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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정부합동대응팀과 함께 찾은 캄보디아 남부 따께우주(州) 태자(太子) 단지는 적막에 잠겨 있었다. 수도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이곳은, 전날 조직적 사기와 인신매매 혐의로 미국·영국 제재를 받은 ‘프린스 그룹’이 운영하던 단지다. 한때 캄보디아 최대 규모 웬치(범죄 단지)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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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캄보디아 따께우주에 위치한 초대형 범죄 단지 '태자 단지' 내부 모습. 따께우=허경주 특파원
단지에는 4층짜리 11개동, 120호실 규모 건물이 줄지어 있었다. 침대 수로 미뤄 한 호실에 4~6명이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만으로 최소 5,000명 하나은행 5.5% 수용 가능한 규모다. 이곳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감금돼 보이스피싱에 동원됐다. 그러나 이날 현장은 이미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바닥에는 먼지와 쓰레기만 남았고, 범행 장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팡 나렌 캄보디아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 사무차장은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범죄자들은 이미 달아난 대출금리계산 상태였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첩보를 조사했는데 (도주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에 함께 있던 한 프놈펜 교민은 “현지 경찰이 정보를 흘리지 않고서는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16일 캄보디아 따께우주에 위치한 초대형 범 마이너스대출이란 죄 단지 '태자 단지' 방에 마시던 음료 등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따께우=허경주 특파원
제3국으로 도피 가능성도
태자 단지와 함께 수도권 ‘3대 범죄 단지’로 꼽히는 ‘원구 단지’와 ‘망고 단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밀집했던 원구 단지는 nh주택공사임대아파트www.lh.or.kr 이날 입구를 지키는 경비조차 없었다. 높은 담벼락 뒤로 보이는 건물마다 빽빽한 쇠창살이 이곳이 한때 웬치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입구에서는 ‘임차인 구함’이라 적힌 찢어진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렸다.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현지인은 “3, 4개월 전부터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피싱과 고문으로 악명 높은 망고 단지에 도착하자 철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이 부랴부랴 입구를 닫았다. ‘몇 명이나 생활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안에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 몇몇이 드나들었지만, 잠시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인 내부는 한산했다.
16일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범죄 단지 '원구 단지' 앞에 장소를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놈펜=허경주 특파원
프놈펜에서 약 200㎞ 떨어진 시아누크빌에서도 웬치 조직의 ‘대탈출’ 조짐이 감지됐다. 현지 교민이 본보에 제공한 영상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조직원들이 모니터와 짐을 외부로 내놓으며 이주를 준비하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범죄 종식’이 아니라 ‘은신’일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대상 납치·감금 신고가 이어지자 조직이 장소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교민 사회에서는 이들이 포이펫 등 국경 지대나 제3국 등으로 이동했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감금됐던 한국인들도 함께 사라졌을 가능성이다. 정부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범죄는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고, 구출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지난 3년간 한국인 구출 활동을 해온 옥해실 캄보디아 한인회 부회장은 “들리는 소문으로는 미얀마나 태국,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조직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감금된 한국인들을 볼모로 데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수록 피해자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사실상 이번 주가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한국인 감금자를 구출할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합동대응팀은 한국-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신속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구금 중인 범죄 연루자의 조기 송환 문제에도 뜻을 모았다.
16일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 캄퐁스프주에 위치한 '망고 단지' 외부 모습. 캄퐁스프=허경주 특파원
프놈펜·따께우·캄퐁스프=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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