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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금호은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12-03 06:50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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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승 기자]
▲ 시상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 무대로 올라와 포토타임을 즐겼다. 머그잔 모양의 소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브이(V)를 그리거나 하트 모양을 만들고, 방금 받은 상패와 상장을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는다.
ⓒ 필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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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구 대상 수상작은? 두근두근두근…"
시상자의 마지막 멘트가 공중에 매달린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 양평 블룸비스타호텔 5층의 시상식 현장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 스크린에는 아직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한 대기 화면이 떠 있고, 아이들은 릴게임갓 의자 끝까지 몸을 바짝 내밀어 앞쪽으로 쏠려 있다. 손에 들고 있던 책자는 긴장 때문에 구겨져 가고, 옆자리 친구의 손을 꼭 쥔 채 마스크 안에서 침을 삼킨다.
"수상작은 경남 남해초등학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입니다!"
순간, 객석 한쪽이 화산처럼 터져 오른다. 남해초 아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를 껴 바다이야기게임장 안는 바람에 의자가 줄줄이 뒤로 밀리고, 교사들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한 박자 늦게 환호성을 터뜨린다. 눈가를 훔치는 아이도 있고, 멍한 얼굴로 스크린과 친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뒤늦게 환하게 웃는 아이도 있다. 방금 전까지 차갑게 식어 있던 호텔의 공기가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오른다. 제32회 전국어린이연극잔치의 최고 영예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올 온라인릴게임 연구 대상'이 발표되던 손에 땀 쥐는 10초가 이렇게 끝났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부터 달아오른 뜨거운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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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상식을 겸한 폐막식의 막은 가족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로 올랐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초록 숲과 파란 산이 펼쳐지고, 양옆에는 거대한 나무 세트와 톱니바퀴 장식이 숲속 마을을 완성한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컵케이크 모양 소품이 자리 잡고, 그 앞에서 배우 다섯 명이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뛰어 들어온다. 분홍색 원피스와 주황색 드레스, 별무늬 바지가 붙은 파란 조끼, 패치워크가 잔뜩 붙은 줄무늬 바지까지.
ⓒ 필립리
이 극적인 장면은 아침부터 서서히 쌓여 온 긴장과 설렘의 결실이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양평 블룸비스타호텔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은 남해초 아이들이었다. 파란 후드티를 맞춰 입고, 목에는 노란 명찰을 달고, 손에는 방금 받은 프로그램을 꼭 쥔 채로. 무대 앞 바닥에 길게 깔린 방석 위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남해초등학교 김가빈·최예원·이지효 학생이었다.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연신 브이(V)를 그리며 명찰을 들어 보이고, 서로의 이름이 또렷하게 찍혔는지 확인하며 깔깔 웃었다.
"오늘 새벽 6시에 버스를 타고 6시간이나 걸려서 왔어요. 지난 수요일에는 서울에서 공연을 올렸는데, 우리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울고, 웃는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꼭 1등을 하고 싶은데 탈 수 있을까요? 여기 오기 전에 다 모여서 기도했어요. 만약에 1등을 하면 선생님하고 같이 또 다른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그 웃음과 바람이, 몇 시간 뒤 객석을 뒤흔들 환호성의 전주곡이었는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는 다른 학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 있다. 파란 후드티 뒤에는 흰 글씨로 축제 문구가 적혀 있고, 목에는 똑같은 노란 명찰이 매달려 있다. "어디서 왔어요?" "몇 시간 걸렸어요?" 서로의 지역을 묻고, 본선 무대에서 봤던 장면을 다시 흉내 내며 웃음꽃을 피운다.
행사장 입구 한쪽에는 8개 본선 진출작을 소개하는 노란색 롤배너가 일렬로 서 있다. <우리의 친구><사과꽃> <몬스터 차일드> < 13살, □□에게 > <혀를 사 왔지> <학교재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공주를 웃겨라>. 아이들은 자신의 배너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다른 배너로 옮겨 가 "이 학교도 재밌겠다", "저 장면 아직도 생각나"라며 서로의 작품을 칭찬한다. 시상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이곳은 서로를 기억하고 나누는 작은 페스티벌의 장이 되어 있었다.
