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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경남과 울산, 경북은 초대형 산불에 신음했습니다. 인명피해만 183명을 낳은 초대형 산불은 기후위기와 연계돼 기존 산불 대응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줬습니다. 특히 산불 예방 체계 강화, 진화 지휘체계와 기관 간 협력 방식에 여러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에 초대형 산불 이후 국내에서 제기된 산불 예방과 진화 관련 쟁점을 정리합니다. 아울러 한국에 앞서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유럽과 북미지역의 선진 통합 산불 대응 거버넌스의 작동 과 소상공인대출자격 정과 현장을 8차례에 걸쳐 정리합니다.
3월 말 경남 산청·하동에서 시작해 울산 울주, 경북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영남권 초대형 신불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피해를 입혔다. 열흘 동안 이어진 산불로 전국에 임야 10만 4545㏊가 불에 탔고, 인명피해 183명, 피해액 1조 800억 원이 발생했다. 특히 취업면접 주민과 산불 진화에 투입된 공무원, 헬기 조종사 등 33명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산림청,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 담당기관 책임 규명과 사과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반복되는 대형 산불에 대응할 전향적인 범정부적 대책은 부족했다. 진화 후 과정에는 복구사업 관련 예산 확보만 강조되는 모습이었다. 산청은 3월에 이어 7월 집중호우 피해까지 겹쳤다. 특히 수해 저소득층 지원 와 산사태 발생 지역이 산불 발생 지역과 겹쳐 지역 사회는 기후위기에 따른 복합 재난 대응 설계라는 숙제도 떠안았다.
인공조림과 임도를 둘러싼 논란
이번 산불이 예년과 달리 초대형으로 번진 것을 두고 시민단체와 정부는 갑론을박을 지속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산림청이 추진한 침엽수 위주 인공조림과 이 과정에 제2금융권대출신용등급 서 낸 임도가 산불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국내 산지와 토양에 적합하다며 산림청이 소나무 단순림 위주 인공조림을 한 탓에 불이 수피(나무껍질)를 타고 나무 꼭대기에 옮겨 붙는 수관화 현상에 취약한 소나무 특성상 불똥이 하늘로 튀어 오르는 비화 현상이 많이 발생했고, 바람에 날린 불씨가 온 사방으로 흩어져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민영 신협보험 권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3월 21일 발생한 산불이 22일 정오쯤 바람이 남쪽으로 바뀌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이는 불길이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가 바람을 타고 강을 건널 정도로 멀리 옮겨 붙었음을 의미한다.
정정환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은 "소나무 이파리는 붙이 붙으면 숯처럼 빨갛게 날림 상태로 번지고, 불을 머금은 솔방울은 수류탄처럼 뻥뻥 터지면서 인근 솔밭과 심지어 강 건너까지도 날아가 불을 확산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청에서는 비화 현상을 타고 덕천강을 건너온 불길이 내공마을을 거쳐 오대주산을 넘어 중태마을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20분도 안 됐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침엽수림 수관화 문제는 수년간 산불 현장을 조사한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의견과도 일치한다.
환경단체는 임도 문제도 지적한다. 민 위원장은 "이번 산불 양상을 보면 임도를 따라 불이 번지는 게 자주 목격됐다"며 "이 임도들은 소나무 인공조림 목적의 숲가꾸기 용도로 낸 것들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산림 당국에서는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정 운영위원은 "소나무림은 불이 수관화해 임도를 덮어버리는데 그 안에 온도가 1600도 이상이다. 거기 들어가면 그냥 다 녹아버리는 데 어떻게 들어가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산지 인근 주민이 임도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민 위원장은 "산 중턱에 마을이 형성돼 있고 마을 뒤에 숲이 있다면 소방차가 빨리 올라가 불을 저지해 마을을 지키는 방화벽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임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부분 임도는 사람도 다니지 않고 경사도 가파르고 전혀 필요없는 곳에 무작정 만드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인공조림에서 자연식생 유지로
많은 전문가들이 온난화 등 영향으로 한국 숲 식생이 침엽수에서 활엽수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제 초대형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침엽수 위주 인공조림이 아닌 자연식생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인공조림 없이 자연식생을 유지한 국립공원 내 산불 발생 지역 자연복원 사례를 보면 그 효과가 뚜렷해진다. 국립공원공단이 2023년 3월 하동 지리산국립공원 산불발생지 식생 피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우 심각' 피해지는 침엽수 군락이 61.34%로 가장 넓었다. 반면 활엽수 군락은 36.62%, 침엽수+활엽수(침활) 혼합 군락은 0.26% 수준이었고, 인공림은 1.88%에 그쳤다.
