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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gamemong.info편집자주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금요일마다 함께하세요!
지난해 7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핀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길거리 어디에 바다이야기온라인 서나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목욕탕 의자처럼 낮은 간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길가에 잠시 멈춰 ‘커피 타임’을 갖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세계 최대 다국적 커피 기업인 네슬레도, 미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도 여기에선 유독 맥을 못 춘다. 이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세계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생산국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브라질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9%를, 베트남은 17%를 차지한다. 2023년 기준 베트남 커피 경작지 면적은 약 71만5,800헥타르(약 7,158㎢)로 한국 벼 재배 면적(약 67만7,600헥타르)을 웃돈다. 연간 커피 생산량은 약 180만 톤, 이 가운데 95%가 로부스타 품종이다. 로부스타 오션파라다이스게임 는 브라질에서 주로 생산되는 아라비카와 더불어 가장 널리 소비되는 종으로, 쓴맛이 강해 주로 인스턴트커피 원료로 쓰인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민들이 야외 간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베트남 커피의 뿌리는 프랑스 식민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프랑스 선교사들이 커피를 들여오며 재배가 시작됐고, 이후 중부 고원 지대를 중심으로 경작지가 빠르게 확대됐다. 이 지역 기후와 토양이 로부스타 재배에 적합했던 점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커피 산업은 베트남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산업은 국내 릴게임황금성 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한다. 매년 커피 수출로 70억~8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 커피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만 약 55만 명에 이르고, 베트남 전역에 분포한 크고 작은 카페는 약 50만 개로 추산된다. 이들이 창출하는 매출은 14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베트남 로컬 커피 브랜드 '쭝응우옌'의 커피. 컵 위에 핀을 올려둔 뒤 내려마실 수 있게 했다. 취향에 따라 당도를 조절하도록 연유(우측)를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베트남식 커피의 첫 인상은 ‘진하고 달다’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가장 대중적인 메뉴는 ‘카페 쓰어 다’이다. '핀(phin)'으로 내린 진한 커피에 가당 연유와 얼음을 넣어 마신다. 이름 그대로 커피(카페)에 연유(쓰어)와 얼음(다)을 더한 음료다.
핀은 철판에 작은 구멍을 뚫어 만든 베트남의 전통 커피 추출 도구다. 컵 위에 핀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가 천천히 떨어지며 쓴맛이 짙어진다. 로부스타 특유의 강한 쓴맛을 중화하기 위해 연유를 넣게 됐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냉장고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신선한 우유를 보관하기 어려워 연유로 대체했다는 해석도 있다.
쓴맛을 완화하기 위해 연유뿐 아니라 계란 노른자로 만든 거품, 코코넛 등 다양한 재료가 활용된다. 베트남에서 유명한 ‘에그커피’와 ‘코코넛 커피’가 대표적이다.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베트남에서는 대중적인 음료가 아니다. 하노이의 한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직원 투항(24)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가장 대중적이고 많이 팔리는 메뉴는 카페 쓰어 다”라며 “외국인 손님들은 상대적으로 맛이 부드러운 라테나 에그커피를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베트남의 '에그커피'.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베트남을 지배한 로컬 체인들
베트남 커피 소비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길거리 카페에서 마시거나, 매장형 커피 전문점을 찾는 것이다. 한국에서 손수레로 믹스커피를 파는 것처럼, 거리에 간이 매대를 세워 포장 판매하는 ‘카페 망디’도 흔하다. 다만 커피를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은 드물다. 출근길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 테이크아웃해 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1990년대부터는 커피 전문점도 빠르게 늘었다. 베트남 최대 커피 체인 하일랜드(Highlands)를 비롯해, 최고급 커피 전문 업체 쭝응우옌(Trung Nguyen), 커피·차 전문점 푹롱(Phuc Long), 베트남 전쟁 시기를 콘셉트로 한 콩카페(Cong Caphe)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지 리서치 기관 큐엔미(Q&Me)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총 4,658개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2024년 베트남 하노이의 커피·차 전문점 푹롱에 쇼피푸드 배달 기사들이 음료 수령을 기다리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이런 시장 구조 속에서 글로벌 커피 브랜드는 좀처럼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3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10년 만인 2023년에야 100호점을 냈다. 인구가 약 1억 명인 점을 감안하면, 100만 명당 매장 1개꼴이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스타벅스 매장 수(약 36개)와 대비된다. 앞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12억 달러(약 1조5,600억 원) 규모 베트남 커피 시장 중 스타벅스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한 향과 쓴맛이 강한 로부스타 원두에 익숙한 베트남 소비자들이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스타벅스에 상대적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로모니터는 “(베트남 내) 스타벅스의 입지는 현지 커피 맛에 대한 소비자 선호 때문에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차이도 크다. 길거리 매대 기준 카페 쓰어 다 가격은 약 1만5,000~2만 동(약 840~1,125원) 수준이다. 실내에서 마시는 커피 전문점의 경우에도 4만 동(약 2,250원)을 넘지 않는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6만 동(약 3,380원·작은 사이즈 기준), 라테가 7만 동(약 3,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 비싼 편이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주 고객층은 여전히 외국인이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탄 채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호찌민=허경주 특파원
기후 변화가 바꾼 커피 수확