올해 전국어린이연극잔치에는 서울·경기·인천·경남·전북·광주 6개 지역 예선과 개별 참가를 거쳐 44개 초등학교와 1개 아동센터, 766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각 학교에서 수차례 오디션과 연습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고, 이 가운데 단 8개 학교, 110명의 어린이가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무대가 된 곳은 서울 대학로의 '아르코꿈밭극장'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전국어린이연극잔치를 비롯해 한 해 동안 다양한 아동·청소년 공연이 이어진다. 새 작품을 실험하려는 창작자에게는 도전의 무대가, 처음 극장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연극에 관한 첫 기억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위원회는 이곳을 거점으로 어린이청소년 공연 레퍼토리를 꾸준히 확장하며, 창작자와 어린이 관객 모두를 위한 예술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시상식에서 정병국 위원장은 아이들을 향해 짧지만 또렷한 메시지를 남겼다.
"여러분이 연극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아마 아르코꿈밭극장 무대에 올랐을 때일 거예요. 그 무대는 여러분을 위해 만든 어린이 전용극장입니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은 앞으로 그곳에서 정식 공연도 올려 보려고 합니다. 연극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 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경험입니다.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자, 문화의 힘입니다. 이런 경험을 초등학교 때부터 하고 있는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아이들에게 '정식 상연'이라는 약속은 상패 못지않은 선물처럼 들렸다. 객석 곳곳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고, 아이들은 서로를 쿡쿡 찌르며 "우리도 거기서 다시 하고 싶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넌 특별하단다'로 달궈진 객석
▲ 올해 전국어린이연극잔치에는 서울·경기·인천·경남·전북·광주 6개 지역 예선과 개별 참가를 거쳐 44개 초등학교와 1개 아동센터, 766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각 학교에서 수차례 오디션과 연습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고, 이 가운데 단 8개 학교, 110명의 어린이가 본선에 진출했다.
ⓒ 필립리
시상식을 겸한 폐막식의 막은 가족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로 올랐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초록 숲과 파란 산이 펼쳐지고, 양옆에는 거대한 나무 세트와 톱니바퀴 장식이 숲속 마을을 완성한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컵케이크 모양 소품이 자리 잡고, 그 앞에서 배우 다섯 명이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뛰어 들어온다. 분홍색 원피스와 주황색 드레스, 별무늬 바지가 붙은 파란 조끼, 패치워크가 잔뜩 붙은 줄무늬 바지까지.
<넌 특별하단다>는 나무마을의 아이 '펀'이 끊임없이 '똥표'를 받다가, 목수 엘리와 친구 루를 만나 "넌 존재만으로도 특별하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잘난 나무사람에게는 반짝이는 별표를, 못난 나무사람에게는 보기 싫은 똥표를 붙이는 마을. 펀은 계속 똥표만 받다가 어느 순간 "표와 상표로 사람을 재단하는 시선"을 스스로 떼어내기 시작한다.
"너희는 있는 그대로 소중해!"
배우가 무대에서 이렇게 외치는 순간, 객석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따라온다. "맞아, 우리는 다 특별해." 옆자리 친구가 킥킥 웃으며 팔꿈치로 쿡 찌르지만, 이미 그 말은 이날 시상식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처럼 가슴 한쪽에 남는다. 이 축제가 굳이 '대상·금상·은상'이라는 익숙한 말 대신 새로운 상 이름을 고안한 이유도, 어쩌면 여기서부터 설명이 시작된다.
