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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나를 어깨를 미소지으며 말의 가버렸다.혼자 손바닥이일하는 사람의 기록을 담은 책을 소개한다. 송곳이 되어 준 작가의 경험과 필자의 지금을 들여다보아 변방에서 안방으로 자리를 넓혀 먹고사는 오늘의 온도를 1℃ 올리고자 한다. <기자말>
[최문희 기자]
중고등학교 시절, 급식비를 내라는 청구서를 받으면 몸살을 앓았다. 학원은 방과 후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문제집을 나누며 대신할 수 있었지만 급식비는 그렇지 않았다. 퇴근 후 돌아온 부모님은 늘 기진맥진하셨고 청구서는 서랍 속에 제출 마감 일자가 다가올 때까지 넣어 뒀다. 지갑을 열어 먹먹하게 급식비를 주시던 엄마 아빠 얼굴. 그건 우리 부모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바다이야기5만 .
특별히 사려 깊지도 똑똑한 편도 아니었던 나는 일찍 '일하는 삶'에 눈을 떴다. 열네 살에 <전태일 평전>을 읽고 눈물 범벅으로 잠들었고, 고교 졸업 무렵엔 김진숙 선생님의 <소금꽃나무>를 읽고서 앞으로 삶을 가늠하고 기죽지 않는 힘을 얻었다. 노동과 공부를 계속한 후 또래보다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고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지금도, 그 릴게임하는법 시절로부터 멀리 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일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시집 <노동의 새벽>(박노해)과 노래 <사계>(노찾사)를 좋아하던 이십 대를 지난 지금, 이따금 느낀다. 노동에 관한 문학과 음악을 접하는 일이 예전보다 흔치 않아졌다고. 언제부턴가 노동은 빨갛고 투쟁 냄새 나는 변방의 주제어가 되었 릴게임하는법 고, 요사이 청년들은 '텍스트 힙(Text Hip)'에 열광한다. 책 읽기를 세련된 것으로 느끼고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현상인데, MZ세대 중 한 명으로서 못내 아쉬움이 든다. '노동문학도 얼마든지 힙(Hip)할 수 있을 텐데' 하고.
골드몽게임
▲ 조혜영 시인이 쓴 <그 길이 불편하다> 시집
ⓒ 푸른사상
뽀빠이릴게임
급식실에서 일하며 쓴 진짜 힙한 시
몰랐을 뿐, 땀내 나는 노동문학을 '힙하게' 말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었다. 일하는 삶을 정면으로 노래해온 조혜영 시인. 알면 닮고 싶고, 아끼는 마음이 깊어지면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지는데, 시집 <그 길이 불편하다>(2024년 5월 출간)로 들여다본 조혜영 언니의 정체성은 여럿이었다. 시인이자 학교 급식실 조리 실무사, 노동운동가 그리고 문단 내 부조리를 말하는 건강한 언니.
스무 살에 인천 주안공단에 취직한 그는 봉제공장에서 미싱사를 꿈꾸며 일을 시작한다. 이후 광장에서, 고공농성 현장에서 동지들을 응원하며 간단치 않은 세월을 디뎌온 시인은 꼬박꼬박 일하려 새벽에 일어난 만큼 꼬박꼬박 시를 썼다. 지금도 강화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를 위해 밥 짓는 일을 한다. "시는 매일매일의 노동"이라며, 시 쓰기 역시 꾸준히 밥 짓는 '노동'으로 여겨온 한 사람의 정직함이 시집에 빼곡하다.
조혜영 시인은 제9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이자 <검지에 핀 꽃>, <봄에 덧나다>, <그 길이 불편하다> 세 시집을 낸 베테랑 저자다. 가장 최근 시집인 <그 길이 불편하다> 제1부는 모두 '급식 일지'로 쓰였다. "여사님에서 조리원으로/조리원에서 조리 종사자로/조리 종사자에서 조리 실무사"로 정식 이름을 얻기까지 급식실에서 버틴 하루들이 신명 나게 펼쳐진다. 신기하게도, 일하는 삶을 담은 이 시들이 아프지 않다.
