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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식사를 무슨 사람이네요. 목이 인간성 거야.ⓒ이지영 그림
김세희의 첫 번째 시집 〈뜻밖의 미래 연구회〉(아침달, 2025) 맨 앞에 실려 있는 ‘사생대회’는 보는 대로, 들은 대로 재현하면 안 되는 세계에 대한 희극적인 묘사다. 호수로 그림 그리기를 나간 학생들은 그 어떤 풍경도 고스란히 옮기지 않는다. 호수에 떠 있는 백조는 돌을 던지면 “띵 -” 소리를 내며 튕겨 나오고, 벤치에는 등이 구부러진 남자가 자고 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본 대로라면 백조는 가짜가 아니었고, 벤치에는 소녀(소년)를 기다리는 소년(소녀)이 앉아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선생님들은 깊숙한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나무 그늘에 모여 각 반에 배당시킨 통닭과 찬합 속의 과일을 나눠 먹고 있고, 학생들은 제각기 알아서 “가짜 백조에 걸터앉은 잔 다르크와/ 나무 뒤에서 뽀뽀하는 남자와 여자”를 그린다. 어디선가 본 대로, 들은 대로(실은 그게 가짜인데 말이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고자 요가원에 등록했던 어느 오션파라다이스게임 화자는 마음을 꺼내놓고 다시 몸에 담으라는 요가 선생의 알 듯 말 듯한 가르침을 받고 “아무래도 속는 기분(‘요가 라이프’)”이 된다. 또 다른 화자는 교회의 ‘나일론 신자’들에게 정직하게 기도하는 방법을 이렇게 귀띔한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그저 양식만을,/ 욕심 없는 사람이라고 잊지 말고 말해요(‘나일론’).” 낡은 쇠도끼가 내 것이라고 쿨사이다릴게임 아뢰면, 행여나 금도끼를 주실지도 모르니까.
불신은 이 시대의 정념이다. ‘학교 입지 조건’은 불신이 시대의 정념이 된 기원의 일부를 엿본다. “국어 선생님이 자꾸 만져/ 친구는 울었고 나는 두려웠다 학생을 만지는 선생님/ 초등학교 체육비품실에도 있었고 국어 시간 학생들 책상 사이를 걸어 다니며 황금성릴게임사이트 팔뚝 안쪽을 주무르던 선생님도 있었다// 술렁이는 장면과 불안하던 날들, 믿을 수 없는 선생님들 속에 모두가 다리를 드러내놓고 드럼통 속에 굳어 있는 것 같았다.” 시인의 학창 시절은 고무 드럼통 속에서 뻣뻣한 다리 네 개를 뻗쳐 올리고 줄지어 있는, 개 시장의 도살된 개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그러나 불신이 이 시집의 주제는 아니다. 시인은 “콩나물국 불 손오공게임 을 줄이려/ 허리를 구부려요/ 등화관제와 야간 폭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낮은 세계(‘빙산의 일각’)”를 신뢰한다.
〈새에게 소다수 하늘을〉(시인의 일요일, 2025)은 황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번째 시집 〈그 애가 울까봐〉(문학수첩, 2019)에서 “몽상은 또 다른 극사실(‘금기’)”이라고 썼던 시인은 새 시집에서도 자신의 작업을 이어간다. 얼핏 그의 시는 무의미하게 보인다. “옥수수밭이다/ 옥수수가 쌓인다/ 엄마가 옥수수를 안고 아이에게 간다/ 옥수수밭이다/ 옥수수가 쌓인다/ 아이가 옥수수를 안고 엄마에게 간다 옥수수가 엄마에게 가까워진다/ 옥수수 옥수수 엄마는 아이를 부르고/ 옥수수 옥수수는 엄마를 쳐다보지 않는다/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가 낯익은 내 귀에 옥수수알이 쌓인다/ 옥수수알 굴러들어 오는 소리/ 나는 아이를 부르고/ 아이는 옥수수를 부르고/ 옥수수가 귀를 막는다(‘옥수수밭’ 일부).”