전국어린이연극잔치는 오랫동안 점수와 석차를 매기는 '경연'의 틀을 넘어, 작품이 담고 있는 상상력과 발상, 아이들의 성장과 협력을 함께 바라보는 방식을 모색해 왔다. 올해 시상명은 그 고민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상 이름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문장이고, 축제가 지향하는 방향을 대놓고 말하는 슬로건이다.
먼저 단체 금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올 연구 대상(對象)'으로 불렀다. 공연을 이루는 전(ALL) 과정과 요소를 두루 살펴볼 만한, 함께 연구할 가치가 있는 작품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을 품에 안은 남해 남해초등학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는 가족과 어른의 세계를 아이의 눈으로 집요하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아이들은 "엄마니까, 어른이니까, 원래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말을 무대 위에서 반복해 던지고, 관객석의 어른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질문의 화살은 무대 위에서 멈추지 않고 객석까지 날아와 꽂힌다.
수상 소감도 작품만큼이나 묵직했다. 남해초등학교 권라임(9)은 "26일에는 공연을 하느라 버스 안에서 12시간을 보냈고 오늘도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좋아요"라고, "다시 오라고 해도 또 올 거냐"는 질문에는 기다렸다는 듯 "네!"라고 답했다. 남해에서 서울, 다시 양평까지 이어진 먼 길이지만, 아이들에게 이 여정은 버스 안에서의 피곤함보다 더 큰 기억으로 남았다.
▲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양평 블룸비스타호텔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은 남해초 아이들이었다. 파란 후드티를 맞춰 입고, 목에는 노란 명찰을 달고, 손에는 방금 받은 프로그램을 꼭 쥔 채로. 무대 앞 바닥에 길게 깔린 방석 위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남해초등학교 김가빈·최예원·이지효 학생이었다.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연신 브이(V)를 그리며 명찰을 들어 보이고, 서로의 이름이 또렷하게 찍혔는지 확인하며 깔깔 웃었다.
ⓒ 필립리
이어서 수상소감을 발표한 이병옥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3월달, 7월달이 달랐다. 이걸 지켜보면서 연극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대사를 외우지 못해 울던 아이,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워 뒤에만 숨어 있던 아이가 연습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서로의 실수를 감싸 안으며 '원팀'으로 서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연극은 그렇게 남해에서 출발해 대학로와 양평을 거쳐, 아이들의 몸과 목소리에 남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단체 은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에는 두 작품이 선정됐다. '따 놓은 당상'은 전주 서문초등학교 <우리의 친구>에게 돌아갔다. 외로운 친구를 둘러싼 아이들의 시선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작은 웃음과 길게 이어지는 침묵을 오가며,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상상 그 이상'은 서울 경복초등학교 <몬스터 차일드>가 수상했다. 학교라는 일상 공간에 괴물이라는 존재를 불러들여, 아이와 괴물이 서로를 지켜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단체 동상((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상)도 두 가지 이름으로 나뉘었다. '넋 놓고 감상'은 인천 만월초등학교 <공주를 웃겨라>에게 돌아갔다. 동화적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몸짓으로 관객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넋 놓고 보게 되는 공연"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감동 최정상'은 광주 문흥초등학교 <혀를 사 왔지>가 차지했다. 동네 슈퍼, 골목길, 집 앞 마당 같은 일상 풍경에 작고 큰 마음들을 얹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단체 장려상(한국교육연극학회 회장상)에도 세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함양 병곡초등학교 〈사과꽃〉이 받은 '마음에 치명상'은 시골 마을의 계절과 아이들의 우정을 그려내며 관객의 마음을 한 번 크게 뒤흔들었다. 인천 첨단초등학교 <학교재판>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재치 있게 풀어내 '남다른 발상'에 이름을 올렸다. 평창 호명초등학교 <13살, □□에게>는 사춘기 초입의 불안과 설렘을 세밀하게 포착해 '화려한 비상'을 품에 안았다.