"남이 해주는 밥은 병원 밥도 맛있다며/고생할 나머지 사람 걱정에 얼굴이 어둡다/십시일반 모은 봉투를 찔러주니 눈물을 글썽인다/8주 진단받고 한 달은 더 누워 있어야 하는데/일 못 해 안달 난 송이/우선은 밝아서 좋다
– 조혜영 시인 시 <급식 일지 –병문안> 중에서
다음 글은 어깨 수술로 입원한 동료 '송'을 병문안한 일화를 바탕으로 쓰인 시다. 골병과 폐암 산재로 악명 높은 급식실에서 일하는 '엄마'들은 조혜영 시인이 쓴 시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나날이 앓는 '환자'에 가깝다. 그러나 시집은 그 환자들이 앓는 병과 고통만 다루지 않는다. "야채 식자재 싣고 오는 청년"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는 기품이 있고, 퇴근 후엔 "곱상한 사람으로 변신해 깔깔깔" 웃기도 하고, 급식실의 단 20분 휴식 시간에 "꿀잠"도 나눈다.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급식실에서 일하는 언니들 이야기가 그렇게 문학으로 태어난다. 굽고, 튀기고, 다치는 와중에도 꺼지지 않던 동료들 유머를 조혜영 시인은 시로 살려낸다.
"180도의 기름과 함께 익어"간 노동 현장을 뒤로하고, 시집 제2부부터는 급식실 바깥에서 마주한 세상 이야기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불편하다" 여겨온 생활의 길 위에서 시인은 "슬픔 속에서 잔잔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보듬고 한 시절"을 걷고 싶어 한다. 투쟁 현장마다 있었던 시인의 연대는 애써 건네는 다정이나 선의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다만, "너는 나다" 말했던 전태일의 퇴근길 마음과 닮았다.
퇴근 후 광장에 선 평범한 사람이 배운 것
우리는 대단치 않아도 그렇게 비슷한 길을 걸으며 때때로 '광장'이라는 백성의 집에 모인다. 그 여정이 시집 <그 길이 불편하다>에 단단한 걸음으로 숨 쉰다. 시인 역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시민으로 광장에 선다. 노동자들이 부당 해고에 맞서 오른 부평 지엠대우 고공농성장, 구미 아사히글라스 농성장에서 어깨 동무했던 세월은 그가 걸어온 또 하나의 '길'이다. 그 길 위에서 이웃이 일하는 아침을 되새기며 시인은 급식실에서 위생복을 입는다.
"공장 굴뚝 연기의 흩어짐에서 배운다/새벽 청소차 엔진 소리에서 배운다/늙은 청소 노동자 헛둘 헛둘 달리는 작업화 소리에서 배운다/재래시장 골목 커피 아주머니의 수레바퀴 구르는 소리에서 배운다."
- 조혜영 시인 시 <너에게서 배운다 –출근길> 중에서
그렇게 사람들의 고된 노동에서 삶의 다채로움을 배운 시인은 '광장'을 호출한다. 험준한 노동 현실만큼 쉽지 않은 노동계 현실을 들여다보며 "붉은 깃발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반성을 촉구하고, 천막 농성장에 나타난 어느 노숙자의 "선한 눈빛"에 마음을 내준다. 그의 시를 해설한 김사이 시인 말처럼, "대통령을 탄핵시킨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실제 국내 학교 급식실 조리 실무사 한 명이 감당하는 인원수는 150명. 공공기관 급식실의 3배 수준이다. 방학 때 월급이 나오지 않는 어려움, 환기구가 부족한 근무 환경을 토로할 때마다 누군가는 비난했다. "힘들면 식당으로 가든가" 그 몰이해는 전국 학교 급식실 채용난을 몰고 왔고, 식당으로 일터를 옮겨간 조리사들이 '정말로' 생겨났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2023년 이후 학교 급식실에서 폐암 확진을 받은 노동자는 70여 명,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는 178명이다.
