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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시가 여는 축제도 본질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 부풀려진 관광객 숫자와 경제효과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날것 그대로의 축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익명성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공동의 활력을 되찾는 자리, 그것이 진짜 축제가 주는 보람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프레임에 갇혀 ‘관광객 유치’라는 낡은 목표에 매달린다. 지방정부는 방문객 숫자와 소비액이라는 계량화된 성과에 집착한다. 수치를 만들기 위해 예산을 써서 예산을 유치하고, 다시 그 예산으로 숫자를 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그 많은 예산을 쓰는 것일까. 그리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성과는 무엇일까. 차별화를 내세워 서로 다름을 외치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서로 닮기는 매한가지다. 비슷한 공연, 푸드트럭, 무대, 푸드코트, 시민의 삶, 도시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는 인형뽑기 같은 기념품들. 축제는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적 도구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만든 B2B 장이나 개막식 무대는 효용성이 낮고, 객석은 텅 비어 있기 일쑤다. 도시의 고유한 시간을 쌓아 올리기보다, 매년 리셋되는 단발 이벤트로 예산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문제는 치적 홍보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진짜 치적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 답은 결국 시민들의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 축제의 패러다임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광장의 본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바흐친의 카니발이 그러했듯, 축제는 주민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질서와 일상의 무게를 잠시 벗어던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대규모 엑스포가 아니라, 골목마다 작은 춤판이 벌어지고, 이름뿐인 체험 부스 대신, 아이가 동네 장인의 주름진 손을 보며 나무 깎는 법을 배우고, 청년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펼쳐 보이는 작은 시장이 열리는 축제. 할머니의 인생사가 한 편의 연극이 되고, 서툰 실력의 동네 밴드가 자작곡을 연주하는 무대. 술과 음식이 주인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어 밤새 웃고 떠드는 진짜 ‘놀이’ 말이다. 물론 해방이 방종으로 흐르지 않도록, 서로를 존중하는 선은 지켜져야 한다. 주민들이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 그 생동감 넘치는 얼굴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일 것이다. 요즘의 여행자들은 매끈하게 포장된 관광 상품이 아니라, 그 도시의 ‘쌩얼’을 보고 싶어한다. 가장 사적인 행복의 순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공공의 자산이 된다. 댈러웨이 부인이 정성껏 준비한 파티를 가장 기대하고 즐긴 사람은 바로 댈러웨이 부인 자신이었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축제에 도시는 자연스레 활기를 띠고 사람들은 모여들 것이다. 축제의 진정한 경쟁력은 더 이상 관광객 유입 숫자나 경제효과 보고서에 있지 않다. 우리 이웃의 투박하지만, 진실한 웃음, 바로 그 얼굴에 있다. 이 순간이야말로 도시의 가장 값진 자산이며, 외부인이 기꺼이 찾아와 보고 싶어 할 단 하나의 진짜 풍경이다. 도시의 미래는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기와 카니발과 같은 순간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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