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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투에서 내려서 크레센트섬 보트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에 얼룩말들이 무리지어 자유롭게 놀고 있다.
아프리카의 땅은 오래전부터 갈라지고, 가라앉고, 솟아오르며 거대한 주름을 만들어왔다. 그 주름의 중심, 케냐를 관통하는 동아프리카 지구대East African Rift Valley는 수천만 년 전 지각이 찢어지듯 열리며 생겨난 깊은 골짜기다. 지금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이 땅 위로 화산이 솟아오르고, 움푹 팬 곳에는 호수가 생겨났다.
나이바샤Naivasha, 나쿠루Nakuru, 바링고Baringo로 이어지는 호수군과 롱고놋산Mou 골드몽사이트 nt Longonot 같은 화산들은 모두 이 지구대가 남긴 흔적이다. 그 위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산을 오르고, 한 섬을 건너는 일이 아니었다. 땅이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낸 지구의 오래된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는 일이었다. 호수의 물결, 초원의 바람, 화산의 흔적이 한 줄기 길처럼 이어져 있었다. 롱고놋의 능선에서, 나이바샤 호수의 초승달 섬에서, 그리 온라인골드몽 고 나쿠루의 생생한 숲에서. 서로 다른 풍경 같지만, 모두 지구대가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롱고놋산, 백록담을 닮은 분화구
나이로비에서 서쪽으로 60㎞. 평원을 가르며 차가 달리자 원추형 화산 하나가 또렷한 실루엣을 드러냈다. 해발 2776m의 롱고놋산. 정상에는 한라산 백록담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칼데라가 깊 손오공릴게임예시 게 패여 있다. 이 칼데라는 약 2만 1000년 전 대분화의 흔적인데, 지금은 또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품은 거대한 그릇이 되어 있다.
롱고놋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분화구 능선 너머로 동지구대가 길게 펼쳐지고 초록의 주름진 대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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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은 두 구간으로 나뉜다. 분화구 가장자리까지만 오르는 짧은 코스와 림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긴 코스. 어느 길을 택하든 나이바샤 호수와 대지구대 평원의 파노라마가 시야에 들어온다. 림을 모두 돌면 5~6시간 소요되므로 이른 출발이 필수다.
나는 나쿠루에서 하루를 묵은 뒤 이른 아침 마타투(소형 버스 바다신2릴게임 )를 타고 롱고놋으로 향했다. 도로 입구에서 내리니 멀리 롱고놋산이 마중을 나왔다. 한라산보다 훨씬 높은 산인데 산의 규모가 커서인지 한라산보다 낮아 보였다.
롱고노트 국립공원 입구에서는 일회용 물병 반입 금지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킬리만자로에서 본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올라, 이 작은 규정이 유난히 반가웠다. 재사용 물통을 빌리고 입장권을 구입했다. 이곳에서는 현장에서 입장 티켓을 구입할 수 없다. 웹사이트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서 구입하는 데 애를 먹었다.
크레센트섬의 임팔라들이 사람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무리지어 뛰어다니고 있다.
산행 초입은 평탄한 흙길이었다. 길가에 빼곡히 선 것은 휘파람 아카시아(Whistling Thorn). 빈 가시에 개미가 둥지를 틀고 살면, 바람이 불 때마다 가시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나무는 꿀샘을 제공하고 개미는 나무를 지키는, 사바나 특유의 공생 세계다. 가까이서 보면 평범한 가시나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생태가 신비롭다. 1.5㎞ 지점의 쉼터를 지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침식된 흙길이 이어져 스틱이 매우 요긴했다. 발걸음마다 땅의 단단함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고 엄청나게 땀이 쏟아졌다. 건기의 흙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상당히 미끄러웠다. 입구에 있는 매점 앞에 세워 놓았던 나무 지팡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경사도가 심한 오르막에서는 발에 힘이 들어갔다. 숨이 가빠올 때마다 뒤돌아보면 대지 구대의 평원이 길게 누워 있었다. 그 풍경이 잠시나마 숨을 고르게 했다.
중간 지점에 쉼터가 있었다. 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바람이 등줄기를 식혔고, 멀리 아카시아들이 점점이 흩어진 평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나는 비로소 지구대의 스케일을 체감했다. 저 멀리까지 이어진 평원이, 사실은 오래전 땅이 찢어지며 만들어낸 거대한 골짜기라는 것을.