대양과 바다, 남성과 남자, 엄마와 어머니
모든 문서는 전달할 정보를 가지고 있고 거의 수신자를 지목하거나 한정한다. 문서는 작성자(발신자)의 의도와 수신자의 해석이 같아야 한다고 상정한다. 양자의 해석이 다를 때 법이 개입하여 일치시켜야 하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반면 시는 시인(발신자)의 의도와 감상자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허용한다. 이런 혼돈이 독자를 두렵게 한다. 시를 무시하는 것이 마음 편한 이유다.
일상언어에서는 ‘대양(大洋)’을 ‘바다’로, ‘남성’을 ‘남자’로, ‘미국’을 ‘아메리카’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고 그래도 문제가 없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구문이나 어휘는 물론 토씨와 구두점 하나도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옥수수밭’에 나오는 ‘엄마’와 ‘아기’는 ‘어머니’나 ‘자식’으로 대체할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옥수수밭’을 ‘포도밭’이나 ‘인삼밭’으로 바꾸어서 더 좋은 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리얼리스트에게든 몽상가에게든, 시는 절대적인 언어의 구축물이다. 이 시를 해석하기 위해선, 여가 문화(leisure)와 소비와 광장(정치)이 창조주로 승격된 이 시대를 풍자하는 ‘창세기’를 참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옥수수밭’으로 의미를 잃어버린 세계의 극사실주의적 양태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교유서가, 2025)는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문학동네, 2013)과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창비, 2017)에 이은 리산의 세 번째 시집이다. 낙관적 허무주의라는 형용모순적 행보로 읽는 이를 사로잡았던 시인은 세 번째 시집에 와서 형용모순적 세계관의 보물과 같던 활력을 많이 잃어버렸다. “떠나라 시골로/ 가서 더 아름다운 빌라를 짓고 더 큰 정원을 가꾸며 살아라/ 큰 소리로 외치며/ 북을 치며 나발을 불며 지나가는 행렬을 보고/ 주소 없는 여자들이 중얼거린다/ 어린 도마뱀 한 마리 누울 창가/ 철도의 불빛을 먹고 자라는 화분 하나가/ 내가 가진 정원의 전부야(‘빈롱의 저녁’).” 원래의 시인이었다면, 아름다운 빌라와 철로변의 단칸방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용납하지 않았을 터이다. 모두가 “언젠가 내가 부수고 온 곳(‘사적인 슬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챗GTP가 시를 쓰는 때에 여전히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외국 어느 지방의 “길가에 세워진 작은 성상들이/ 그 길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기념물(‘지도의 끝자락’)”이었던 것처럼, 시도 시집도 우리의 상처를 기록하고 애도하는 기념물이 아닐까. 모든 시집이 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리산의 세 번째 시집은 인간관계의 상실을 애도하는 시집인 게 분명하다. 자신의 상처와 정면으로 대면하는 글쓰기로 낙관적 허무주의의 한 모퉁이가 허물어지기도 했지만, 그것이 슬픔에 빠진 시인을 일으켜 세운다.
“푸르른 물의 정령과 이상주의자들 계절노동자들/ 우리는 함께 즐기며 모든 일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이 꿈을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급하게 이루어지는 꿈은 아니라서 천천히/ 긍정적인 마음으로 함께 마주보며 웃으며// 우리는 어여쁘고 선량하고 가난한 사람들/ 당신은 당신의 길을 잘 가고 있고/ 당신의 슬픔은 내 취향// 함께 갑시다/ 삶을 희망의 열정으로 바꾸며//…// 손을 잡고 함께 갑시다/ 좋은 답을 가지고 끈기 있게 문 앞에 섭시다// 어떤 여정을 선택할지 선택/ 당신의 직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 우리의 색은 오직 하나(‘청바지의 탄생’).”
장정일 (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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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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