▲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급식노동자 등이 2022년 6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급식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산업재해 예방 국정과제 이행, 학교급식실 적정인원 배치 등을 요구하며 '점심한끼 같이 먹읍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길 위의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생활 수준이 아무리 높아졌다고 해도 일하다 다치고 죽는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인정하면, 타인의 고통을 제대로 직면하고 조응하게 되므로. 그 불편한 진실은 시인이 청년 시절부터 "철야를 끝내고 첫 새벽 공단의 불빛을 보며" 시를 썼던 성실함을 우리 사회가 이제 논해야 할 때라는 성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문단 내 성추행조차 문학이라는 신성함에 가려져 묵인된 현실을 고발한다.
조혜영 시인은 제3부에 수록한 시 <미투>에서 "성 상납을 요구하"고 등단 비용으로 "돈 2백만 원을 요구했던 유명 시인"의 사후, 그의 시비까지 만들어 기념하던 노동문학계의 현실을 고발한다. 사건이 회자되자 2024년, 박영근기념사업회는 가해자로 지목된 박영근 시인의 기념 사업을 중단한다. 조 시인의 용기를 독자로서 송곳처럼 기억하게 되었는데, 조혜영 시인의 시 세계를 떠올릴 때 <미투>가 내게 중심은 아니었다. 그의 정직한 삶 쓰기를 비추는 시들 중 한 편으로 다가왔다.
한 조리 실무사가 식판과 종이에 담고자 했던 진심
▲ 오른쪽부터 조혜영 시인이 쓴 <검지에 핀 꽃>(2005), <봄에 덧나다>(2012)
ⓒ 푸른사상, 삶이보이는창
다만, 일을 하고 글을 쓰며 우리 삶의 보편적인 슬픔과 불편함을 시로 밀고 나아가고자 했던 한 사람을 기억했으면 한다. "뒤죽박죽 엉킨 삶 속에서 유일한 불빛"으로 꾸준히 시를 써온 한 시인의 심지부터 새겼으면 좋겠다. 그 심지를 투명하게 단련하고자 했던 시인은 오늘도 급식실과 책상 앞을 번갈아 버텨내며 "기능공"이 되고자 한다. 식판과 종이에 담아낸 그 진심은 살아 있다.
"근 10년 급식실에서 조리를 하는 나는/칼날이 안 보이도록 칼질을 하고/저울보다 정확한 눈대중과/수십 가지 요리를 거침없이 해내고/수백 명의 아이들 이름을 외우고/저마다의 식성도 정확히 기억한다/내 기술도 이쯤이면 기능공 못지않다" - 조혜영 시인의 시
<시가 안 써지는 날> 중에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봄에 덧나다>에 담긴 이 시는 "무슨 일이든 10년의 길을 걸으면 기능공"이라고 말한다. 일터에서 만난 미싱사 언니, 금형공 남편, 문학과 예술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정과 존경을 밝힌다. 전 연령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찬찬히 쓰인 조 시인의 세 시집을 읽으면, 기운 북돋는 말을 좀체 안 하는데도 묘하게 위로가 돼 주는 큰 언니가 옆에 서 있는 것 같다. 시적 어조가 안 다정한데, 시인은 다정할 것만 같다. 이런 게 힙한 문학 아닐까.