림에 닿고 나서야 철저히 고립된 듯한 칼데라의 안쪽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초목이 가득한 분화구 안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한라산의 백록담과는 모습이 완연하게 달랐다. 축구장 면적의 350배 크기. 그런데 이곳이 해발 2560m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이 안에서 얼룩말이나 가젤을 봤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끝내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 생명력은 공간 전체에 충만하게 느껴졌다.
수초가 빼곡한 호수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크레센트섬으로 향하는 방문객들.
정상은 림에서 200m를 더 올라야 했다. 태양은 점점 뜨거워져서 숨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 아프리카의 뜨거움을 제대로 맛보았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한 시간을 더 걸어 정상에 서자, 사방으로 흩어진 기생 화산들과 은빛 나이바샤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 곳에서 불어왔는지 시원한 바람이 나를 감싸주었다. 그 순간, 한라산 정상에서 맞이했던 제주 바람과 제주 바다가 떠올랐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산이지만, 산이 품은 장엄함은 언어를 초월해 닮아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막보다 더 험하고 미끄러웠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먼지까지 선물로 받아야만 했다. 발뒤꿈치로 땅을 누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행히 스틱이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고단함은 결국 하나의 문장이 되어 내 안에 남았다.
"길은 힘겨울수록 오래 기억된다."
롱고놋산은 그렇게 내 여정 속에 깊게 새겨졌다.
호수에 사는 하마들이 크레센트섬으로 올라와 햇빛 아래 몸을 말리며 한가롭게 놀고 있다.
크레센트섬, 초승달 위를 걷는 사파리
롱고놋산을 내려오는 순간, 시야 너머로 나이바샤 호수가 반짝였다. 그 호수 한가운데 초승달처럼 휘어진 땅이 있다. 크레센트섬 Crescent Island. 이 섬은 나이바샤 호수와 그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 준 1985년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로 유명해진 곳으로 사유지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다른 사파리와는 달리 걸으면서 바로 곁에서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마타투에서 내려서 크레센트섬 보트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엔 임팔라와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어제 방문을 했다가 섬으로 들어가는 보트 시간이 마감되어서 두 번째 오는 길인데도 살짝 흥분이 되었다.
작은 보트를 타고 섬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약 15분. 무척 짧은 시간이지만 호수 여기저기서 하마들이 물을 가르며 환영 인사를 했다. 보트 바닥이 물결에 흔들릴 때마다 호수의 깊이가 새삼 실감 났다. 보트맨이 손으로 하마가 있는 방향을 조용히 가리켰다. 물 위로 살짝 드러난 등과 귀, 그리고 작은 눈동자. 하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물속으로 잠겼다. 섬에 도착하자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짙은 풀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섬에는 맹수가 없다. 그래서인가 기린, 임팔라, 톰슨가젤, 얼룩말들이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멀찍이 눈을 맞추고는 다시 천천히 풀을 뜯거나 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했다. 동물과 사람이 서로의 속도로 같은 공간에서 자유를 느끼는 모습은 참으로 생경하고 평화로웠다.
기린 한 무리가 내 앞을 느릿느릿 가로질렀다. 긴 목을 더 늘여서 자기키보다 훌쩍 높아 보이는 곳의 나뭇잎을 뜯어 먹는 모습이 유유 자적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기린은 나를 힐끗 보 더니 다시 나뭇잎을 따 먹었다. 이 섬에서는 동물이 주인이고, 나는 그저 잠시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었다.
나쿠루국립공원 초원을 누우떼들이 긴 줄을 이루어 이동하고 있다.
멀리 어제 다녀온 롱고놋산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서 있었다. 실루엣이지만 그 안의 풍광이 너무나 확연하게 그려졌다. 불과 물, 산과 호수가 서로를 바라보며 균형을 이루는 풍경이었다.
엄청나게 큰 하마가 나타났다. 보기에도 겁날 정도로 큰 몸집을 가진 하마는 이 호수의 숨은 주인이다. 가끔 물 밖으로 나와 햇빛 아래에서 몸을 말린다고 했다. 운 좋게도 가까운 거리에서 하마를 목격했다.
가이드가 말했다.
"절대 다가가지 마세요.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입니다."
"커다란 몸집과는 달리 무척 민첩해서 언제 공격할지 모릅니다."
짧은 순간, 하마와 눈이 마주쳤다. 작은 눈동자 속에는 경계와 평온이 동시에 머물러 있었다.
