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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은 놀란 원래 불쾌함이 돌렸다. 그들이 는영화 ‘여행과 나날’. 엣나인필름 제공
“고향을 떠난 이후로 나는 계속 여행 중인 것만 같다.”
10일 개봉한 영화 ‘여행과 나날’의 화자이자 후반부의 주인공 ‘이’가 하는 독백은 ‘이’를 연기하는 심은경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고향인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연기 생활을 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신문기자’(2019)로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며 일본 영화계에서 인정받았지만, 20년 넘게 써온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연기한다는 것은 일상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느낌이 아닐까.
심은경이 일본어로 연기하는 릴짱 여섯번째 영화 ‘여행과 나날’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중요도 순으로 나열할 때 가장 윗자리에 놓이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일본 뉴웨이브 대표 감독인 미야케 쇼가 연출한 이 작품은 가만하면서도 비범하다. 전작들에서 청춘이라는 소재로 동시대와 공명해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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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심은경. 엣나인필름 제공
시나리오 작가인 ‘이’에게 그 일상은 체계화된 언어다. 약속이며 규칙이기도 한 글자 안에 감정을 다 담을 수 없어 낙심하던 작가가 훌쩍 떠난 여행은 대단할 것도 없고 흥미진 사이다쿨 진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과 작은 즐거움, 때로 느슨했던 긴장감을 조이는 소소한 곤경들이 영화 속 흰 눈처럼 조용하게 쌓이며 일상의 단단한 껍질에 청량한 균열을 낸다.
감독은 작가주의 만화가 쓰게 요시하루의 두 작품 ‘해변의 서경’과 ‘눈집의 벤조’를 엮어 하나의 작품으로 각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래 중년 남성이었던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눈집의 벤조’ 주인공으로 심은경을 떠올렸다고 한다. 심은경이 있었기에 원작과는 다른 지금의 영화가 완성된 셈이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만난 심은경은 시나리오를 보고 ‘나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파악했지? 이건 내 이야기잖아’ 하며 놀랐다고 했다. “영화 속 영화가 끝나고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 신천지릴게임 는 ‘이’의 대사에 꽂혔던 것 같아요. 항상 나 자신에게 느끼는 것이기도 하고, 이런 괴로움을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신기하기도 했어요.”
영화 ‘여행과 나날’. 엣나인필름 제공
심은경에게는 ‘여행과 나날’을 찍는 게 일종의 여행 같은 경험이었다. “어릴 때는 이 나이쯤 되면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이런 고민이 나를 평생 옭아맬 것 같고,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이 영화를 찍으면서 해방감을 조금 느꼈달까요? 앞으로 연기할 때 지치지 않고 해나가게 하는 힘이 된 거 같아요.”
‘여행과 나날’의 전반부는 젊은 여성(가와이 유미)이 여름의 바닷가를 여행하다 현지인 남자를 우연히 만나는 영화 속 영화로 구성된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이’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자신의 재능 없음에 의기소침해 있다가 한겨울의 눈 덮인 동네로 여행을 간다. 강가를 산책하다가 숙소를 잡지 못해 난감해하던 중 동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산속의 여관을 찾게 된다. 낡고 허름한데다 혼자 사는 주인장까지 영 마뜩잖아 마음의 갈피를 못 잡던 ‘이’는 주인의 난데없는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영화 ‘여행과 나날’. 엣나인필름 제공
심은경은 여백 속에서 미세한 감정의 진동을 포착하는 이번 영화의 연기가 “채우기보다는 덜어내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등 히트작에서 그는 웃음이든 감동이든 가득 채우는 연기를 했었다. “영화는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만 잘하면 돼’라는 이상한 책임감이나 불안이 항상 있었어요. 그러다 보면 항상 무언가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었고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비로소 함께 하는 작업이라는 걸 마음으로 체득한 것 같아요.”
영화의 소재도, 심은경의 연기도 일상의 틀을 벗어나는 여행이었던 ‘여행과 나날’은 관객에게도 여행의 기쁨을 선물한다. 인적 없고 생동감 넘치는 여름의 바다, 쌓인 눈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겨울의 설산 풍경과 함께 ‘이’가 겪는 낯선 경험과 감정들은 나 역시 여행을 다녀온 듯한 생생한 질감의 여운을 남긴다.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영화다.
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심은경. 엣나인필름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고향을 떠난 이후로 나는 계속 여행 중인 것만 같다.”
10일 개봉한 영화 ‘여행과 나날’의 화자이자 후반부의 주인공 ‘이’가 하는 독백은 ‘이’를 연기하는 심은경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고향인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연기 생활을 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신문기자’(2019)로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며 일본 영화계에서 인정받았지만, 20년 넘게 써온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연기한다는 것은 일상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느낌이 아닐까.
심은경이 일본어로 연기하는 릴짱 여섯번째 영화 ‘여행과 나날’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중요도 순으로 나열할 때 가장 윗자리에 놓이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일본 뉴웨이브 대표 감독인 미야케 쇼가 연출한 이 작품은 가만하면서도 비범하다. 전작들에서 청춘이라는 소재로 동시대와 공명해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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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심은경.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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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작가주의 만화가 쓰게 요시하루의 두 작품 ‘해변의 서경’과 ‘눈집의 벤조’를 엮어 하나의 작품으로 각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래 중년 남성이었던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눈집의 벤조’ 주인공으로 심은경을 떠올렸다고 한다. 심은경이 있었기에 원작과는 다른 지금의 영화가 완성된 셈이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만난 심은경은 시나리오를 보고 ‘나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파악했지? 이건 내 이야기잖아’ 하며 놀랐다고 했다. “영화 속 영화가 끝나고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 신천지릴게임 는 ‘이’의 대사에 꽂혔던 것 같아요. 항상 나 자신에게 느끼는 것이기도 하고, 이런 괴로움을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신기하기도 했어요.”
영화 ‘여행과 나날’.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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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은 여백 속에서 미세한 감정의 진동을 포착하는 이번 영화의 연기가 “채우기보다는 덜어내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등 히트작에서 그는 웃음이든 감동이든 가득 채우는 연기를 했었다. “영화는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만 잘하면 돼’라는 이상한 책임감이나 불안이 항상 있었어요. 그러다 보면 항상 무언가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었고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비로소 함께 하는 작업이라는 걸 마음으로 체득한 것 같아요.”
영화의 소재도, 심은경의 연기도 일상의 틀을 벗어나는 여행이었던 ‘여행과 나날’은 관객에게도 여행의 기쁨을 선물한다. 인적 없고 생동감 넘치는 여름의 바다, 쌓인 눈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겨울의 설산 풍경과 함께 ‘이’가 겪는 낯선 경험과 감정들은 나 역시 여행을 다녀온 듯한 생생한 질감의 여운을 남긴다.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영화다.
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심은경. 엣나인필름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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