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협상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긴 했지만, 수십%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무역'과' 미국 내에서의 생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단 미국의 상품 수지 적자는 더 긴 기간을 봐야겠지만,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1월과, 관세 부과를 앞둔 3월에는 1,500억 달러를 넘었는데, 8월에는 85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관세 수입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840억 달러였던 것이 올해 9월까지 2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두 배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관세, 누가 부담하느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줄곧 논란입체리마스터
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수출하는 나라가 부담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수입업자나 소비자, 즉 미국인이 지불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결국 미국인이 내는 세금이라는 주장입니다.
■ 물건 팔기 전에 일단 관세는 내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금리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관세가 물가를무료종목추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현재 물가 상승률 가운데 0.5%p는 관세 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관세가 실제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겁니다.



뉴욕 뉴저지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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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세로 인한 부담은 아직 소비자들에게 다 전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쟁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들은 고용을 유보하거나, 수익을 줄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빚을 내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중국에서 유대인 음식인 '코셔'를 수입하는 업체를 만났습니다. 생산부터 가공 포장까지 모케이피케미칼 주식
두 중국에서 이뤄집니다. 10년 넘게 중국 쪽과 사업을 해온 이 업체는 최근 20만 달러를 빌렸습니다. 이자율이 연 25%에 이릅니다.
대출 전문 회사로부터 빌렸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습니다. 이자율을 8~9%로 낮추기 위해 기존 은행과 대출 협상도 벌이고 있지만, 몇 달째 최종 승인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업체가 이렇JYP주식
게 빚을 낸 이유는 관세를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중국 수출업체가 가격을 깎아주긴 했지만, 관세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대중국 관세율이 인상되기 전에 비해 컨테이너 한 개에 천 달러 정도 추가된다고 합니다. 제품이 판매될 때까지 몇 달이 걸리는데, 관세는 물건이 들어오는 대로 내야 하니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말합니다.
■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 중"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캠핑 의자를 수입해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업체는 현지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캠핑 시즌이 끝나기도 했지만, 관세 19%를 부담하기 어려워 재고 확보를 포기한 겁니다. 그리고 현재는 남아 있는 재고만 팔고 있습니다.



캠핑 의자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상단에 2025년 재고 판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빚을 내면서까지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옮겼는데 이마저도 소용이 없게 됐습니다.
이 업체의 경우는 현지 공장으로부터 물건값 인하를 받아내지도 못했습니다. 현지 공장으로선 주문 물량이 넘치는 데 물건값을 깎아주면서까지 수출할 필요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는 게 창업주 벤 네플러 씨의 전언입니다.
실제로 관세가 포함되지 않은 미국의 수입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 "어디 하소연 하기도 어렵다"
중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책 변화에 도움을 받을 창구조차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네플러 씨는 너무도 답답해 워싱턴DC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의원들을 만나 도움을 받을 요량이었습니다. 하지만 별 성과 없이 돌아와야 했습니다. 의원들로부터 "관세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답만 받았습니다.



거대 기술기업이나, 제조업체, 유통업체 수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식사도 함께하면서 현실을 전달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현실입니다. 대기업처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관세를 줄일 방법을 찾아낼 수도 없고, 또 엄청난 자금력으로 재고를 미리 쌓아 놓고 상황을 관망할 수도 없는 중소상공인에겐 또 하나의 장벽인 셈입니다.
■ 결국엔 '서비스업' 중소상공인에게도 영향
네플러 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생산은 외국에서 이뤄지지만, 나머지는 사업 과정은 모두 미국 내에서 이뤄집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창고 관리, 배송, 고객 서비스, 마케팅 등 모든 게 그렇습니다.
그런데 네플러 씨가 사업을 중단하게 되면 함께 일하던 이 모든 업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네플러 씨와 같은 사업체가 수천 개가 있다면 도미노처럼 다른 회사들도 매출이 줄고 사업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미국 전체 고용의 절반 정도를 중소상공인들이 감당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와 연준이 중시하고 있는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 물가상승률은 낮아져도 결국 물가 수준이 문제
힘들어하는 중소상공인과 더불어 결국 더 힘들어지는 건 미국 소비자들입니다.



40년 동안 운영해 오던 미국 맨해튼의 장난감 가게가 관세 여파로 9월 말 폐업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최근 분석을 보면, 미국 소비자가 55%, 미국 기업이 22%, 다른 나라의 수출업체가 18%를 부담하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관세의 절반 이상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설명입니다. 네플러 씨도 생산을 재개하게 된다면 결국 물건값이 올라가게 될 거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없다고 말합니다. 최근 물가상승률 상승세에도 관세율 인상만큼 영향이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준 위원 중 일부도 관세로 인한 물가 영향이 '일시적'일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언제까지 높아지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튀어 오르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다시 낮아진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게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은 낮아지더라도 '물가 수준'은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정 달에 100원짜리 물건이 110원이 되고 계속 이 가격이 유지된다면, 전달 대비 물가 상승률은 어느 순간 10%가 되고, 그 이후의 물가상승률은 0%가 됩니다. 하지만, 이때 오른 가격 10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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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