몹시 아팠던 날들에도 어김없이 녹여낸 시인의 유머를 느끼고 싶다면 <봄에 덧나다>(2012)를, "쪽가위로 실밥을 따던" 시인의 미생 시절이 궁금하다면 <검지에 핀 꽃>(2005) 읽기를 권한다. 전쟁 같은 급식실에서 밥 냄새만큼 진한 사람 냄새를 박진감 있게 느끼고 싶다면 <그 길이 불편하다>를 먼저 봐도 좋다. 허투로 살지 않은 내공 깊은 한 언니의 매서움이 우리를 일으켜 세워줄 테니까. 선생에게 급식비를 간신히 내밀었던 내 어린 시절 상처 또한 훈장으로 다가오게 해줬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배운다. 식판에도 소설이 있고, 밥통에도 시가 있음을. 문학이 향해야 할 자리를 비추는 시인의 불편함이 반가운 이유다. 그 길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가 갈 다음 길은 이어질 것이다. 조혜영 시인의 시를 읽을수록 개운해지는 까닭, 여기에 있다. 기자 admin@no1reelsite.com
[최문희 기자]
중고등학교 시절, 급식비를 내라는 청구서를 받으면 몸살을 앓았다. 학원은 방과 후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문제집을 나누며 대신할 수 있었지만 급식비는 그렇지 않았다. 퇴근 후 돌아온 부모님은 늘 기진맥진하셨고 청구서는 서랍 속에 제출 마감 일자가 다가올 때까지 넣어 뒀다. 지갑을 열어 먹먹하게 급식비를 주시던 엄마 아빠 얼굴. 그건 우리 부모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바다이야기5만 .
특별히 사려 깊지도 똑똑한 편도 아니었던 나는 일찍 '일하는 삶'에 눈을 떴다. 열네 살에 <전태일 평전>을 읽고 눈물 범벅으로 잠들었고, 고교 졸업 무렵엔 김진숙 선생님의 <소금꽃나무>를 읽고서 앞으로 삶을 가늠하고 기죽지 않는 힘을 얻었다. 노동과 공부를 계속한 후 또래보다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고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지금도, 그 릴게임하는법 시절로부터 멀리 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일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시집 <노동의 새벽>(박노해)과 노래 <사계>(노찾사)를 좋아하던 이십 대를 지난 지금, 이따금 느낀다. 노동에 관한 문학과 음악을 접하는 일이 예전보다 흔치 않아졌다고. 언제부턴가 노동은 빨갛고 투쟁 냄새 나는 변방의 주제어가 되었 릴게임하는법 고, 요사이 청년들은 '텍스트 힙(Text Hip)'에 열광한다. 책 읽기를 세련된 것으로 느끼고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현상인데, MZ세대 중 한 명으로서 못내 아쉬움이 든다. '노동문학도 얼마든지 힙(Hip)할 수 있을 텐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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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 인천 주안공단에 취직한 그는 봉제공장에서 미싱사를 꿈꾸며 일을 시작한다. 이후 광장에서, 고공농성 현장에서 동지들을 응원하며 간단치 않은 세월을 디뎌온 시인은 꼬박꼬박 일하려 새벽에 일어난 만큼 꼬박꼬박 시를 썼다. 지금도 강화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를 위해 밥 짓는 일을 한다. "시는 매일매일의 노동"이라며, 시 쓰기 역시 꾸준히 밥 짓는 '노동'으로 여겨온 한 사람의 정직함이 시집에 빼곡하다.
조혜영 시인은 제9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이자 <검지에 핀 꽃>, <봄에 덧나다>, <그 길이 불편하다> 세 시집을 낸 베테랑 저자다. 가장 최근 시집인 <그 길이 불편하다> 제1부는 모두 '급식 일지'로 쓰였다. "여사님에서 조리원으로/조리원에서 조리 종사자로/조리 종사자에서 조리 실무사"로 정식 이름을 얻기까지 급식실에서 버틴 하루들이 신명 나게 펼쳐진다. 신기하게도, 일하는 삶을 담은 이 시들이 아프지 않다.