여기에 단체 특별상인 '우리들이 뽑은 올해의 작품상'(전국어린이연극잔치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장상)이 있다. 축제에 참여한 아이들이 다른 작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공연을 직접 투표로 뽑는 상이다. 올해 이 상 역시 서울 경복초등학교 <몬스터 차일드>가 차지했다. 은상과 '어린이 선정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심사위원과 관객, 어린이 평가단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셈이다.
개인 부문에서도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성이 이어졌다. 최우수 지도자상(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상) '어울림 환상'은 남해 남해초등학교 김수혜·오주석 교사가 함께 수상했고, 최우수 창작상 '아름다운 상상'은 함양 병곡초등학교 조현우 교사가 받았다. 무대 위로 차례차례 올라가는 교사들을 향해 아이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 남해초등학교 권라임(9)은 “26일에는 공연을 하느라 버스 안에서 12시간을 보냈고 오늘도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서 수상소감을 발표한 이병옥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3월달, 7월달이 달랐다. 이걸 지켜보면서 연극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 필립리
이 모든 상 이름들은 단순한 재치 있는 말장난이 아니다. '연구'와 '발상', '치명상'과 '비상' 같은 단어들이 가리키는 것은 아이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성장,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시선이다. 전국어린이연극잔치는 상 구조 자체를 통해, "누가 1등인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들어냈는지"를 더 중요하게 묻는다.
시상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 무대로 올라와 포토타임을 즐겼다. 머그잔 모양의 소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브이(V)를 그리거나 하트 모양을 만들고, 방금 받은 상패와 상장을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는다. 또 어떤 아이들은 무대 앞 방석에 등을 보이고 앉아 조용히 핸드폰 사진을 넘겨보거나, 함께 온 친구와 오늘 하루를 정리하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등 뒤 파란 후드티에는 흰 글씨로 축제의 이름이 적혀 있다. 홀 밖으로 나와 짐을 챙기던 한 학생에게 시상식 소감을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상도 좋았는데요, 저는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맨날 싸우다가도 결국은 공연을 끝까지 이어온 과정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덧붙이는 글
▲ 시상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 무대로 올라와 포토타임을 즐겼다. 머그잔 모양의 소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브이(V)를 그리거나 하트 모양을 만들고, 방금 받은 상패와 상장을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는다.
ⓒ 필립리
사이다릴게임
"올 연구 대상 수상작은? 두근두근두근…"
시상자의 마지막 멘트가 공중에 매달린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 양평 블룸비스타호텔 5층의 시상식 현장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 스크린에는 아직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한 대기 화면이 떠 있고, 아이들은 릴게임갓 의자 끝까지 몸을 바짝 내밀어 앞쪽으로 쏠려 있다. 손에 들고 있던 책자는 긴장 때문에 구겨져 가고, 옆자리 친구의 손을 꼭 쥔 채 마스크 안에서 침을 삼킨다.
"수상작은 경남 남해초등학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입니다!"
순간, 객석 한쪽이 화산처럼 터져 오른다. 남해초 아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를 껴 바다이야기게임장 안는 바람에 의자가 줄줄이 뒤로 밀리고, 교사들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한 박자 늦게 환호성을 터뜨린다. 눈가를 훔치는 아이도 있고, 멍한 얼굴로 스크린과 친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뒤늦게 환하게 웃는 아이도 있다. 방금 전까지 차갑게 식어 있던 호텔의 공기가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오른다. 제32회 전국어린이연극잔치의 최고 영예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올 온라인릴게임 연구 대상'이 발표되던 손에 땀 쥐는 10초가 이렇게 끝났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부터 달아오른 뜨거운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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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상식을 겸한 폐막식의 막은 가족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로 올랐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초록 숲과 파란 산이 펼쳐지고, 양옆에는 거대한 나무 세트와 톱니바퀴 장식이 숲속 마을을 완성한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컵케이크 모양 소품이 자리 잡고, 그 앞에서 배우 다섯 명이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뛰어 들어온다. 분홍색 원피스와 주황색 드레스, 별무늬 바지가 붙은 파란 조끼, 패치워크가 잔뜩 붙은 줄무늬 바지까지.