크레센트섬의 크기는 약 1.5~1.8㎢. 제주 비양도의 약 5배 규모지만, 체감은 훨씬 더 아담했다. 섬이라기보다는 작은 초원 언덕 하나를 걷는 느낌이었다. 아프리카의 느낌보다는 알프스의 느낌이 더 진한 섬이었다.
나쿠루 초원에서 만난 버팔로. 검은 털에 잔뜩 묻은 진흙이 햇빛을 받아 묵직하게 반짝인다.
호숫가의 작은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았다. 배낭에서 샌드위치와 물을 꺼내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풀을 뜯던 얼룩말 한 마리가 천천히 다가와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서로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각자의 식사를 이어갔다. 평화로운 공존이었다.
식사 후에는 나무 아래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엔 새하얀 구름이 두둥실 흘러갔다. 풀벌레 소리, 얼룩말들의 낮은 울음소리, 바람결에 부스럭거리는 나뭇잎 떨림까지. 모든 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음 악처럼 어우러졌다. 눈을 감자 어제 롱고놋 정상에서 내려다본 은빛 호수가 떠올랐다. 그때 저 멀리 보였던 이 섬에 지금 누워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기린과 임팔라를 따라다니며 섬 곳곳을 산책하는 시간은 참으로 고요했다. 바람은 부드럽고, 하늘은 끝없이 푸르게 열려 있었다. 초승달 모양의 이 작은 섬에서, 나는 아프리카의 고요한 시간을 걷고 있었다.
크레센트섬 앞 호수에는 다양한 새들이 깃들어 살아간다.
나쿠루국립공원, 마침내 만난 표범
아프리카에서 여러 번 사파리를 했지만, 유독 표범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쿠루국립공원에서 또 한 번의 사파리를 예약했다.
국립공원 방문자센터에서 입장 티켓을 구입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카드 결제에 계속 오류가 생겨 직원과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지연이었지만, 그 시간조차 나중엔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나쿠루국립공원의 초원을 가로지르는 사파리 차량.
쿠루는 다른 국립공원보다 여행객이 적어 시야가 넓게 열려 있었다. 얼룩말과 기린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버펄로들이 진흙 속에 몸을 누인 채 게으른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차가 호숫가에 가까워지자 분홍빛 물결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백 마리의 플라밍고가 물가에 빼곡히 모여 있었다. 긴 목을 물속에 담갔다가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마치 군무를 추는 듯했다.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면 옆의 플라밍고들도 따라 날개를 펼쳤다. 그때마다 분홍빛 파도가 호수 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나쿠루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표범. 기품과 위엄을 함께 갖춘 모습이다.
운전수가 차를 세웠다. 엔진을 끄자 플라밍고들의 낮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수천 개의 작은 나팔이 동시에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카메라를 들었지만,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참을 그냥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날개들, 물 위에 비치는 반영,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파동까지. 분홍빛 군무의 리듬에 빠져들었다.
버펄로 무리 곁을 지날 때는 차를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검은 털에 묻은 진흙이 햇빛에 반짝였다. 크고 묵직한 눈동자가 천천히 나를 훑었다. 위협도, 호기심도 아닌, 그저 무심한 시선이었다.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으면서 자기 리듬대로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기다리던 표범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인연이 아닌가. 마음을 접으려던 순간, 운전수가 갑자기 차를 돌렸다.
"표범입니다!"
아카시아 잎을 천천히 뜯고 있는 기린 옆으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있다. 동물과 사람이 서로의 속도로 같은 공간에서 자유를 느끼는 모습은 참으로 생경하고 평화롭다.
수풀 사이에 선 표범이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털 위를 스치며 반점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걸음은 여유롭고 기품이 있었다. 사냥을 할 필요가 없어서인지 위협이 아닌, 그저 자기 리듬대로 숲을 거닐고 있었다. 우리는 30분 가까이 뒤를 따라가며 그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이 모든 것을 충분히 보상했다. 나쿠루에 오길, 정말 잘했다.
불의 산 롱고놋, 물의 섬 크레센트, 생명이 춤추는 나쿠루. 서로 다른 듯한 세 풍경은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나고 있었다. 사바나의 바람과 호수의 숨결, 화산의 거친 능선을 차례대로 밟아가며 나는 배웠다. 풍경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길은 언제나 이어져 있다는 것을.
해발 2,776m 롱고놋산 정상에 오른 기쁨을 나누며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는 방문객들.