그러나 베트남 커피 산업은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기후 변화다. 2024년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됐다. 경작기에는 빗방울 하나 없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정작 수확기에는 폭우가 쏟아지며 작황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원두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10% 줄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주요 커피 산지인 닥락성(省) 등 중부 지역에 3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리며 커피 농장이 침수됐고 수확이 사실상 마비됐다. 당시 한 커피 상인은 로이터통신에 “농부들이 원두의 10∼15%만 거둬들였다”며 “이를 말리려면 햇빛이 필요한데, 비가 그칠 기미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 국제보존협회는 2050년쯤 베트남에서 로부스타 재배에 적합한 면적이 현재의 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터 라데라흐 국제열대농업센터(CIAT) 기후 변화 수석 연구원은 “베트남 로부스타 생산은 전환점에 서 있다”며 “가뭄과 홍수가 연간 수확량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베트남 동나이성 탄푸의 한 두리안 농장에서 직원이 나무에 매달린 두리안을 살펴보고 있다. 탄푸=허경주 특파원
커피 농가들이 두리안 재배로 눈을 돌리는 것도 공급 감소 요인이다. 몇 해 전부터 중국인들이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을 사실상 싹쓸이하자, 베트남 농민들은 커피 농장을 갈아엎고 두리안을 심기 시작했다. 두리안 수익성이 커피보다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 매체 단비엣은 “커피는 헥타르당 연간 1억 동(약 563만 원)을 벌지만, 두리안은 같은 면적에 5억~7억 동(약 2,800만~3,9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두리안 한 개 수익이 커피나무 한 그루와 맞먹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생산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가격은 올해 1월 1일 기준 톤당 3,96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톤당 5,69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 3년 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로부스타 원두 가격 추이. 송정근 기자
MZ세대가 다시 쓰는 카페 공식
당분간 원두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커피는 기후 변화에 취약한 데다, 묘목을 심어도 생두를 수확하기까지 3~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커피를 마시는 목적’의 카페가 주류였다면, 2000년대 들어 북카페 등 다양한 테마의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 커피보다 차, 요거트 스무디 등 비(非)커피 음료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역시 두드러진다. 베트남 젊은 층은 음료의 맛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와 매장 분위기를 중시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을 위한 감성 카페 방문이 일상화되면서, 색감이 화려한 과일 라테나 차 음료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하노이무역관 관계자는 “베트남 카페 시장은 MZ세대 중심의 경험 소비문화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기존의 강한 로부스타 기반 커피를 유지하면서도 말차, 저당, 비건(채식) 등 새로운 선택지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의 한 커피 매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베트남 커피가 판매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금요일마다 함께하세요!
지난해 7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핀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길거리 어디에 바다이야기온라인 서나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목욕탕 의자처럼 낮은 간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길가에 잠시 멈춰 ‘커피 타임’을 갖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세계 최대 다국적 커피 기업인 네슬레도, 미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도 여기에선 유독 맥을 못 춘다. 이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세계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생산국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브라질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9%를, 베트남은 17%를 차지한다. 2023년 기준 베트남 커피 경작지 면적은 약 71만5,800헥타르(약 7,158㎢)로 한국 벼 재배 면적(약 67만7,600헥타르)을 웃돈다. 연간 커피 생산량은 약 180만 톤, 이 가운데 95%가 로부스타 품종이다. 로부스타 오션파라다이스게임 는 브라질에서 주로 생산되는 아라비카와 더불어 가장 널리 소비되는 종으로, 쓴맛이 강해 주로 인스턴트커피 원료로 쓰인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민들이 야외 간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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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커피의 뿌리는 프랑스 식민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프랑스 선교사들이 커피를 들여오며 재배가 시작됐고, 이후 중부 고원 지대를 중심으로 경작지가 빠르게 확대됐다. 이 지역 기후와 토양이 로부스타 재배에 적합했던 점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커피 산업은 베트남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산업은 국내 릴게임황금성 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한다. 매년 커피 수출로 70억~8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 커피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만 약 55만 명에 이르고, 베트남 전역에 분포한 크고 작은 카페는 약 50만 개로 추산된다. 이들이 창출하는 매출은 14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베트남 로컬 커피 브랜드 '쭝응우옌'의 커피. 컵 위에 핀을 올려둔 뒤 내려마실 수 있게 했다. 취향에 따라 당도를 조절하도록 연유(우측)를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베트남식 커피의 첫 인상은 ‘진하고 달다’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가장 대중적인 메뉴는 ‘카페 쓰어 다’이다. '핀(phin)'으로 내린 진한 커피에 가당 연유와 얼음을 넣어 마신다. 이름 그대로 커피(카페)에 연유(쓰어)와 얼음(다)을 더한 음료다.
핀은 철판에 작은 구멍을 뚫어 만든 베트남의 전통 커피 추출 도구다. 컵 위에 핀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가 천천히 떨어지며 쓴맛이 짙어진다. 로부스타 특유의 강한 쓴맛을 중화하기 위해 연유를 넣게 됐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냉장고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신선한 우유를 보관하기 어려워 연유로 대체했다는 해석도 있다.