ⓒ 필립리
이 극적인 장면은 아침부터 서서히 쌓여 온 긴장과 설렘의 결실이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양평 블룸비스타호텔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은 남해초 아이들이었다. 파란 후드티를 맞춰 입고, 목에는 노란 명찰을 달고, 손에는 방금 받은 프로그램을 꼭 쥔 채로. 무대 앞 바닥에 길게 깔린 방석 위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남해초등학교 김가빈·최예원·이지효 학생이었다.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연신 브이(V)를 그리며 명찰을 들어 보이고, 서로의 이름이 또렷하게 찍혔는지 확인하며 깔깔 웃었다.
"오늘 새벽 6시에 버스를 타고 6시간이나 걸려서 왔어요. 지난 수요일에는 서울에서 공연을 올렸는데, 우리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울고, 웃는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꼭 1등을 하고 싶은데 탈 수 있을까요? 여기 오기 전에 다 모여서 기도했어요. 만약에 1등을 하면 선생님하고 같이 또 다른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그 웃음과 바람이, 몇 시간 뒤 객석을 뒤흔들 환호성의 전주곡이었는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는 다른 학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 있다. 파란 후드티 뒤에는 흰 글씨로 축제 문구가 적혀 있고, 목에는 똑같은 노란 명찰이 매달려 있다. "어디서 왔어요?" "몇 시간 걸렸어요?" 서로의 지역을 묻고, 본선 무대에서 봤던 장면을 다시 흉내 내며 웃음꽃을 피운다.
행사장 입구 한쪽에는 8개 본선 진출작을 소개하는 노란색 롤배너가 일렬로 서 있다. <우리의 친구><사과꽃> <몬스터 차일드> < 13살, □□에게 > <혀를 사 왔지> <학교재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공주를 웃겨라>. 아이들은 자신의 배너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다른 배너로 옮겨 가 "이 학교도 재밌겠다", "저 장면 아직도 생각나"라며 서로의 작품을 칭찬한다. 시상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이곳은 서로를 기억하고 나누는 작은 페스티벌의 장이 되어 있었다.
올해 전국어린이연극잔치에는 서울·경기·인천·경남·전북·광주 6개 지역 예선과 개별 참가를 거쳐 44개 초등학교와 1개 아동센터, 766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각 학교에서 수차례 오디션과 연습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고, 이 가운데 단 8개 학교, 110명의 어린이가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무대가 된 곳은 서울 대학로의 '아르코꿈밭극장'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전국어린이연극잔치를 비롯해 한 해 동안 다양한 아동·청소년 공연이 이어진다. 새 작품을 실험하려는 창작자에게는 도전의 무대가, 처음 극장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연극에 관한 첫 기억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위원회는 이곳을 거점으로 어린이청소년 공연 레퍼토리를 꾸준히 확장하며, 창작자와 어린이 관객 모두를 위한 예술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시상식에서 정병국 위원장은 아이들을 향해 짧지만 또렷한 메시지를 남겼다.
"여러분이 연극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아마 아르코꿈밭극장 무대에 올랐을 때일 거예요. 그 무대는 여러분을 위해 만든 어린이 전용극장입니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은 앞으로 그곳에서 정식 공연도 올려 보려고 합니다. 연극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 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경험입니다.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자, 문화의 힘입니다. 이런 경험을 초등학교 때부터 하고 있는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아이들에게 '정식 상연'이라는 약속은 상패 못지않은 선물처럼 들렸다. 객석 곳곳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고, 아이들은 서로를 쿡쿡 찌르며 "우리도 거기서 다시 하고 싶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넌 특별하단다'로 달궈진 객석
▲ 올해 전국어린이연극잔치에는 서울·경기·인천·경남·전북·광주 6개 지역 예선과 개별 참가를 거쳐 44개 초등학교와 1개 아동센터, 766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각 학교에서 수차례 오디션과 연습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고, 이 가운데 단 8개 학교, 110명의 어린이가 본선에 진출했다.