Info
트레킹 정보
롱고놋산
림까지 왕복 약 6.2㎞(2~3시간), 림 한 바퀴 7.6㎞(2~3시간). 전체 13.8㎞, 총 5~6시간 소요. 최대 고도 2780m, 고도 상승 996m.
크레센트섬
섬 둘레 약 3~4㎞, 소요 시간 1.5~2시간. 보트 이동 왕복 30분 별도.
나쿠루국립공원
사파리 코스에 따라 3~5시간 소요.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아프리카의 땅은 오래전부터 갈라지고, 가라앉고, 솟아오르며 거대한 주름을 만들어왔다. 그 주름의 중심, 케냐를 관통하는 동아프리카 지구대East African Rift Valley는 수천만 년 전 지각이 찢어지듯 열리며 생겨난 깊은 골짜기다. 지금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이 땅 위로 화산이 솟아오르고, 움푹 팬 곳에는 호수가 생겨났다.
나이바샤Naivasha, 나쿠루Nakuru, 바링고Baringo로 이어지는 호수군과 롱고놋산Mou 골드몽사이트 nt Longonot 같은 화산들은 모두 이 지구대가 남긴 흔적이다. 그 위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산을 오르고, 한 섬을 건너는 일이 아니었다. 땅이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낸 지구의 오래된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는 일이었다. 호수의 물결, 초원의 바람, 화산의 흔적이 한 줄기 길처럼 이어져 있었다. 롱고놋의 능선에서, 나이바샤 호수의 초승달 섬에서, 그리 온라인골드몽 고 나쿠루의 생생한 숲에서. 서로 다른 풍경 같지만, 모두 지구대가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롱고놋산, 백록담을 닮은 분화구
나이로비에서 서쪽으로 60㎞. 평원을 가르며 차가 달리자 원추형 화산 하나가 또렷한 실루엣을 드러냈다. 해발 2776m의 롱고놋산. 정상에는 한라산 백록담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칼데라가 깊 손오공릴게임예시 게 패여 있다. 이 칼데라는 약 2만 1000년 전 대분화의 흔적인데, 지금은 또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품은 거대한 그릇이 되어 있다.
롱고놋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분화구 능선 너머로 동지구대가 길게 펼쳐지고 초록의 주름진 대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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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은 두 구간으로 나뉜다. 분화구 가장자리까지만 오르는 짧은 코스와 림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긴 코스. 어느 길을 택하든 나이바샤 호수와 대지구대 평원의 파노라마가 시야에 들어온다. 림을 모두 돌면 5~6시간 소요되므로 이른 출발이 필수다.
나는 나쿠루에서 하루를 묵은 뒤 이른 아침 마타투(소형 버스 바다신2릴게임 )를 타고 롱고놋으로 향했다. 도로 입구에서 내리니 멀리 롱고놋산이 마중을 나왔다. 한라산보다 훨씬 높은 산인데 산의 규모가 커서인지 한라산보다 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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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트섬의 임팔라들이 사람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무리지어 뛰어다니고 있다.
산행 초입은 평탄한 흙길이었다. 길가에 빼곡히 선 것은 휘파람 아카시아(Whistling Thorn). 빈 가시에 개미가 둥지를 틀고 살면, 바람이 불 때마다 가시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나무는 꿀샘을 제공하고 개미는 나무를 지키는, 사바나 특유의 공생 세계다. 가까이서 보면 평범한 가시나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생태가 신비롭다. 1.5㎞ 지점의 쉼터를 지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침식된 흙길이 이어져 스틱이 매우 요긴했다. 발걸음마다 땅의 단단함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고 엄청나게 땀이 쏟아졌다. 건기의 흙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상당히 미끄러웠다. 입구에 있는 매점 앞에 세워 놓았던 나무 지팡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경사도가 심한 오르막에서는 발에 힘이 들어갔다. 숨이 가빠올 때마다 뒤돌아보면 대지 구대의 평원이 길게 누워 있었다. 그 풍경이 잠시나마 숨을 고르게 했다.
중간 지점에 쉼터가 있었다. 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바람이 등줄기를 식혔고, 멀리 아카시아들이 점점이 흩어진 평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나는 비로소 지구대의 스케일을 체감했다. 저 멀리까지 이어진 평원이, 사실은 오래전 땅이 찢어지며 만들어낸 거대한 골짜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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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가 빼곡한 호수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크레센트섬으로 향하는 방문객들.