"남이 해주는 밥은 병원 밥도 맛있다며/고생할 나머지 사람 걱정에 얼굴이 어둡다/십시일반 모은 봉투를 찔러주니 눈물을 글썽인다/8주 진단받고 한 달은 더 누워 있어야 하는데/일 못 해 안달 난 송이/우선은 밝아서 좋다
– 조혜영 시인 시 <급식 일지 –병문안> 중에서
다음 글은 어깨 수술로 입원한 동료 '송'을 병문안한 일화를 바탕으로 쓰인 시다. 골병과 폐암 산재로 악명 높은 급식실에서 일하는 '엄마'들은 조혜영 시인이 쓴 시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나날이 앓는 '환자'에 가깝다. 그러나 시집은 그 환자들이 앓는 병과 고통만 다루지 않는다. "야채 식자재 싣고 오는 청년"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는 기품이 있고, 퇴근 후엔 "곱상한 사람으로 변신해 깔깔깔" 웃기도 하고, 급식실의 단 20분 휴식 시간에 "꿀잠"도 나눈다.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급식실에서 일하는 언니들 이야기가 그렇게 문학으로 태어난다. 굽고, 튀기고, 다치는 와중에도 꺼지지 않던 동료들 유머를 조혜영 시인은 시로 살려낸다.
"180도의 기름과 함께 익어"간 노동 현장을 뒤로하고, 시집 제2부부터는 급식실 바깥에서 마주한 세상 이야기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불편하다" 여겨온 생활의 길 위에서 시인은 "슬픔 속에서 잔잔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보듬고 한 시절"을 걷고 싶어 한다. 투쟁 현장마다 있었던 시인의 연대는 애써 건네는 다정이나 선의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다만, "너는 나다" 말했던 전태일의 퇴근길 마음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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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단치 않아도 그렇게 비슷한 길을 걸으며 때때로 '광장'이라는 백성의 집에 모인다. 그 여정이 시집 <그 길이 불편하다>에 단단한 걸음으로 숨 쉰다. 시인 역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시민으로 광장에 선다. 노동자들이 부당 해고에 맞서 오른 부평 지엠대우 고공농성장, 구미 아사히글라스 농성장에서 어깨 동무했던 세월은 그가 걸어온 또 하나의 '길'이다. 그 길 위에서 이웃이 일하는 아침을 되새기며 시인은 급식실에서 위생복을 입는다.
"공장 굴뚝 연기의 흩어짐에서 배운다/새벽 청소차 엔진 소리에서 배운다/늙은 청소 노동자 헛둘 헛둘 달리는 작업화 소리에서 배운다/재래시장 골목 커피 아주머니의 수레바퀴 구르는 소리에서 배운다."
- 조혜영 시인 시 <너에게서 배운다 –출근길> 중에서
그렇게 사람들의 고된 노동에서 삶의 다채로움을 배운 시인은 '광장'을 호출한다. 험준한 노동 현실만큼 쉽지 않은 노동계 현실을 들여다보며 "붉은 깃발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반성을 촉구하고, 천막 농성장에 나타난 어느 노숙자의 "선한 눈빛"에 마음을 내준다. 그의 시를 해설한 김사이 시인 말처럼, "대통령을 탄핵시킨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실제 국내 학교 급식실 조리 실무사 한 명이 감당하는 인원수는 150명. 공공기관 급식실의 3배 수준이다. 방학 때 월급이 나오지 않는 어려움, 환기구가 부족한 근무 환경을 토로할 때마다 누군가는 비난했다. "힘들면 식당으로 가든가" 그 몰이해는 전국 학교 급식실 채용난을 몰고 왔고, 식당으로 일터를 옮겨간 조리사들이 '정말로' 생겨났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2023년 이후 학교 급식실에서 폐암 확진을 받은 노동자는 70여 명,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는 178명이다.
▲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급식노동자 등이 2022년 6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급식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산업재해 예방 국정과제 이행, 학교급식실 적정인원 배치 등을 요구하며 '점심한끼 같이 먹읍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길 위의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생활 수준이 아무리 높아졌다고 해도 일하다 다치고 죽는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인정하면, 타인의 고통을 제대로 직면하고 조응하게 되므로. 그 불편한 진실은 시인이 청년 시절부터 "철야를 끝내고 첫 새벽 공단의 불빛을 보며" 시를 썼던 성실함을 우리 사회가 이제 논해야 할 때라는 성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문단 내 성추행조차 문학이라는 신성함에 가려져 묵인된 현실을 고발한다.