피해 정도가 적을 수록 활엽수 군락 비율이 높았다. '경미'는 활엽수 군락이 74.64%로 가장 넓었고, 침엽수 군락은 12.34% 뿐이었다. 이어 침활 혼합 군락 6.8%, 인공림 6.22% 순이었다. 피해지역 수목은 활엽수 71.27%, 침엽수 16.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활엽수 중심으로 심어져 피해 면적 80% 이상이 '경미' 수준에 그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활엽수와 침엽수는 1년새 회복 속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매우 심각' 지역 활엽수림은 나무나 풀이 말라 죽는 비율인 고사율이 100%에서 86.67%로 13.33%포인트(p) 개선됐지만 침엽수림은 96.2%에서 91.19%로 5.01%p 개선되는 것에 그쳤다.
정 운영위원은 "국립공원은 산림청 손을 타지 않기 때문에 숲이 자연스럽게 활엽수로 변해 있기 때문"이라면서 "활엽수가 많아 불이 지표화로 땅으로만 가지 수관화도 비화 현상도 없어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혼효림은 활엽수가 습기를 많이 머금어 가지들이 수증 역할을 해 수관화로 이어지지 못 한다는 설명이다. 한데 활엽수를 다 제거하고 침엽수 단순림을 만들어버리면 의성과 안동처럼 산불이 삽시간에 바다까지 가고 바닷가 마을마저 순식간에 불태워 버리는 빠른 산불로 번진다는 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산불 사례 같이 활엽수림이 지닌 회복 탄력성도 주목해야할 점이다. 몇해 전 지리산국립공원 경계지점인 산청 구곡산에 큰 불이 났다. 이 산에는 신갈나무, 굴참나무, 때죽나무, 당단풍 같은 활엽수가 많다. 지리산사람들 회원들이 불이 난 뒤 두어 달도 안 돼 일대를 살펴본 결과 신갈나무와 굴참나무에서 이파리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 올해 7월에 갔을 때도 불길이 강하게 일어난 곳에서도 이파리가 올라왔다.
정 운영위원은 "활엽수가 그만큼 회복 탄력성이 빠르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가면 불이 나기 전 원래 숲 그대로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3월 초대형 산불 이후 산림 복원을 활엽수와 침엽수 혼효림으로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의성군 고운사는 환경단체 등과 함께 사찰림 자연복원에 나섰다. 피해를 입은 나무를 제거하고 침엽수 위주 새 나무를 심는 인공복원 방식을 과감히 배제한 것이다. 실제 피해를 입은 사찰림에서 침엽수는 대부분 소실됐지만 활엽수는 대부분 생존해 빠르게 새싹을 틔웠다. 다양한 야생 조류도 숲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울산 울주군도 산불 피해지 372.9㏊ 가운데 267.2㏊는 자연복원, 67.5㏊는 복합복원, 38.2㏊는 인공조림하기로 결정했다. 자연복원 지역은 최소한의 복구 작업만 하고, 복합복원 지역은 피해 고사목을 골라베기한 뒤 천연하종갱신(벌채 후 숲에 남아있는 나무에서 떨어진 종자가 자연적으로 발아하고 자라 숲이 재생되도록 하는 방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속 '복합 재난 연례화' 대응 고민
그린피스는 지난해부터 김형준 KAIST 교수팀과 한국에서 산불 위험성과 기후위기 간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메타어스(MetaEarth)'라는 가상 지구 모델로 산업화 이전 지구와 현재 지구를 비교해 기후위기로 말미암아 산불이 얼마나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나는지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한국 산불 위험일이 더 빨리 시작되고, 산불 지속 기간과 강도도 더 길고 강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이전보다 산불 위험일은 연간 최대 120일 많아졌고, 전국 평균 산불 위험 강도도 10% 이상 높아졌다. 경남은 2월 말로 산불 위험 시기가 앞당겨졌다. 경북은 위험지수가 20 이상인 날이 무려 151일에 달했다. 1년에 절반 가까이 산불 위험에 노출돼 살아간다는 뜻이다. 산불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키고, 더 뜨겁고 건조한 환경은 다시 산불 위험성을 키운다.
7월 산청 등 서부경남지역 집중호우 피해도 이 같은 산불 영향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정 운영위원은 집중호우 이후 정부가 제공하는 산사태 등급지도와 산불 피해지역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산사태 1등급 지역은 벌채 모양대로 빨갛게 표시게 돼 있었다.
정 운영위원은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지역에 벌목을 해 그 위험성을 더 키웠다는 뜻이 되는 거 아니겠나"라며 "지금 산림 정책으로는 봄에는 산불, 여름에는 수해와 산사태 이 돌림구조를 막지 못한다. 앞으로 10년은 더 이런 돌림현상을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따른 봄철 가뭄으로 산불이 한 번 발생하면 대형화되고 있다"며 "침엽수림 탓에 대형화하는 괴물 산불을 어느 정도 조절하려면 건강한 활엽수림 중심 자연복원에 더 집중해야하고, 이를 토대로 회복 탄력성을 높여 산불이 일어난 곳에 여름철 집중호우 시 산사태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도 "지금 필요한 것은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단편적인 대응을 넘어선 구조적인 전환"이라면서 "기후위기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후 현실을 반영한 재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천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