정상은 림에서 200m를 더 올라야 했다. 태양은 점점 뜨거워져서 숨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 아프리카의 뜨거움을 제대로 맛보았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한 시간을 더 걸어 정상에 서자, 사방으로 흩어진 기생 화산들과 은빛 나이바샤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 곳에서 불어왔는지 시원한 바람이 나를 감싸주었다. 그 순간, 한라산 정상에서 맞이했던 제주 바람과 제주 바다가 떠올랐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산이지만, 산이 품은 장엄함은 언어를 초월해 닮아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막보다 더 험하고 미끄러웠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먼지까지 선물로 받아야만 했다. 발뒤꿈치로 땅을 누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행히 스틱이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고단함은 결국 하나의 문장이 되어 내 안에 남았다.
"길은 힘겨울수록 오래 기억된다."
롱고놋산은 그렇게 내 여정 속에 깊게 새겨졌다.
호수에 사는 하마들이 크레센트섬으로 올라와 햇빛 아래 몸을 말리며 한가롭게 놀고 있다.
크레센트섬, 초승달 위를 걷는 사파리
롱고놋산을 내려오는 순간, 시야 너머로 나이바샤 호수가 반짝였다. 그 호수 한가운데 초승달처럼 휘어진 땅이 있다. 크레센트섬 Crescent Island. 이 섬은 나이바샤 호수와 그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 준 1985년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로 유명해진 곳으로 사유지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다른 사파리와는 달리 걸으면서 바로 곁에서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마타투에서 내려서 크레센트섬 보트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엔 임팔라와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어제 방문을 했다가 섬으로 들어가는 보트 시간이 마감되어서 두 번째 오는 길인데도 살짝 흥분이 되었다.
작은 보트를 타고 섬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약 15분. 무척 짧은 시간이지만 호수 여기저기서 하마들이 물을 가르며 환영 인사를 했다. 보트 바닥이 물결에 흔들릴 때마다 호수의 깊이가 새삼 실감 났다. 보트맨이 손으로 하마가 있는 방향을 조용히 가리켰다. 물 위로 살짝 드러난 등과 귀, 그리고 작은 눈동자. 하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물속으로 잠겼다. 섬에 도착하자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짙은 풀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섬에는 맹수가 없다. 그래서인가 기린, 임팔라, 톰슨가젤, 얼룩말들이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멀찍이 눈을 맞추고는 다시 천천히 풀을 뜯거나 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했다. 동물과 사람이 서로의 속도로 같은 공간에서 자유를 느끼는 모습은 참으로 생경하고 평화로웠다.
기린 한 무리가 내 앞을 느릿느릿 가로질렀다. 긴 목을 더 늘여서 자기키보다 훌쩍 높아 보이는 곳의 나뭇잎을 뜯어 먹는 모습이 유유 자적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기린은 나를 힐끗 보 더니 다시 나뭇잎을 따 먹었다. 이 섬에서는 동물이 주인이고, 나는 그저 잠시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었다.
나쿠루국립공원 초원을 누우떼들이 긴 줄을 이루어 이동하고 있다.
멀리 어제 다녀온 롱고놋산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서 있었다. 실루엣이지만 그 안의 풍광이 너무나 확연하게 그려졌다. 불과 물, 산과 호수가 서로를 바라보며 균형을 이루는 풍경이었다.
엄청나게 큰 하마가 나타났다. 보기에도 겁날 정도로 큰 몸집을 가진 하마는 이 호수의 숨은 주인이다. 가끔 물 밖으로 나와 햇빛 아래에서 몸을 말린다고 했다. 운 좋게도 가까운 거리에서 하마를 목격했다.
가이드가 말했다.
"절대 다가가지 마세요.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입니다."
"커다란 몸집과는 달리 무척 민첩해서 언제 공격할지 모릅니다."
짧은 순간, 하마와 눈이 마주쳤다. 작은 눈동자 속에는 경계와 평온이 동시에 머물러 있었다.
크레센트섬의 크기는 약 1.5~1.8㎢. 제주 비양도의 약 5배 규모지만, 체감은 훨씬 더 아담했다. 섬이라기보다는 작은 초원 언덕 하나를 걷는 느낌이었다. 아프리카의 느낌보다는 알프스의 느낌이 더 진한 섬이었다.
나쿠루 초원에서 만난 버팔로. 검은 털에 잔뜩 묻은 진흙이 햇빛을 받아 묵직하게 반짝인다.