조혜영 시인은 제3부에 수록한 시 <미투>에서 "성 상납을 요구하"고 등단 비용으로 "돈 2백만 원을 요구했던 유명 시인"의 사후, 그의 시비까지 만들어 기념하던 노동문학계의 현실을 고발한다. 사건이 회자되자 2024년, 박영근기념사업회는 가해자로 지목된 박영근 시인의 기념 사업을 중단한다. 조 시인의 용기를 독자로서 송곳처럼 기억하게 되었는데, 조혜영 시인의 시 세계를 떠올릴 때 <미투>가 내게 중심은 아니었다. 그의 정직한 삶 쓰기를 비추는 시들 중 한 편으로 다가왔다.
한 조리 실무사가 식판과 종이에 담고자 했던 진심
▲ 오른쪽부터 조혜영 시인이 쓴 <검지에 핀 꽃>(2005), <봄에 덧나다>(2012)
ⓒ 푸른사상, 삶이보이는창
다만, 일을 하고 글을 쓰며 우리 삶의 보편적인 슬픔과 불편함을 시로 밀고 나아가고자 했던 한 사람을 기억했으면 한다. "뒤죽박죽 엉킨 삶 속에서 유일한 불빛"으로 꾸준히 시를 써온 한 시인의 심지부터 새겼으면 좋겠다. 그 심지를 투명하게 단련하고자 했던 시인은 오늘도 급식실과 책상 앞을 번갈아 버텨내며 "기능공"이 되고자 한다. 식판과 종이에 담아낸 그 진심은 살아 있다.
"근 10년 급식실에서 조리를 하는 나는/칼날이 안 보이도록 칼질을 하고/저울보다 정확한 눈대중과/수십 가지 요리를 거침없이 해내고/수백 명의 아이들 이름을 외우고/저마다의 식성도 정확히 기억한다/내 기술도 이쯤이면 기능공 못지않다" - 조혜영 시인의 시
<시가 안 써지는 날> 중에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봄에 덧나다>에 담긴 이 시는 "무슨 일이든 10년의 길을 걸으면 기능공"이라고 말한다. 일터에서 만난 미싱사 언니, 금형공 남편, 문학과 예술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정과 존경을 밝힌다. 전 연령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찬찬히 쓰인 조 시인의 세 시집을 읽으면, 기운 북돋는 말을 좀체 안 하는데도 묘하게 위로가 돼 주는 큰 언니가 옆에 서 있는 것 같다. 시적 어조가 안 다정한데, 시인은 다정할 것만 같다. 이런 게 힙한 문학 아닐까.
몹시 아팠던 날들에도 어김없이 녹여낸 시인의 유머를 느끼고 싶다면 <봄에 덧나다>(2012)를, "쪽가위로 실밥을 따던" 시인의 미생 시절이 궁금하다면 <검지에 핀 꽃>(2005) 읽기를 권한다. 전쟁 같은 급식실에서 밥 냄새만큼 진한 사람 냄새를 박진감 있게 느끼고 싶다면 <그 길이 불편하다>를 먼저 봐도 좋다. 허투로 살지 않은 내공 깊은 한 언니의 매서움이 우리를 일으켜 세워줄 테니까. 선생에게 급식비를 간신히 내밀었던 내 어린 시절 상처 또한 훈장으로 다가오게 해줬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배운다. 식판에도 소설이 있고, 밥통에도 시가 있음을. 문학이 향해야 할 자리를 비추는 시인의 불편함이 반가운 이유다. 그 길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가 갈 다음 길은 이어질 것이다. 조혜영 시인의 시를 읽을수록 개운해지는 까닭, 여기에 있다. 기자 admin@no1reelsi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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