쓴맛을 완화하기 위해 연유뿐 아니라 계란 노른자로 만든 거품, 코코넛 등 다양한 재료가 활용된다. 베트남에서 유명한 ‘에그커피’와 ‘코코넛 커피’가 대표적이다.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베트남에서는 대중적인 음료가 아니다. 하노이의 한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직원 투항(24)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가장 대중적이고 많이 팔리는 메뉴는 카페 쓰어 다”라며 “외국인 손님들은 상대적으로 맛이 부드러운 라테나 에그커피를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베트남의 '에그커피'.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베트남을 지배한 로컬 체인들
베트남 커피 소비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길거리 카페에서 마시거나, 매장형 커피 전문점을 찾는 것이다. 한국에서 손수레로 믹스커피를 파는 것처럼, 거리에 간이 매대를 세워 포장 판매하는 ‘카페 망디’도 흔하다. 다만 커피를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은 드물다. 출근길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 테이크아웃해 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1990년대부터는 커피 전문점도 빠르게 늘었다. 베트남 최대 커피 체인 하일랜드(Highlands)를 비롯해, 최고급 커피 전문 업체 쭝응우옌(Trung Nguyen), 커피·차 전문점 푹롱(Phuc Long), 베트남 전쟁 시기를 콘셉트로 한 콩카페(Cong Caphe)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지 리서치 기관 큐엔미(Q&Me)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총 4,658개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2024년 베트남 하노이의 커피·차 전문점 푹롱에 쇼피푸드 배달 기사들이 음료 수령을 기다리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이런 시장 구조 속에서 글로벌 커피 브랜드는 좀처럼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3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10년 만인 2023년에야 100호점을 냈다. 인구가 약 1억 명인 점을 감안하면, 100만 명당 매장 1개꼴이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스타벅스 매장 수(약 36개)와 대비된다. 앞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12억 달러(약 1조5,600억 원) 규모 베트남 커피 시장 중 스타벅스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한 향과 쓴맛이 강한 로부스타 원두에 익숙한 베트남 소비자들이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스타벅스에 상대적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로모니터는 “(베트남 내) 스타벅스의 입지는 현지 커피 맛에 대한 소비자 선호 때문에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차이도 크다. 길거리 매대 기준 카페 쓰어 다 가격은 약 1만5,000~2만 동(약 840~1,125원) 수준이다. 실내에서 마시는 커피 전문점의 경우에도 4만 동(약 2,250원)을 넘지 않는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6만 동(약 3,380원·작은 사이즈 기준), 라테가 7만 동(약 3,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 비싼 편이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주 고객층은 여전히 외국인이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탄 채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호찌민=허경주 특파원
기후 변화가 바꾼 커피 수확
그러나 베트남 커피 산업은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기후 변화다. 2024년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됐다. 경작기에는 빗방울 하나 없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정작 수확기에는 폭우가 쏟아지며 작황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원두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10% 줄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주요 커피 산지인 닥락성(省) 등 중부 지역에 3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리며 커피 농장이 침수됐고 수확이 사실상 마비됐다. 당시 한 커피 상인은 로이터통신에 “농부들이 원두의 10∼15%만 거둬들였다”며 “이를 말리려면 햇빛이 필요한데, 비가 그칠 기미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 국제보존협회는 2050년쯤 베트남에서 로부스타 재배에 적합한 면적이 현재의 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터 라데라흐 국제열대농업센터(CIAT) 기후 변화 수석 연구원은 “베트남 로부스타 생산은 전환점에 서 있다”며 “가뭄과 홍수가 연간 수확량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베트남 동나이성 탄푸의 한 두리안 농장에서 직원이 나무에 매달린 두리안을 살펴보고 있다. 탄푸=허경주 특파원
커피 농가들이 두리안 재배로 눈을 돌리는 것도 공급 감소 요인이다. 몇 해 전부터 중국인들이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을 사실상 싹쓸이하자, 베트남 농민들은 커피 농장을 갈아엎고 두리안을 심기 시작했다. 두리안 수익성이 커피보다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 매체 단비엣은 “커피는 헥타르당 연간 1억 동(약 563만 원)을 벌지만, 두리안은 같은 면적에 5억~7억 동(약 2,800만~3,9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두리안 한 개 수익이 커피나무 한 그루와 맞먹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생산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가격은 올해 1월 1일 기준 톤당 3,96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톤당 5,69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 3년 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로부스타 원두 가격 추이.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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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원두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커피는 기후 변화에 취약한 데다, 묘목을 심어도 생두를 수확하기까지 3~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커피를 마시는 목적’의 카페가 주류였다면, 2000년대 들어 북카페 등 다양한 테마의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 커피보다 차, 요거트 스무디 등 비(非)커피 음료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역시 두드러진다. 베트남 젊은 층은 음료의 맛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와 매장 분위기를 중시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을 위한 감성 카페 방문이 일상화되면서, 색감이 화려한 과일 라테나 차 음료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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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의 한 커피 매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베트남 커피가 판매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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