주민등록증밖에 없는 고령층들이 어려움 남녀노소 을 겪었다. 다른 신분증과 달리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서비스가 먹통이어서다. 계좌 해지를 위해 은행을 찾은 박석남(84)씨는 “주민등록증으로는 안 된다고 해서 집에 있는 아내에게 여권을 찾아보라고 전화했다”고 했다. 딸과 함께 재산세를 납부하러 온 남궁춘(88)씨 역시 “나이가 많아 운전면허증도 없고 거동도 불편해 해외 여행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 여권이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장례식장 사정도 복잡해졌다. 전국 화장시설을 검색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도 접속이 막혔기 때문이다. 장례식장과 상조회사들은 화장시설에 빈자리가 있는지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하고, 정해지면 팩스로 신청서를 보내는 방식으로 확인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한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차린 윤모(58)씨도 발인이 미뤄져 강제로 4일장을 치르게 됐다. 윤 씨는 “장지가 지방이라 화장을 최대한 오전 시간으로 잡다 보니 많이 늦어졌다”면서 “온라인 부고장에 발인 시간을 같이 써놨어야 했는데, 화장터가 확정되지 않다 보니 공란으로 둔 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례지도사인 양대빈(45)씨는 “금요일 저녁에 화재가 나고 토요일 오전 11시까지도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화장장 예약이 안 되니 계속해서 장례식장에 머물러 있는 유족들도 있었다”고 푸념했다.
이외에도 일상생활 전반에 불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레일에서는 임산부, 기초생활수급자, 다자녀 가정 등 할인 고객 신규 인증 및 등록이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도 신규 가입이 어려워 필요한 이용자는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회원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
방보경 (hell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