ⓒ 필립리
시상식을 겸한 폐막식의 막은 가족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로 올랐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초록 숲과 파란 산이 펼쳐지고, 양옆에는 거대한 나무 세트와 톱니바퀴 장식이 숲속 마을을 완성한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컵케이크 모양 소품이 자리 잡고, 그 앞에서 배우 다섯 명이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뛰어 들어온다. 분홍색 원피스와 주황색 드레스, 별무늬 바지가 붙은 파란 조끼, 패치워크가 잔뜩 붙은 줄무늬 바지까지.
<넌 특별하단다>는 나무마을의 아이 '펀'이 끊임없이 '똥표'를 받다가, 목수 엘리와 친구 루를 만나 "넌 존재만으로도 특별하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잘난 나무사람에게는 반짝이는 별표를, 못난 나무사람에게는 보기 싫은 똥표를 붙이는 마을. 펀은 계속 똥표만 받다가 어느 순간 "표와 상표로 사람을 재단하는 시선"을 스스로 떼어내기 시작한다.
"너희는 있는 그대로 소중해!"
배우가 무대에서 이렇게 외치는 순간, 객석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따라온다. "맞아, 우리는 다 특별해." 옆자리 친구가 킥킥 웃으며 팔꿈치로 쿡 찌르지만, 이미 그 말은 이날 시상식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처럼 가슴 한쪽에 남는다. 이 축제가 굳이 '대상·금상·은상'이라는 익숙한 말 대신 새로운 상 이름을 고안한 이유도, 어쩌면 여기서부터 설명이 시작된다.
전국어린이연극잔치는 오랫동안 점수와 석차를 매기는 '경연'의 틀을 넘어, 작품이 담고 있는 상상력과 발상, 아이들의 성장과 협력을 함께 바라보는 방식을 모색해 왔다. 올해 시상명은 그 고민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상 이름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문장이고, 축제가 지향하는 방향을 대놓고 말하는 슬로건이다.
먼저 단체 금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올 연구 대상(對象)'으로 불렀다. 공연을 이루는 전(ALL) 과정과 요소를 두루 살펴볼 만한, 함께 연구할 가치가 있는 작품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을 품에 안은 남해 남해초등학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는 가족과 어른의 세계를 아이의 눈으로 집요하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아이들은 "엄마니까, 어른이니까, 원래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말을 무대 위에서 반복해 던지고, 관객석의 어른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질문의 화살은 무대 위에서 멈추지 않고 객석까지 날아와 꽂힌다.
수상 소감도 작품만큼이나 묵직했다. 남해초등학교 권라임(9)은 "26일에는 공연을 하느라 버스 안에서 12시간을 보냈고 오늘도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좋아요"라고, "다시 오라고 해도 또 올 거냐"는 질문에는 기다렸다는 듯 "네!"라고 답했다. 남해에서 서울, 다시 양평까지 이어진 먼 길이지만, 아이들에게 이 여정은 버스 안에서의 피곤함보다 더 큰 기억으로 남았다.
▲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양평 블룸비스타호텔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은 남해초 아이들이었다. 파란 후드티를 맞춰 입고, 목에는 노란 명찰을 달고, 손에는 방금 받은 프로그램을 꼭 쥔 채로. 무대 앞 바닥에 길게 깔린 방석 위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남해초등학교 김가빈·최예원·이지효 학생이었다.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연신 브이(V)를 그리며 명찰을 들어 보이고, 서로의 이름이 또렷하게 찍혔는지 확인하며 깔깔 웃었다.