호숫가의 작은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았다. 배낭에서 샌드위치와 물을 꺼내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풀을 뜯던 얼룩말 한 마리가 천천히 다가와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서로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각자의 식사를 이어갔다. 평화로운 공존이었다.
식사 후에는 나무 아래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엔 새하얀 구름이 두둥실 흘러갔다. 풀벌레 소리, 얼룩말들의 낮은 울음소리, 바람결에 부스럭거리는 나뭇잎 떨림까지. 모든 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음 악처럼 어우러졌다. 눈을 감자 어제 롱고놋 정상에서 내려다본 은빛 호수가 떠올랐다. 그때 저 멀리 보였던 이 섬에 지금 누워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기린과 임팔라를 따라다니며 섬 곳곳을 산책하는 시간은 참으로 고요했다. 바람은 부드럽고, 하늘은 끝없이 푸르게 열려 있었다. 초승달 모양의 이 작은 섬에서, 나는 아프리카의 고요한 시간을 걷고 있었다.
크레센트섬 앞 호수에는 다양한 새들이 깃들어 살아간다.
나쿠루국립공원, 마침내 만난 표범
아프리카에서 여러 번 사파리를 했지만, 유독 표범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쿠루국립공원에서 또 한 번의 사파리를 예약했다.
국립공원 방문자센터에서 입장 티켓을 구입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카드 결제에 계속 오류가 생겨 직원과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지연이었지만, 그 시간조차 나중엔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나쿠루국립공원의 초원을 가로지르는 사파리 차량.
쿠루는 다른 국립공원보다 여행객이 적어 시야가 넓게 열려 있었다. 얼룩말과 기린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버펄로들이 진흙 속에 몸을 누인 채 게으른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차가 호숫가에 가까워지자 분홍빛 물결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백 마리의 플라밍고가 물가에 빼곡히 모여 있었다. 긴 목을 물속에 담갔다가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마치 군무를 추는 듯했다.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면 옆의 플라밍고들도 따라 날개를 펼쳤다. 그때마다 분홍빛 파도가 호수 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나쿠루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표범. 기품과 위엄을 함께 갖춘 모습이다.
운전수가 차를 세웠다. 엔진을 끄자 플라밍고들의 낮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수천 개의 작은 나팔이 동시에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카메라를 들었지만,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참을 그냥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날개들, 물 위에 비치는 반영,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파동까지. 분홍빛 군무의 리듬에 빠져들었다.
버펄로 무리 곁을 지날 때는 차를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검은 털에 묻은 진흙이 햇빛에 반짝였다. 크고 묵직한 눈동자가 천천히 나를 훑었다. 위협도, 호기심도 아닌, 그저 무심한 시선이었다.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으면서 자기 리듬대로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기다리던 표범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인연이 아닌가. 마음을 접으려던 순간, 운전수가 갑자기 차를 돌렸다.
"표범입니다!"
아카시아 잎을 천천히 뜯고 있는 기린 옆으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있다. 동물과 사람이 서로의 속도로 같은 공간에서 자유를 느끼는 모습은 참으로 생경하고 평화롭다.
수풀 사이에 선 표범이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털 위를 스치며 반점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걸음은 여유롭고 기품이 있었다. 사냥을 할 필요가 없어서인지 위협이 아닌, 그저 자기 리듬대로 숲을 거닐고 있었다. 우리는 30분 가까이 뒤를 따라가며 그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이 모든 것을 충분히 보상했다. 나쿠루에 오길, 정말 잘했다.
불의 산 롱고놋, 물의 섬 크레센트, 생명이 춤추는 나쿠루. 서로 다른 듯한 세 풍경은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나고 있었다. 사바나의 바람과 호수의 숨결, 화산의 거친 능선을 차례대로 밟아가며 나는 배웠다. 풍경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길은 언제나 이어져 있다는 것을.
해발 2,776m 롱고놋산 정상에 오른 기쁨을 나누며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는 방문객들.
Info
트레킹 정보
롱고놋산
림까지 왕복 약 6.2㎞(2~3시간), 림 한 바퀴 7.6㎞(2~3시간). 전체 13.8㎞, 총 5~6시간 소요. 최대 고도 2780m, 고도 상승 996m.
크레센트섬
섬 둘레 약 3~4㎞, 소요 시간 1.5~2시간. 보트 이동 왕복 30분 별도.
나쿠루국립공원
사파리 코스에 따라 3~5시간 소요.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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