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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 동안 그리스를 다녀왔다. 첫 번째 행선지는 오래전부터 꼭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던 아크로폴리스였다. 2500여 년 세월의 풍파에 이제는 일부 구조물만 남아 있지만 황금빛 언덕 위, 파르테논 신전의 장엄함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사실 필자는 이전부터 파르테논 옆쪽으로 조금 비켜선 에레크테이온 신전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더 궁금하고 보고 싶었기에 열심히 보고 또 보았다.
아테네의 수호신 자리를 두고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겨룰 때,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내리쳐 바닷물을 솟게 하자, 아테나는 그 옆에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아테네 시민들은 평화와 번영의 상징인 올리브 나 종합소득세개인사업자 무를 선택했고, 그 결정을 기념하기 위해 에레크테이온 신전이 세워졌다고 전해지는데, 그렇게 비교적 작은 이 신전은 여러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얽힌 복합적인 공간이다.
특히 에레크테이온은 경사진 바위 위에 세워져 각 전면의 높이와 기둥 수가 모두 다른, 독특한 건축 방식을 보여준다. 파르테논이 질서와 이성, 완벽한 비례의 미학을 상징한다면,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동쪽 정면은 아테나, 북쪽 입구는 포세이돈, 그리고 서쪽 중심부는 신화 속 에레크테이온 왕에게 헌정해 불균형 속에서도 조화를 이뤄내는 방식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신과 인간, 질서와 혼돈을 어떻게 공존시켰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에레크테이온 남쪽 입구에 우뚝 서서 기둥 역할을 하는 여섯 명의 여성상 카리아티드(Caryatid 우리은행적금이자율 )가 어떤 느낌인지 오랫동안 매우 궁금했다. 카리아티드라는 명칭은 원래 '카리아이의 여인'이란 뜻으로, 고대 로마의 건축이론가 비트루비우스, 그리고 그의 이론을 계승한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가 이 조각들이 전쟁에서 패배한 도시 카리아이의 여자들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그 이름이 굳어졌다. 페르시아 전쟁 때 이적 행위를 한 죄로 카리아 종합통장 이의 남자들은 몰살당하고, 여자들은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노예로 끌려갔는데, 에레크테이온의 여인상은 그 굴욕의 상징이라는 것이었다.



에레크테이온의 '카리아티드'.


그러나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상징적 재해석에 가깝 신불자보증인대출 다는 것이 오늘날 학계의 중론이고, 19세기 이후 고고학자들과 미술사가들은 오히려 카리아티드가 신을 기리는 의식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여사제들이나 제의 행렬에 참여했던 성스러운 여인들을 표현한 것이라 보고 있다. 결국 카리아티드는 패전의 상징이 아닌 신성한 봉사의 형상으로, 머리 위에 얹힌 처마는 굴욕의 짐이 아니라 신전을 지탱하는 거룩한 책임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 오늘날 더 일반적인 해석이다.
카리아티드가 조금씩 다른 포즈로 머리 위 지붕의 무게를 여유롭고 당당하게 감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버틴다'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버티는 것은 단순히 고통스럽게 참아내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존엄한 모습으로 '능히 견디어 내는' 일인 것이다.
마침 추석이기도 해서인지, 카리아티드에서 우리 어머니들을 떠올렸다. 명절마다 제사를 주관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뒤로 미루던 그들의 어깨 위에도 온 세상이 얹혀 있었다. 다행히 이제 조금씩 세태가 달라져 명절의 남녀 차별이 점점 사라지고 가족의 형식도, 제의의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며 더 이상 한쪽만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로 나아가는 듯하다. 에레크테이온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조화처럼, 우리 사회도 천천히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한낮의 햇살이 드리운 카리아티드의 그림자에는 수천 년의 시간이 고요히 쌓여 있었다. 그들이 떠받치는 것은 단지 돌덩이가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역사, 그리고 삶의 무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머리 위에 온 세상을 짊어지고도 우아하게 서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의연하게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이들, 특히 모든 여성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찬가가 아닐까. 여담으로 아크로폴리스 야외에는 이제 복제된 카리아티드가 서 있고, 원본은 근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내부에 전시돼 있으며, 여섯 개 중 하나는 영국 대영박물관에 있어 여전히 두 나라 간 문화재 반환 문제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지현 OCI미술관장(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