ⓒ 필립리
이어서 수상소감을 발표한 이병옥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3월달, 7월달이 달랐다. 이걸 지켜보면서 연극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대사를 외우지 못해 울던 아이,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워 뒤에만 숨어 있던 아이가 연습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서로의 실수를 감싸 안으며 '원팀'으로 서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연극은 그렇게 남해에서 출발해 대학로와 양평을 거쳐, 아이들의 몸과 목소리에 남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단체 은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에는 두 작품이 선정됐다. '따 놓은 당상'은 전주 서문초등학교 <우리의 친구>에게 돌아갔다. 외로운 친구를 둘러싼 아이들의 시선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작은 웃음과 길게 이어지는 침묵을 오가며,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상상 그 이상'은 서울 경복초등학교 <몬스터 차일드>가 수상했다. 학교라는 일상 공간에 괴물이라는 존재를 불러들여, 아이와 괴물이 서로를 지켜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단체 동상((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상)도 두 가지 이름으로 나뉘었다. '넋 놓고 감상'은 인천 만월초등학교 <공주를 웃겨라>에게 돌아갔다. 동화적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몸짓으로 관객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넋 놓고 보게 되는 공연"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감동 최정상'은 광주 문흥초등학교 <혀를 사 왔지>가 차지했다. 동네 슈퍼, 골목길, 집 앞 마당 같은 일상 풍경에 작고 큰 마음들을 얹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단체 장려상(한국교육연극학회 회장상)에도 세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함양 병곡초등학교 〈사과꽃〉이 받은 '마음에 치명상'은 시골 마을의 계절과 아이들의 우정을 그려내며 관객의 마음을 한 번 크게 뒤흔들었다. 인천 첨단초등학교 <학교재판>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재치 있게 풀어내 '남다른 발상'에 이름을 올렸다. 평창 호명초등학교 <13살, □□에게>는 사춘기 초입의 불안과 설렘을 세밀하게 포착해 '화려한 비상'을 품에 안았다.
여기에 단체 특별상인 '우리들이 뽑은 올해의 작품상'(전국어린이연극잔치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장상)이 있다. 축제에 참여한 아이들이 다른 작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공연을 직접 투표로 뽑는 상이다. 올해 이 상 역시 서울 경복초등학교 <몬스터 차일드>가 차지했다. 은상과 '어린이 선정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심사위원과 관객, 어린이 평가단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셈이다.
개인 부문에서도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성이 이어졌다. 최우수 지도자상(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상) '어울림 환상'은 남해 남해초등학교 김수혜·오주석 교사가 함께 수상했고, 최우수 창작상 '아름다운 상상'은 함양 병곡초등학교 조현우 교사가 받았다. 무대 위로 차례차례 올라가는 교사들을 향해 아이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 남해초등학교 권라임(9)은 “26일에는 공연을 하느라 버스 안에서 12시간을 보냈고 오늘도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서 수상소감을 발표한 이병옥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3월달, 7월달이 달랐다. 이걸 지켜보면서 연극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 필립리
이 모든 상 이름들은 단순한 재치 있는 말장난이 아니다. '연구'와 '발상', '치명상'과 '비상' 같은 단어들이 가리키는 것은 아이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성장,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시선이다. 전국어린이연극잔치는 상 구조 자체를 통해, "누가 1등인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들어냈는지"를 더 중요하게 묻는다.
시상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 무대로 올라와 포토타임을 즐겼다. 머그잔 모양의 소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브이(V)를 그리거나 하트 모양을 만들고, 방금 받은 상패와 상장을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는다. 또 어떤 아이들은 무대 앞 방석에 등을 보이고 앉아 조용히 핸드폰 사진을 넘겨보거나, 함께 온 친구와 오늘 하루를 정리하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등 뒤 파란 후드티에는 흰 글씨로 축제의 이름이 적혀 있다. 홀 밖으로 나와 짐을 챙기던 한 학생에게 시상식 소감을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상도 좋았는데요, 저는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맨날 싸우다가도 결국은 공연을 끝까지 이어온 과정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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